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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행으로 ‘멍’든 병원, ‘법’으로 치료될까

 

지난 7월 18일. 일산의 피부과 의원에서 진료에 불만을 품은 환자가 의사를 흉기로 찔러 중상을 입은 사건이 발생해 세간에 충격을 안겨줬다. 이 사건이 회자된 지 채 한 달 도 되기 전에 부산지역의 응급실에서 근무하던 전공의가 환자가 던진 의자에 가격 당해 이마가 찢어지는  상해를 입었다. 또 다른 병원에서는 인턴이 술 취해 다쳐서 온 환자를 치료하려다 배를 가격 당하는 일이 연이어 벌어졌다.


계속되는 의료기관 내 폭행,
의료인들…‘가중처벌 하라’

 

위의 사건들은 응급실의 고질적인 주취 폭력 문제에 더해 응급실 외의 진료환경에서도 비일비재한 의료인 폭행의 실태를 보여준다. 의료계 내부에서는 의료인을 폭행으로부터 보호하는 내용의 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었다. 따라서 지난 해 민주당 이학영 의원은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해 의료인 폭행을 처벌할 수 있는 단초를 마련했다. 진료 중인 의료인을 폭행하거나 협박하는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내의 벌금에 처할 수 있고, 피해자가 원치 않아도 처벌토록 하는 내용이다. 응급실에서 발생한 폭력은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 의해 가중처벌 받게 되어있다. 그러나 응급실 외의 폭행사건이 빈번하고, 중소병원에서 발생하는 폭행을 처벌할 규정이 필요하다는 것이 개정안 발의의 취지다.


의료법 개정안 발의에 환자단체와
의료계는 엇갈린 반응

 

환자단체는 이 법안에 대해 다음과 같은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현행 형법상 처벌이 가능한데 의료법 개정안으로 범죄 예방 효과가 더 있을지 의문이고 ▲응급실 폭행은 이미 가중처벌 가능하며 ▲반의사불벌죄 반의사불벌죄: 형법에서 피해자가 처벌을 바라지 않는다는 의사 표시를 하면 처벌할 수 없는 범죄. 가 아니며 ▲개정안에서 규정하는 형량이 너무 과도하다는 것이다.
반면 의료계에서는 ▲법을 제정하는 것 자체에 대한 전시효과를 노릴 수 있고 ▲응급실 외에서도 폭행사건이 빈번하며 ▲ 다른 환자의 건강권을 해칠 수 있음을 이유로 반박한다. 버스기사를 폭행하는 경우 다른 승객의 목숨에도 위협을 가할 수 있어 가중 처벌 받는데, 의료인을 폭행하는 것은 버스기사를 폭행하는 것과 다르지 않으므로 가중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병원과 사법당국의 미온적 대응
앞에 무용지물인 법…실효성 빵점

 

한편,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로 응급실 내의 폭력행위가 가중처벌 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응급실 내의 폭력은 반복되고 있다. 실제로 응급실 폭행의 가해자 중 응급의학에 관한 법률을 근거로 처벌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이 같은 현상이 발생하는 이면에는 병원 운영자 측과 사법부의 미온적 대응이 한 몫을 하고 있다. 병원 측에서는 이미지 타격과 소송으로 이어졌을 때 발생하는 인력공백을 이유로 폭행 피해자에게 합의를 종용하는 경우가 많다. 사법당국도 ‘환자가 오죽했으면 그랬겠냐’라는 의식이 자리 잡고 있어 사건을 적극적으로 해결하려 들지 않는다. 따라서 법이 있더라도 현재로선 실효성이 크지 않아 그 외의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법이 아닌 다른 해법은…?

 

응급실 내 폭력에 대한 대책으로 가장 많이 꼽는 것이 공권력의 도움을 적극적으로 받는 것이다. 단순히 폭행이 발생하면 신고를 하는 형태에서 벗어나, 지역경찰서와 협력관계를 맺는 것이 도움이 된다. 서울성모병원은 서초경찰서와 양해각서를 체결해 과거보다 폭행사건에 대해 신속한 업무협조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보라매병원에서는 주취폭력이 심한 시간대인 저녁8시부터 오전8시까지 경찰이 상주하고 있어 폭력 감소 효과를 보고 있다.
그 밖에도 응급실 내의 출입통제를 강화하는 것도 좋은 대안이다. 일본, 미국 등에서는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응급실에 보호자가 들어갈 수 없게 규정하고 있다. 그런 규제가 가능한 것은 응급실 내에서 안전한 진료를 받는 것을 우선으로 삼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대형병원이 아닌 1차 의료기관의 경우에는 어떤 대안이 있을까? 소위 말하는 ‘동네병원’에서는 응급실처럼 폭행사건 보다는 ‘진료방해’가 더 많이 발생한다. 환자들이 치료 결과에 불만을 품고 병원을 점거하거나 수시로 방문해서 협박하는 등의 일들이다. 이런 일에 대비해 대한의사협회는 의료배상공제 경호특약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연간 10만원의 비용을 지불하며 1회 호출 시 3명의 경호원이 7일간 경호업무를 지원해준다.

 

의사와 환자, “대화가 필요해”

 

잇따라 발생한 의료기관 내 폭행 사태에 대해 한 의대생은 “앞으로 내가 당할 수도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니 두려운 것도 사실이지만 환자와 의사소통하려는 노력이 더 많이 필요한 것 같다.”며 의견을 밝혔다. 실제로 환자나 보호자가 환자의 현재 상태, 필요한 검사와 그 내용, 예상대기 시간 등에 대해 많이 알고 있을수록 의료기관 이용 만족도가 높아진다. 또한 응급실 폭행 동기 중 1위는 진료지연(38.5%) 2위는 설명부족과 불친절(26.1%)이라는 사실은 의사-환자 간 의사소통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준다.

 

최혜란 기자/조선
<hr0616@e-mednews.com>

<판례로 알아보는 의료생활 속의 법 ④>

딱딱한 판례, ★을 위주로 말랑말랑하게 읽으세요!
의료기기법 위반
[대법원, 2010도8144, 2012.10.25]

 

 

<사건의 전말>

 

① 한 성형외과 전문의 W씨는 피부 주름 제거 시술용 봉합사를 제조업체로부터 공급받아 피부 주름 제거 시술을 해오던 중 제조업체와의 분쟁으로 봉합사를 공급받지 못했다.
② 궁여지책으로 W씨는 일반 수술용 봉합사에 임의로 돌기를 내어 피부 주름 제거 시술용 봉합사로 이용하였다.
③ W씨는 이 변형 봉합사로 시술을 하기 전 식약청(현 식약처)에 봉합사 제조가 불법인지를 문의했었고, W씨는 식약청으로부터 이상이 없다는 유권해석을 전달받았다.
④ W씨는 그 후 자신이 임의로 변형한 봉합사를 피부 주름 제거 시술에 이용했다.
⑤ 그 결과 W씨는 의료기기의 변조 및 개조 행위로 의료기기법을 위반한 혐의로 검찰에 기소당했다.

