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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수술 의사 처벌 강화, 최선의 정책일까?

 

 

보건복지부는 최근 의료인의 비도덕적 진료행위에 대한 기준을 담은 ‘의료법 관계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을 공개했다. 비도덕적 진료행위에는 무허가 주사제 사용, 대리 수술, 오염·사용기간이 만료된 의약품 사용, 진료 목적 외 마약·향정신성 의약품 처방·투약, 진료 중 성범죄, 불법 임신중절수술 등이 포함됐다. 그 중에서도 임신중절수술에 관한 부분이 크게 논란이 되고 있다. 불법 낙태수술이 적발될 시 최대 12개월 동안 의사자격이 정지되며, 수술을 받은 여성 역시 처벌이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행법상 낙태는 형사처벌 대상이다. 모자보건법상 합법적인 낙태 시술은 ‘강간 또는 준강간에 의해 임신된 경우’, ‘본인이나 배우자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우생학적 또는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 혹은 전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 등으로 규정해 두고 배우자의 동의를 받아야만 낙태수술이 가능하도록 정했다. 하지만 정확한 임신 경로를 확인하기가 어렵고, 철저한 단속이 이루어지지 않아 암암리에 많은 낙태수술이 이루어졌다. 의료계에서는 매년 약 20만 건에 달하는 임신중절수술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의료계와 여성단체의 큰 반발에 부딪혀… 입장 번복

 

보건복지부의 이러한 결정에 대해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낙태수술을 모두 중단하겠다고 선언하였다. 이들은 성명서를 발표해 법률과 현실의 괴리가 큰 것은 비현실적인 법률 때문이며, 이를 기준으로 임신중절수술을 비도덕적인 진료행위로 분류하고 처벌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였다.
여성단체들 역시 보건복지부의 의료법 개정안에 대해 크게 반발하고 있다. 법률이 임신하는 당사자인 여성의 권리와 입장을 전혀 반영하지 않기 때문이다. 여성들과 시민 수백 명은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검은 옷을 입고 낙태죄 폐지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일명 ‘검은 시위’로 불리는 이번 시위는 지난 3일 폴란드에서 여성 수만 명이 검은 옷을 입고 거리로 나가 정부의 전면적인 낙태 금지법에 항의한 데서 모티브를 얻었다. 시위 참가자들은 현행 모자보건법 등이 여성의 임신 결정권을 고려하지 않고 있으며, 임신중절수술의 책임을 의료인과 여성에게만 떠맡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낙태 처벌을 강화하는 의료법 개정안 철회와 낙태죄 폐지를 요구했다. 한국여성의전화 역시 공식 성명을 통해 “임신은 여성의 몸에서 일어나는 일이지만 임신에 있어 여성의 선택권과 접근권, 통제권은 철저히 박탈당했다”며 “여성의 몸은 종교인의 몸도 의료인의 몸도 행정가의 몸, 정치가의 몸이 아니다”라고 반발했다.
이처럼 논란이 확산되자 복지부는 임신중절수술에 대한 의료인 처벌을 강화하려던 계획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불법 낙태수술에 대한 행정처분 기준은 아직 결정된 바 없다”며 “관련 법령은 입법예고 중으로 구체적인 행정처분의 대상 및 자격정지의 기간은 전문가와 국민의 의견을 수렴해 최종적으로 확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복지부는 불법 낙태는 형법상 위법 행위이기 때문에 처벌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지만, 처벌 수위를 종전대로 유지하거나 비도덕적 진료행위에 따른 자격정지 기간을 세분화하는 방안 등을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계·여성단체 “낙태 금지 이전에 제도 먼저 개선돼야”

 

의료계와 여성단체는 낙태죄를 묻기 이전에 현실에 맞춰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산부인과의사회의 김동석 회장은 “우리나라가 1973년에 수정된 모자보건법을 지금까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며 “선진국 사례를 참고해 산모의 건강·경제적 사정 등을 충분히 반영한 합법적인 낙태가 이뤄질 수 있도록 현실에 맞는 법 개정이 매우 절실한 상황”이라고 조언했다.
여성단체 역시 정부가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시선으로 낙태 관련 사안을 다루고 있다고 지적했다. 낙태에 의해서 가장 많은 어려움과 고통을 겪는 사람은 여성인데, 낙태 여부를 국가에 의해 결정해야 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낙태를 줄이고 출산율을 높이고 싶다면, 피임 교육이나 양육에 대한 정부의 지원을 강화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이 그들의 입장이다.
한편 독일, 프랑스 등 많은 유럽 국가와 싱가폴, 호주, 러시아, 미국, 캐나다 등의 국가에서는 임산부의 요청 시 합법적인 낙태시술이 가능하다. 프랑스에서는 15~18세 여성들에게 무료 피임약을 제공하고, 임신중절비용 전액을 보험 지원하는 등 여성의 사회경제적 입장을 고려한 정책을 시행 중이다.
낙태에 관한 논쟁은 오래 전부터 이어져왔다. 낙태에 관한 입장이 어떻든 간에 드 누구도 낙태가 ‘아름다운’ 일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여성과 태아 모두에게 안타까운 일이며, 어느 여성도 즐거운 마음으로 낙태를 위해 수술대에 눕는 경우는 없다. 하지만 이처럼 괴롭고, 심지어 의료보장조차 안 되는 그 시술이 매년 한국에서 몇 십만 건 이상 행해지고 있다. 불법 낙태가 많다고 낙태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기 보다는,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을 찾고, 현실에 맞도록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법을 위해 개인들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들을 위해 법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김태욱 기자/가천
<rlaxodnr96@naver.com>

 

의과대학 입시: 수시 전형 알아보기

 

 

이제 2016년과 함께 대한민국에서 항상 핫한 이슈인 의과대학 입시도 서서히 끝나가고 있다.
의대 입시는 현재 수능점수로 학생을 평가하는 정시와, 다른 방법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수시 전형으로 나뉜다. 수시전형은 또한 학교생활기록부와 자기소개서를 중심으로 학생을 평가하는 학생부 종합전형과, 학교 내신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학생부교과 전형, 그리고 논술전형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이런 수시의 큰 틀 속에서, 전국의 의과대학들은 각각 자기들만의 방식으로 학생을 선발하고 있고, 전형도 학교마다 조금씩 다르다. 각 대학의 수시 전형들 중에 특이한 전형은 무엇이 있는지, 그리고 올해 의대 수시에서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학교와 전형들은 무엇인지 알아보겠다.

먼저 필자가 소개하고 싶은 전형은,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의 ‘가톨릭지도자추천전형’ 이다. 이 전형의 지원자격은 2015년 2월 이후 졸업(예정)자로서 가톨릭 사제 또는 현직 수도회 장상(총원장, 관구장, 지부장), 소속 가톨릭계 고등학교장의 추천을 받은 자이다. 이 전형은 1차에서 지원자들의 서류평가를 통해 10명 내외의 학생을 뽑고, 1차 합격자들과 10분 내외의 면접을 통해 최종합격자 1명을 선발한다. 수능에서 국어, 수학(가형), 영어, 과탐(2과목 평균) 중 3개 영역 등급 합이 5 이내를 만족시켜야 최종합격할 수 있는 이 전형은 이름이 ‘가톨릭지도자추천’ 임에도 지원자격이 지원자의 종교나 신앙과는 무관한 것이 특징이다.

