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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g 5도 휘청?

94호(2013.09.05)/의료사회 2013. 9. 7. 14:49 Posted by mednews

Big 5도 휘청?

5대 병원 중 아산 빼고 모두 적자

지난해 서울 아산병원을 제외한 5대 병원들이 적자가 난 것으로 드러났다.
국세청 공익법인 공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병원 매출 1위는 가톨릭의료원(서울성모병원 등 8개 병원)으로 1조6840억원의 수입을 거뒀으나 순이익은 257억원 적자였다. 연세의료원(신촌, 강남, 용인 등)의 지난해 매출은 1조6805억원이었으나 66억원 손실을 냈다. 서울대병원(서울, 분당)은 1조3507억원 매출에 287억원 적자를, 삼성서울병원은 1조1499억원 매출에 11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서울아산병원을 운영하는 아산사회복지재단(서울, 강릉, 정읍 등 8개 병원)은 매출 1조6730억원에 70억원 순이익을 냈다. ‘Big 5’ 중 유일한 흑자 병원이다. 하지만 이도 의료 수익은 예년에 비해 감소했지만, 상가 임대료, 장례식장 비용 등 의료 행위 외 수입으로 적자를 면할 수 있었다.
개인 병의원에서 부각되어 온 의료계 불황 현상이 국내 5대 대형병원에서도 나타난 것이다.

적자 경영난을 피하기 위해 서울대병원은 최근 비상 경영 체제를 선포하여 각 부서별 예산 절감 방안 마련 및 병상이용률 제고 등을 통한 수익증대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비상경영 뿐 아니라 토요 진료를 통한 경영난 돌파 노력도 보인다. 삼성 서울병원은 내달 31일부터 전 진료과를 대상으로 토요 진료를 전면 실시한다. 이로 인해 국내 5대 병원 중 토요일에 진료를 하지 않는 병원은 아산병원만 남게 된다.

 

장기화된 경기 침체로 환자수와
의료수익 감소

 

대형 병원의 적자난에는 경기 침체가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장기화된 경기 침체로 인해 전체 환자 수는 물론 대형 병원의 환자수도 줄거나 정체되었으며, 대형 병원의 의료 수익 또한 감소되었다. 건강보험공단의 ‘2012 건강보험 주요 통계’ 자료에 의하면, 건강보험공단이 국내 5대 병원에 지급한 급여비가 입원 환자 기준으로 2011년 1조 3,721억원에서 2012년 1조 3,375억원으로 346억원이 줄었다.

 

영상장비 수가 인하,
포괄 수가제의 확대, 높아진
신용카드 수수료율 등의 정책 변화

 

정책의 변화도 적자의 요인으로 작용했다. CT, MRI, PET의 영상장비 수가가 2012년 7월 15일부터 각각 10.7% ~ 24.0% 인하되었다. 뿐만 아니라 포괄 수가제의 확대,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 3대 비급여 개선, 초음파 급여 등의 정책들도 대형 병원의 의료 수익에 타격을 주었다.
높아진 신용카드 수수료율도 대형병원의 수익에 영향을 미쳤다. 예전에는 대형 병원들의 신용도가 높고 공공성이 있다는 이유로 2% 이하의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12월부터 적용된 개정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현재 대형 병원들의 신용카드 수수료율은 2% 후반까지 올랐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대형 병원의 적자 현상이 경기 침체나 의료 정책의 변화의 영향 탓만은 아니라는 주장도 나온다.

 

고유 목적 사업 준비금

 

병원이 ‘고유 목적 사업 준비금’을 얼마로 측정하느냐에 따라 병원의 수입이 적자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고유 목적 사업 준비금’이란 비영리법인 기관이 수익 산업을 통해 얻은 소득의 일부 또는 전부를 법령 또는 정관에 규정된 설립목적을 직접 수행하는 사업을 위해 적립하는 금액을 의미한다. 이는 영리추구가 원천적으로 금지돼 있는 의료법인들의 재투자 활성화를 위한 제도로, 이 예비금은 건물, 토지, 의료기기 등 병원 운영에 필요한 시설과 장비 취득을 위해 사용할 수 있다. 각 의료원이 고유 목적 사업 준비금으로 적립한 금액을 살펴보면 가톨릭의료원은 0원, 연세의료원은 2576억 5881만원, 서울아산병원은 4410억 8112만원, 서울대병원은 520억원, 삼성서울병원은 334억 1916만원이다. 이 금액을 산출 총액에 포함하면 연세의료원, 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 등 3개 병원의 순이익이 적자에서 흑자가 된다. 총 4개 병원의 순이익이 흑자인 셈이다.

 

무리한 병상 확충과
외래환자 유치 경쟁

 

적자난이 대형 병원들의 무리한 병상 확충과 외래환자 유치 경쟁을 통한 수익 창출에 대한 인과응보라는 해석도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의료자원 통계핸드북에 의하면, 지난 2005년 서울아산병원의 병상 수는 2,140병상이었으나 2011년에는 2,680병상으로 늘었다. 신촌세브란스병원 역시 1,860병상에서 2,087병상으로 늘었으며, 삼성서울병원은 1,277병상에서 1,960병상으로, 서울대병원(본원)은 1,622병상에서 1,787병상으로, 서울성모병원은 828병상에서 1,320병상으로 각각 증가했다.
‘Big 5’병원의 병상이용률은 100%에 이르고 있어 병상을 설치하기만하면 이용될 거라는 예측과, 병상의 규모와 첨단시설 장비가 곧 병원의 경쟁력이라는 인식이 작용한 결과이다.
하지만 전체 의료 공급은 수요를 초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2012 병상수급 실태분석 결과’에 따르면 2011년을 기준으로 필요한 급성기 병상 수는 21만7,020병상이지만 실제로 공급된 병상 수는 23만7,274병상으로 2만254병상이 초과 공급됐다.
대한의원협회 윤용선 회장은 “대학병원들은 저수가를 개선키 위한 접근을 못하고 수익을 늘리기 위해 오로지 행위량만 증가시켜” 왔고, “특히 대학병원이 양적인 행위량을 증가하는 과정에서 외래환자까지 늘려왔다”며 “이런 이유로 현재 대학병원의 경영난은 인과응보”라고 꼬집었다.

 

윤주영 기자/울산
<cec1203@e-med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