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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과 전공의 다시 수련기간 3년으로 단축…
복잡다단한 문제…왜? 어떻게?

 

 

 

 

정부와 대한내과학회가 오는 2017년부터 내과 전공의 수련기간을 현행 4년에서 3년으로 단축하기로 했다. 전문의 취득 이후에도 대부분 전임의(이하 펠로우)과정을 밟는 상황에서 애초 분과교육을 위해 1990년 3년제에서 4년제로 변경한 수련기간을 고수할 이유가 없다는 판단에서이다.

 

왜 4년제였고 왜 더 이상 필요 없다고 주장하는가

 

내과전공의제도는 4년제로 처음 우리나라에 도입됐다. 4년차는 무의촌으로 파견되었는데 무의촌이 없어지면서 1979년 3년으로 단축되었다. 1990년에 4년제로 돌아왔는데 여기에는 2가지 배경이 있다. 첫째는 당시 서울아산병원 등 대형병원이 태동하던 시기여서 인력수요가 급증했다는 것이다. 두 번째가 핵심 논거였는데, 당시에는 펠로우제도가 없었기 때문에 분과교육를 전공의 수련기간에 녹이기 위해서 4년차라는 1년의 추가기간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였다.
1992년 분과전문의제도(전임의, 펠로우)가 신설됐다. 도입 초기에는 지원자가 많을 것이라고 아무도 예상하지 않았지만, 대부분의 전문의가 펠로우 과정을 밟았다. 4년제 수련의 존재근거가 사라진 것이다. 현재로서는 4년차가 이중교육 내지는 중복교육이 되는 것이다.  실제로 대한내과학회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내과 전공의 600명과 전문의 500명을 대상으로한 개편 찬반조사에서 93.3%가 개편에 찬성했다. 이해당사자인 학회에서 실시한 조사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높은 수치다.
존재근거가 사라졌다고 해서 반드시 없애야 하는 것은 아니다. 큰 문제가 없다면 대다수가 펠로우를 선택하는 현실에서 4년차 시기를 ‘펠로우 입문’정도로 보고 넘어갈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의 핵심은 대부분의 전문의가 펠로우과정을 선택하는 이유에 있다.

 

펠로우, 선택 아닌 필수로…
1차 진료 생각하면 과잉교육

 

펠로우는 전문의가 거치는 분과전문의과정으로서, 대학에 남기 위한 과정이든, 개인의 전문성 갖추기 위한 절차이든 근본적으로 필수가 아닌 선택의 문제이다. 특히 전공분야를 한정할수록 환자의 폭과 수가 감소하는 개업의 현실상, 모든 전문의가 펠로우를 거쳐야하는 상황은 개인의 차원에서는 물론 사회적으로도 교육과잉이자 자원낭비이다. 낭비일 뿐 아니라 되려 펠로우 과잉과 연계되어 전공의 시절부터 세부분야에만 집중하면서, 1차 진료에 꼭 필요한 질환을 폭 넓게 볼 수 있는 일반 전문의 육성이 어렵다는 중대한 문제도 생긴다. 대다수의 전문의가 평생 1차 의료현장에서는 쓸 일이 없는 지식과 술기를 익히기 위해 전문의 이후에도 1~2년씩 추가로 공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내과 전문의가 펠로우를 거치는 이유는 전국민 암검진 실시 이후 내시경과 초음파를 다루지 못하면 개원을 하기 어려운 현실적 제약 때문이다. 현재의 수련체계에서는 전공의들이 내시경이나 초음파등의 술기를 익힐 기회가 부족하다. 오죽하면 그런 기회가 많은 작은 병원이 수련에 유리하다는 말까지 나올까.

 

개편의 방향 “업무 줄이고 교육내용 내실화…
일반전문의 양산”

 

사실 전공의에게 내시경이나 초음파를 하도록 허용하는 나라는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임상현실을 고려하여 개편 3년제 정규교육과정에 초음파를 추가했고, 기존에 행해오던 내시경 초음파 교육은 더욱 세분화하겠다는 것이 내과학회의 계획이다. 교육을 위해 필요한 지도전문의도 인원을 확충할 것이고, 학회 내 초음파 TF도 구성했다고 밝혔다. 또한 일반전문의 양산을 위해 수련기간 중 필수 이수 내용 150가지를 공표하고 이를 확인할 지도전문의도 편성한다고 덧붙였다.

