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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lassic : 시네마 천국

96호(2013.12.11) 2014. 4. 24. 00:04 Posted by mednews

The classic : 시네마 천국
불멸의 영화가 보여주는 영화의 미학

 

 

영화 ‘시네마 천국’의 매력탐구, 아가미의 주관적 영화감상

세상에는 갖가지 영화들이 있다. 저마다 담고 있는 이야기, 보여주고 싶은 장면이 다르지만 ‘고전’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영화들에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시대와 공간을 초월하는 보편성이 있다는 점. 우리는 살아가면서 남과 나의 다름을 통해 정체성을 형성한다. 그러나 너와 나는 똑같은 인간이라는 보편적인 사실이 전제되지 않고서는 개인의 정체성은 의미를 잃어버리고 만다.
여기에 ‘시네마 천국’이라는 고전영화가 있다. ‘그렇게 훌륭하다’는 이 영화에는 그다지 대단한 스펙터클도, 뒤통수를 후려치는 흥미진진한 반전도 없다. 하지만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볼 때, 당신의 눈에는 눈물이 입가에는 미소가 가득 머금어질 것이다. 이 영화를 두고 구태여 영화사적인 의미를 짚어보거나 등장인물의 무의식에 대한 해석 따위를 할 필요는 없다, 앞서 말했듯이 누구나 가슴 속에 얌전히 숨 쉬고 있는, 날 것 그대로의 ‘보편적인’ 감성이 영화를 보는 내내 자연스럽게 흘러나올 테니까.
줄거리를 요약하자면 ‘영화에 심취한 꼬마 토토의 성장기’라 하겠다. 배경은 2차 대전이 막 끝난 무렵 이탈리아의 한 시골 마을이다. 영화에는 유년기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요소, 한 인간의 성장을 지켜보는 재미, 엇갈린 운명에 대한 안타까움, 아름다운 연인과의 애틋한 사랑 등 픽션에서 늘 다루는 소재들이 곳곳에 맛깔나게 배치되어 있다. 허나, 숱한 웰메이드(well-made) 영화들과 차별화되는 ‘시네마 천국’만의 매력과 감상 포인트를 철저히 주관적인 취향으로 들춰내봤다.

 

조건반사적으로 눈물을 흘리게
만드는 역대급의 OST

 

이 영화의 단 한 장면도 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배경음악만큼은 어디선가 들어본 일이 있을 것이다. 영화 음악의 거장 ‘엔리오 모리꼬네’의 훌륭한 작품들 중에서도 일생의 역작이라고 손꼽힐 만큼 길이길이 남을 순결한 음악이랄까. ‘그냥 익숙한 음악’에 지나지 않았던 시네마 천국의 메인테마. 영화를 보고난 뒤 여러분은 OST를 듣는 것만으로 척수반사가 나타나듯 영화의 장면들이 떠오르는 신기한 공감각을 경험할 수 있다.

 

옛날 극장의 모습을 비추어주는
신기한 타임머신

 

아직 TV가 없던 전쟁 직후의 가난하던 시절, 마을사람들의 유일한 오락거리는 영화다. 극장에서는 영화와 뉴스를 틀어준다. 여기서 상영된 영화는 모두 마을 신부의 검열을 거치는 관계로, 모든 애정신들은 검열 당한다. 그 밖에도 지금은 생각하기 힘든 그 시대의 극장의 모습을 보면서 짧은 시간 안에 영화관을 둘러싼 환경이 매우 급변했음을 알 수 있게 된다. 극장 내에서 흡연을 하는 것은 물론, 술을 마시고, 애정행각을 서슴치 않는 커플도 볼 수 있다. 또한 필름 그 자체의 기술적인 발전도 간간이 엿볼 수가 있다. 초창기 필름에 불이 붙는다는 사실!! 이 영화에는 필름에 불이 붙는 장면이 2번이나 등장한다. 또한 불에 타지 않는 필름이 나왔을 때 모두가 신기해하는 장면도 나온다. 지금은 너무나 당연하기 때문에 과거엔 어땠으리라 상상할 수도 없었던 극장과 영화의 ‘호랭이 담배피던 시절의 이야기’가 보는 재미를 더해준다.

 

길게 설명하고 싶지 않은,
가슴 벅찬 명장면

 

어린 토토와 나이든 영사기사 알베르토의 우정은 참으로 독특한 설정이어서 언제보아도 이질적인 풍경을 제공한다. 그들이 함께 나오는 모든 장면을 명장면으로 꼽고 싶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고르자면 광장에서 마을 사람 모두가 영화를 보는 장면이라고 할 수 있겠다. 시간이 늦어서 미쳐 영화를 보지 못한 마을 사람들이 광장에 모여서 영화를 보여 달라고 항의를 할 때, 알베르토는 군중들의 항의에 못이기는 척 영사기에 비친 화면을 거울에 반사시켜 광장으로 투사(projection)한다. 그리하여 모두가 영화를 볼 수 있도록. 그 때 벽을 타고 천천히 움직이던 화면과 그것을 놀란 토끼 눈으로 바라보는 영화 매니아 토토의 얼굴은 ‘벅차오름’을 그대로 시각화한 것이었다. 그리고 환호하는 관중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토토와 알베르토의 다정한 모습은, ‘시네마 천국’을 검색했을 때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스틸컷으로 길이길이 전해 내려온다.

 

이 보다 더 아름다운 엔딩은
상상할 수 없다. 

 

알베르토는 과거에 검열 당했던 키스신들을 이어붙여 토토 앞으로 남겨놓는다. 알베르토의 장례식을 다녀온 뒤, 토토는 자신 앞에 남겨진 유품을 극장에 앉아 무표정하게 바라보다가 벅차오르는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반가움과 그리움으로 미소를 지으면서도 커다란 눈에는 눈물이 맺혀 반짝인다. 자신의 유년을 깊게 추억하면 할수록, 지난 것에 대한 아쉬움과 그리움이 많을수록 더 큰 감동으로 다가올 엔딩. 기나긴 서사에서 어떠한 교훈을 주는 끝이 아닌, 시간을 지나면서 자연스레 느껴지는 오롯한 그 감정을 말초혈관 구석구석에서 일깨워줄 고맙고 다정한 영화. 이런 명작과 함께라면 의대생활도 그리 팍팍하지 만은 않다.

 

아가미/자갈치 시장
<editors@e-med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