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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서의 저자들 : 제1회 - 닥터 아더 가이톤

 해리슨, 로빈스, 가이톤, 그리고 홍창의... 의대생이라면 누구나 봐야 하는 교과서들의 제목을 장식한 이 분들은 과연 누구일까요. 의대생신문에서는 올해 6회에 걸쳐 의학교과서의 저자들의 생애와 업적을 파헤칩니다. 그 첫 번째 순서로 본과 진입과 함께 맞게 되는 생리학 교과서의 저자, 가이톤을 만나 봅니다.

우리는 자랑스러운 가이토니안

 황금 같은 예과 2년이 지나가고 이제 곧 진입하는 예비 본과생들의 앞날은 순탄치만은 않다. 개강 전부터 시간표와 과비에 놀라고 책값에는 경악을 한다. 그 중 절대 강자는 단연  가이톤의 의학생리학 교과서(Textbook of Medical Physiology)가 아닐까 한다. 10만원에 육박하는 고가이지만 의대생이라면 한권씩은 소장하고 있을 정도로 인지도 있는 책이다.
 보통의 다른 교과서적들은 저자 여러 명이 공동으로 제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가이톤의 의학생리학의 경우에는 근 8판까지는 모두 (9판부터는 홀과 함께 자필하였다) 가이톤 혼자서 집필하였다는 것이 매우 특징적이다.
 1956년에 초판이 발행된 이후로 최신 11판까지 거의 내용이 바뀌지 않고 조금씩 덧대어 졌다는 점도 이 책의 정교함과 우수성을 입증해 준다. 현재는 15개국 언어로 번역되어 전 세계적으로 대다수의 의대생들이 참고하는 필수 지침서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이렇게 자연스레 가이톤의 의학생리학 교과서를 접하지만 막상 가이톤에 대해 자세히 아는 사람은 드물다. 닥터 아더 가이톤의 인생을 간단하게나마 훑어 보았다.

 닥터 아더 가이톤은 1919년 9월 8일 옥스퍼드, 미시시피에서 태어났다. 이비인후과 의사이자 2년제 미시시피 대학 총장 아버지와 수학 및 물리 선생님 어머니를 두었다.
 어릴 때부터 명석하여 고등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하였고, 1936년에 화학과 전공으로 입학한 미시시피 대학에서도 최우수 성적으로 졸업을 하였다. 그 후 하버드 의학 전문대학원에 입학, 그 곳에서 인생의 반려자 루쓰 위글을 만났다. 위글과는 1943년 결혼하여 열 명의 자녀들을 두었는데, 열 명 모두 안과, 흉부외과, 류마티즘학과, 마취과 등 각종 의료 분야에서 유명한 의사가 되었다.

 외과에 흥미를 느껴 인턴과 레지던트 외과 과정을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에서 받았다. 그러던 중, 1947년 세계2차 대전 발발로 2년간 메릴랜드 국립 해군병원에서 군복무를 치렀다. 여기서 그는 인생의 전환점과 마주하게 된다. 소아바미에 걸리게 된 것이다. 이 때문에 그는 평생을 오른쪽 다리와 어깨에 장애를 안고 살게 된다.
 하지만 이런 불행에도 굴하지 않고 9개월 동안의 재활을 견디어 냈다. 후에도 집을 직접 짓거나 갖가지 가구들을 스스로 고쳤을 뿐 아니라 회의에 참석하러 갈 때에도 그 넓은 공항을 휠체어 없이 꿋꿋이 걸어가는 것을 고집할 정도로 신체적 제약을 극복하려 노력했다. 이러한 노력의 과정에서 보조기, 전동 휠체어와 장애인을 위한 엘리베이터 등을 발명하기도 했다.

 소아마비로 인해 가이톤은 더 이상 외과 과정을 계속할 수 없었고 불행인지 행운인지 덕분에 인류는 역사에 남을 생리학자를 얻게 되었다.
 그의 셀 수없이 많은 업적 중에서도 심박출량에 관한 실험이 가장 유명하다. 이 실험으로 심장이 심박출량을 결정한다는 통념을 깨고 몸의 조직이 얼마나 산소를 필요로 하느냐가 더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또 순환계를 컴퓨터 모델로 재현하여 신장이 장기적으로 혈압을 조절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을 보였다. 이 외에도 고혈압, 심부전, 부종 등에 관련하여 600개가 넘는 논문으로 심장생리학의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닥터 가이톤은 이런 굵직굵직한 학문적 업적보다도 ‘가족’을 더 중요시하였다. 여기서 ‘가족’은 사랑하는 부인과 의사가 된 열 명의 아이들은 물론 자신의 제자들까지도 모두 포함한다. 그는 모든 제자들에게 단순한 생리학 교수를 넘어선 인생의 멘토가 되어주었다. 가이토니안(Guytonian, 가이톤의 연구철학 아래 훈련받은 학생들을 흔히 일컫는 말)이라는 것을 자랑스러워한다는 그들은 각종 의학 분야에서 저명한 학자가 대부분이다.
 제자들과 제자들의 제자뿐 아니라 동료 과학자들과 의학자들에게도 가이톤의 철학은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학생에게 가르칠 때와 동료 학자에게 도움을 줄 때 방식을 달리하여 상대방이 최대한 쉽고 빠르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타고난 교육자이기도 했다.
 이렇게 닥터 가이톤의 가르침은 교과서를 통해, 그의 ‘가족’을 통해, ‘가족’의 제자들을 통해 계속되어왔고 또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다.