또한 특이한 전형에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의 지역균형선발전형이 있다. 이 전형의 지원자격은 소속 고등학교장의 추천을 받은 2017년 2월 국내 고등학교 졸업예정자 이다.(조기졸업예정자 제외) 이 전형은 지원자가 제출한 서류들(자기소개서, 추천서, 학생부)을 평가하고, 10분 내외의 면접을 통해 최종합격자를 결정한다. 수능에서 국어, 영어, 수학, 탐구과목 중 3개 영역 이상 2등급 이내를 충족해야 최종합격 된다. 이 전형의 특징은, 학교마다 추천받은 한 명씩만 지원자격이 있다는 것이다. 지원자격이 까다로운 전형이지만, 학교에서 추천을 받아 지원자격을 얻었다면, 지원자가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다른 학생부종합 전형들보다 경쟁률이 낮아 내 볼만한 전형이다.

순천향대학교 의과대학의 학생부교과 전형도 특이한 전형 중 하나이다. 내신을 주요 평가 지표로 삼는다는 것은 다른 학교의 학생부교과 전형과 별반 다를 것 없지만, 특이한 점은 문과 수험생들도 낼 수 있는 전형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의예과 지원자가 수학 ‘가’형, 과학탐구 과목을 응시하지 않은 경우 각각 0.5등급 하향조정 반영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기 때문에 문과 지원자들이 이과 지원자들보다 불리한 위치에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이번에는 작년과 올해 의과대학 입시의 경쟁률을 비교해 보자.

 

 

 

표에서 보는 것처럼, 작년과 올해 논술전형은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이 각각 201.9, 288.8로 경쟁률 1위를 기록했다. 학생부종합전형 또한 한양대학교 의과대학이 40.92, 45.5로 두번 다 1위를 기록했다. 학생부교과 전형은 작년에 건양대학교 의과대학이 46.07, 올해는 을지대학교 의과대학이 경쟁률 72.5로 1위를 기록했다.

 

 

 

김동규 기자/가천
<anessan1@naver.com>

 

‘연명의료법’ 2018년부터 시행… 보라매병원 사건 이후 19년 만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과정에 대한 법률(환자연명의료결정법, 이하 연명의료법)이 19대 국회를 통과하여 지난 2월 제정되었다. 연명의료법은 2년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2018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연명의료법은 호스피스·완화의료의 이용과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 및 그 이행에 필요한 사용을 규정함으로써 환자의 최선의 이익을 보장하고 자기결정을 존중하여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임종과정”을 회생의 가능성이 없고, 치료에도 불구하고 회복되지 않으며, 급속도로 증상이 악화되어 사망에 임박한 상태로, “연명의료”는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에게 하는 심폐소생술, 혈액 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 등의 의학적 시술로서 치료효과 없이 임종과정의 기간만을 연장하는 것으로 정의했다. 연명의료법은 이러한 임종 과정의 기간만을 연장하는 시술에 한하여 시도하지 않거나 중단하는 것을 허용하는 것이다.

 

‘보라매병원 사건’, ‘김할머니 사건’ 거쳐
연명의료에 대한 사회적 인식 반영한 결과  

 

현재 의료기관에서 임종을 맞이하는 환자는 매년 증가하고 있으며 연명 의료를 놓고 의료진과 환자 사이에서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연명의료행위는 급성기 상황에서는 환자의 생명을 구할 수 있지만, 회생 가능성이 없는 임종기 환자에게는 불필요한 고통만 가중시킬 수 있다.
1997년 ‘보라매병원 사건’은 연명 의료를 놓고 발생하는 갈등 상황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건이었다. 머리를 다쳐 보라매병원에 내원한 김 모씨는 수술을 받았으나 뇌부종으로 자발호흡이 돌아오지 않아 인공호흡기를 부착하여 치료를 받고 있었다. 보호자는 경제적 이유로 조기 퇴원을 요구했고 환자는 인공호흡 중단 후 5분 만에 사망했다. 대법원은 보호자와 의료진에게 각각 살인죄와 살인방조죄를 선고했다.
2009년 ‘김할머니 사건’은 상반된 판결을 받았다. 당시 78세였던 김 할머니는 폐암 조직검사 중 일시적 심정지로 심폐소생술을 받았으나 뇌손상을 입어 수개월 간 식물인간 상태로 누워있었다. 가족들은 “환자가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평소 원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인공호흡기 제거를 병원에 요구했다. 하지만 병원은 이를 거부했고, 가족들은 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은 “회복 불가능한 사망단계에 진입한 환자는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고, 환자에게 부착된 인공호흡기를 제거”하도록 판결했다.

보라매병원 사건은 의사의 환자생명 보호의무와 환자의 자기결정권이 충돌하는 의료 상황을 보여준다. 환자의 의사에 반하는 무의미한 연명의료가 이뤄지고 있으며 일반인은 연명의료에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다. 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발표한 ‘노인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9명이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원하지 않는다는 조사결과는 이를 뒷받침한다. 한편 김할머니 사건은 연명치료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환자결정권에 기반하여 연명의료 중단이 인정되는 사건이었다. 결국 김할머니 사건 이후 수년간 국회에는 ‘존엄사법안’, ‘암관리법개정안’ 등이 제출되었고 보라매병원 사건 이후 19년 만에 결국 연명의료법이 통과되기까지 이르렀다.

 

아직 미흡한 점 많아…
재정 지원 및 인프라 구축, 사회적 분위기 조성 필요

 

연명의료법이 시행되기까지는 채 일 년도 남지 않았지만 인프라 구축 등 정부의 행정·재정적 준비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의대 윤영호 교수(공공보건의료사업단장)는 ‘웰다잉 문화조성을 위한 국회의원 모임 창립총회 및 토론회’에서 “법률 통과 이후 정부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부분을 보면 인프라 구축이 부실하다. 인프라 구축에는 재정적 투입이 필요하다”면서 “정부의 2020년 1,400병상 목표는 당초보다 줄어든 것으로 호스피스 활성화 의지가 있나하는 의구심마저 든다”고 했다.
특히 대상자를 암환자 위주에서 다른 말기 환자로 확대하는 과정에서 윤 교수는 “호스피스 확대질환에 포함되지 못한 치매나 파킨슨병, 뇌졸증 등에 대한 형평성 논란이 있을 수 있다”며법제화의 전제가 되는 호스피스 관련 인프라가 구축돼야만 논란을 극복할 수 있다. 이에 비해 현재 인프라 구축은 미약한 실정”이라고 강조했다.

연명의료 중단을 누가 결정하는지의 문제도 항상 존재한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그 방법 중하나로 연명 치료를 스스로 결정할 수 없는 순간을 대비해 미리 자신의 의사를 서류로 남김으로써 권한을 행사하게 하는 것이다.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거부하는 시민 단체 캠페인의 일환으로 시작되었고 2018년 2월부터 법적 효력을 가지게 된다. 기본적으로 거부 가능한 법적 연명 의료를 표기하고 이에 거부하고 싶은 의료 행위를 더 추가할 수 있다.
제도적 장치뿐만 죽음에 대해 평소에 미리 생각해보고 준비해볼 수 있는 시간도 필요하다. 죽음 또한 삶의 일부분이며 누구에게나 예고 없이 찾아올 수 있는 것이다. 사회 구성원 각자가  연명 의료 중단, 혹은 존엄사 문제에 대해 생각해보고 이를 나눌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정창희 기자/이화
<patty90327@gmail.com>

백신 괴담, 기우인가 실제인가 - ‘안아키스트’에 부쳐

 

 

최근 일부 부모들 사이에서 인터넷을 통해 ‘백신 괴담’ 이 확산되고 있다. 이는 영국의 한 의사가 논문을 조작해 MMR(홍역·유행성이하선염·풍진) 백신 접종이 자폐증을 일으킨다는 주장을 한 데에서 비롯되었다. 영국의 대장외과 전문의 앤드루 웨이크필드는 자폐증 어린이 12명의 연구를 통해 ‘MMR 백신 접종이 자폐증을 일으킨다’는 논문을 1998년 의학저널 랜싯(Lancet)에 기재했다. 백신 접종이 자폐증을 일으킨다는 논문의 내용은 각종 언론을 통해 전파되어 많은 부모가 아이들의 백신 접종을 거부했다. 결국 12년 뒤에 허위로 판명되어 그의 주장이 거짓으로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백신 괴담’은 하나의 이론처럼 정착하게 되었다.

