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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들아 Smile!

96호(2013.12.11) 2014. 4. 24. 00:11 Posted by mednews

얘들아 Smile!

소아병동을 위한 따뜻한 아이디어

 

여기저기에 누워있는 아픈 사람들, 바쁘게 돌아다니는 의사 간호사 선생님, 병원 특유의 약 냄새... 병원에 가던 걸음이 멈출만한 그림이다. 어른들도 병원에 가는 걸 꺼리는데, 아이들은 오죽할까. 난 어릴 때 의사선생님의 하얀 가운만 보고도 무서워 울었다고 한다. 감기로 병원에 오는 아이들도 마찬가지지만, 한창 뛰어놀고 학교에서 친구들과 어울릴 나이에 병동에 입원한 아이들은 너무나 안쓰럽고 불쌍하다. 아이들의 곁을 지키는 부모님과 의사, 간호사 선생님 모두 아이들을 지켜보면서 하루 빨리 낫기를 매일 기도한다고 한다. ‘아이들이 병원이란 공간이나 치료를 덜 무서워한다면 아마 더 빨리 낫지 않을까?’ 란 생각에서 시작해 우리나라 곳곳의 소아병동에서 아이들을 위한 작은 시도를 하고 있었다.    
부산 백병원에서는 최근 톡톡 튀는 ‘직렬 오기통 춤’으로 인기몰이를 한 크레용팝이 병동 공연을 다녀갔다. 아마 크레용팝보다 더 큰 인기를 끌었을법한, 병원 내 교수님을 포함한 직원들이 ‘웃어용팝’이라는 그룹을 결성해 아이들과 보호자에게 공연과 큰 웃음을 선사했다고 한다. 대구의료원 어린이 병동에서는 치료진들과 아이, 보호자가 병동에서 매일 ‘사랑해요^ㅇ^’ 라고 인사를 나눈다고 한다. 낮에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노래와 율동으로 ‘웃음 치료’가 이루어진다. 웃음의 효과로 아이들이 전보다 덜 겁을 내고 편안히 치료를 받는다고 한다.
이 외에도 소아 병동의 벽에다 아이들과 같이 예쁜 동화 그림 그리기, 일주일에 한 번씩 유니폼 대신 하트가 그려진 분홍색 티셔츠를 입고 근무하기 등 참신한 아이디어가 많다. 또 많은 병동에서 실내를 알록달록하고 안락하게 꾸미고, 귀여운 무늬의 소아환자복과 이불을 마련하고 병상에서 무료하게 누워있을 아이들을 위한 병동 내 어린이 서점이나 놀이터를 두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 뿐만 아니라 외국에 있는 소아병동에서도 아픈 아이들을 위한 배려는 많은 곳에서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 중 이색적인 사례 4가지를 모아보았다. 

 

슈퍼 히어로 마크가 그려진
링거 통 ‘Superformula'

 

 

이 링거 통은 브라질의 A.C.Camargo 암센터와 JWT 광고회사의 협력으로 탄생한 작품이다. 암 투병중인 아이들이 항암 치료를 잘 견뎌내길 바라면서 고안했다고 한다. 외형에서 볼 수 있듯이 링거 통에서 슈퍼 히어로 기운이 흘러나올 것만 같다. 병원에서는 링거 통과 같이 슈퍼 히어로가 이 링거 통에 든 링거를 맞고 암을 이겨내 적을 무찌른다는 내용의 만화도 제작했다. 아이들도 링거 통을 신기해하면서 실제로 약물 치료를 더 잘 견뎌낸다고 한다.

 

해적선이 된 CT 스캐너

 

미국의 뉴욕 어린이 병원에서는 GE사가 제작한 해적 모티브의 CT 스캐너를 구입했는데 어린 아이뿐만 아니라 청소년 환자에게도 좋은 평을 듣는다고 한다. CT 촬영 전 준비과정부터 촬영을 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대략 15-20분. 짧지만 환자에게는 길게 느껴질 시간 동안 어린 환자들이 받을 거부감과 스트레스를 조금이라도 덜기 위한 배려의 결과물이다. 벽에 그려진 귀여운 해적들과 시원스런 바다를 구경하다보면 촬영이 순식간에 끝날 것만 같다.


MRI 영화 고글

 

개인적으로 가장 체험하고 싶은 병원 아이템이다. 단순히 CT가 진화한 버전으로만 생각했던 MRI의 촬영 시간은 알고 보니 40분-1시간. 귀마개에다 기계로 둘러싸인 좁은 터널 안에 있으면 답답함과 같이 스트레스도 엄청 받을 것 같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MRI 검사를 할 때는 아이들이 움직이면 정확한 결과를 얻을 수 없기 때문에 안정제를 많이 사용한다. 아이들이 MRI 검사를 잘 견디도록 제작한 MRI 고글은 약 1.5m 앞에 있는 대형 스크린을 통해 영화를 보는 듯한 효과를 준다고 한다. 미국에서는 이미 잘 알려진 제품이고 실제로 직접 체험해 본 아이들이 재미있었다고 한다. 또 그 전보다 안정제도 적게 소비한다고 한다. 

 

아기들에게 모차르트 음악을
들려주는 헤드폰

 

 

슬로바키아의 Kosice-Saca 병원에서는 태어나자마자 아파서 엄마와 떨어져있는 신생아들에게 모차르트와 비발디 음악을 들려준다. 아기들에게 헤드폰을 씌워서 들려주는데 아기들이 음악을 들을 때 엄마의 목소리를 들을 때처럼 호흡도 고르게 하고 심장박동도 안정적이라고 한다. 사진 속 아기의 모습이 증명하듯이 자는 모습이 무척 평화로워 보인다. 게다가 클래식 음악이 아기들의 머리도 좋게 한다니 일석이조다.

 

위의 사례 이외에도 귀여운 동물 캐릭터가 달려있는 청진기, 붕대에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캐릭터 그려주기, 아이들이 병원 치료에 익숙해지도록 인형과 병원놀이를 하는 프로그램, 수술실 탐방 등 아이들이 병원과 치료과정을 덜 무서워하고 자신을 치료해주는 선생님들을 신뢰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방안들이 많다. 아픈 치료과정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입원해 있는 동안 생길 정신적인 트라우마를 생각하면 이러한 작은 배려가 아이들에게는 큰 영향을 끼치는 셈이다. 병원의 작은 배려로 아이들이 웃고 점점 나아가는 아이들을 보며 보호자와 치료자도 기쁘게 된다면 소아 병동은 누구에게나 치유의 공간이 될 것이다.

 

이유정 기자/영남
<lyjeong81@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