‘생리학보다 더 많은 것을 배웠어요. 인생을 배웠거든요.’
- 존 홀(미시시피 대학 가이톤 후임자)
‘가이톤 선생님은 언제나 우리의 의학 아버지이자, 우상이자, 빼어난 인격체로 기억될 것입니다’
‘가이토니안이라는 것을 항상 자랑스러워할 것입니다’
- 조이 그레인저 (미시시피 대학 교수이자 가이톤의 제자)

 보통 가이톤과 같은 학문적 위치에 군림하는 사람들은 그 직위적인 위엄 때문에 쉽게 다가가기 힘들다. 하지만 닥터 가이톤은 달랐다. 그는 이야기를 나누는 상대를 편안하게 해주는 능력이 있었으며 사람들을 놀리고 장난치는 것을 즐겼다.
한번은 닥터 가이톤이 학회에서 강의를 마친 후 한 학자가 질문을 했다. 강의를 아주 조금이라도 이해했다면 물어볼 필요가 없는 간단한 문제였다. 하지만 가이톤은 강의가 끝난 후 상당한 시간을 투자하여 그 학자가 끝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 주었다.

 하루는 생리학 부서에서 일하던 직장 동료가 행정부서로 옮겼을 때, 복도에서 큰 소리로 ‘적 편으로 넘어간 내 제자 얘기를 한 적이 있던가?’하며 장난을 친 적도 있었다.
 
 언제는 이런 적도 있었다. 텍사스 의과 대학교 생리학 교수 닥터 그레인저와 혈류의 자가조절기능에 대한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닥터 가이톤이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데 자신의 교과서에 있는 내용을 참고문헌으로 제시하자 닥터 그레인저는 객관적이지 못한 출처라며 화를 냈다. 순간 닥터 가이톤은 눈을 최대한 찌푸렸다 동시에 그 특유의 미소를 지어 보였다. 자칫하면 동료 간의 감정이 상할 수도 있는 상황을 재치로 웃어넘길 수 있는 여유 또한 닥터 가이톤의 매력이었던 것이다.

 가이톤의 의학생리학 교과서로 공부하는 우리는 어찌보면 가이톤의 가르침을 받는 가이토니안 인 셈이다. 각 분야의 최고가 되어 가이톤의 이름을 빛내는 전 세계 가이토니안 중 한 명으로 가이토니안의 긍지를 실천할 수 있다. 이렇게 닥터 가이톤의 철학은 앞으로도 전 세계 가이토니안들로 인해 계속 될 것이다.

문정민 기자/중앙
<jmmoon@e-mednews.com>

조선대, 서남대를 꺾고 제9회 전국의사의대생 검도대회 우승

 지난 1월 31일 성동고등학교 체육관에서 제 9회 전국 의사의대생 검도대회가 열렸다. 이번 대회는 대한 의사 검도회와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검도부 호의검의 주최로 개최되었으며 남녀 개인전과 남녀 단체전의 순으로 진행되었다. 이번 대회에는 지난해 남자부 단체전 우승팀인 고려대를 포함하여 가톨릭대, 건국대, 경북대, 고신대, 관동대, 단국대, 서남대, 연세원주의대, 영남대, 원광대, 을지대, 이화의대, 인제대, 전남대, 전북대, 조선대, 차 의과대학, 충남대, 한림대 총 20개 의과대학이 참가했다.
 남자부 단체전 준결승은 조선대가 전남대를 2대1로 꺾고, 서남대가 고려대를 2대1로 꺾어 결승전에는 조선대와 서남대가 맞붙게 되었다. 마지막 결승전에서 조선대와 서남대가 1대 1로 비기다가 마지막에 조선대팀의 주장 박진오군이 머리치기로 1점을 획득함에 따라 단체전 우승을 차지하게 되었다. 이로써 작년에 3위를 차지했던 조선대 의검회는 올해 전국 의과대학 최고의 검도부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남자부 개인전 우승은 지난해 2위를 차지했던 차의과대학에 장준영군이 차지했으며, 2위는 조선대 권기범, 3위는 고려대 윤용상, 김현서에게 돌아갔다. 여자부 단체전도 조선대가 우승을 차지했으며, 준우승은 서남대가 차지했다. 여자부 개인전은 전남대 박인영양이 1위를, 2위는 조선대 김정하, 3위는 전북대 김현주, 황운선이 차지하였다. 자세한 경기 내용과 대회사진은 싸이월드 의대 검도모임 클럽(http://club.cyworld.com/medikendo)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혜영 기자/이화
<anonymouslife@naver.com>

의대생, 펜을 들다

73호(2010.03.02.)/의대의대생 2010. 5. 5. 12:25 Posted by mednews

수(秀)상한 의대생 1회

 시간이 흐를수록 homogeneous(균질, 동일)해져 가는 우리들. 하지만 남다른 생각으로 자신의 끼와 재능을 펼치는 heterogeneous한 의대생들도 강의실에 존재합니다. 2010년, 의대생 신문이 6회에 걸쳐 빼어난(秀) 재능과 남다른 생각을 가진 그들을 지면에 소개합니다. 이름하여 수(秀)상한 의대생! 그들의 생각의 좌표를 함께 따라가 봅시다.

의대생, 펜을 들다

서정문학 등단 시인, 의대생 홍정표씨와의 만남



 작가 안톤 체호프, A.J 크로닌, 서머싯 몸. 이들의 공통점은?
 해답은 세 작가의 프로필 속에 있다. 이들 세 작가는 모두 대학시절 의학을 전공한 ‘의학도’였다. 의학교를 졸업하고 면허를 얻지만 작가수업을 위해 의업을 포기한 서머싯 몸. 학부 졸업 후 군의관을 거쳐 개업의로 활동한 ‘크로닌’. 이들이 의사로 활동한 경력은 제각기 다르지만 의학을 전공한 후 작가활동을 했다는 점은 모두 동일하다.  
 21세기 한국으로 시간을 옮겨와 보자. 한국의 의학도 중에도 특별히 문학에 조예가 깊은 이들이 존재한다. 제4회 의대생 문예대회에서 시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하고 문예지 『서정문학』에 등단한 서울대 의예과 2학년 홍정표씨도 그중의 한 명이다.

