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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급에 실패한 당신, 떠나라 템플스테이

 

 

아기다리고기다리던 연말, 모두들 크리스마스다 겨울 여행이다 들떠있는 동기들을 바라보며 한숨만 쉬고 있는 현민이가 눈에 들어온다. 해부학 C, 신경학 D, 생화학 D+…이건 도저히 답이 나오지 않는 성적이다. 고딩 때는 나름 잘나갔던 자신감과 술과 술과 술로 보냈던 예과1학년때의 버릇이 믹스되어 나타난 유급이라는 이름의 사자(死者). 재수 끝에 그 좋다는 의대에 떡하니 입학하였는데 여기서 미끄러지다니…그동안 맛보지 못했던 자괴감이 목을 조여오는 것 같다. 작년에 유급하면서 군대를 갔던 준형선배가 생각난다. 나도 군대나 가버릴까... 그러기엔 인생의 황금기라는 공보의를 놓치고 싶진 않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던 현민, 우연히 MDC 프로그램 ‘압지 어디가’에서 다섯 아빠와 아이들이 강원도 강릉시 주문진에 있는 현덕사에 템플스테이 하는 모습을 우연히 보게 되면서 ‘이것다!’ 싶었다. 어차피 1년간 백수로 지낼 신세, 한 달 정도 절에서 마음을 다잡고 1년을 어떻게 보낼지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002년도 한일 월드컵 때 한국 전통문화를 알리기 위해 시작된 템플스테이는 10여년이 지난 지금 다양한 프로그램을 가진 문화 관광 프로그램이 되었다. 사찰소개, 참선, 명상, 발우공양 등의 기본 프로그램에 특색 있는 테마를 준비한 사찰도 있다. 어떤 프로그램이 있고 어떻게 운영하고 있는지는 템플스테이 공식 사이트 www.templestay.com에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어 원하는 프로그램을 선택하여 체험할 수 있다.
하지만 현민이처럼 관광이 아닌 자기수련을 위한 템플스테이는 없을까? 혹은 자기수련이 아니어도 조금은 특별한 템플스테이를 원하는가? 조재민 기자가 정리해 보았다.

경북 경주의 굴곡사. 이곳은 매년 2만 7천여 명이 다녀갈 만큼 한국 불교를 대표하는 템플 스테이이자 동시에 한국 전통 불가 무술인 선무도의 본산이기도 하다. 아침 공양을 마치면 선무도 수련 중 하나인 요가와 기공을 하고 108배로 나태한 삶을 돌아보며 참회하는 시간을 시작으로 굴곡사의 템플 스테이는 좌선중심인 다른 사찰과 달리 다양한 수련 과정이 준비되어 있다. 실제 1달 이상  골굴사에 머물며 선무도를 수련하는 이들도 10명을 상회하고 있는 부분은 선무도의 인기를 알게 하는 대목이다.
광화문에서 약 1시간거리에 떨어져 있는 경기도 양주에는 숲 속 호수로 둘러싸인 천연(天然) 요새도량인 육지장사가 있다. 사찰 주변 수림(樹林)에서 품어 나오는 풍부한 피톤치드로 이미 유명한 육지상사는 1700년 전통의 다양한 건강비전을 일반인에게 보여주는 기회를 마련하고 있다. 소식과 단전호흡, 풍욕, 쑥뜸온구 체험, 뇌경락 추나 요법, 옥동회랑에서의 걷기 명상 등 체내의 맑은 기운을 보완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 또한 게르마늄 맥반석 옥돌과 쑥뜸 온구체험, 옥돌보행 및 모유정 체험 등 육지장사만의 특별한 체험을 제공하고 있다.
전남 순천시에 있는 송광사처럼 조용한 템플 스테이가 또 있을까? 이곳에서의 템플 스테이 첫날. 모든 사람들은 이름이 아닌 ‘묵언’이라고 적힌 이름표를 목에 달게 된다. 4박 5일 동안 귀에 들리는 건 왁자지껄한 말소리나 웃음 대신, 공양 그릇에 숟가락 부딪히는 소리, 조계산에서 흘러 내려오는 물소리, 계곡 건너편 관광객들의 재잘거리는 소리 정도이다. '오로지 입을 지켜라. 무서운 불길같이 입에서 나온 말이 내 몸을 태우고 만다. 일체 중생의 불행은 그 입에서 생기나니 입은 몸을 치는 도끼와 몸을 찌르는 칼이다.' 라는 법구경의 가르침을 느끼고자 매년 수많은 사람들이 송광사를 찾는다. 0년대와 2000년대에는 '서울대 들어간 사람도 송광사 수련법회에는 떨어진다'는 말이 있을 만큼 경쟁률이 치열했지만 지금은 전남 해남 미황사를 비롯하여 다양한 사찰에서 묵언수행 프로그램이 생겨 다행히 문턱이 낮아졌다고. 
진정한 하드코어버전의 수련을 원하는가? 그렇다면 평창 월정사로 떠나라. 여기는 몇 박 며칠 수준의 템플‘스테이’가 아니다. 이곳은 학교다. 한 달 운영되는 월정사 단기 출가 학교는 시작부터가 하드코어다. 남자는 무조건 삭발을 해야 입학할 수 있고, 여성 행자의 경우는 선택적으로 삭발을 할 수 있다. 지난 10년간 1800명 가까이 졸업생을 배출 하였고, 그중 10%는 졸업 뒤 실제로 출가하였다. 주지 정념 스님은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세상은 본디 고락이 반반이라 하루에도 몇 번씩 밖으로 치닫는 마음을 추스르기 어려울 때가 분명 있습니다. 그런 어려운 순간과 마주할 때마다 행자로서 새벽을 열었던 순수한 마음, 삭발염의 할 때의 간절했던 첫 마음을 돌아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라며 단기출가학교를 소개하였다.

 

박준형 기자/군대                                                                 
싸랑한다@동생들.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