 

백신 괴담, 인터넷 까페 및 SNS를 통해 확산
과학적 근거와 거리 멀어
 
한국에서는 얼마 전 태어난 지 한달 만에 맞은 결핵(BCG)접종으로 두 살배기 아이가 걷지 못하는 일이 생겼다. 잇따라 중동호흡기증후군(MERS)과 C형 간염 집단 발병 사태 등으로 병원에 대한 불신이 커지게 되면서 백신 거부 움직임은 더 가열되어 가고 있는 추세이다. ‘무접종’, 혹은 ‘자연접종’을 주장하면서 ‘자연주의 육아’를 표방하는 움직임은 인터넷 까페 및 SNS를 통해 주로 확산되어 가고 있다. 이와 같은 움직임의 중심에 있는 까페 중 하나의 회원 수는 이미 4만 명을 돌파했다.

지지자들은 “백신접종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백신접종에 대한 고지의무를 준수하는 안전한 백신접종을 지지한다”고 주장한다. 백신을 맞는 것 또한 개인의 선택이니 제대로 알고 선택하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물건 살 때 따져보고 사듯이 백신도 이것저것 알아보고 백신 설명서도 공부해보고 접종해보라고 권한다. 이들은 자신을 종교, 정치, 이념 등 어떤 것에도 치우치지 않는 ‘안아키스트’라 지칭하면서 누구의 경험과 공부가 아닌 나의 경험과 공부를 믿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안아키스트란, 해당 까페의 회원을 일컫는 말로 ‘약 안쓰고 아이 키우기’라는 까페명의 준말이자 무정부주의자를 일컫는 아나키스트와도 동음으로 의미가 통하는 말이다.

듣기에는 그럴듯한 이러한 내용에는 심각한 맹점이 존재한다. 의약품 설명서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한 가지는 환자용이고, 한 가지는 의료인용이다. 설명서를 두 가지로 만드는 이유는 무언가 감추기 위함이 아닌 다른 이유가 존재한다. 의료인이 아니면 약 설명서를 읽어도 무슨 의미인지 알 수가 없고 오히려 필요 없는 정보로 인한 공포를 조성하여 정작 치료에 실패하게 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용법이나 주의 사항 등을 기본적인 사항을 포함하고 있는 일반인용 설명서와 전문 지식을 가지고 있는 의료인용 설명서가 따로 있다. 그런데 백신은 일반인이 사용하는 것이 아니므로 일반인용 설명서가 없다.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사람들이 의료인용 설명서를 보고 제대로 이해할 수도 없다. 오히려 심정지, 쇼크와 같은 백신의 부작용들만 보일 것이다.
우리가 흔히 복용하는 약물이나 심지어 건강보조제나 비타민 등에도 작용이 있는 만큼 부작용이 존재한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상황에 맞게 적정 용량을 사용하는 것뿐이다. 이러한 부작용들이 약 설명서에는 모두 표기되어 있지만 우리는 이를 전부 꼼꼼히 읽어보고 복용하지는 않는다.

뿐만 아니라 백신에는 백설탕, 조미료뿐만 아니라 방부제인 유기 수은, 중금속인 알루미늄, 심지어 포르말린 까지 포함되어 있어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오래 전에 소아마비 백신에 설탕을 넣었다는 기록은 있지만, 백설탕은 근거가 없다고 한다. 조미료 성분이라고 말하는 것은 백신에서 안정화제로 사용하는 MSG를 일컫는 말이다. MSG가 조미료의 성분인 것은 틀린 말은 아니지만 MSG의 안전성은 이미 입증된 바 있다. 조미료의 성분인 MSG가 백신에 포함되어 있다고 해서 백신을 조미료만큼 몸에 좋지 않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수은 방부제로 사용되는 치메로살은 지금은 거의 사용되고 있지 않으며, 유해성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알루미늄은 항체 생성률을 향상시키기 위한 성분으로 공기, 식품, 물 뿐만 아니라 산모의 젖과 조제분유에도 포함되어 있다. 포르말린은 살아 있는 미생물 또한 독소가 병을 일으키지 못하도록 죽이거나 비활성화하기 위해 쓰인 후 제거된다. 극미량의 포르말린은 인체에 해로운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성분 자체가 어떠한 용도로 얼마나 포함되어 있는지 제대로 알지 못한 채 단지 성분명만으로 위험성을 판단하는 것은 누구도 하기 어려운 일일 것이다.


“백신 접종 필요성 느끼지 않아”…
인터넷을 통한 무분별한 정보 확산
국가도 의료 기관도 믿을 수 없어… 
 
이러한 비과학적인 괴담이 확산된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백신에 대한 태도 변화때문이다. 백신이 없던 시절에는 전염병으로 인한 집단 감염에 대한 두려움과 이로 인한 죽음에 대한 공포를 가지고 있었다. 역사적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전염병 앞에 대책 없이 목숨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유럽에서 창궐했던 흑사병은 약 2500만명, ‘호환 마마’, ‘시두’라고도 불렸던 천연두는 유례없는 약 6000만명의 희생자를 낳았다.
백신의 발명으로 대부분의 전염병을 예방할 수 있게 되었고 천연두의 경우 1980년을 기점으로 소멸되었다. 일부 제 3세계 국가를 제외하고는 전염병으로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사람이 점차 사라지게 되면서 전염병에 대한 기억이 희미해지게 되었다. 백신 접종은 모두 필수이다 보니 전염병의 심각성보다는 오히려 백신을 맞고 생기는 부작용에 대한 위험을 더 크게 인지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를 설명하는 이론으로 ‘건강-믿음 모형(health-belief model)’을 들 수 있다. 건강 개입(health intervention)은 관련 질병의 심각성과 개입에 대한 안전성 및 효율성에 의해 좌우된다고 한다. 백신 거부에 적용시켜 보았을 대, 전염병 발생의 감소는 전염병과 수반되는 합병증의 심각성에 대한 지각을 감소시키므로 백신을 맞아야 할 필요성을 잘 느끼지 못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백신을 거부하는 사람들 중 대다수는 백신의 효용성에 대한 의문을 가지고 있고 굳이 맞아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이들은 백신 접종을 통해서 얻는 이익보다 백신 부작용을 통해 얻는 손해를 훨씬 크게 느낀다.
 
둘째, 건강에 대한 관심 증가와 인터넷을 통한 무분별한 정보의 확산 때문이다. 미국 국가 면역 조사에 의하면 남자이며 백인이고 수입이 높고 아이 엄마의 대학 진학률이 높을수록 백신을 거부하는 경향이 높다고 한다. 즉, 사회경제적 수준이 높고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수록 오히려 백신을 거부한다는 것이다.
이전에는 병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 병원이나 보건소에 직접 가야만 했지만 스마트폰의 확산을 비롯한 인터넷의 발달은 건강 정보에 대해서 손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접근성의 증대로 절대적인 정보의 양은 많아졌으나 오히려 신뢰성이 떨어지는 정보들이 난무하게 되었다. 인터넷 까페, SNS 등을 통해 유통되고 있는 정보 중에는 의학적 근거가 없는 것들이 대다수이다. 지난 6월 SNS를 통해 확산되었던 자궁경부암 백신 괴담은 부작용 사례를 지나치게 일반화하여 불안감을 조성한 사례 중 하나였다.       
      