 

<대법원의 판단>

 

① 구 의료기기법(2011.4.7 개정 이전) 제 24조 4항에서는 “의료기관개설자 및 동물병원개설자가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때에는 제6조 제2항 또는 제14조 제2항의 규정에 의하여 허가받거나 신고한 내용과 다르게 변조 또는 개조하여서는 아니된다.”고 정하고 있다.
② 이는 안전성이 검증된 의료기기를 임의로 변조·개조하여 사용 목적이나 기능을 다르게 할 경우 당초 허가·신고 시 확보된 안전성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고, 그로 인해 국민보건에 위해를 줄 염려가 있어 이를 방지하고자 한 것이다.
③ 식약청은 의료기기를 사용 목적과 사용 시 인체에 미치는 잠재적 위해성의 정도에 따라 4개의 등급으로 분류하고 있는데, 일반 수술용 실은 2등급 의료기기로, 피부 주름 제거 시술용 실은 이보다 더 높은 4등급 의료기기로 분류하고 있으며 이는 피부 주름 제거 시술용 실이 더 높은 안전성을 필요로 한 것이다. (표 참고, 출처 식약처)
④ 한편 피부 주름제거시술은 시술 후 통상 붓기, 통증 등을 수반하고, 피부 주름제거시술용 실이 체내에 직접 삽입되기에 안정성을 담보할 필요가 크다.
⑤ 그런데 임의로 일반 수술용 실을 이용하여 피부 주름제거시술용 실을 제작할 경우 돌기 간격이 일정하지 않고 부분적으로 끊어질 수 있으며 제작 과정에서 오염, 변질될 수도 있어 이로 인한 부작용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음을 인정했다.
⑥ 또한 피고인 W씨가 자신의 무죄를 주장한 근거로 든 식약청의 유권해석은 시술행위등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채 의사 신분으로 더 나은 효과를 위해 봉합사를 변형한 것이 불법이 되는지 등을 물은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위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 W씨의 상고를 기각하였고, 원심대로 벌금 200만원의 형을 확정하였다.

 

강상준 기자/서남
<myidealis@e-mednews.org>

제29차 세계여자의사회 학술대회, 서울 개최

 

제29차 세계여자의사회 학술대회가 7월 31일부터 8월 3일에 걸쳐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열렸다. 세계여자의사회는 1919년 뉴욕에서 16개국 140명의 여의사가 모인 것이 계기가 되어 1922년 첫 대회가 열렸으며 현재 50여 개의 나라가 가입되어 활동 중인 여의사 단체이다. ‘여자 의사’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국제사회 보건의료 문제에 대해 전문가 집단으로서 목소리를 내고, 의료사회가 나아가야할 방향을 제시하며, 학술교류를 하거나, 후배 의사들에게 멘토링을 하는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 2010년 독일 뮨스터에서 서울 유치가 확정된 후로 한국여자의사회는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노력했으며 39개국에서 1098명이 등록하고 기자단, 전공의, 의과대학생들을 포함하여 1,364명이 참가한 국제 교류의 장이었다. 개막식, 3번의 총회, 6개의 특별 세션을 비롯한 24개 세션, 특별 강좌가 진행되었고, 이외의 시간들은 한복패션쇼, 회원예술작품전시회, 병원 투어 등 다양한 컨텐츠로 구성되었다.   

기조연설로는 세계 의사 협회(World Medical Association)회장인 마가렛 뭉헤레라(Magaret Mungherera)가 ‘세계 보건의료 향상을 위한 여자 의사의 역할’을 발표하였다. 여의사회와 세계의사협회의 교류의 중요성을 역설하면서 단체들 간의 협력과 소통을 통해 국제사회에 더 큰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고 하였다. 이어 미국의사협회 회장 아르디스 호벤(Ardis D. Hoven)은 여자 의사로서 리더십을 가지고 지역 의료 환경 개선에 기여한 자신의 경험을 얘기하면서 의사 개개인이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의 범위를 넘어선 조직화된 의료에서의 여자 의사의 역할에 대해 언급하였다. 또한 미국 의학 교육과 의료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미국의사협회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에 대하여 연설하였다.

차기 회장으로는 박경아 교수(연세대학교 해부학교실)가 취임하였다. 취임사에서 박경아 회장은 세계여의사회의 국제적인 입지를 높이기 위해 일하고, 아직 회원국이 아닌 이웃 국가들이 가입하도록 이끌며, 가난한 환경에 처해있는 여성과 아동의 건강을 위해 일하고, 성폭력과 가정폭력의 근절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하였다. 인터뷰를 통해 예비의료인인 의대생들을 대상으로 “진부한 이야기이지만 사람의 목숨을 다룬다는 것이 얼마나 막중한 일인지를 깨닫기를 바란다. 생사의 기로 앞에 놓인 환자 앞에서 뼈아픈 후회를 하지 않으려면 학생 시절에 죽을 만큼 공부를 해야 한다.(요약)”고 말씀하셨다.

이번 학회가 특별했던 점은 50여 명의 의대생이 학회 도우미로 참가하여 학회 전반에 걸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는 것이다. 학회 도우미들은 각 세션에 들어가서 레포트를 작성하고 학회에 오신 VIP 회원과 버디가 되어 교류하고, 패션쇼에 모델로 참가하는 등의 활동을 하였다. 학생 도우미로 참가한 김현진(고대의전 본1)은 이번 대회에 대한 질문에 총회를 통해 여러 국제적인 사안-인류의 건강증진 및 여성, 아동의 건강-에 대해 여의사 선생님들께서 토론하는 모습이 가장 인상 깊었다고 답하였다. 또한 도우미로서의 경험에 대해, 세계 여러 나라에서 온 여의사 선생님들, 전국의 의과대학 학생들을 직접 만나 대화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이 특별했다고 전한다.

 

이유정 기자/서울
<yujeong0304@e-mednews.com>

당신은 하루에 몇잔의 물을 마십니까?