20살, 대학 초년생

 입춘이 지났는데도 추위는 여전했던 2월의 어느 날, 홍정표 학생을 만났다. 학교 밴드에서 베이스를, 오케스트라에서 트럼본을 하고 있다는 그는 공연 준비로 바쁜 방학을 보냈다고 했다. “중학교 즈음부터 의대에 가고 싶었어요. 정신과 쪽에 관심이 많아 한때는 심리학과에 갈까 고민하다가 정신의학을 배워보고 싶어 의대에 가는 길을 선택했어요.” 중학교 때부터 문예대회에 참여할 정도로 문과적 재능이 있었지만 ‘수학을 잘 하는 죄’로 고등학교 때 이과를 선택했고 의대에 진학했다. 작년에 들었던 수업 중 공연 관람 티켓을 보여주면 출석을 인정해주는 ‘국악수업’이 가장 인상 깊었다며 웃는 그는 여느 대학 초년생과 다를 바 없었다.

또 다른 축, 시인 



 그는 보통 대학생과는 조금 다른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바로 '시인'으로 등단한 것. 문예창작과 학생들에게도 등단은 쉽지 않다. 그러기에 정통 작가수업을 받지 않은 19살의 의대생이 문예지에 시인으로 등단한 것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 글을 잘 쓰는 걸 보니 어렸을 때부터 책을 많이 읽었나 봐요. 언제부터 글을 썼나요?
 시나 단편소설을 주로 읽어요. 장편 소설 같은 긴 호흡의 글은 잘 따라가지 못하는 편이에요. 글쓰기는 중학교 때부터 관심을 가졌어요. 중·고등학교 때 문과 지망생들을 위한 문예대회에 참가하면서 시를 쓰기 시작했고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한 것은 작년 2학기부터 입니다.

- 문예지에 등단했다고 들었습니다. 등단과정과 등단한 이유를 설명해주세요. 
 작년 2학기 중에 문예지 ‘서정문학’에서 공모전이 있어 참가했습니다. 11월 말 당선을 확인했고 올해부터 2달에 3편 작품씩 내야 해요. 며칠 전에 서정문학 1, 2월호에 실릴 작품을 제출했구요, 책은 대형서점에 가면 찾아볼 수 있어요,
 어렸을 때부터 시인이 되고 싶었지만 시인을 전업으로 삼겠다고 생각하진 않았어요. 다른 생활이 있어야 더 풍부한 시를 쓸 수 있다고 생각해서 의대에 진학했어요. 그리고 학생 신분으로 꾸준히 글을 쓰기 위해 문예지에 등단했구요.

- 본인에게 ‘시를 쓴다’는 것의 본질적인 의미는 무엇인가요?
 음. 주된 동기는 ‘감정의 우회적 표출욕구’ 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시가 내면의 에너지를 폭력적이거나 회의적이지 않게 흘려내고 기억하는 훌륭한 수단이라고 생각해서요.

 그는 시를 쓰기 위한 영감이나 소재는 집에서 학교를 오고가는 시간에 주로 떠올린다. 떠오르는 아이디어가 있으면 꼼꼼히 메모해 두고 밤 시간을 이용해 시를 쓴다고. “마음속에 삭힌 이야기들을 우회적으로 시에 풀어내는 경우가 많아요. 소재를 제 외부에서 찾더라도 제 생각과 관점이 들어가야 시가 써져요.” 학업과 작품 활동을 병행하기 어렵지 않겠냐는 질문에 ‘시를 쓰며 공부 스트레스를 풀어내는 것 같다’고 웃으며 ‘시 쓰기는 재밌어서 하는 것’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기자가 자기만의 시 쓰기 비법이 있냐는 우문을 던지자 현답이 돌아왔다. “당장은 외면 받더라도 실험적인 작품을 쓰려고 해요. 그리고 항상 제가 쓴 시들에 부끄러운 마음을 가지려고 합니다.”

의사와 시인, 두 가지 미래      

 
 요즘에는 학문 간 통섭이 대세라고는 하지만 의사와 시인이라는 다른 영역에 속한 두 직업 세계를 어떻게 조화시켜 나갈지 궁금해졌다. “제 정체성은 의학도에 가까워요. 의사가 밥이면 시인은 양념같은 거라고 생각합니다. 의사가 되어 진료를 하면서 생기는 애환들을 시에 담으려구요.” 그는 선행을 베푸는 의사가 되고 싶다고, 그리고 그 때까지 시 쓰기를 계속 할 거라 답했다.  
 홍정표 학생은 의사와 시인이 아닌 제 3의 미래도 준비하고 있다. 책을 보며 시나리오 작법을 독학한다는 그는 아직 완성된 작품은 없지만 몇 개 아이디어를 구상 중이라고 했다. 등단을 준비하는 다른 의대생들에게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공모전에서 신인에게 기대하는 것은 실험적인 작품 혹은 고전적이지만 문학적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라고 해요. 둘 중 하나를 택해 파고들어 보세요. 서점에 가면 ‘2010 신춘문예 당선집’이 있어요. 이런 책을 읽으며 최신 경향을 익혀야 함을 물론이구요.”

 의사로 사회화 되면서 의대생들은 자기 본래의 관심사와 흥밋거리를 조금씩 잃어가곤 한다. 하얀 가운이 의사의 상징이라지만 가운을 입은 의사의 정서까지 하얗게 메말라 있다면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기 힘들 것이다. ‘재밌기 때문에’ 글을 쓰고 자신의 재능을 자유자재로 활용 할 줄 아는 의대생 홍정표씨, 그의 비상(飛上)을 빈다.