셋째, 사회 전반에 만연한 불안과 정부와 의료계에 대한 불신 때문이다. 국가에서 시행하는 접종을 거부하고 자연주의 육아를 주장하는 이들은 백신 또한 자본주의의 이데올로기와 정치적 이해관계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백신 접종을 포함하여 국가에서 시행하는 건강 정책과 지침을 따르기 보다는 이해관계로부터 벗어나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직접 알고 공부해야 한다는 것이다.

 

백신만큼 효과적인 방법 없어…
전염병 확산과 위험성에 대해 경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으로 백신 예방 접종을 시행하는 이유는 예방 접종이 전염병을 예방하는 데 가장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예방접종의 효과에는 직접 효과와 간접 효과가 존재한다. 직접 효과는 예방 접종을 직접 맞은 사람에게서 나타난다. 예방 접종은 개인이 감염되는 것을 막아주어 현증 감염을 막아준다. 임상 증세의 강도를 약화시키거나, 합병증을 줄이기도 한다. 예를 들어, 대상포진 백신을 맞으면, 대상 포진을 예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포진 후 신경통의 빈도도 감소한다. 예방 접종을 받은 사람으로부터 병원체가 다른 사람에게 전파되는 것을 줄이고, 확산을 줄이는 효과도 있는데, 이는 간접 효과이다. 이런 간접 효과를 ‘집단 면역(herd immunity)’ 라고 하는데 예방 접종을 받지 않은 사람이 간접적으로 보호되는 것을 얻기 위해서 필요한 인구 집단의 예방접종수준은 백신마다 다르다.
실제로 소아 백신이 널리 사용된 이후로 백신으로 예방 가능한 질병은 소아와 성인 모두에서 눈에 띄게 감소하였다. 예방 접종은 감염으로 인한 조기 사망과 질병을 방지할 수 있으며, 사망으로 드는 사회적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백신 거부 운동이 가장 먼저 일어난 영국에서는 홍역이 크게 유행하였다. 지난해 말 미국 디즈니랜드에서 발생한 홍역 집단 감염 또한 미국의 낮은 백신 접종률 때문이었다. 홍역 집단 감염은 14개 주로 확산되었고 대통령이 나서서 “홍역 백신 주사를 맞지 않으면 자기 자신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건강도 위험에 빠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세계 보건기구(WHO)에서도 ‘백신 기피에 대한 WHO의 권고’를 통해 백신을 거부하는 풍조로 인해 매년 150만 명의 어린이가 질병으로 사망하고 있다고 했다.

 

관련 전문가 및 정부, 국민의 소통이 우선 
필요성에 대해 납득시켜야

 

백신 접종을 거부 하는 사람들의 주장은 얼핏 듣기에는 일리가 있어 보인다. 백신 거부 또한 개인의 선택의 문제이며 권리라는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개인의 선택에 맡기기에는 백신을 거부함으로써 생기는 다른 구성원들의 사회적 피해가 크다. 이들의 불안감을 단순히 무식함으로 치부하고 비난하기 보다는 원인을 이해하고 국민 건강의 차원에서 충분히 설득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
의료진을 포함하여 보건의료 분야에 종사하는 전문가들은 부모가 결정을 내리는 데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자연주의 운동의 중심에 있는 인터넷 까페 또한 명문대를 나온 한의사의 저서로부터 시작된 것이다. 한 연구 결과에서도 접종 시 백신에 대한 전문가의 의견이 결정에 중요하게 작용한다고 답한 사람들이 그렇지 않다는 사람에 비해 두 배 가량 많았다.

결국 백신 거부 운동은 일부 부모들의 지나친 걱정이라기보다는 정부와 의료계, 그리고 국민 사이에서의 불충분한 소통과 신뢰 관계 형성이 제대로 되지 못한 것이 크다. 의료인이나 관련 전문가가 백신의 이익과 부작용에 대해 충분히 교육하고 이해시킬 뿐만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도 백신 거부로 인해 다른 구성원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접종을 강제하고 부작용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정창희 기자/이화
<patty90327@gmail.com>

 

내 인생의 영화, 패치아담스

113호/의료사회 2016. 11. 30. 22:07 Posted by mednews

내 인생의 영화, 패치아담스

 

 

 

초등학생 때 보았던 ‘연금술사’ 라는 책을 중학교에 졸업할 때 즈음에 다시 보며, 그 때는 느끼지 못했던 커다란 감동과 카타르시스를 한바탕 받았던 기억이 난다. 같은 작품도 인생의 어느 지점에서 다시 만나는지에 따라 와 닿고 느껴지는 것이 정말 다른 것 같다. 그것이 아마도 문학작품을 한 번 읽고, 한 번 보고 그치면 안되는 이유일 것이다.
‘패치아담스’ 라는 이 영화도 그랬다. 중학교를 갓 졸업하고 봤던 이 영화를 대학에 들어오고 나서 ‘의학개론’ 이라는 수업시간에 다시 만났다. 한정된 수업 시간 때문에 30분 정도에 다 볼만큼 교수님께서 5초 건너 뛰기를 많이 하셨는데도 어찌나 감동스럽고 눈물이 나는지. 보는 내내 정말 패치와 같은 의사가 되리라 다짐했다. 
이 영화의 주인공 헌터 아담스는 불행한 가정환경에서 자라나 자살 미수로 정신병원에 수용된다. 삶의 방향을 잃고 방황하던 그는 정신 병원의 동료환자로부터 영감을 받고 ‘상처를 치유하다’라는 의미의 ‘패치(PATCH)’라는 별명을 얻으면서 ‘패치 아담스’로서 새 인생을 시작한다. 그의 꿈은 사람들의 정신적 상처까지 치료하는 진정한 의사의 길. 2년 후 버지니아 의과대학에 입학한 괴짜 의대생 패치는 3학년이 되어서야 환자를 만날 수 있다는 규칙을 무시하고 빛나는 아이디어와 장난기로 환자들의 마음까지 따뜻하게 치유하려고 환자들을 몰래 만난다. 이 사실을 안 학교측이 몇 번의 경고 조치를 내리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산 위의 허름한 집을 개조하여 의대생 친구들과 함께 소외되고 가난한 이들을 위한 무료 진료소를 세운다. 그러나 의사면허증 없이 진료행위를 한 것이 학교측에 발각되고 패치와 진실한 사랑을 나누던 동급생 캐린(Carin: 모니카 포터 분)이 정신이상 환자에게 살해당하는 사건까지 생긴다. 인간에게 환멸을 느낀 패치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자포자기 심정에 빠지지만, 생명의 진리를 깨닫고 다시 의사의 길에 의욕을 불태운다. 그러나, 고지식하고 권의적인 윌컷 학과장은 패치에게 퇴학처분을 내리자, 주립의학협회에 제소한다. 위원회는 학칙을 어겼지만, 그의 열정과 학업 성적을 인정, 마침내, 졸업을 하게 된다.
 
