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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의 욕망 vs 그 여자의 욕망

 

 

“너 마녀 사냥 봤어?” 요즘 학생들 사이에서 심심치 않게 이야기 나오는 TV 프로가 ‘마녀사냥’이다. 성에 관해 서스름없이 이야기하는 패널들이 주는 재미와 더불어 시청자의 사연을 남심, 여심, 게이심이라는 다양한 시각으로 파헤친다는 것이 이 프로의 큰 매력이다. 한 가지 사연을 놓고도 다른 반응을 내놓는 남자와 여자. 우린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시각적 신호에 약한 남자. 최고의 신호는 ‘젊고 섹시한 여자’

 

남자의 뇌는 성적 자극에 더 시각적으로 반응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남자는 시각적으로 매력적인 외관을 접하면 바로 성욕을 관장하는 편도체와 시상하부로 흥분이 이어진다. 과학자 도널드 시먼스는 그런 남자들에 가장 최적화된 시각적 신호는 바로 ‘젊음’, 그리고 큰 가슴과 엉덩이로 대표되는 ‘섹시한 몸매’임을 밝혔다. 그는 나이가 젊을수록 해당 여성을 신경써줄 수 있는 친척이 더 많이 생존해 있을 것이며, 아이가 스스로 생존해나갈 수 있을 때까지 엄마가 살아 있는 확률이 더 높기 때문이라고 이를 설명한다. 동물에서 또한 매력적인 암컷일수록 건강하고 가임능력이 좋으며, 새끼의 생존 확률이 높다.
남성들이 매력적으로 여기는 신체 부위-큰 가슴과 엉덩이, 작은 발, 여성스러운 생김새 등은 모두 에스트로겐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에스트로겐은 건강과 에너지 유지에 아주 민감하기 때문에 그 자체로 건강의 척도, ‘미래의 가임 능력’을 의미한다. 가슴과 엉덩이에는 여자들에게만 있는 특이한 성분인 ‘지노이드 gynoid fat'으로 구성되어 임신과 수유 시 필요한 에너지를 충당해 준다. 가슴의 지노이드 지방의 양은 임신 가능성, 자녀의 상태 등을 비롯해 여자 평생의 생식 능력과 전반적으로 양의 상관관계를 보인다.

 

여자들의 로망 ‘중저음의 목소리, 키 크고 스타일 좋은 까칠한 오빠’

 

그러나 에스트로겐과 달리 테스토스테론은 향후 생식능력의 지표가 되지 못한다. 남자는 평생에 걸쳐 정자를 일정한 수준으로 생산해 내며, 병이나 영양 상태에 따라 테스토스테론의 양이 크게 변화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테스토스테론이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는 부분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지배성’이다. 테스토스테론은 남자들이 경쟁에 필요한 생리적 상태 즉, 근육의 형성, 중저음의 남성적 목소리, 냄새, 남성스러운 생김새에 영향을 미친다.
테스토스테론과 관계없이 여성들에게 막강한 힘을 발휘하는 시각적 신호도 존재한다. 그것은 바로 ‘큰 키’와 ‘제복을 입은 남자’ 혹은 ‘옷을 잘 입는 남자’이다. 큰 키는 여성에게 지배성 뿐만 아니라 안정감을 느끼게 해준다. 그리고 여성들은 제복을 갖춰 입거나 옷을 잘 입는 남자들을 보며 세부적인 시각적 정보를 분석하여 그 남자의 됨됨이를 심리적으로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외관으로 나타나는 지배성 뿐 아니라 여성들은 능력이 출중하며, 자신의 일에 확신을 갖고 있고 자기 능력에 대한 자신감을 가진 남자의 사회적 지배성에도 성적 매력을 느낀다. 여자들이 소위 말하는 ‘나쁜 남자’에 대한 환상을 갖는 것도, 나이 많은 파트너에 대해 남성보다 여성이 더 관심을 갖는가도 같은 이유로 설명될 수 있다.