불필요한 펠로우 과잉을 해소하여 1차 진료를 강화하기 위해서이든, 전공의 교육을 내실화하기 위해서이든 개편은 필요하다. 그러나 당장 4년으로도 술기를 익힐 시간이 부족하다는 지적과 업무공백이라는 실증적 현실적 문제가 발생한다. 이 두가지를 모두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제시된 것이 입원환자전담의(호스피탈리스트) 제도이다. ‘4년으로도 부족한’ 이유는 업무과중이 많기 때문이다. 4년에 퍼져있는 교육을 높은 밀도로 3년으로 압축하고, 현재 31개 의료기관에서 시범사업 중인 24시간 주7일 순환근무 형태로 병동 전담 전문의를 배치하는 입원환자전담의제도로 업무부담은 줄인다는 것이 개편의 요지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현실적이고 중차대한 문제인가

 

1. 대안의 실효성
개편의 필요성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대안의 실효성과 시기의 적절성이라는 문제가 남는다. 미국의 경우 4만명, 즉 5%에 해당하는 의사가 호스피탈리스트로 활동하고 있고, 환자의 안전성, 알 권리, 전공의 대우 개선이라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 것으로 이미 검증되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올해 하반기에 시범사업을 시작하였고 급작스레 인력을 확보할 방법도 없어 31개 시범의료기관 중 순천향 천안병원을 제외하고는 호스피탈리스트를 구하지 못한 상황이다. 학회와 정부가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으나 기껏 내놓은 방안은 각 병원이 제시한 구인광고를 학회와 복지부 홈페이지에 크게 게시하겠다는 것뿐이다. 게다가 8월 21일 실시된 복지부의 설명회 내용을 보면 알 수 있듯, 복지부가 제시한 수가로는 호스피탈리스트를 도입하는 병원은 무조건 경양상의 손해를 보는 구조이다. 자세한 계산은 생략하겠지만 질의응답시간에 이루어진 대화를 참조하면 호스피탈리스트를 많이 채용할수록 수가가 가산되는 구조를 감안하더라도 매년 2억 5천만원씩 병원의 회계적자가 발생하게 된다. 논리적이기는 하나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시범사업 단계의 제도가 호스피탈리스트와 기존 교수 및 전공의와의 직군 문제, 업무와 권한의 범위, 전공의 교육가능 여부 등 무수한 쟁점을 가진 상태에서 명백한 적자마다 초래한다면 본 사업 전환 시 민간병원의 참여를 기대하기 어렵다. 시범사업 종료 후 본 사업 전환 전까지 호스피탈리스트의 권한과 수가, 지위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할 것이다. 대안의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애국심이나 당위에만 호소하는 것은 어리석다. 복지부의 추가 지원책이 없으면 민간병원들은 참여하지 않겠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현실적이고 중차대한 문제인가

 

2. 시기와 대상의 적절성
또한 적자문제를 차치하고서라도 시범사업기간 종료시점이 내년 하반기부터인데 당장 2017년 전공의부터 3년제로 단축하겠다는 정책발효 시점도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옳은 일인가’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적절한 시기인가’이다. 내과학회는 이미 2002년부터 14년간 개편의 필요성을 주장해왔고, 개편교육과정을 여러 차례 복지부에 보냈으나 반려됐다. 외과학회도 마찬가지이다. 복지부는 시종일관 ‘왜 하필 내과만’ 개편해야하느냐고 건건이 검토하기 어려우니 타과의 의견도 수렴해오라는 입장이었지만 급작스레 외과도 제외한 내과만의 개편으로 말을 바꿨다.

 

의학을 대표하는 내과와 외과가 개편을 요구하는 현실이라면, 정부는 국내 의사인력 배출체계 전반에 대해 고민해봐야 한다. 그런 큰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반대의견에 대한 핵심 설득 논지인 호스피탈리스트 제도의 안착이 불분명한 상태에서 당장 개편부터 단행하겠다는 식의 태도는 큰 반대여론을 부를 수 밖에 없다. 당장 올해 12월부터 ‘전공의 특별법’이 발효되고, ‘전공의 정원 합리화’ 이래 전공의와 인턴의 수가 매년 150여명씩 감소하는 상황에서 전공의 수련기간을 단축하면 명백한 근무공백이 발생한다. 대한병원협회의 계산에 따르면 14만 4299시간의 누적 공백이 발생하고, 이를 인력채용에 발생하는 비용으로 환산하면 수련병원 당 최소 5억에서 27억 5천만원의 재정 적자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개편의 당사자이자 14년간 필요성을 역설해온 대한내과학회에서조차 추가지원책이 없다면 개편안착이 어려울 것이라고 인정했다. 
업무공백은 병원의 인건비 문제일 뿐 아니라 더욱 근본적이고 중대하게는 환자의 건강과 생명에 직결되는 문제다. ‘호스피탈리스트 제도가 얼마나 좋은 제도인지’, ‘이것이 잘 시행되기만 한다면’ 등만 반복해서 주장하는 것은 의미도 없고 설득력도 떨어진다. 그런 점은 미국의 사례만 찾아보면 일반인도 쉽게 알 수 있다. 당국과 학회 등 전문가에게 기대하는 것은 ‘한국이라는 토양에 어떻게 호스피탈리스트 제도를 잘 이식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들이다.
커다란 일을 추진할 때는 근거와 대안이 모두 명확해야한다. 2015년 내과 전공의 미달 사태를 비롯한 전공의특별법, 경영상의 현실적 문제, 타과의 개편 등 수 많은 문제가 결부되어 있는 복잡다단한 사안이니만큼, 학회와 당국의 지원은 물론 전문가를 비롯한 전공의와 의대생들에게 까지, 대대적 홍보와 격렬한 토론이 필요한 문제일 것이다.

 

 

 

 
이장원 기자/중앙
<wonwon9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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