 

 

어제부로 블럭 7개 중에 6개를 클리어 한 본과 2학년 홍주영 씨(만 24세)는 요즘 들어 더욱 푸석해진 피부와 탄력을 잃은 살, 그리고 삼일 째 소식이 없는 장 때문에 이만저만 신경이 쓰이는 것이 아니다.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학교 앞 헬스장을 찾은 홍 씨는 뜻밖의 질문을 듣는다. ‘하루에 물 몇 잔이나 마시세요?’ 잠시 멍해진 홍 씨는 오늘 하루 동안 식후에 한 잔의 물밖에 마시지 않았다는 사실이 번뜩하고 머리를 스쳤다. 평소에도 그렇게 물을 많이 마시지 않는 편이었다. 간단한 상담을 마치고 운동 전, 중에 간간히 물을 마시고 운동 후에 시원한 물 한잔을 단숨에 들이켜고 나니, 이제까지 왜 이렇게 물을 등한시하고 살았었나 후회를 하며 일단 물의 효능에 대해 궁금증을 가지고 찾아보기로 하였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깨끗한 물을 마시면 각종 질병의 80%까지 치유할 수 있다.’고 하며, ‘하루에 200ml들이로 8잔의 물을 마시는 것이 좋다.’고 권고하고 있다. 왜 이렇게 많은 양의 물을 마시는 것이 좋을까? 그래도 나름의 의대생활 4년 동안의 지식을 끌어 모아 생각해보니 물을 많이 마시면 당연히 노폐물 배출이 많이 될 테고 인체 내 체액의 순환이 잘 될 것 같았다. 그렇다면 내가 알고 있는 그 사실이 전부일까?
물은 인체 내의 유기물을 세포내에서 원활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매체로서의 역할을 담당하며 체온조절, 장기와 조직 보호, 각종 영양소의 용해, 운반, 배출을 시키고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한다. 또 충분한 양의 물은 혈액의 점도를 낮추어서 혈액순환을 좋게 하고 배뇨와 배변을 촉진시켜서 체내에 들어온 유해물질을 밖으로 배출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하지만 체내 수분이 부족하면 배변활동이 원활하게 일어나지 않게 되고 몸속에 독성물질이 쌓여 피부가 거칠어지는 원인 중 하나가 된다. 또한, 혈액의 점도가 높아져 혈전이 생길 수 도 있으며 악화될 경우 뇌경색과 심근경색과 같은 중증 성인병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물은 이렇게 체내에서 필수불가결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그렇다고 물이 무조건적인 만병통치약이라는 말은 아니다. 알고 보니 물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었고 체질에 따라, 상황에 따라 몸이 필요로 하는 물의 종류나 양이 다 달랐다. 시판되고 있는 물만 해도 생산되는 방식이 천차만별이었다.
무심코 페트병에 든 물을 집기 전에 라벨을 한번 유심히 보자. ‘정제수’라고 적혀있다면 그것은 어떤 종류의 물이든 가열처리, 자외선 및 오존처리, 정수필터를 통과시킨 물을 말한다. 따라서 정제수는 기본적으로 가정에서 수돗물을 역삼투압방식 정수기로 정수한 물과 다를 바가 없다. ‘샘물, 자연수, 지하수(spring water)’ 라고 적혀있다면 그것은 담수 또는 지하수로서 미네랄 함유량이 리터당 100mg 이하일 경우에 속한다.’ 미네랄 워터(광천수)’라고 적혀있는 것은 지하수이면서 중간에 어떠한 소독이나 정제과정을 거치지 않고 스테인레스 파이프를 통하여 채수지에서 바로 플라스틱 또는 유리병에 넣은 물로서 일반적으로 경도가 250mg/l이상에 해당한다. 우리나라에서 판매되는 미네랄워터는 대개 경도 0~100mg/l의 범위에 있는 연수이다. 이들 연수는 대체로 마시기 쉽고 몸에 별로 부담을 주지 않는데 반해 경수는 체질개선과 같은 건강상의 조절작용을 한다. 흥미롭게도 양질의 경수를 음용하고 있는 지역들은 성인병의 발생이 낮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장수촌들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예외도 있다. 신장질환이 있을 때는 칼슘이 많은 물을 마시면 결석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적당량을 마시는 것이 좋다.
라벨에서 이러한 물의 경도를 확인했다면 그 다음으로는 물의 pH도 한번 눈여겨보자. 인체 내 세포활동 중에 일어난 에너지대사로 만들어진 물질은 대부분 산성이다. 이 때 세포 외액이 알칼리성을 일정하게 유지하지 못하면 세포내에 만들어진 산성대사물이 이동하지 못하며 결국 세포활동이 정지하게 된다. 이러한 상황을 인체의 산-알칼리 평형 조절 기구가 조절하게 되는데 스트레스가 많거나 고령자인 경우 완충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따라서 몸이 피로할 때는 산성수보다 알칼리수를 마시는 것이 인체에 보다 이롭게 작용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우리가 즐겨 마시는 콜라, 사이다, 과실 쥬스, 알코올류는 모두 산성수라는 점도 인지해놓고 있자.  
그렇다면 물을 어떻게 마셔야 신진대사에 더욱 이로울까. WHO 권고안을 기준으로 총 1.6리터를 마실 때 한꺼번에 많은 양을 마시기보다 200ml정도를 몇 번에 나누어 마시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를 들어 아침에 일어나서 빈속에 한 잔, 식사 전후 15~30분에 각각 한잔, 오전 오후 간식시간 한잔, 입욕 전후, 잠자리에 들기 전 한잔씩을 마시는 방법이 있다. 아침 공복에 마시는 물은 자고 있는 동안 흘린 땀으로 체내에 부족해진 수분을 공급하며, 위장을 자극하여 배변 활동을 돕고, 식사 전후에 마시는 물은 소화효소분비를 원활하게 하여 소화를 돕는다.  또한 물을 자주 의식적으로 마시면 안구, 구강, 피부 건조증 등으로 대표되는 환절기 건조증을 예방할 수 있다. 물의 온도는 너무 뜨겁거나 차가운 것은 좋지 않으며 11~15도 정도 온도의 물을 권한다. 또한 식사 후 한꺼번에 많은 물을 마시면 역류성 식도염의 증상이 악화될 수 있으며 늘 천천히 마시는 습관을 들이도록 하는 것이 좋다.
하루 여덟 잔의 물과 규칙적인 운동, 올바른 식습관을 찾게 된 홍씨는 한결 가뿐해진 몸으로 모든 블록을 잘 마무리하였다.   