이예나 기자/순천향 
<lyna@e-mednews.com>


 

샤프와 아카데미아가 만나다

새로 출시된 의학전자사전 EM-30 리뷰

 새 학기다. 새 학기가 되면 항상 준비할 것이 많다. 새로 시작될 과목들의 교과서는 물론이고, 일주일만 지나도 잘 쓰지 않을 것은 알지만 노트도 새로 장만한다. 지난 학기에 쓰던 것이 아직 많이 남았지만 왠지 필기구도 새로 구입하고 싶다. 임상강의에 진입했다면 적절한 참고서도 필수이다. 여기까지는 의대생이라면 누구나 준비해야할 필수품들이다.
 하지만 의학사전에 이르면 호불호가 조금씩 갈린다. 인터넷 검색으로도 충분하다는 ‘무용파’가 있다면, 항상 가지고 다니지만 정작 사용은 하지 않는 ‘장식품파’도 있고, 또 어떤 참고서 보다 더 유용하게 사용하는 ‘실속파’도 있다. 지금까지 의학전자사전 시장은 두 회사의 제품이 양분하고 있었었지만, 2010년 2월 드디어 새로운 제품이 출시되었다. 게다가 기존 제품들의 아쉬웠던 점을 거의 대부분 보충한 모습으로 말이다. 지금까지 의학전자사전이 불편하고 필요 없다고 생각했더라도, 이 제품은 충분히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다

깔끔함이 돋보이는 디자인

 아카데미아 의학전자사전(RD-EM30M DMB, 이하 EM30)을 처음 접했을 때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바로 제품 가운데의 샤프전자 로고이다. 그렇다. 이 제품은 샤프전자의 ‘리얼딕’이다. 그 동안 왜 의학전자사전은 샤프나 카시오, 아이리버 등 대기업의 믿을만한 제품이 없을까 하고 아쉬워하는 의대생들이 많았는데 드디어 아카데미아가 샤프전자의 제품으로 출시 한 것이다. 작은 로고이지만 거기에 담긴 의미는 크다. 십년이 넘게 전자사전 시장에서 수위기업의 자리를 지켜오면서 쌓인 노하우, 전국적으로 퍼져있어 쉽게 접근 가능한 A/S 망, 중국제가 아닌 ‘Made in korea’의 믿을만한 하드웨어. 굳이 꼼꼼히 살펴보지 않아도 될 만큼 ‘리얼딕’ 세 글자는 믿음직스럽다.
 EM30은 크리미화이트 한 가지 색상으로 출시되었다. 은은한 광택이 돋보이는 상판은 샤프와 아카데미아 로고 외에는 아무것도 없어 깔끔함이 돋보인다. 무광택 재질로 이루어진 하판에는 좌우에 DMB안테나, 터치펜, 이어폰단자, 충전단자 등이 어느 것 하나 돌출되지 않고 자리잡고 있다. 컴퓨터 키보드와 똑같은 ‘펜타그래프’방식 키보드를 채택하여 부드러운 키감을 제공한다.
 제품의 크기는 140(W) x 80(D) x 21.5(H)mm로 주머니에 넣기엔 무리가 있지만 한 손에 쥐기에 무리가 없고, 가방 속에 수납하기에는 적당한 일반적인 전자사전의 크기이다. 무게도 257g으로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는 적당한 무게감을 가지고 있다.

지제근 의학사전을 비롯한 믿을 수 있는 사전부

 전자사전을 선택할 때 여러 가지의 기준이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아무래도 사전 컨텐츠일 것이다. 이 점에서도 EM-30은 합격점을 줄 수 있는데, 바로 ‘지제근 의학사전’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지제근 의학사전’은 대한의사협회의 의학용어를 쉬운 우리말로 알기 쉽게 풀이했다. 또 구용어와 신용어가 모두 표시되어 학생들이 쉽게 공부할 수 있어 종이사전으로도 많은 의대생들이 구입하는 사전이다.
 이 외에도 대한의사협회의 의학용어집, 대한해부학회의 해부학용어집 등 의학계열의 학생들에게 필요한 9가지의 사전이 수록되어있다. 수록 된 모든 사전은 학회에서 검증한 믿을 수 있는 사전들로 아카데미아에서 출판하는 사전들이다. 또 새 판이 자주 나오는 의학사전의 특성을 감안 해 새 판이 나올 때 마다 펌웨어 업그레이드로 컨텐츠를 업그레이드 할 수 있다.

총 124 종의 탄탄한 일반 사전부

 일반사전부도 탄탄하다. 기존 샤프‘리얼딕’ 전자사전의 모든 콘텐츠를 담고있다. 민중 엣센스 국어사전, 민중 엣센스 한영/영한 사전과 Collins 영영사전을 비롯한 10권의 영어사전부, 6권의 일어사전부와 10권의 중어사전부, 14권의 회화사전부 등 총 124권으로 이루어진 사전부는 의학공부 이외에 어학용으로도 손색이 없다.

다양하고 유용한 부가기능들

 십수년간 전자사전 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샤프전자의 제품답게 유용한 부가기능도 많이 탑재되어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DMB. 수도권에서는 안테나를 꺼내지 않아도 될 정도로 수신감도도 좋고, 4.3인치의 넓은 화면은 TV를 감상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최근 전자사전이라면 모두 탑재하고 있는 MP3와 동영상재생 기능도 물론 탑재되어 있다. 특히 동영상 플레이어는 여러 가지 코덱을 지원하고 자막파일까지 재생이 가능해 따로 인코딩이 필요 없다. 8Gb의 내장메모리와 MicroSD 외장메모리를 지원해 저장 공간도 넉넉하다.
 녹음기능과 멀티태스킹 기능을 활용하면 수업내용을 녹음해 들으면서 모르는 용어를 바로바로 찾아볼 수도 있다. 그 외에도 eBook, FM라디오, 플래너, WinCE 등 다양한 기능을 제공한다. 특히 WinCE를 제대로 활용하면 게임 등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설치 할 수 있기 때문에 확장성이 크게 늘어난다. 휴대폰과 같은 표준24핀 충전단자를 지원해 어디서든 충전도 간편하다.

 어떤 제품이든 구입을 결정할 때는 나름대로의 기준이 있기 마련이다. 전자사전 같은 경우는 ‘어떤 사전이 수록되어 있는지’와 ‘전자제품으로서의 완성도’가 그것일 것이다. 이런 점에서 아카데미아와 샤프전자가 만난 EM-30은 까다로운 의대생들의 기준을 만족시킬 수 있는 사전으로 보인다.
 새 학기, 아카데미아의 의학전자사전을 준비 리스트에 올려보는 것은 어떨까.