이것은 헌터아담스라는 본명을 가진 패치의 실화를 그린 작품이다. 그후 12년간 패치는 의료 행위를 계속했고, 1만 5천 이상의 환자에게 무료 치료는 물론, 어떤 의료 사고도 일으킨 적 없다고 한다. 패치는 버지니아 서부에 105 평방미터의 땅을 구입했고, 현재 게준트하이트 병원을 건설 중에 있다. 또한 현재까지 1천여 명에 이르는 의사들이 그와 합류하기 위해 대기 중에 있다고 한다.
“질병을 치료하면 이길 때도 있고 질 때도 있지. 하지만 사람을 치료하면 언제든지 이기게 될 거야. 그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말이지.”
“삶의 기적에 무감각해지지 마. 항상 인간 육체의 놀라운 작동에 감탄하며 살아! 좋은 성적보다 그게 초점이 되게 해. 성적은 네가 어떤 의사가 될지 못 가르쳐줘.”
패치가 위원회에 회부되었을 때 했던, 나를 감동속에 빠뜨렸던 대사들이다. 패치는 보이는 질병 너머의 사람을 보고, 그 사람과 함께 웃고 울며 치료한다. 질병에 초점을 맞추느냐, 사람에 초점을 맞추냐의 기로에서 보이는 것 너머를 항상 봤던 패치였고, 그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웃음을 되찾고, 승리할 수 있었다. 질병을 치료하는 의사의 경지를 넘어, 사람을 치유하는 패치였다.
인간을 향한 애정으로부터 흘러나온 그의 용기와, 또 그 용기를 통해 더욱 흘러 넘치게 되었던 환자에게 향하는 그의 사랑. 그 사랑에 박수를 보낸다. 그가 가진 용기와 사랑을 배우고 싶다. 어느 순간 순간마다 마음에 와 닿는 사랑의 반응, 또 그로 인해 용기를 내고자 했던 마음. 그 마음에 ‘반응’할 때 비로소 그런 색깔의 또 다른 마음이 생기기를 반복하여, 더 큰 용기와 사랑을 갖게 될 수 있는 것 같다. 그러한 마음을 무시하지 말고, 묻어두지 말고, 그래서 더는 무디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참으로 귀한 마음이기에.

 

 

 

김시연 기자/한양
<silora_sy@naver.com>

[독자투고] 의학 불가능의 시대

113호/의료사회 2016. 11. 30. 22:00 Posted by mednews

독자투고

의학 불가능의 시대

 

 

교문을 막아선 건 경찰이었다. 지난 일요일, 서울대학교 연건캠퍼스 의학도서관으로 들어가려는 내게 경찰은 교문 통과를 위한 합당한 근거의 증명을 요구했다. 백남기씨의 사망소식이 들려온 직후였다. 나보다 앞서, 서울대 병원 환자의 가족들과 문병객들 여럿이 이미 경찰의 벽에 가로막혀 쩔쩔매고 있었다. 몇 분은 자신이 환자 가족임을 ‘증명’해줄 담당 간호사와 황망히 전화연결을 시도하고 있었고, 또 어떤 분은 중환자실에 혼수상태로 누워계신 아버지의 사진을 경찰에게 ‘증거자료’로 제시해야만 했다. 학생증으로 재빨리 벽 사이를 비집고 나온 내 뒤로 수많은 가족들이 남겨졌다.
하루에도 수천 명의 환자와 고인, 그 가족 분들이 드나드는 서울대 병원과 장례식장 곁에서 의학을 공부하며, 그 거대한 아픔과 죽음 앞에서 한없이 겸손해지곤 했다. 한명 한명이 품고 있을, 감히 헤아릴 수 없는 거대한 사연과 고통 앞에서 공감과 추모는 자유이기에 앞서 의무로 다가왔다. 그리고 그 의무 속에서 의학을 공부한다는 것은 개인의 신체적 아픔을 치료하는 것을 넘어, 하나의 세계에 공감과 추모를 건네는 것이었다. 인간적 존엄성을 지켜내는 마지막 장소. 그것이 내가 발견한 병원과 장례식장이라는 공간의 의미였다. 그리고 인간다움의 마지막 장소를 지키는 미래의 의료인으로서, 누구보다도 의학을 공부한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껴왔다.
그러나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중환자실에서 투병을 이어오던 백남기씨가 위독하다는 소식이 들려온 후, 병원과 장례식장 그리고 의과대학은 인간 존엄성의 공간이 아닌 국가권력의 체스판으로 전락했다. 경찰이 병원과 캠퍼스 전체를 빙 둘러싸고, 인간의 아픔과 죽음에 대한 공감과 추모가 있어야 할 자리엔 통제와 은폐만이 자리하고 있었다. 스스로의 치부가 드러나지 않게 하기 위해 문병 온 가족들과 장례식장의 조문객들, 심지어 앰뷸런스까지 막아선 국가권력의 장벽 앞에서, 나는 오늘의 '대한민국'에서 의학을 공부하는 것이 가능한 것일까 하는 회의가 들었다. 의료적 선언이어야 할 고인이 사망한 이유조차 국가권력의 압력 속에서 내려져야야했고, 유족들은 고인을 장례식장으로 모시는 길조차 시신을 빼앗기지는 않을까 불안에 떨어야 했다.
비록 나는 국가의 유능한 기능인이 될 것임을 증명하는 ‘학생증’을 통해 무사히 의학도서관에 도착해 교과서를 폈지만, 글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추모의 권리, 치료의 권리조차 국가권력의 이름으로 박탈당한 고인과 그 가족 분들의 모습 앞에서, 바로 그 공감과 추모의 정신에 뿌리내리고 있는 ‘의학’이란 학문은 성립될 수도, 공부될 수도 없었다. 인간의 존엄성을 짓밟는 국가 속에서 오히려 국가폭력의 정당화에 가담하게 된 홀로코스트와 일제의 생체실험 속 의료인들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진정한 의학은 아픔에의 공감과 죽은 자에 대한 추모를 보장하는 ‘인권적 국가’를 전제로 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 나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앞으로 책 대신 국화꽃을 들고 나선다. 진정한 의학은 인간 존엄성을 지키는 국가 속에서만이 가능하다고 믿기에. 그리고 나는 그러한 의학을 너무나 사랑하기에.

 

 

유기훈(서울의대 본과 2학년)

백남기 농민 연대서명에 대한 인터뷰

- 한양대 조승원씨를 만나다

 

 

 

 

 

이번 백남기 농민의 사망사건과 관련해 의대생들의 연대서명이 진행되었는데, 의대생신문에서는 연대서명 참여자 중 한명인 한양대학교 조승원씨와 인터뷰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한 개인의 생각이지만 많은 생각을 담고있는 예비 의료인의 인터뷰로 관심있는 분들은 깊게 보셨으면 합니다. 

 

 

 

 

Q. 백남기씨의 사망사건과 관련하여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짧게 말씀해주시겠습니까?
A. 故백남기씨의 사망사건과 관련된 일들을 적기에는 너무 많은 주제들과 발언들이 엮여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제가 집중해서 바라보았던 故백남기씨의 사망진단서와 관련해 어떤 사건들이 있었는지를 적어 보고자 합니다. 故백남기씨는 지난 2015년 11월 14일 민중총궐기 집회에서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쓰러져 의식을 잃었습니다. 당일 서울대병원에서 백선하 교수가 수술을 집도했고 이후에도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던 故백남기 씨는 입원한지 317일째가 되던 지난 2016년 9월 25일 생을 마감했습니다. 사망진단서와 관련된 논란은 이 날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백선하 교수가 통화로 레지던트에게 사망진단서의 사인을 병사라고 하라고 지시했고, 이를 유가족이 보았습니다. 이에 대한 이의를 제기하자 묵묵부답으로 일관해 오던 백선하 교수와 서울대병원은 29일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재학생 일동이 성명서를 발표하고 이 논란이 커지자 이윤성 교수를 위원장으로 한 특별조사위원회(이하 특조위)를 조직하게 됩니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재학생들의 성명서에 화답하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동문들의 성명서가 10월 1일에 발표되었고,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재학생들과 연대하겠다는 전국 15개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재학생들의 성명서가 10월 3일 발표되었지만, 같은 날 서울대학병원 특조위의 발표는 ‘외인사이지만 사망진단서는 주치의만 수정 가능하다. 외압에 대한 증거는 찾지 못했다.’ 정도에서 마무리되었습니다. 이를 통해 다시 한 번 논란이 거세집니다. 한의사·한의대생의 성명서, 약사·약대생의 성명서, 그리고 의사들의 성명서까지 사망진단서의 오류를 지적하고 현재 상황을 비판했습니다. 10월 5일에는 의사협회 또한 사망진단서에 작성된 ‘심폐정지’와 ‘병사’모두 지침에 어긋났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11일에 진행된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종합국정감사와 14일에 진행된 보건복지위원회 종합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나선 백선하 교수는 이 환자는 특수한 경우이기 때문에 ‘심폐정지’와 ‘병사’가 옳다는 주장을 반복했습니다. 환자 유가족이 연명치료 중단 동의서를 제출했고 이로 인해 급성신부전이 발생했음에도 적절한 치료를 진행할 수 없었다고 이야기하며, 이로 인해 사망에 이르렀으니 ‘병사’라는 것이 백선하 교수의 주장입니다. 두 종합국정감사에 모두 출석한 이윤성 교수 또한 특조위에서와 마찬가지로 백선하 교수가 작성한 사망진단서는 잘못되었지만, 사망진단서에 대한 권한은 주치의만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반복했습니다.