 

※ 참고도서
알고 마시는 물. 주기환 지음. BM북스.
건강한 물 맛있는 물. 김형석 임승태 공저. 음악의 향기.

 

이선민 기자/을지
<god0763@e-med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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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도분만, 자폐증 위험 높여

 

진통 전 자궁수축제를 써 계획적인 분만을 가능케 하는 유도분만이나 분만촉진이 자폐증 위험과 연관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듀크의대 의학유전학과 사이먼 그레고리 박사는 유도분만이나 분만촉진으로 태어난 아이는 그렇지 않은 아이에 비해 자폐증이 나타날 가능성이 35% 크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1990년부터 8년간 노스캐롤라이나주 출생아 62만 여명의 병원기록과 자폐여부를 반영하는 학교기록을 비교분석한 결과 이같이 밝혀졌다. 자폐증 발생률은 남자아이가 1.3%로 여자아이의 0.4%보다 3배 이상 높았다. 그레고리 박사는 “유도분만과 관련된 자폐증 위험도는 고령출산, 조산과 비슷한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연구팀은 이 결과만을 이유로 유도분만과 분만촉진을 해로운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무리가 있으며 의학적으로 충분히 근거가 있는 이유에서 필요할 때에는 꼭 시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연구결과는 미국의사협회(AMA) 학술지 ‘소아과학(Pediatrics)’에 발표됐다.

 

간암 수술환자 재발 막는 치료법 국내서 개발

 

 

국내 연구진이 간암 수술 후 5년 내 재발 가능성을 67%까지 낮출 수 있는 치료법을 제시했다.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정영화 교수팀은 2007~2009년 사이 간암 수술을 받은 환자 중 재발 고위험군 환자 31명에게 ‘페그인터페론(Peg-IFN)’을 이용한 항암요법을 12개월간 시행한 결과, 아무것도 투약하지 않은 대조군에 비해 간암 재발률이 현격히 떨어졌다고 발표했다. 이어 간염 치료제로 사용 중인 페그인터페론의 신생혈관 억제 효과에 주목해 이러한 치료법을 개발했다고 연구배경을 설명했다. 또한 간암 재발의 원인으로 알려진 MTA1(전이종양항원1)의 과 발현 여부를 알 수 있는 검사법도 개발해 해외 특허 출원 중이다. 정 교수는 “간암은 수술 후 재발이 흔한 암으로, 아직까지 뚜렷한 예방법이 없다. 하지만 이번 임상결과를 잘 적용하면 맞춤형 치료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암학회 공식저널인 ‘캔서(Cancer)’ 6월호에 발표됐다.
 
이 많이 빠진 사람 뇌질환 위험 4배

 

치아가 11개 이상 빠진 사람은 5개미만으로 빠진 사람보다 무증상뇌경색 등이 발생할 위험이 4.2배나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는 치아가 빠지는 주원인인 만성치주염에서 시작된 염증이 동맥경화 등 혈관변화를 일으켜 이것이 후에 뇌졸중이나 치매 등으로 이어진다는 그동안의 가설을 입증하는 것이다. 원광대의대 신경과 석승한 교수팀은 뇌졸중과 치매가 없는 50대 이상 438명을 대상으로 뇌 CT와 구강검진을 동시에 실시한 결과, 치아상실과 뇌  병변 간에 이러한 상관성이 관찰됐다고 밝혔다. 상실된 치아개수는 인지기능에도 영향을 미쳤다. 인지기능 장애 가능성은 상실 치아 개수가 0~5개인 그룹에 비해 6~10개인 그룹이 2배, 11개 이상인 그룹이 2.3배로 높았다. 석 교수는 “빠진 치아가 많을수록 뇌병변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고 이는 뇌졸중, 인지장애 등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뇌질환 발병 위험이 높은 사람은 평소 구강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논문은 대한의학회지 6월호에 실렸다.

 

>>> 보건의료 단신
 
인턴제 폐지, 복지부 전수조사 결과 발표

 

인턴제 폐지 시행년도에 의대생들의 의견을 반영하겠다는 취지의 보건복지부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복지부는 전국 의대·의전원생 1만 454명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실시한 결과, 45.2%가 2018년 폐지를, 41.3%가 2015년 폐지를 원했다고 밝혔다. 본과 1학년생에게서 2015년 폐지를 원하는 응답비율(54.2%)이 가장 높고, 의대보다는 의전원에서 2018년(44.8%)과 2015년(42.7%)의 격차가 좁게 나타나, 의대보다는 의전원, 고학년보다는 저학년에서 폐지시기를 앞당기기를 원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한편 이번 조사와 관련해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는 지난 총회에서 “복지부가 이번 조사결과에 따라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결과가 나온 이후에도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어 학생들의 불만이 가중되고 있다. 언제가 됐든 조속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본 연구진, 세계 판매 1위 혈압약 임상 시험 조작

 

다국적 제약사 노바티스의 주력 상품인 ‘디오반(성분 발사르탄)’의 일본 측 임상 연구팀이 데이터를 조작한 사실이 또 드러났다. 도쿄 지케이카이 의대 조사위원회는 이 대학 연구팀이 실행한 디오반 관련 임상 연구 논문에서 “노바티스 전 직원의 관여 등을 통해 데이터가 인위적으로 조작된 사실이 인정돼 논문을 철회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노바티스 측은 교토부립 의대 연구에 자사 직원을 참가시키고 연구진에 1억 엔 규모의 기부금을 제공한 것으로 밝혀졌다. 일본 내 디오반 임상연구는 지케이카이 의대, 교토부립 의과대학, 나고야대, 지바대 등 5개 대학에서 실시됐다. 이중 지케이카이 의대와 교토부립 의대의 연구 논문은 임상시험 규모가 큰데다 디오반에 뇌졸중, 협심증 등을 줄이는 여러 효과가 있다는 내용이어서 노바티스 측은 이 논문들을 홍보에 적극 활용해 왔다. 지난달에는 교토부립 의대 마쓰바라 히로아키(松原弘明) 전 교수의 논문 역시 조작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MRI 급여기준 확대 예정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4대 중증질환 보장성 확대 방안’의 일환으로 일부 심장질환과 희귀난치성질환에 대해 MRI 보험급여 인정기준 확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MRI는 뇌종양 및 뇌혈관질환·간질·뇌염증성 질환·치매·척수손상 및 척수질환·척추질환·관절질환 등 일부 질환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보험급여를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정부는 심장질환(심근증·선천성심질환 등)과 대장질환(크론병 등)에 대해서도 보험을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대한병원협회는 전국의 병원을 대상으로 현재 보험 적용 중인 뇌, 척추질환 외 MRI 촬영을 시행하는 경우 ▲적응증 및 임상적 유용성 ▲통상 실시 간격 및 횟수 ▲실시 현황 및 빈도 ▲타 진단방법과의 비교 및 장·단점 ▲급여기준 등에 대한 자료를 수집 중이다.