의대생신문
<editor@e-mednews.com>

“잠을 푹 잔 것이 비결이었죠”

제74회 의사국가시험 수석 김태형씨 인터뷰

 제 74회 의사 국가고시에서는 건양의대 김태형(27세, 사진)씨가 490점 만점에 460점(93.9점/100점 환산 기준)을 획득, 수석의 영광을 안았다. 아산병원 인턴시험을 며칠 남겨두고 서울에 머무르고 있는 그를 만났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올 해 처음 시행된 OSCE와 CPX (의사국가고시 실기시험)을 포함한 국가고시 대비 공부 방법을 중점적으로 다루었다.

- 먼저 축하한다. 국시수석, 예상은 했는지?

 전혀 못했다. 얼떨떨하고, 아직도 나에게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는 것 같다.

- 국가고시 준비는 어떻게 했나? 컨디션 관리와 공부 방법을 알려 달라.

 국시 준비는 6학년 2학기 때부터 독학을 중심으로 하였고 교재는 KMLE 문제집과 그 해설집을 위주로 보았다. 문제집만 다 외워도 1등 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그 말이 정말 맞는 것 같다. 찾아가면서 공부하는 스타일이라 총 몇 번 정도 봤는지 정확하지는 않지만 정독으로 두 번 정도는 본 것 같다. 잠은 충분히 자고, 보통 2시부터 12시까지 10시간 정도 공부했다. 책상에 한번 앉으면 잘 일어나지 않는 것이 비법인 듯하다.

- OSCE, CPX 시행 첫 해였는데?

 시험을 10월 30일에 쳤는데, 시험 족보(야마)가 바뀌지 않아서 앞에 시험 친 친구들이 만들어 놓은 족보 위주로 보았다. 공부를 할수록 나중에 의사로서 환자를 볼 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겠다고 느껴져 열심히 하게 되더라. 나는 시기상으로 중간쯤에 친 편이지만, 빨리 치는 편이 좋을 것 같다. 물론 부담도 있겠지만 실기시험을 빨리 끝내놓고 국시에 올인하는 것이 공부 흐름에 있어서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다.
 지금은 실기시험을 서울의 국시원에서 보는데, 그러다보니 지방출신이 아침 일찍 시험을 치는 경우 힘들어 하는 것 같다. 지역별로 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했다.

- 구체적으로 언제부터, 어디에서 어떤 방법으로 준비했는지가 궁금하다.

 (10월 30일 시험에) 10월 6일부터 본격적으로 준비했다. 그 전에는 학교에서 학생들을 위해 출제하는 OSCE/CPX 시험이 있는데 그것을 정기적으로 봤다. 학교에서 조원들과 도움을 주고받으면서 준비했다. 따로 학원을 다니지는 않았다.

- 블록과 실습은 국시와 어느 정도 연결되는 것 같나?

 사실 모든 것을 새롭게 공부하는 느낌이었다. 블록을 하면서 막연히 이름 위주로 보고 넘어갔던 것들을 국시준비를 하면서 새롭게 개념정립을 한 것 같다.
 실습을 열심히 돌았던 것은 굉장히 도움이 많이 되었다. 예를 들어 폐렴환자를 볼 때 히스토리나 영상학적인 사진 등이 국시케이스에 그대로 나오는 것이니 실습에 신경을 쓰면 좋을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실습 때 아무리 몸이 힘들더라도 공부를 게을리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지식과 병행하여 실습을 돌아야 기억에 오래 남는다. 

- 가장 어려웠던 과목과, 그 과목은 어떤 방법으로 공부했는지 알려 달라.

 예방의학과 정신과가 가장 힘들었다. 역시 KMLE 문제집 위주로 봤다.

- 국시에 있어서 총론과 각론 중 어느 것에 더욱 중점을 두어야 할까?

 시험성적을 가르는 것은 총론이다. 각론은 많은 학생들이 어느 정도 보기 때문에 큰 차이가 없지만 총론은 워낙 범위가 방대하고 내용이 많기 때문에 총론 위주로 공부하는 것이 고득점에 도움이 된다.

- 자신만의 암기비법은 어떤 것이 있나.

 특별한 것은 없다. 다만 공부를 하면서 예전에 봤던 내용과 연계하며 외우려고 노력했다.

- 내과를 선택한다고 하였는데, 구체적인 목표는 무엇인가? 또, 어떤 의사가 되고 싶은가.

 최종적 목표는 스텝이 되는 것이다. 지방의대 출신으로 현실적으로 어려운 면이 없지 않지만, 일단은 끝까지 부딪쳐 보려고 한다.
 지금까지 내가 받았던 도움을 다른 사람에게 나누어 주고 싶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실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성과 실력 두 가지 모두를 바탕으로 훌륭한 의사가 되는 것이 나의 목표이다.

- 전국의 의대생에게 당부하고 싶은 점은.

 후회하지 않도록 학교생활을 열심히 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국시성적도 중요하지만 학교생활도 그만큼의 가치는 있으니 공부도 열심히 하면서 학교활동도 열심히 했으면 좋겠다.

구현담 수습기자/계명
<lovelytale89@e-mednews.com>

 

지방 의료, 변화와 과제

지역 의료인 양성 유명무실
의사도 환자도 서울로 서울로…

 지역 의료의 발전과 의료자원의 균등 분배를 위해 설립된 지방의대와 부속병원. 그러나 더 이상 과거와 같은 소극적인 경영에 머물러서는 살아남기 힘들어지고 있다. 또한, 지방 의대의 설립 목표 중 하나인 지역 의료인 양성마저 유명무실 해지고 있는 실정. 지역 의료계가 딜레마에 빠져있다.