Q. 최근에는 이와 관련해 어떤 논의가 진행되고 있나요?
A. 오늘까지도 이와 관련된 논의는 전혀 가라앉지 않고 계속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우선 이 주제가 왜 계속 논란이 되는가에 대한 간단한 설명이 필요할 것 같은데, 이는 부검영장청구와 관련이 있습니다. 故백남기씨가 사망한 당일 검찰·경찰이 故백남기씨에 대한 부검영장을 법원에 청구했는데, 당시 사망진단서에 ‘병사’라고 기록되어있기 때문에 부검을 통해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물론, 여전히 부검의 이유가 ‘외인사’가 아닐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사과는 할 수 없고, 부검을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주장의 중심에 위치해 있는 ‘병사’ 그리고 ‘외인사’ 논쟁이 거세지고 있는 것입니다. 최근에는 이 ‘병사’가 아니라는 여론이 강해지자 그에 대한 언급은 줄이고 ‘빨간우의 가격설’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이 또한 JTBC에서 영상 분석 전문가를 통해 영상 분석을 실시한 결과 아니라는 것이 밝혀져 논란이 잠식되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건국대 의대 이용식 교수는 21일 신의한수 팟캐스트에서는 자신이 실시한  故백남기씨 영상부검을 통해 빨간우의가 폭행한 것이 확실하다고 설명했고 “유족 측이나 서울대의대 학생들이 과학을 무시하고 오로지 정치선동에만 혈안이 되어있다”고 발언했습니다. 23일에 이용식 교수가 직접 물대포를 맞는 실험을 시행하겠다고 한 것과, 22일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 ’살수차 9호의 미스터리-백남기 농민 사망사건의 진실‘이 방영예정임에 따라 앞으로도 이 논의는 잦아들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하는 부분이 있는데, 백선하 교수가 사망진단서를 ’병사‘라고 기재한 사실과 서창석 서울대병원장이 의사 개인의 ’철학과 진정성‘을 운운하며 이를 옹호한 사건은 그대로 남아있다는 점입니다.

Q. 백남기씨 사망과 관련해서 한 달간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어떤 계기로 연대 서명에 참여하게 되었나요?
A. 저는 30일에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학생들이 발표한 성명서를 접했습니다. 당시 종양내과 수업을 듣던 때였는데, 한 학기 중 얼마 없는 수업이 적은 나날들이어서 마냥 헤벌쭉 기쁜 하루하루를 보냈던 기억이 납니다. 30일 저녁에 성명서를 읽고 나서는 머리를 한 대 맞은 느낌이 받았습니다. 자교 교수의, 이후에 실습을 돌면서 마주할 교수의, 어쩌면 나의 지도교수가 될 수도 있는 교수의 의학적 오류를 지적하고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는 것이 얼마나 어려웠을지 감히 짐작되지 않았습니다. 의료윤리 시간에 교수님께서 상상해보라고 하면서 이야기해주셨던, 지도교수가 고용량의 약을 투여하라고 했을 때 주치의로서 자신은 고용량의 약을 투여하면 안 된다고 생각된다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상황도 머릿속에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그 때에도 의학적으로 옳으며, 나 자신에게 그리고 환자에게 떳떳할 수 있는 행동을 할 수 있기 위해서는 지금 목소리를 내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학생들처럼 올바른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이 목소리를 내는 부담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학생들만 지도록 놔두는 것은 같은 의학도로써 부끄러웠습니다. 누군가의 비판을 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 의학적으로 옳은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목소리를 낸다는 것은, 마냥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런 용기를 내어준 친구들을 위해서라도 나 또한 함께 용기 내어 그들 옆에 서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연대 서명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Q. 연대서명에 정치적인 목적이 들어가 있었나요? 들어가 있었다면, 의과대학 학생이 그런 정치적인 행위에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나요?
A. 음, 저는 우선 ‘정치적’인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함께 생각해보았으면 좋겠어요. 이 단어에 대해서 특히 의료인들은 민감한 경우가 많은데, 그만큼 의료는 ‘비정치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영역이기 때문이라는 데에는 모두가 동의할 것이에요. 하지만, 의료행위가 비정치적이여야 한다고 했지, 그 의사가 365일 24시간 정치적인 행동을 전혀 하면 안 된다고 말하는 것은 아닐 것이에요.
사실, 의사 집단만큼 또 정치적인 행동을 많이 하는 집단도 없죠. 의료수가가 적정수준에 이르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국가를 비판하고, 그것이 반영되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사람들이 그 수가 관련 전문의들과 함께 회의를 거쳐 수가를 재조정하죠. 즉, 임금협상을 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어요. 며칠 전에 낙태죄 엄벌에 대한 의견을 내놓았던 보건복지부에 대해 대규모 임신중절수술 파업을 경고했던 산부인과의사회의 행동도 굉장히 정치적이죠.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을 주장하는 것 또한 임금협상 및 노동환경개선에 해당하는 정치적인 움직임이에요. 이들은 의사이기 때문에, 어른이기 때문에 괜찮다고요? 전국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협의회가 해오는 활동들을 살펴보면,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허용 반대, 의과대학 신설방안 반대 등등이 포함되어있는 것들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특히,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허용 반대 시위만 하더라도 많은 학교에서 학생회 차원으로 참여했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모든 행동들 또한 아주 정치적인 행동들입니다.
또한, 저는 어떤 행동이 ‘정치적’인 이유만으로 비판받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 ‘정치적’인 행동이 특수 집단의 이익만을 위한 노골적인 욕망 표출의 출구라는 등 그 행동의 ‘맥락’ 또는 ‘내용’에 대한 비판은 언제든지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위에서도 계속 언급했지만 의료인, 예비의료인들은 이미 수많은 정치적인 행동들의 주체로써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랬던 사람들이, 이러한 사안이 나타났을 때 침묵한다면 그것이 부끄러운 것이지 누군가가 목소리를 낸다고 그 사람의 행동을 제단하고 비난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이 연대 서명이 정치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제 이름을 서명하면서 담았던 정치적인 의미는, 이 서명을 통해서 의료적 판단에 특정 철학 또는 진정성이 들어가 객관성을 상실하는 일이 앞으로는 없을 수 있도록, 그리고 그런 일이 벌어졌던 이번 일을 의료집단이 스스로 자정작용을 통해서 교정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습니다. 또한, 이 과정을 통해서 국민이 대한민국의 의료인에 대한 신뢰를 잃지 않을 수 있기를 바라는 정치적인 목적을 명백히 가지고 저는 이 서명에 참여했습니다. 물론 이 서명 자체가 개인 단위로 진행한 것이기 때문에 모두가 이런 생각을 가지고 참여했는지는 절대로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저는 그렇게 참여했으며 이렇게 생각한다는 점을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Q. 본인이 생각하는 의학이란 무엇인가요?
A. 의학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한 권의 책을 써도 모자라겠죠? 다만, 제가 관심 가지고 있는 의학을 말씀드리자면 저는 의학이 ‘젠더’와 관련된 부분을 학문적으로 깊이있게 다루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는 단지 남성 중심적이었던 의료제도와 의약제도 등등에 대한 변화뿐 아니라 남성-여성으로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젠더분류가 옳은가, 정신적인 젠더와 육체적인 젠더에는 아무 간극이 없는가 등등을 학문적으로 다루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데카르트적인 심신이원론을 많은 사람들이 받아들이고 적용하고 있는 만큼, 현대의학의 발전을 포함할 수 있는 새로운 인간론에 대해서도 의료계와 철학계가 함께 머리를 싸매어 해걸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간단히 제가 생각하는 의학이 무엇인지를 적어 보자면,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합의된 방법으로 인간에 대한 지식을 발견하고 축적해나가는 학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학문을 통해 특수한 필요를 느끼고 찾아온 한 인간과 소통하고 교류하며 이제까지 축적되어있는 지식을 객관적이고 비정치적으로 적용하는 것, 이것이 의학이라고 생각합니다.