 

홍유미 기자/전북
<hym@e-mednews.org>

인문학이 돌아왔다

94호(2013.09.05)/문화생활 2013. 9. 7. 14:41 Posted by mednews

인문학이 돌아왔다

<정의는 무엇인가> 와 스티브 잡스로 대표되는 인문학의 귀환,
그 방향성에 대해 생각해본다

 

 

인문학, ‘학문의 전당’에서 떠나

 

지난 학기, 기말고사는 마무리되고 도서관에 학생들의 발길이 뚝 끊겼던 때, 중앙대 총장실 앞은 학생들로 북적였다. 비교민속학과, 아동복지학과, 가족복지학과, 청소년학과 4개 과의 폐지를 이사회에서 일방적으로 의결했기 때문이다. 인문계열 학과들은 전국적으로 줄줄이 문을 닫고 있다.  한남대는 철학과와 독문학과를, 목원대는 독일언어문화학과, 프랑스문화학과를 포함한 5개 학과를 폐지키로 결정했다. 배재대의 독문과와 불문과도 같은 운명에 처했고, 국문과는 외국인이 한국어를 익히는 한국어과와 ‘한국어문학과’로 통폐합하기로 했다. 경남대는 철학과를 없앤다고 한다. 계속되는 불경기에 취업률은 낮아지고, 사립대학들이 취업률과 같은 성과위주의 대학교육을 경쟁력이라 내세우면서 인문학이 수난을 겪고 있다.

 

떠나간 인문학, 서점에서 재회

 

하지만 서점이나 기업의 분위기는 사뭇 달라 보인다. 대한출판문화협회의 통계를 살펴보면 2010년, 전년에 비해 철학분야는 33.1%, 어학분야는 20.8% 의 도서발행부수 증가를 보였다. 2011년 들어서는 어학이나 역사 분야의 발행부수는 감소했으나 철학 분야는 여전히 9% 가까이 증가했다. 2013년 상반기까지 철학분야의 신간 발행종수나 발행부수는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2010년 <정의란 무엇인가>를 시작으로 <철학이 필요한 시간>, <책은 도끼다>, <죽음이란 무엇인가> 등 인문분야의 도서들이 선전했다. <논어>같은 고전도 판매고가 늘어나고 있다. 1981년 교보문고 개점 이래로 인문분야 도서가 종합판매순위 1위를 차지한 것은 <정의란 무엇인가> 가 처음이라고 한다. <마시멜로 이야기>, <시크릿>, <이기는 법> 등 2006년부터 2008년까지 자기계발서가 서점가를 휩쓸었던 것과는 퍽 대조적이다.

기업들도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직원의 선발과 육성에 열을 올리는 분위기다. CJ E&M,  포스코, 롯데백화점 등의 다양한 기업에서 사내 인문학 강의를 강화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삼성에서는 ‘삼성 컨버전스 소프트웨어 아카데미’라는 이름으로 인문학 전공자를 채용하고 소프트웨어에 대한 교육을 시켜 ‘통합형 인재’를 키우는 전형을 도입했다. 또 국민은행의 2013년 상반기 채용 심층면접은 28권의 인문학 도서를 읽고 토론하는 파격적 형식으로 이루어졌다.

이렇게 인문학이 열풍을 일으키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대중들을 대상으로 하는 인문학 강의도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유명 저자를 초빙한 강연은 물론 인터넷이나 팟캐스트를 통해 들을 수 있는 강의도 많다. 앞서 말한 것과 같이 인문학이 취업의 열쇠를 쥐는 것 같이 되어 취업 준비생들을 위한 인문학 강의와 스터디 모임도 생기는 추세라고 한다. 그리고 이제 한물 간 자기계발서의 대신 <논어>나 <손자병법> 등 동양 고전에서 처세술과 삶의 지혜를 구하는 사람도 많아지고 있다. ‘라디오 시사고전’의 진행자로 유명한 박재희 민족문화컨텐츠연구원 원장은 국내 웬만한 CEO들의 ‘스승’이라 불리울 정도로 많은 강연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반쪽 짜리 인문학

 

인문학이 유행하게 된 데는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아이폰의 등장일 것으로 보인다. ‘기술에 인문학의 감성을 더했다’ 내세우는 애플과 스티브 잡스가 전세계를 휩쓰는 성공을 거두면서 인문학에 대한 재조명이 이루어진 것이다. 잡스 등장 이전까지는 고리타분하고, 돈 안 되는 학문이라며 악담을 퍼붓던 사람들이, 잡스의 프레젠테이션 이후에는 영감을 불어넣어 성공을 약속하는 학문으로 떠받들고 있다. 가만히 살펴보면 취업, 승진, 돈벌이, 힐링 같은 것들이 인문학의 탈을 쓰고 나타나고 있다. 동시에 인간과 사회에 대한 성찰을 하며 진리를 마주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대학에서 정리되고 있다. 머지않아 통찰과 반성의 힘을 완전히 잃어버린 현실을 마주하게 될 지도 모르겠다.

 

문지현 기자/중앙
<jeehyunm@e-mednews.com>

“리얼하고 쿨하게. 잘 될지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숨은 보물 찾기 - 무라카미 하루키 에세이

 

 

단골 식당에서 늘 먹던 메뉴가 아니라, 처음 주문해 본 음식에서 기막힌 맛을 찾아내는 것은 일상에서 소소하게 맛볼 수 있는 즐거움이다. 하루키의 에세이는 독자에게 그런 신선한 기쁨을 준다. ‘상실의 시대’ 등의 소설로 더 잘 알려진 작가 하루키. 그러나 그는 세간의 반응이 어떻든 소설뿐 아니라 에세이도 여러 권 선보이고 있다. 그의 에세이는 이채로운 매력을 갖고 있다. 그 중 ‘이게 하루키가 쓴 글이야?’라며 자문하게 되는, 가장 의외의 면모를 지닌 책 3권을 추천한다.

