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꿇어라, 이게 너와 나의 눈높이다

 

진짜 옵세와 우리 사이의 넘.사.벽.

 

이번 기사에서는 「난장판」 컨셉에 걸맞게 평소에 옵세들에 눌려 있던 여러분의 열등감을 적극적으로 자극하고자 한다. 즉, 여러분을 ‘열폭’시킬 생각이란 말이다. 만약 지금 시험 점수가 시원찮거나 학점이 땅바닥에 붙어 있다면 이 기사를 읽지 말 것을 권한다. 자칫 없던 공부 의욕이 아예 사라져 비싼 학비를 1년 치 더 내야 할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학점이 좋은 사람이
옵세일 필요는 없다

 

옵세란 무엇인가. 한 포털 사이트 사전에서는 옵세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공부만 하는 사람을 이르는 말로 대상에 대한 비난의 의미가 다소 포함되어 있다.’ 이 정의에 따른다면 옵세는 공부를 ‘열심히 하는’ 부류이지, ‘잘 하는’ 부류라고 할 수 없다.
실제로 옵세로 생각되는 동기들의 학점을 우연히 알게 되었을 때 의외로 높지 않아 놀라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에는 여러 가지 해석이 있을 수 있다. 먼저 실제로 옵세가 아닌 경우가 있겠다. 의대생 A씨는 처음에 이미지를 잘못 잡아 옵세라 불리고 있다. 사실 그의 공부시간을 따져 보면 평균 수준인데도, 남들이 보이는 곳에서 공부를 하는 습성 때문에 공부하지 않는 시간도 공부하는 것으로 집계되어 버린 것이다. 억울하지만 찾아보면 꽤 발견되는 경우이다.
옵세의 기질적 문제에서 기인하는 경우가 있다. 학점은 시험 점수에 의해 결정되지 공부의 양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많이 아는 것은 오히려 시험에 독이 될 수 있다. 지나친 공부량 때문에 단순한 시험 문제를 어렵게 생각해서 틀리는 옵세들이 생각보다 많다.
아무튼 옵세성(性)과 학점은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정말 학점이 좋은 학생들은 기본적으로 머리가 좋으며 공부를 효율적으로 하는 경우다. 혹시 주변에 정말 잘 노는 친구들이 있다면 안심하지 말라. 그 친구들은 머리가 좋아서 공부를 하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


진짜 옵세는 깔끔한 정리본에
시간 투자하지 않는다

 

그러면 옵세이면서 학점도 좋은 진(眞)옵세의 공부법은 무엇인가. 많은 학생들이 깔끔한 정리본을 만드는 친구를 진옵세로 생각하나 꼭 그렇지만은 않다. 주변의 여러 제보에 따르면 ‘정리본의 달인’들은 정작 정리본 만드느라 힘이 빠져서 본인은 정리본을 읽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좋은 일 하는 이들의 노고를 폄하할 의도는 없지만, 학점 측면에서는 실속 없는 짓이다.
진짜 옵세는 정리본이 필요없는 경우가 많다. 강의록을 다 알면 되는데 무슨 정리본인가. 대표적 진옵세 B씨는 정리본 따위 읽지 않는다. 시험 기간에 그가 보는 것은 필기가 되어 있는 강의록이다. 참고로 그는 수업 시간에 교수님이 말하는 모든 내용을 ‘정리된 상태’로 타이핑한다. 그의 필기만 보면 모든 교수님의 강의는 명강의가 된다. 시험 기간에 그가 정리본을 보는 경우는 잘 보이지 않고 대신 ‘12포인트 빨간색 맑은 고딕’으로 빡빡하게 필기된 강의록을 읽는 모습은 자주 보인다.
정리본을 만드는 것이 쓸모없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대신 정리본을 만들더라도 자주 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고, 자신이 있다면 강의록을 확실히 외워도 고수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실제로 주변의 학점 괴수들을 살펴봐도 필기 스타일에는 일관성이 없으며 필기를 아예 하지 않는 경우부터 모든 것을 필기하는 것까지 다양한 것을 알 수 있다. 혹시 필기나 정리에 과도한 시간을 쏟고 있다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코너링’ 또는 ‘페리퍼리’의
해석 차이

 