지방 의대 출신들의 ‘탈 지역화’


 최근 의대 진학을 목표로 하는 학생들은 전국 의대를 대상으로 자신의 점수에 맞춰 공격적인 지원행태를 보인다. 그에 따라 출생지와 입학하는 의대 간의 상관관계가 매우 낮아졌다. 예를 들어 전남의대나 영남의대 같은 경우 신입생의 30% 정도가 수도권이나 타 지역 출신이다. 이러한 경향은 의전원의 도입으로 수도권 대학 출신 졸업생의 지방 의전원 진학이 늘어나면서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물론 타 지역 출신 학생이 지역 의료에 종사하지 않는다는 법은 없지만, 지방의대 재학생을 해당 지역의 잠재적 의료 인력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이러한 탈 지역 현상은 비단 의대진학 뿐만 아니라 전공의 지원이나 개원 시에도 그대로 나타난다. 전국적으로 비인기과 전공의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그나마 해당과를 지원하는 전공의들마저 수도권으로 몰리고 있다. 반면에 상당수의 지역 수련병원 비인기 과들은 모집 인원을 제대로 채우지 못하고 있다. 이는 장기적인 지역 의료의 경쟁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지방 거주자들도 ‘수도권 쏠림’


 점점 늘어나는 지방 거주자들의 원정 진료 또한 지방 의료계의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2009년 건강보험공단이 제출한 ‘지방거주자들의 수도권 의료기관 진료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수도권 의료 기관에서 원정 진료를 받은 지방 거주자의 수는 225만4,000명에 달한다. 2003년의 170만3,300명에 비해서 32.3%가 증가한 수치이다.
 이들이 수도권 의료 기관에서 진료를 받는 데 지급된 총 진료비는 1조 6,836억 원으로, 지난 2003년의 8,417억 원에 비해 2배 정도 늘었다. 진료비에 포함되지 않은 비급여부분과 교통비, 체류비 등을 합하면 그 액수는 2조원을 넘을 것으로 본다. 지역 의료 보험료가 지역 의료 인프라에 투자 되지 않고 수도권으로 회수 되는 것이다.
 막대한 투자와 홍보를 통해 병상과 환자를 늘려가는 수도권 대형 병원에 비해 지방 병원의 외적인 발전 규모는 다소 더딘 것이 현실이다. 지방의료 종사자와 전문가들은 “KTX와 같은 교통수단으로 인해 지방 환자들의 수도권 접근성이 나날이 좋아지는 현실에서, 특화된 분야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와 마케팅, 그리고 정부차원에서의 모니터링과 관련 법제정 등의 노력이 없는 한 의료의 수도권 쏠림 현상이 앞으로 더욱 심화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안지훈 기자/영남
<ahnadun@e-mednews.com>

산부인과 의사들 스스로 ‘낙태수술 고발’

‘낙태 시술’ 눈감아 온 관행, 그대로 둬야 하나

 지난 2월 3일, 산부인과 의사들이 직접 불법 낙태 시술을 하는 동료 의사들을 고발하는 사건이 일어나면서 ‘낙태’가 다시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이번 사건의 중심에 선 ‘프로라이프 의사회’는 낙태를 반대하는 의사들의 모임으로서, 상습적으로 낙태 시술을 한 3개의 병원을 고발했다. ‘프로라이프 의사회’는 낙태반대 산부인과 전문의 140명과 100여명의 시민들이 함께 힘을 모아 지난해 12월 발족한 단체. 이들은 이번 사건을 통해서 의료계에 낙태에 관한 주의를 다시금 환기시키고 정부의 보다 강경한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가 계속 이 책임을 방기하는 한 불법 낙태에 대한 고소 고발은 끊이지 않을 것”이라며 “하루 1000명 이상의 태아가 불법 낙태 되는 것을 방치해온 사법 당국이 이제라도 그 책임을 통감하고 낙태 근절에 앞장서 주기를 바란다”고 강력하게 촉구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여성단체와 대한산부인과의사회의 반발도 만만치 않아 논란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여성민우회 등 10여 개 여성단체는 “대책없는 낙태 금지책은 음성적인 낙태수술만 가중시킬 뿐”이라며 “낙태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여성들의 마음과 상황을 읽지 못한 극단적 주장”이라고 반대하고 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측은 “‘프로라이프 의사회’가 내 놓은 성명서는 현실을 무시한 근시안적인 대책”이라고 말했다. 또한 일본이 낙태를 합법으로 하고 있는 이상, 원정 낙태 등 다른 문제들이 불거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장석일 부회장은 “루마니아에서는 의사를 사형이라는 극형에 처했지만 낙태는 없어지지 않아 극단적인 방법만으로는 실태파악이 안 되고 오히려 정책을 세우는데 마이너스가 된다”며 “올바른 성의 가치관부터 피임교육 등 제대로 된 성교육을 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덧붙였다.

 논란 속에서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불법 인공임신중절수술 중단 권고안’을 발송하고, 불법 낙태광고가 3회 적발된 회원을 제명조치하기로 결정하는 등 자율적 통제를 위한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또한 보건복지가족부는 3월 중 ‘불법 인공임신중절 예방을 위한 사회적 협의체’를 발족하고, 이 협의체에서 논의된 각계 의견과 대안을 바탕으로 ‘인공임신중절 예방 종합계획’을 수립하기로 했다.

 현행 모자보건법에 따르면 태아에 심각한 기형이 있더라도 낙태가 금지되어 있으며, 태아의 기형을 유발할 수 있는 약물 복용이나 방사선에 노출이 되더라도 인공임신중절수술은 허용되지 않는다.

김민정 기자/순천향
<sackoy@e-mednews.com>

의전원 등록금 건국대 1,042만원 ‘최고’

의대는 고려대 621만원… 전체 41개 대학 중 13곳 인상

 전국 41개 의과대학과 의학전문대학원(이하 의전원) 등록금이 대부분 동결된 가운데 건국대 의전원과 고신 의대가 각각 5%씩 인상하면서 최고의 인상률을 기록했고, 특히 이중 건국대 의전원은 한학기 등록금이 1,042만원으로 지난해 998만 5000원으로 가장 등록금이 비쌌던 이화여대 의전원을 제치고 가장 비싼 의전원에 이름을 올리게 되었다.
 ◆ 의전원 7곳 ‘인상’ -  모든 국립대 의전원이 등록금을 동결한 가운데 건국대, 성균관대가 각각 5% 인상률을 보였고, 이어 경희대, 이화여대, 한양대 등이 3% 전후의 인상률을 기록했다. 가장 등록금이 낮은 의전원은 연세 의전원이었으며 이어 성균관 의전원이 뒤를 이었다.
 ◆ 의대 6곳 ‘인상’ - 의대 역시 모든 국립대는 동결하였으며 사립대인 고신대와 한양대, 연세대 등이 4.5%, 2.8%, 2.5% 등으로 인상했다. 가장 비싼 등록금은 고려대 였고, 이어 연세대, 동국대, 성균관대 순이었다.