 

1. 하루키식 병맛열전
- “쿨하고 와일드한 백일몽”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나를 둘러싸고 있는 상황을 다소나마 정확하게 문장화해보려 함이다. 리얼하고 쿨하게. 잘 될지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앞으로 소개할 세 책 중 가장 웃기다. 하루키 특유의 어처구니없는 유머를 만끽할 수 있다. 삽화들도 담백하면서 똑같이 어처구니없지만, 위트 있어 참신하다. 제목처럼 내용은 시시껄렁한 얘기들이다. 이게 하루키 에세이의 매력. ‘이런 시시한 얘기 따위 나도 쓰겠네’ 라고 무심하게 시작했다가 끝까지 읽게 된다. 그리고는 읽을수록 일상에서 쉽사리 지나치는 일들에 대한 하루키의 특이한 통찰력에 놀라게 된다. 또한, 자기 취향의 사물을 묘사할 땐 혀를 내두를 정도로 매력 있게 꾸며낸다. 특히 음식에 관한 부분을 읽고 있자면 별로 좋아하지 않는 음식이라도 먹고 싶게 만들 정도로 탁월하다. 무신경한 느낌의 글들이라, 복잡한 일로 머리 아플 때 일단 현실도피를 위해 찾게 되는 묘미가 있다.

 

2. 그리스, 터키 기행문
- “우천염천(雨天炎天)”

‘소련’, ‘서울 올림픽’ 같은 구시대의 단어들이 난무하다. 언제 써진 책인지 확인하지 않고 무심코 읽다가 낯선 단어들과 조우하게 된다. 이 책은 1988년에 그리스와 터키를 여행하고 나서 쓴 기행문이다. 그리스에선 그리스정교의 성지인 ‘아토스 반도’를 , 터키에선 3주간 4륜구동차를 타고 외곽을 따라 여행한다. ‘성지’, ‘4륜구동’이라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 절대 편한 행로는 아니다. 따라서 안내서 목적으로 쓴 글이라고 할 수 없다. 아토스 반도는 세속의 규칙이 아닌, 종교적 원칙의 지배를 받는 땅이다. 자급자족의 세계이며 교통기관은 없다. 관광업자들의 손이 전혀 닿지 않은 채 보존된 맨땅. 그런 점에 이끌려 아토스로 간 하루키는 그곳의 변덕스러운 날씨와 험한 지형, 그리고 수도원에서 제공받는 맛없는 식사 얘기를 줄줄이 늘어놓는다. 읽고 있자면 이거야 말로 진정한 의미의 ‘맨땅에 헤딩하기’로구나 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도대체 이런 뻘 짓을 왜 글로 썼을까 싶다가 하루키의 악전고투에 동화되어 다음 여정에서 벌어지는 삽질과 난관이 무엇일지 궁금해진다. 이렇게 독특한 기행담에 가랑비에 옷 젖듯 심취해갈 때 등장하는 결정타. “모든 일이 제대로 풀리지 않는 것이 바로 여행이다. 제대로 풀리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여러 가지 재미있는 것, 이상한 것, 기막힌 것들을 만날 수 있다.” 이쯤 되면 불과 몇 분 전, 고생하며 여행하는 하루키를 비웃었던 일은 머릿속에서 지워지고 아토스 반도와 터키의 지도를 살피며 홀연히 떠나고 싶어진다.

 

3. 마라토너 하루키
- “달리기를 말 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책의 표지엔 한 남자의 뒷모습이 있다. 웃통을 벗은 채 러닝슈즈를 신고 달리고 있는 뒷모습. 전신이 구릿빛이고 근육이 붙은 매끈한 몸매다. 책을 읽다보면 이 구릿빛 남자는 다름 아닌 하루키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가 마라토너라고는 하지만 ‘노르웨이의 숲’을 쓴 작가라고 상상할 수 있을만한 등짝이 아닌 것이다. 고독한 주인공이 주로 등장하는 하루키 소설을 기억하는 독자들은 그가 소설을 쓰면서 착실하게 마라톤을 즐기고 풀코스를 25회나 완주했다는 사실에 다소 충격을 받을 수도 있다. 하루키의 화려한 경력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그는 심지어 트라이애슬론 완주 경력도 여러 번 가지고 있다. 밤새 맥주를 마신 뒤 숙취를 이기며 소설을 쓸 것만 같았던 그는 알고 보니 매끈한 등짝을 가진 철인이었던 것이다. 책은 기본적으로 달리기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몸을 움직이는 것에 대한 성찰이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그래서 당장이라도 뛰쳐나가 격렬한 운동을 하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히게 되는 구절도 많다. 그러나 가볍게 읽히는 다른 에세이들과는 달리 조금 무게감이 있다. 이 책이 30년간 마라토너이자 소설가로 살아온 삶을 돌아보고자 하는 회고록인 관계로 꽤나 진지한 내용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무언가를 업(業)으로 삼고 있는 한 인간의 끈기를 느낄 수 있다. 자신의 업을 꾸준히 일궈온 ‘인간’ 하루키와의 대면이다.

 

최혜란 기자/조선
<hr0616@e-mednew.com>

석기시대 다이어트. 인류는 무엇을 먹었었나?

 

 

인간생활의 세 가지 기본 요소 의.식.주, 그 중 식(食)은 건강과 밀접하게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예나 지금이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최근 인류학과 고고학의 발전으로 석기시대의 식생활에 대해 많은 사실들이 밝혀지면서, 인공 합성물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현대의 식생활에서 벗어나 과거로 돌아가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인류는 탄생 이래 크게 세 번의 섭식의 변화를 겪게 된다. 첫 번째가 불을 이용한 화식의 발견으로, 이전보다 훨씬 더 다양한 식자원을 활용 할 수 있게 되었다. 두 번째는 농경의 발전으로 수렵 채집에 의존했던 단백질 위주의 영양이 탄수화물 위주의 식생활로 바뀌는 계기가 되었고, 세 번째가 바로 약 50년 전부터 시작된 농축 탄소화물 및 인공화합물로의 변화이다. 화식의 발견으로 인한 첫 번째 변화가 약 100만 년 전, 농경사회의 시작으로 인한 두 번째 변화가 1만 년 전이었다는 점과 비교해 볼 때 최근의 식생활은 너무나도 급격히 변화했기에 인간의 신체가 이를 따라가지 못했고, 이로 인해 과거에 드물었던 다양한 만성 질환이 범람하고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런 주장에 근거해 최근, 인류가 가장 오랜 기간에 걸쳐 적응한 석기시대의 식생활이 인체의 건강유지에 유리할 것이라는 주장에서 나온 것이 바로 석기시대 다이어트이다.

