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시문제집, 의대생이 스스로 만든다
전의련, 2010년 3월 KMLE문제집 출간 예정
이에 따라 의대생들은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내년부터 퍼시픽, 고려, 군자, 예당 외에 전의련-전공의협의회에서 제작하는 문제집을 선택할 수 있을 전망이다.
퍼시픽, 예당 2008년 70% 가격 인상해
이번 사업의 추진 배경에 대해 전의련은 ‘2008년 출판사들이 일제히 70%정도 가격을 인상한데 대해 문제의식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퍼시픽 KMLE’의 경우 2007년 14만원에서 2008년 24만원으로(71.5%인상), 예당의 경우 2007년 10만원에서 2008년 16만 8천원(68%인상)으로 각각 가격을 인상했다. 이에 따라 다른 출판사들의 KMLE 참고서도 비슷한 수준으로 가격이 형성되었다.
이런 가격 인상이 가능한 것은 KMLE 참고서 시장이 퍼시픽, 고려, 예당 등 일부 출판사들의 독과점구조로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퍼시픽의 경우 지난해 3000부에 가까운 판매를 보였는데, 전국 의대생이 한 학년에 3000명이 조금 넘는 것을 생각해볼 때, 대부분의 학생이 퍼시픽을 구입한다고 봐도 좋은 것이다.
전의련 전영대 공보국장은 ‘지난 2년간 이의제기를 많이 했으나 수용되지 않아 스스로 합리적인 가격의 문제집을 만들게 되었다’고 말했다. 전의련은 이러한 문제의식에 입각해, 문제집을 출간할 경우 이윤을 최소화하고 가격 형성과정 또한 투명하게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존 문제집, 부정확한 내용도 많아
기존의 출판사들이 독과점적 구조를 이용해 학생들에게 폭리를 취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내용의 정확성 또한 오래전부터 문제로 제기되어 왔다. 이는 KMLE 문제집이 만들어지는 독특한 구조에서 기인한다.
국가고시원은 원칙적으로 국가고시 문제를 비공개로 하고 있고, 문제에 대한 저작권도 가지고 있다. 출판사들이 국가고시 문제를 그대로 이용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출판사들은 국시 응시자들이 복원한 문제를 사들여 변형한 후 문제집을 만들게 된다. 문제를 변형, 해설하는 과정에서 교수진의 검토가 있는 것이 아니라 10명 남짓의 학생들만 참여하기 때문에 틀리게 해설하거나 잘못된 문제가 나오는 것이다. 실제로 올해 국가고시에 응시한 한림대의대 출신의 한 인턴은 ‘문제집에 나온 문제가 나와 그대로 풀었지만 시험이 끝나고서야 그 문제의 풀이가 틀렸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전의련은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최대한 많은 인원의 학생을 동원하여 문제를 복원, 풀이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부분의 의과대학 학생회에서 이 사업에 찬성하고 있고, 참여하는 학생들의 이름을 책에 싣는 등 혜택을 줄 예정이어서 학생들을 동원하는 것도 어렵지 않을 전망이다. 또 전공의협의회 선생님들의 감수도 거치게 된다.
1년 1세트에 8만원 예상
가격보다는 질적인 경쟁력을 가져야
전의련에 따르면 ‘1년에 1세트를 최대로 비싸질 경우 8만원선에서 제공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는 기존의 퍼시픽 보다 1세트를 기준으로 4만원정도 저렴한 수준이지만, 기존 출판사들처럼 2년 2세트로 묶어 팔지 않기 때문에 학생들의 부담은 훨씬 크게 줄어들게 된다.
기존의 문제집들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학생들의 부담을 덜어준다는 것은 장점이지만, 학생들이 과연 이 문제집을 이용할 것인가는 다른 문제이다. 현재 시장의 80%를 점유하고 있는 퍼시픽이 타사의 문제집보다 4만원에서 10만원이나 비싸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따라서 전의련의 문제집이 기존에 퍼시픽을 이용하던 학생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서는 상당한 수준의 질이 보장되어야 할 것이다.
예정대로 내년 3월에 출간이 된다고 하더라도 시장에서 자리를 잡는데 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시장의 독점적 구조를 개선하기는 힘들더라도 전의련의 이번 문제집 발간 사업은 큰 의의를 갖는다. 학생들은 양질의 문제집을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할 수 있고, 또한 기존 출판사들이 2008년의 경우처럼 가격을 인상하지 못하도록 의대생 스스로 가격억제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민재 기자/순천향
<telemax@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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