Q. 연대서명이 현재는 마무리되었다고 하는데, 백남기씨의 사망사건은 아직도 논란 중에 있습니다. 앞으로 어떤 계획이 있나요?
A. 연대서명은 많은 사람들에게서 같은 공감대가 형성되고 자발적 참여가 폭발적으로 확장될 때 이루어질 수 있는 행동입니다. 이번 사건은 그 만큼 많은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들에게 같은 의미를 시사했고 그 공감대를 공유한 사람들이 모여 서명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연대서명의 미래에 대해 논하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이와 같이 수많은 사람들에게서 같은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언제든지 연대서명은 다시 진행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바쁘더라도 이 상황에 대한 기사를 챙겨 봄으로써 현재 어떤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지를 계속 follow-up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Q. 인터뷰를 보는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A. 인터뷰를 보는 학생들에게 가장 해주고 싶은 말은, “학문의 ‘객관성’, 그리고 ‘비정치성’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어떤 ‘정치적’인 행위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입니다. 이 말은 얼마 전에 한신대학교 학보에도 글을 기고하면서 했던 말인데요, 모든 국민의 합의 아래에 ‘전문성’을 부여받은 단체인 만큼 전문가/예비전문가에게는 그 전문성을 유지하고 그 전문성에 대한 신뢰를 유지할 사회적 책임이 있습니다. 이러한 ‘전문성’을 주관적인 ‘철학과 진정성’, 그리고 ‘정치성’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는 다만 가만히 있는 것만으로는 안 됩니다. 보호하기 위해 어떤 정치적 행동도 두려워하지 않는 것, 그것이 바로 이 글을 읽는 모두가 함께 행동해야할 지점이고, 만들어나가야 하는 대한민국의 미래라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양은건 편집장
<dmsris7835@naver.com>

기자의 강연 스케치

- 이재명 성남시장 : 복분자(복지·분권 ·자치)를 말하다

 

 

최근 몇 년 사이 의료민영화와 원격의료는 대한민국 의료계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도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었다. 의료관련 정책·사회에 대해 관심 없는 의대생들 혹은 현재 자신과는 동떨어진 이야기라고 생각하는 의대생들에게도 이 문제가 어떻게 다루어지냐에 따라 의사로서 활동하게 될 자신들의 미래가 영향 받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본지는 제6회 ‘젊은의사 포럼’의 강연자로 참석한 이재명 성남시장의 ‘복분자를 말하다’의 강연내용을 실어, 독자들에게 전달하고자 한다.

 

직업에는 3대 프로페셔널한 영역이 있는데, 이것은 원래 한 사람이 하던 일이었다. 재판을 하는 것, 몸을 치료하는 것, 영혼을 치료하는 것. 이 세 가지가 원래는 무당이 하던 일이었다. 판단의 영역이라 기계가 대신할 수 없다는 것이 이 일의 특징이다.
오늘 아침에 신문을 보니, 요즘 중요한 의제 중 하나인 백남기 씨 관련 이야기가 있었다. 우리 의료계가 ‘병사냐 외인사냐?’의 판단 문제로 끌려들어갔다. 사인을 병사로 기입해서 논란이 있는 것이다. 진단서 작성과정 중에 실수가 있었느니, 없었느니 말이 많았다. 이 모든 것이 의료 행위가 ‘전문적 영역’이기 때문이다. 어려운 일을 하게 되니까 그런 것이다. 의대생 여러분들은 젊은 사람들이고, 선택 받은 사람들이다. 여러분 또래가 겪는 고통과 약간은 다른 고통을 겪을 것이다. 여러분들이 청년수당 안 받으면 큰일 나고, 그러나? 아닐 것이다.