 

석기시대 다이어트 방법에 따르면 고탄수화물로 이루어진 현대의 식단을 버리고 견과류와 육류 위주의 식생활로 돌아가야 하며 삼시 세끼를 먹는 것은 농경시대 이후에 생긴 습관이므로 자연스러운 배고픔이 느껴질 때만 음식을 먹어야 한다고 한다. 더 극단적인 추종자들은 굶기와 폭식을 반복하는 간헐적 단식이 더 건강에 좋을 것이라 주장한다.
또, 석기시대 식생활을 주장하는 학자들은 삼대 영양소에 대해 각각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1) 단백질

석기 시대 인류는 수렵을 통해, 지방이 적은 야생 동물을 먹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현대의 육류는 살코기를 위주로, 기름기가 많은 부위는 피하고 햄이나 소세지 같은 가공육은 피해야한다.


2) 탄수화물

원시시대는 채집을 통해 얻은 가공되지 않은 통곡류와 야채, 과일 위주였으므로, 밀, 쌀, 보리등 농경시대 이후 만들어진 음식은 줄이는 것이 좋다. 그러나 탄수화물은 주 에너지원으로 꼭 필요하므로 ‘야채와 과일’을 통해 섭취하도록 한다. 야채와 과일은 미네랄, 비타민, 각종 항산화 물질이 들어 있어 더욱 좋다.

 

3) 지방

원시시대에는 견과류와 육류, 어류를 통해 지방을 얻었으나 현재는 가공된 기름에 의한 트랜스 지방 섭취가 늘어났다. 따라서 트랜스 지방이 많은 튀긴 음식, 곡물로 키운 육류를 피하고, 등푸른 생선과 견과류를 통한 지방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삼대영양소 외에 과거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정제법으로 얻은 소금, 목축업을 통한 우유의 섭취는 권하지 않으나, 원시시대에 얻을 수 있었던 꿀이나 각종 알류의 식단은 추천한다.
그러나 과연 농경시대 이후의 식사에 인류가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가라는 점이나, 농경시대가 건강한 식습관인지 아니면 환경에 의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따라서 이것이 한순간의 유행이 될지 혹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가십에 불과할지, 혹은 인류학 고고학 생물학등의 발전에 발맞춘 새로운 섭식 형태가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이건 기자/중앙
<silvercookie@e-mednews.com>

아는 것 같지만 잘 모르는 저작권, 사례로 알아본다

 

최근 인터넷 매체가 활성화됨에 따라 저작권법과 관련한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이번 기사에서는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 발간한 <<2012 개정 저작권법에 따른 저작권 상담사례 100>>에 실린 내용을 바탕으로 우리들이 놓치기 쉬운 저작권에 대해서 다루고자 한다.

 

Case 1. 평소 UCC 제작을 취미로 하고 있는 의대생 A씨는 자신의 일상을 담은 UCC를 제작하였다. A씨는 동영상의 분위기와 어울리는 대중가요를 동영상의 서두 부분에 15초간 배경음악으로 사용하였다.

 

인터넷에서 UCC를 보고 즐기는 것은 이미 보편화된 일이다. 그러나 많은 UCC들이 저작권 침해의 소지가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저작권법에 따르면 통상적으로 음원에는 저작권자인 작사/작곡가, 저작인접권자로 실연자(연주자와 가수)와 음반제작자의 세 권리주체가 존재하므로, 인터넷에서 음원을 이용하고자 한다면 세 권리주체의 허락을 각각 받아야 한다.
인터넷에는 “30초 이내는 허용된다”, “10초 이내는 저작권 침해에 해당되지 않는다” 등의 말들이 떠돌아다니는데, 이런 주장은 근거가 없다. 뿐만 아니라 자신이 직접 노래를 부르거나 연주하여 업로드하는 경우 역시 곡과 가사가 이용되고 있으므로 작사/작곡자로부터 이용허락을 받아야 한다.
다만 일일이 이용허락을 구하는 것은 쉽지 않으므로 한국음악저작권협회,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 한국음원제작자협회 등에서 각각 작사/작곡, 실연, 음반에 대한 쉽게 이용허락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Case 2. 의대생 B씨는 최근 블록강의 수업을 녹음하여 수업이 끝나고 복습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 워낙 강의 시간이 길고 체력적으로 힘들다 보니 놓치는 부분이 있어 강의를 MP3로 녹음해 놓았다가 나중에 복습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동기들과 역할을 분담하여 각각 다른 강의를 녹음하고 MP3 파일을 공유하였다.

 

저작권법 제 4조에 따르면 수업시간의 강의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저작물에 해당한다. 따라서 강연자는 저작자로서, 저작재산권으로서의 복제권이 인정된다. 따라서 강연자의 허락 없이 MP3를 이용해 강의내용을 녹음하는 행위는 저작물의 복제행위로서 저작권자의 복제권을 침해하는 경우가 된다.
다만 저작권법 제 30조에 따르면 공표된 저작물을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아니하고 개인적으로 이용하는 범위 내에서는 복제가 가능하다. 따라서 Case 2의 초반부 사례처럼 개인적으로 소장하여 복습하는 정도에서는 저작권 침해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나 후반부 사례처럼 파일로 만들어 공유하는 경우에는 강연자에 대한 저작권 침해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유의해야 한다.

 

Case 3. 학번 내에서 학습부장을 맡고 있는 의대생 C씨는 ‘족보’ 혹은 ‘야마’라 불리는 시험 기출문제를 복원해서 정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C씨는 동기들이 복원한 기출문제를 정리하고 학번비로 기출문제를 인쇄를 맡겨 배포하였다.

창작성 있는 기출문제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다. 따라서 저작권자의 이용허락이나 동의를 받지 않고 기출문제를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 침해에 해당한다.