박준하 기자/가톨릭
<junha@e-mednews.com>

용산참사, 해결되지 않은 해결

2009년의 마지막 날, 용산을 찾다

 2009년의 마지막 날은 동장군의 심술이었는지 그 해 겨울 중 가장 추웠다. 연말인 만큼 제야의 종소리를 들으려는지, 늦은 밤 용산역 앞 사거리에는 차도 사람도 뜸했다. 그 곳을 찾은 의대생신문의 기자들의 손에는 피켓이 들려있었다. “새해에는 안 싸우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바로 전날, ‘극적 타결’된 ‘용산 참사’에 관한 내용이다.

 용산 4구역 재개발 조합과 유족들은 사고 발생 345일 만인 12월 30일, 극적으로 보상 합의안을 도출했다. 서울시와 용산참사 범국민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는 이 날 열린 기자회견에서 위로금과 보상금에 대한 협상을 마쳤고, 이어 1월 9일에 장례식을 치르고 25일 농성도 끝내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운찬 국무총리는 유감을 표하며 유족 측에 용산 4구역 재개발 조합으로부터 35억원가량의 보상금이 지급될 것으로 전했다.
 또 임시ㆍ임대상가 제공 문제도 타협점을 찾았다. 서울시와 범대위는 향후 이행추진위에서 제도 마련 등을 논의하자고 유족 측을 설득했다. 추후 협상 여지를 마련한 범대위는 철거민 23세대의 생계를 위해 용산과 수도권 등 재개발구역 2곳의 근로자 전용 식당(함바집) 운영권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아들였다.
 희생자 장례, 유족 위로금 등의 사안은 순조롭게 협상이 이뤄졌다. 1월 9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순천향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철거민 희생자 5명의 발인식이 치러졌고, 참사 현장인 용산 재개발구역에 희생자 5명의 추모비를 건립하기로 합의했다. 순천향병원에 미지급된 장례식장ㆍ안치실 사용비용 5억7,000여만원도 재개발조합이 부담하기로 했다.
 그러나 여전히 진상규명에 대한 숙제가 남아있다. 유족측은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에 대한 대책위원회를 꾸려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점을 밝혔다. 또 작년 2월 구속된 철거민들에 대한 신병 처리 문제도 남아 있다. 유족측은 현재의 재개발 보상제도가 제2의 용산 참사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정부 측은 용산 참사 타결에 대해 환영한다는 입장을 보였고, 정 국무총리는 “이런 불행한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의대생신문사는 30일 협상이 타결되었으나 아직 남아 있는 숙제들이 있다고 판단, 계획된 시위를 진행했다. 편집장 김민재씨(순천향, 23)는 신년회를 맞아 술자리 위주의 모임문화를 탈피하고자 릴레이 일인시위를 신년회로 기획했다고 밝혔다. “신문사라는 장점을 살려 재밌고 은유적으로 표현하고자 노래가사나 책의 문구를 인용해 피켓을 만들었어요.” 그는 선심쓰기 식으로 사태를 해결하는 것은 안 된다며, 우리가 용산에서 생각해 봐야 할 과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했다. 김민재 편집장은 “지난해 내내 학교주변에 경찰들이 많이 서있었지만 용산 사태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 보지 못했는데 이렇게 현장에 와서 직접 시위에 참여하니 피부로 와 닿습니다. 또 시민단체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격려해주셔서 뿌듯했습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용산구청은 용산참사 보상 문제가 타결됨에 따라, 용산4 재개발구역의 주상복합 건물 6개동 신축공사 등을 오는 6월에 시작해 2014년 완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는 제2의 용산참사를 막기 위해 앞으로는 시민 누구나 서울의 뉴타운ㆍ재개발ㆍ재건축 전 진행 과정 및 정보를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언제든 확인할 수 있게 제도를 마련한다고 밝혔다.

한중원 기자/울산
<han@e-mednews.com>
구현담 수습기자/계명
<lovelytale89@e-mednews.com>

2010 의대생신문 기획연재 “의료계 현실 진단”
- 첫 번째 마당 : 외과·흉부회과 기피현상

외과·흉부외과 기피현상, 적절한 해결책은?

지원율은 큰 변화 없어… ‘그러나 고무적인 조치’