‘OR GATE’ 남자 vs ‘AND GATE’여자

 

무엇보다도 남성과 여성의 가장 큰 성욕의 차이는 신호 처리 과정에 있다. 남성은 시각적 신호에 의해 성욕이 즉각적으로 활성화 되면 얼마 있지 않아 생리적, 심리적 흥분을 경험한다. 그리고 한 번 성욕이 일어나게 되면 쉽게 수그러들지 않는다. 이는 여성에 비해 성적 동기의 경로가 피질 하부의 보상 시스템과 더 잘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반면 여성은 마음의 의식적인 흥분과 몸의 무의식적인 흥분이 일치하지 않는다. 이것이 남자와 여자가 가지는 두뇌 소프트웨어의 근본적인 차이이다. 단순히 신체를 자극한다고 해서 의식적인 마음까지 자동적으로 성욕이 불붙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여성용 비아그라’가 왜 번번히 실패했는지는 이로써도 알 수 있다. 독일의 한 제약회사는 ‘플리반세린 flibanserin' 이라는 효과 빠른 항우울제를 만들려 했으나, 이 약은 여성의 성욕을 급격히 향상 시킨다는 부작용으로 임상 실험 마지막 단계에서 실패하고 말았다. 플리반세린이 목표로 삼은 것은 무엇이었을까? 바로 감정의 ‘의식적’처리와 관련된 부분들이었다.
왜 여성들에게는 이러한 불일치가 일어나는 것 일까? 여성은 임신을 하여 아이를 낳아 젖을 먹이고 10년이 넘게 양육에 매달려야 한다. 성적인 결정을 내릴 때 늘 장기적인 결과를 따져야 하기 때문에 여자의 성욕은 모든 잠재적 위험성을 신중히 감안해 조심히 걸러지도록 만들어졌다. 
여자의 성욕 시스템은 ‘신체, 감정, 사회성, 문화’로 나뉘어 평가를 내린다. 에스트로겐의 분비량은 물리적 환경 변화에 민감한데, 따라서 신체 상태가 좋지 않거나 신변에 불안을 느낄 때는 성욕이 감소한다. 뿐만 아니라 여성은 감정적인 기억을 저장하고 복구하는 뇌섬엽피질과 해마가 발달되어 있어 더 감정적이고 분위기를 잘 탄다. 여성들은 또한 자신이 몸담고 있는 사회의 규칙이나 기대, 태도에도 많은 신경을 쓴다. 이는 여성들의 뇌가 언어 기능이 발달되어 있는 것과 상관관계가 있으며, 어떤 행동이 적절하고 적절하지 못한가 하는 사회적 평가가 이루어지는 중추 기관이 발달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여성은 자신이 세워놓은 다양한 기준(신호)이 충족되지 않으면 심리적 흥분이 일어나도록 허락하지 않는다. 

 

성적 욕망을 체로 거르는 여자, 그러나 ‘마성의 여자’가 되고 싶은 여자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피질 하부의 비의식적인 회로에서는 여성들이 원초적으로 스스로 ‘이성이 거부할 수 없는 성적인 매력’을 갖고 싶어 하게 만든다. 이는 남성에 비해 여성이 자신의 몸에 만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몸의 이미지에 대한 자의식이 훨씬 강하며, 외모를 통해 힘을 얻으면 성관계의 만족도도 훨씬 높아지는 것으로 쉽게 볼 수 있다. 또한 여성들의 의식적인 대뇌 피질에서는 끊임없이 ‘사랑받고 싶어 하는 욕구’를 내보내는데, 남자와 여자가 서로 다른 식으로 질투를 느낀다는 사실에도 이 같은 차이가 나타난다. 남자의 두뇌는 성관계를 질투하도록 만들어져 있다. 남자는 자기 여자가 누구와 잤는지, 얼마나 성관계를 가졌는지 캐묻는 것을 좋아한다. 반면 여성은 감정적인 질투를 하도록 만들어져 있다. 여자는 예전에 사랑했던 여자가 누구였는지, 몇 명이었는지 알기 위해 몰아댄다.


남자와 여자는 성적인 신호도 다르고, 신호를 처리하는 방식도 다르며, 신호에 반응하며 나타나는 행동도 다르다. 이 같은 성적 심리를 지나치게 단순화하는 것은 물론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남자와 여자가 나타내는 성적 욕구의 차이는 긴 세월 쌓여진 사회문화적, 생물학적 산물임에는 틀림없다.

 

고유라 기자/서남
<youzr-_-a@e-med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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