1997년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시험문제는 ‘정신적인 노력과 고심 끝에 남의 것을 베끼지 아니하고 문제를 출제하였고, 그 출제한 문제의 질문의 표현이나 제시된 여러 개의 답안의 표현에 최소한도의 창작성이 인정된다면, 이를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되는 저작물로 보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고 한다. 따라서 기출문제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저작자에게 저작물 이용에 관한 허락을 받을 필요가 있다.
다만 저작권법 제25조에 따르면 의과대학과 같이 「고등교육법」에 따른 학교에서는 교육기관의 수업을 지원하기 위하여 수업에 필요한 경우에는 공표된 저작물의 일부분을 복제·배포할 수 있고, 이에 해당하는 교육기관에서 교육을 받는 자는 수업목적상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공표된 저작물을 복제하거나 전송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공개된 기출문제에 대해서는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학습의 목적으로는 복제 및 배포가 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 물론 이는 학교마다 저작권자의 입장이 다를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실제로 의사 국가고시 기출문제가 공개되기 이전인 2011년에 의사 국가고시 문제의 저작권자인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의 동의를 받지 않고 기출문제집을 발간하여 저작권 문제가 발생한 사례가 있었다. 서울동부지방법원은 “질문의 표현이나 제시된 답안의 표현에 최소한도의 창작성이 있음이 인정되므로,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되는 저작물에 해당하고, 이와 같은 저작물을 직접 보고 베낀 것은 아니고 수험생들의 기억력을 되살리거나 인터넷 사이트를 참고하여 이를 복원하여 게재한 경우에도 저작물의 복제에 해당한다”라고 판결하였다.

 

허기영 기자/서울
<zealot648@e-mednews.com>

내 교실 속 정원

94호(2013.09.05)/문화생활 2013. 9. 7. 14:37 Posted by mednews

내 교실 속 정원

 

 

빡빡한 본과 생활에 마음의 여유가 사라질 때, 나무나 숲을 바라보다보면 언제 그랬냐는 듯  마음이 편안해진다. 여유가 사라질 때 항상 짙푸른 산과 나무를 바라볼 수는 없겠지만, 내 곁에 조그마한 푸름만 있어도 일상이 훨씬 활력 있고 희망찰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키우기 쉬우면서 기쁨은 두 배로 주는 식물을, 키우는 목적에 따라 소개해보려 한다. 

 

1. 깨끗한 공기가 필요해!

 

식물 모두 실내 공기를 맑게 하는 정화 기능이 있지만, 다른 식물보다 정화작용이 더 뛰어나며 실내에서 키우기 쉬운 식물들이 있다.

① 산세베리아
공기 정화 능력이 가장 뛰어나다. 게다가 그늘에 두거나 물을 자주 주지 않아도 되서, 키우기 정말 편한 식물이다.

② 에피프렘넘
줄기가 길게 뻗어나가고 비슷한 잎 모양새 때문에 담쟁이를 연상시킨다. 그늘에 두고 키워도 진한 초록빛을 띄며 잘 자란다. 화분을 벽에 매달아 줄기를 늘어뜨리도록 기르면 인테리어 효과도 좋아 일석이조!!

 

2. 애완용(?) 식물 - 다육이

 

식물의 기능이 목적이 아니라 애완동물을 키우듯 애정을 쏟을 식물을 기르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요즘 화분 키우기의 대세인 다육이는 최고의 선택이다.

① 게발선인장
게발선인장은 가정에서도 많이 키우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선인장이다. 게발선인장의 매력은 눈 덮인 겨울철에 진한 분홍색의 화려한 꽃을 피운다는 점이다. 지인이 게발선인장을 키운다면 줄기 조금을 떼어와 화분에 꽂으면 금방 뿌리를 내려 잘 자랄 것이다.

② 알로에
알로에 수딩 젤로 많이 쓰이고 피부, 면역력에 좋다고 알려진 알로에도 키우기 쉬운 다육이! 따뜻한 햇볕 아래에서 물을 아주 가끔씩만 주면 된다. 갈아먹고 피부에 바르면 몸에도 좋고 거기다 포름알데히드, 벤젠 등 해로운 물질도 흡수한다니 짱짱풀이라 할 만하다. 다만 원액은 피부에 강한 자극을 줄 수 있으므로 알레르기 반응 여부를 시험해보고 물에 희석해서 쓰는 것이 좋다.


3. 코가 상쾌한 식물 - 허브

 

후각을 자극하는 식물을 생각하면 허브가 제일 먼저 떠오른다. 허브에서 나는 향은 두뇌를 자극시키고 몸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다. 공부하다가 집중이 흐트러질 때 맡는 허브 향은 머리를 상쾌하게 해 줄 것이다. 또 허브는 물도 자주 줄 필요가 없다. 

① 로즈마리
소나무 같은 시원한 향에 약간의 레몬향이 섞여 있는 듯한 로즈마리는 아로마 테라피에도 많이 쓰인다. 깨끗이 씻은 잎 몇 개를 물에 우려내 차로도 마시면 두통을 완화한다고 알려져 있다.
② 페퍼민트
향이 좋은 페퍼민트는 키우기 쉬운 허브로 유명하다. 약간 그늘이 져도 잘 자라고, 물도 흙이 마를 때마다 주면 된다. 차로도 많이 만들어 마시는데 소화가 안될 때, 감기가 걸려 목이 아프고 기침이 날 때 효과가 있다. 조금만 신경 써서 길러도 금방 무성해진다고 하니 보람도 느낄 수 있다.

 

4. 내 공간을 예쁘게!

 

아름다운 꽃과 풀은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을 화사하게 만들어준다. 딱딱한 교실과 책상을 꽃과 식물로 화사하게 꾸미고 싶어도, 화분의 흙과 모래는 책상을 더럽힐수도 있어 망설이게 되는데, 이 문제를 해결하며 시각적 효과는 100점 만점인 방법이 있다.

① 꽃과 물병
소박하지만 눈이 즐겁고, 꽃향기도 맡으며 공부 할 수 있는 방법이다. 물은 오래 두면 냄새가 나기 때문에 매일 한 번씩 갈아주는 것이 좋다. 꽃은 사도 되지만 길에 핀 냉이 코스모스 장미 등을 가져다 놓아도 좋다.

② 아트소일
(=컬러소일, 하이드로컬쳐소일)
물고기 알처럼 생긴 아트소일은 흙을 대체해서 수분과 영양분을 함유한다. 개미가 생길 염려도 없고 흙을 갈아 줄 필요도 없이, 가끔 물기가 마를 때마다 물을 뿌려주면 된다. 색깔이 다양하고 예뻐 아트소일 자체로도 인테리어 효과가 뛰어나다. 아트소일에서 식물을 키울 때 개운죽, 행운목, 테이블야자를 추천한다.

 

이유정 기자/영남
<lyjeong81@e-med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