 외과계 기피 현상은 10년도 넘은 문제입니다. 이 현상을 계속 간과하다보니 그 동안 외과의사가 필요 인력의 절반정도밖에 배출되지 않았습니다. 아직은 기존 외과의들이 자리를 잡고 활발히 일을 하기 때문에 당장 큰 문제가 생기지는 않았지만, 향후 몇 년 안에 국민 보건에 큰 문제가 생길지도 모릅니다. - 유창식 교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2009년 7월부터 흉부외과의 처치 및 수술 의료행위 201개에 대해 소정점수에 100% 가산(소요재정 486억원)한 수가를 적용했다. 또 외과는 322개에 대해 30% 가산(소요재정 433억원)한 수가를 적용했다. 이 추가 재원은 전공의 처우 개선에 사용하라는 지침에 따라 수도권 대형 병원들은 전공의 임금을 월 200~300만 원 가량 인상했다. 반면 대한전공의협의회 조사 결과, 외과의 경우 급여 인상 조치가 없는 병원이 8% 이상, 흉부외과는 22%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결과적으로 외과, 흉부외과 전공의 지원율 역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2010년 레지던트 필기시험 지원 결과 지원율은 외과의 경우 47.5%(145/305명), 흉부외과는 39.5%(30/76)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 아산병원 대장항문외과 과장인 유창식 교수는 "외과는 레지던트 트레이닝 중에서도 1년차 때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집에 갈 정도로 힘들었다. 반면 소위 마이너 과는 상대적으로 편한데, 오히려 개업 후엔 더 좋은 생활을 한다. 결국 지금 당장의 수가 인상분으로 생긴 전공의 월급 200, 300만원 인상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4년 동안 1억을 더 벌자고 자신의 평생 전공을 정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또 이번 수가 인상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도 많다. 대형병원들의 잇단 외과, 흉부외과 전공의 임금 대폭 인상에 의한 특정 병원으로의 전공의 쏠림 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대한흉부외과학회 관계자는 “서울지역의 대형병원들이 월 300만원씩 인상한다고 발표하니 조그만 병원들이 어찌 할 바를 모른다.”고 밝혔다.
 다른 과와의 형평성도 문제가 되고 있다. 유창식 교수는 "기존 전공의 연봉이 다 같았는데 왜 외과계만 인상하느냐, 하는 불만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환자들의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는 “이번 수가 인상은 정부의 추가 재원으로 이뤄진 것으로, 이는 국민들의 건강 보험료로 충당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국민의 부담이 늘어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추가 재원은 보험재단이 탄탄하지 못하기 때문에 마련된 것인데, 앞으로 얼마나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고 첨언했다.

 유창식 교수에게 현직 외과의로서 외과계열 기피현상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았다.

 “의료보험 제도가 생기기 이전에는 외과의사가 좋은 시절을 보냈습니다. 그러다 초기에 수가 산정을 할 때 낮은 수가로 정해져버렸죠. 그 수가로는 개업의가 수술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마취의도 필요하고 조수도 필요하며 긴 시간 동안 진행되는 수술은 하면 오히려 손해일 뿐이었죠. 이것이 외과 기피의 시초입니다. 30년 동안 부실한 보험 체계의 위험 부담을 의료계가 고스란히 떠안고 있었는데, 이제야 경제적으로 안정이 되어 현 의료 체계의 부실한 점을 돌아볼 수 있게 된 것이라고 봅니다.”

 외과와 흉부외과는 수십 년간 전공의 지원이 적었고 수가 인상이 된 이번 년도에도 별다른 변화는 없었는데, 이에 대해 유 교수는 영상의학과의 인기 상승을 거론했다.

 “몇 년 전만 해도 영상의학과 지원자가 계속 없었었는데, 그러다 보니 실제 의료계에서 영상의학과 전문의를 구할 수가 없게 되었었습니다. 판독은 해야 하는데 사람이 없으니 병원들은 연봉을 계속 인상했어요. 그러다 보니 영상의학과의 인기는 요새 무척이나 높아졌죠.
 외과, 흉부외과에서도 같은 일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인기 이전에 이는 국민 보건에 큰 영향을 끼칠 수도 있으니, 처우 개선이나 정책 변화나 완만하게 점차적으로 진행돼야 합니다.”

 유 교수에게 이번 수가 인상에 관해 총체적으로 어떻게 평가하는지 물었다. 그는 의외로 이번 수가 인상이 완전한 조치는 아니지만 긍정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답했다.

 “외과의사가 없으면 수술이 불가능하고, 수술이 안된다면 진단이 되어도 치료가 안되는 부분이 많죠. 한국인 사망원인 1위가 암인데, 이는 외과의사의 필요성이 무척 높습니다. 장기이식의 경우도 마찬가지구요. 정부에서 이제 문제점을 자각, 어떻게든 외과의사 숫자를 늘려야 되니 궁여지책으로 수가 인상안을 내놓은 것인데 막상 효과는 없었지요.
 굉장히 미흡한 조치이지만, 진일보한 것으로 생각합니다. 전공의, 전문의 까지 좋은 혜택을 받고 수가가 지속적으로 인상이 된다면 인력 부족의 문제는 없을 것입니다. 수가가 지금보다 더 올라가서 적정 수준이 보장된다면, 자신의 행위에 대한 보상이 커지는 것이기 때문에 개원을 하건, 봉직의를 하건 여유가 생기기 때문이죠.
또 스트레스는 많지만, 정말 재밌고 보람찬 분야가 외과거든요.”

 마지막으로 현직 외과의로서의 고충을 물었다. 하지만 유 교수의 대답은 현직 외과 명의로서의 자부심으로 돌아왔다.

 “외과의사는 좋은 대접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은 가장 선진화된 의료 시장을 갖고 있습니다. 물론 나름대로의 문제점이 있지만, 가장 의료가 꽃피워있다고 볼 수 있겠죠. 미국은 전문의 기준, 외과의사가 평균보다 적어도 50%, 많게는 2~3배의 연봉을 받습니다. 어떠한 직업도 전문성을 인정받아야 하고, 노력만큼 보상도 있어야 합니다. 환자가 수술을 받고 좋아져서 퇴원할 때 하는 감사의 인사나, 후에 외래에 와서 하는 고마움의 표시, 기쁘긴 하지만 그런 것이 '전부'가 될 수는 없지요.
 환자의 몸에 직접적으로 칼을 대는 것이 외과 의사입니다. 칼을 대는 순간부터는 환자에 대해 무한 책임을 갖죠. 또 의사의 행위만으로 환자의 질병 경과 90% 이상을 좌우하기 때문에 환자에 대한 의무감, 사명감도 대단합니다. 하지만 그에 따른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죠. 수술 후에 합병증을 앓는 환자가 있으면, 환자의 고통도 고통이지만 외과의도 힘들어 합니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수술을 했다면 이런 일이 없지 않았을까...’하는 자책이죠.”


 유창식 교수의 바쁜 외과의로서의 생활은, 점심시간을 쪼개서 인터뷰할 수밖에 없는 일과에서 알 수 있었다. 그러나 그의 모습은 ‘고됨’보다는 ‘당당함’이었다.

한중원 기자/울산
<han@e-med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