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rss 아이콘 이미지

원격의료의 득과 실

94호(2013.09.05)/의료사회 2013. 9. 7. 14:48 Posted by mednews

원격의료의 득과 실

C.C.(Chief Complaint) : 원격의료 허용 추진

 

Hx.(Past History) : 지난 6월 고립지역에 있거나 거동이 불편한 환자에 한해 원격 의료를 허용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현행 의료법은 의료영상 등을 이용한 의사와 환자 간 진료행위 즉, 원격진료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보건복지부 장관의 강력한 의지와 창조경제를 강조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주문이 더해지며 원격의료 허용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는 원격의료 허용을 원천적으로 반대하며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2013. 05. 01.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1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이 “원격진료가 허용되지 않고 있어 산업적으로 치명적이다. 이 부분은 반드시 개정돼야 한다.”며 원격진료를 허용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기로 함.

2013. 06. 10. 
새누리당 심재철 국회의원이 원격의료를 하는 의사가 제공하는 전자 처방전과 원격의료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는 골자의 ‘의료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함.

2013. 07. 09.  
대한의사협회가 “만일 정부와 산업계가 원격진료를 허용하는 법 개정을 강행하는 경우 의료시스템의 붕괴를 막기 위한 의사들의 매우 강력한 저항에 부딪히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며 원격의료와 원격진료에 대해 제한적 허용도 강력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힘.


DDx.(Differential Diagnosis) :

 

정부, 산업계

 

환자에 편리
원격의료가 허용되면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환자가 병원에 직접 가지 않고 손쉽게 진단과 치료를 받을 수 있어서 지금보다 시간과 비용을 아낄 수 있다.

 

선진국들은 적극적으로 투자
미국은 정부가 응급·공공의료 전반에 원격의료를 확대 적용하기 위해 1조원 규모의 투자를 추진하고 있고, 유럽연합은 IT 기기를 이용해 고령자 등의 의료 사고를 처리하거나 건강관리를 지원하는 AAL(Ambient Assisted Living)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싱가포르도 2015년까지 IT 기반의 개인 맞춤형 의료체계 전환을 위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경제효과 매우 클 것
산업조사 전문기관인 임팩트에 따르면 국내 원격의료 관련 시장 규모는 2014년 기준 3조원 정도로 총 3만9000여명의 고용과 약 3조 5000억 원의 국민 의료비 절감 효과를 거둘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국내 원격의료 관련 시장이 2015년 최대 5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의료 취약 계층을 대상으로 공공 의료 서비스를 확대하자는 취지
정부가 법 개정을 통해 추진하는 원격진료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모든 치료를 원격으로 허용하는 것이 아니라 의료 서비스에 접근하기 어려운 의료 취약 계층을 중심으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중심이 돼 제한적으로 원격진료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대형병원 쏠림현상은 기우에 불과
동네병원은 만성질환, 대형병원은 급성질환을 주로 치료한다. 또 대형병원은 진료비가 비싼 반면 동네병원은 싸다. 만성질환 치료를 위해 환자들이 굳이 대형병원만 찾을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무리다.

 

의료계

 

대면진료를 대체할 수는 없어… 진단적 가치 극히 제한적
현재 수치화할 수 있는 사람의 건강 상태는 체온, 혈압, 혈당, 맥박, 동맥혈산소포화도, 심전도뿐이다. 이 수치들은 대부분 ‘활력징후’로 사람의 건강 상태가 심각한 경지에 이르러야 의미 있는 변동 수치를 나타내기 때문에 건강 상태를 민감하게 반영할 수 없다.
이들 활력징후의 수치는 건강한 사람이아니라 만성질환을 가진 사람에게 유의한 의미를 가진다. 이는 원격의료가 만성질환관리에 적용할 때에만 유의성이 있음을 의미한다.

 

의사 밀도 높은 국내 의료 환경과 맞지 않아
원격의료는 의사밀도가 절대적으로 적고 원거리 진료가 필수적으로 필요한 나라에서 일부 활용되고 있을 뿐이다. (1㎢당 의사 수 캐나다 0.01, 호주 0.01, 미국 0.08, 핀란드 0.05, 대한민국 0.98)
원격의료가 발달한 캐나다, 핀란드 등은 의료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는 필요성에 의해 원격의료가 발전하였으나 이미 의료 접근성이 세계 최고인 우리나라에서는 원격의료가 필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정부에 의해 국가의 새로운 경제 부흥 정책의 일환으로 논의되고 있다.

 

국내 환경에서 의료비 절감 효과는 미미… 원격의료 시장도 부풀려져 있어
의료비가 절감될 것이라는 주장은 미국 사례를 통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대부분의 의사인력이 전문의이고, 의료혜택을 받기 어려운 오지 환자가 거의 없으며, 막대한 초기 투자비용ㆍ법적ㆍ기술적 문제 등으로 원격의료를 통한 의료비 절감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실제 원격의료 산업의 크기 또한 정부의 주장보다 훨씬 작다. 이 산업들은 기기에 집중되어 있어 산업의 진작효과뿐 아니라 경제 부흥과 국민 편익 증진에 기여하는 효과가 미미한 산업이다.

 

1차 의료기관의 붕괴를 불러와 오히려 의료 접근성을 악화시킬 것
우리나라의 의료 접근성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이고, 그 이유는 동네마다 들어서 있는 개인의원들 덕분이다. 원격진료의 허용은 결국 지리적 접근성에 기반을 두고 살아 온 1차 의료기관의 붕괴를 가져올 것이고, 그 결과 오히려 의료 접근성이 크게 떨어질 것이다.

 

대형병원 쏠림현상을 가속화시킬 것
누구나 대형병원에서 진료를 받기 원하기 때문에 지리적 제약을 뛰어넘는 원격진료가 허용된다면 원격진료는 대형병원 중심으로 이뤄지게 될 것이다. 이는 병의원 배분의 불균형을 가속화시키고 중증질환 진료중심으로 나아가야 할 대형병원이 외래진료에 매달리고 있는 기형적 구조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다.

 

최우혁 기자/계명
<cwh3602@e-med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