옵세에게는 코너링이라는 말이 무색하다. 우리가 생각하는 코너링은 옵세들에게는 ‘당연히 알고 있어야 하는 것’이며, 옵세들이 말하는 코너링은 우리는 그런 게 있었는지도 모르는 것 정도가 될 것이다. 시험이 끝나고 잘 모르는 문제에 대해서 물어보면 그들은 몇 번째 강의록 어디에 있다고 친절히 알려준다. 깜짝 놀라서 찾아보면 슬라이드 오른쪽 구석에 있는 이상한 그림에 쓰여 있는 조그만 글씨가 보인다.
사실 이들의 적중력은 철저한 수업 집중에서 기인한다. 수업 시간에 아예 나오지 않는다고 한 것은 볼 필요가 없지만, 이름만 언급하고 넘어가거나 읽어보라는 것은 시험에 나올 수도 있다는 말이다. 우리들은 강조한 것 보기에도 급급하지만 평소부터 착실하게 공부를 해 온 옵세들은 읽어 보라는 것 다 읽어 보고, 수업 때 한 번이라도 언급된 것은 다 살펴보는 것이다. 그림에 작게 쓰여 있는 글씨, 그래프 옆에 붙어 있는 범례, NEJM 논문의 결과 수치는 당연히 공부해야 할 대상들이다.

 

‘족보(아마)’는 최소한의
‘도덕’이다

 

옵세들에겐 족보(야마)란 최소한의 도덕이다. 시험 기간에 족보를 공부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이미 평민이라는 것을 입증한다. 족보는 수업이 끝난 즉시 머릿속에 들어가야 하는 내용들이다. 쉬는 시간에 몰래 볼 수 있다면 수업 끝나고 5분이면 족보 공부가 되며 그렇지 못하더라도 당일 족보 학습은 끝내야 한다.
족보는 잊히기 마련이므로 수시로 복습해야 한다. 옵세들은 족보 답을 외우고, 족보에 나온 모든 보기들을 분석하며, 족보에 언급된 것이 어떻게 바뀌어 출제될지도 미리 예상한다. 그리고 족보에 없는 강의록 내용까지 공부한다.

 

예습보다는 복습을,
진정한 1독의 의미

 

한 옵세 선배는 예습을 하지 말라고 조언하였다. 예습을 3시간해도 수업 한 시간 듣는 것만 못하며 어차피 쌓이는 속도가 예습하는 속도보다 빠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대신 그날 배운 것은 완벽하게 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냥 한 번 보는 게 아니고, 세세한 내용까지 완벽하게 외워야 한다는 것이 포인트다. 이것은 옵세들이 말하는 흔한 1독의 의미이다.
1독의 의미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같은 시험을 보더라도 7독을 했다는 사람이 나오고 2독밖에 못했다는 사람이 나오는 것이다. 옵세 중에서도 회독에 대해서는 의견이 달라 2회독을 한 경우도 있고 7회독을 한 경우도 있다. 회독 자체에는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 무엇이 차이일까? 답은 회독의 밀도에 있다. 회독 수가 적은 옵세들은 밀도가 낮은 회독은 계산하지 않는다. 즉, 쉬는 시간에 잠깐 읽어보거나 자투리 시간을 내서 복습하는 것은 회독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들이 말하는 회독은 강의록에 있는 모든 내용을 집중하여 샅샅이 공부하는 것으로, 그 상태에서 시험을 봐도 되는 수준 정도를 말하는 것이다. 물론 이 집중된 1회독에 스마트폰 보는 것, 딴 생각하는 것은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알맹이가 꽉꽉 찬 1독인 것이다.

 

넘사벽을 넘으려고
스트레스 받을 필요는 없다

 

지금까지 주변의 옵세들의 몇 가지 특징을 분석했다. 물론 여기서 다루지 않은 특징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는 옵세들과 우리들의 학점 차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주된 원인에 초점을 두었기 때문에, 기타 특징들 역시 이 안에 포함될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옵세에게 휘둘리지 않는 것이다. 안타까운 이야기이지만 학점이 높은 사람들은 대부분 머리가 좋다. 그도 그럴 것이, 의대에 온다는 것 자체가 이미 어느 정도 기본적인 학습 능력 및 의지를 보증하고 있기 때문에 결국 남은 것은 머리뿐이다. 머리가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지식을 받아들이고 암기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것이다. 따라서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는 부분도 있으나,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같은 시간, 또는 더 많은 시간을 공부해도 점수가 좋지 않은 것이 꼭 노력의 탓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대신 자신만의 공부법을 찾고 그것을 성실히 수행하는 것은 중요하다. 옵세들의 독특한 공부법을 무리하게 따라하기보다, 나의 공부법이 비효율적인지는 않은지, 그리고 제대로 수행이 되고 있는지 다시 생각해보자. 답은 우리 자신이 더 잘 알 것이다. 괜히 의대 성적이 유전자에 코딩되어 있다고 하는 것이 아니다. 물론 유전자가 우리의 미래를 결정해주지도 않지만.

 

카디스 에트라마 디 라이제르/루케도니아
<editor@e-med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