내가 시장이 된, 정치인이 된 이유가 있다. 나는 변호사인데, 여러분과 마찬가지로 3대 프로페셔널 중 하나이다. 처음에는 인권운동, 시민운동을 하는 사람으로 열심히 사회운동을 하다가 어느 날 정치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계기가 바로 여러분들이 하는 활동과 관련되어있다. ‘공공의료 확보 활동’이 그것이다. 누군가가 최소한의 마지노선을 책임져 줘야 하는 분야였다. 의식주, 그리고 인간으로서 ‘건강하게 살아가는 것’까지 포함해서 말이다. 우리 사회는 의식주에 관해서는 최소한의 기본권을 보장한다. 건강한 사람이 건강해지기 위해서는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 체육관 짓는 등 각종 시설을 짓고, 몇 억 이상이 그렇게 들어간다. 성남시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적자가 나는 영역이지만 연간 30억 이상씩 시민들이 낸 세금으로 투자를 한다. 조경관리, 시설관리, 도로포장, 산책로 조성 등에 어마어마한 금액이 들어간다. 사람들은 지금보다 조금 더 건강하게 만들어 주는 영역에 돈을 투자하는 것에 대해서는 아무 반론이 없다. 하지만 사람들이 건강을 해쳤을 때, 그것을 회복하기 위한 것에는 공공이 투자하면 안 된다는 묘한 고정관념이 있다. 결국은 의료를 어떤 ‘상품을 생산해서 팔아내는 영리 활동의 영역’으로 생각할 것이냐, 아니면 ‘사람들이 삶을 영위하기 위해 제공해야 하는 최소한의 서비스’로 생각할 것이냐의 문제인 것이다. 생각해야 할 것은, 대한민국 헌법 제1조 민주공화국의 가치다. 인권은 보장되어야 한다.
우리나라 공공의료 수가는 5.5% 밖에 안 된다. 의료 병실수로 하면 9.8%다. 이 수치는 계속 떨어지고 있다. 유럽, 멕시코, 미국 대부분은 공공의료가 차지하는 비율이 30%는 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계속 10% 미만에서 머물고 더 떨어지고 있다. 이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 난 아니라고 생각한다. 성남병원, 인하병원 두 병원 모두 성남시에 있었다. 2003년 여름에 동시에 폐업을 했다. 이유는 장사가 안 되어서였다. 1차 진료를 봐주는 곳인데 성남시민들이 응급진료를 받아야 할 곳이 없어졌다. 병원을 다시 만들라는 운동이 있었지만 만들면 망하는데, 개인이 절대 할 리가 없다. 시에서 부지를 제공하겠다, 뭐든 하겠다, 열심히 홍보 했지만 장기적으로 수입이 나지 않으니까 아무도 안 하려고 했다. 그래서 성남시민들 사이에서 운동이 일어났다. ‘우리에게 병원이 필요하다, 시민들의 세금을 들여서라도 공공의료원을 만들자는 것이었다.’ 첫 시작은 폐업으로 직업을 잃은 병원노동자들이었다. 거기에 시민들이 가세했고, 거기에 시민운동을 하고 있던 이재명이 참여했다. 중간에 내 개인적인 여러 문제가 있었지만 공공의료 설립운동을 보고 이게 진짜 맞는 말이다, 싶어서 다시 시작했다. 주민발의 조례를 만들었는데, (조례는 시의원만 내지만 주민수 일정이상이 사인하면 발의가 된다. 가결이 되면 넘어간다.) “상장합니다”, 한 후에 47초만에  “부결합니다.” 하고 나가버렸다. 날치기하고 도망가버린 것이다. 1년 넘게 진행해서 10만명이 넘게 서명했는데. 방청객들이 열 받지 않았을 리가 없다.
나는 그 사건이 터지고 교회 지하실에 숨어 있었다. 어느 날 보건의료 운동하시던 선배가 찾아왔다. 수배되어서 불쌍했는지 초밥을 사들고 와서, 둘이 앉아서 이야기했다. 억울하다, 이거 진짜 우리가 아무리 해도 안 되고, 어떻게 하면 좋으냐, 하다가 ‘그냥 우리가 시장하자. 수만 명 수십만 명 서명 해봐야 아무 소용이 없으니 우리가 시장을 해서 직접 이 일 하자.’라는 말이 나왔다.  그 날 2004년 3월 28일 오후 5시에 딱 결정했다. 내가 시장을 해서 이걸 짓고 만다, 그런 결단을 내렸다. 그렇게 나는 2010년에 당선되었고 내년에 성남시립병원 완공이다.
공공의료가 모든 민영의료를 대체할 필요는 없지만 어떤 부분에서는 꼭 필요하다. 돈벌이가 되지 않는 분야에서 누가 의료를 책임질 것 인가. 그것을 선택하지 않는 개인이 나쁜 것인가? 아니다. 그런 선택을 불가피하게 만든 시스템이 잘못된 것이다. 그런 것을 해소하라고 만든 것이 권력인데 권력을 행사하는 행정당국과 정부가 제대로 된 몫을 하지 못하니 이런 일이 일어나고 온 국민이 피해를 입게 된다. 그래서 공공의료 영역은 적정한 선에서 필수적이다. 의료란 ‘공공서비스다.’라는 생각 자체를 지속적으로 해야 할 필요가 있다. 히포크라테스도 그런 선서가 아닌가. 고도의 도덕성과 사명감을 가지고 하는 일이 아닌가. 그런데 우리 사회는 그러지 못하고 있다.
원격진료와 의료 민영화. 기업이 개인을 상대로 돈벌이를 하려고 하고 있다. 실제로 건강 증진을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돈벌이를 위해 사람을 상대하는 것이다. 이래서야 되겠나? 3대 프로페셔널은 누구도 대체할 수 없다. 그러므로 존중해야 한다. 보수로도 예후로도, 존재로도, 법적으로도. 개원의들 중에도 폐업을 하는 사람들이 상당하다. 의료인력이 남아서 생기는 문제가 아니다. 모든 영역에서 특정 사람들에게 지나치게 집중되기 때문이다. 경제적 영역에서는 부가 소수의 재벌가에게 집중된다. 모 호텔은 지분이 0%인데 실제로는 중소기업을 지배하여 100%를 선점하고 있다. 점점 집중화가 심해져서 자금력을 가지고 있는 소수에게 대다수가 흡수될 것이다. 원격진료, 영리법, 이런 것도 마찬가지다.
이런 집중을 막는 것이 국가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국가란 무엇인가? 사람들과 독립 되어 존재하는 지배기구가 아니다. 국민의 안정과 복리를 위해서 만들어 놓은 도구이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헌법에 명시되어 있다. 이 사회에는 많은 구성원들이 있다. 사람들의 욕망은 끝이 없다. 이 욕망을 비난해서는 안 된다. 각각의 개인은 좀 더 많이 갖기 위해서 집중 하는 거다. 그것을 나쁘다고 하면 안 된다. 그러나 문제는 개인이 가진 욕망을 적절히 조절하고 통제하는 역할을 누군가가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정치와 행정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소수가 많이 가지려고 하는 사례가 아주 많다. 그것을 정치와 행정이 막아줘야 한다. ‘좀 그만 가져. 그만 뺏어. 여기 좀 도와줘.’
같이 살아가게 하면 그것이 잘 사는 사회이다. 어느 날 이것이 무너지기 시작한다. 사회적 권력을 가진 집단이 어느 순간부터 욕심을 가지기 시작한다. 자원이 유한한데 특정소수가 그것을 과하게 독점하기 시작하면 두 가지 문제가 동시에 일어난다. 그 사회가 가진 기회와 희망이 사라진다. 그리고 나서 열정이 사라진다. 될 대로 되라. 케세라세라. 그 사회에 위기가 온다. 심하면 폭동이 일어나고 체제가 뒤집혀 진다. 엄청난 에너지를 들여서 기득권자들의 과도한 소유를 억제 시킨다? 그런 방법이 있지만 굉장히 어렵다. 누가 가진 것을 내놓으려 하겠나. 엄청난 기득권의 저항을 뚫어서 자원과 기회가 공평해지면 그 세대가 다시 흥하게 된다. 그러나 이게 실패하면 체제변환이 온다. 새로운 왕조가 생기고. 폭력적인 방법으로 뒤집어 진다. 체제변환이라는 것은 엄청난 희생이기 때문에 가급적 그러면 안 된다. 우리 사회가 좀 비슷한 상황에 와 있고, 이것이 지금 우리 청년세대가 처한 상황이다. 여러분은 좀 더 낫겠지만, 굉장히 불안할 것이다.

내가 살던 시대는 과도하게 집중된 시대였다. 여러분은 앞으로 더 험악한 독점의 시대, 불평등한 시대를 살게 된다. 좀 더 우월한 입장에 있는 것이 맞지만 그 사회 안에서도 여러분은 다시 소수에게 억압받을 가능성이 크다. 그럼 어쩌자는 것이냐. 그래서 나는 우리사회가 좀 더 공평하고 공정한 사회로 유턴을 해야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이 지나친 불평등 때문에 다수의 대중들이 드디어 ‘도저히 못 견디겠다.’ 하는 상황에 있다고 생각한다. 소수에 비해 다수가 갖는 기회와 불평등이 너무 크기 때문에 생긴 현상들 중 하나가 미국 대선이다. 예상하지 못한 사람이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되었다. 공화당은 전혀 생각지도 못한 사람이 후보가 되어버렸다. 영국 브렉시트 문제도 마찬가지다. 대한민국 사회로도 곧 넘어 올 수 있는 문제다. 전에는 대중들이 정치인들에게 조종당해왔다. 모범 답안 몇 개만 던져주면, 싫지만 그 중에서 어쩔 수 없이 욕하면서 선택했다. 정치와 대중은 괴리되어 있었다. 그러나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상대적인 삶’이 나빠졌다. 개인들의 절대적인 삶은 좋아졌지만, 내가 쌀밥을 먹어도 다른 사람들이 더 많이 잘 먹고 있으면 화가 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리고 대중이 서로 교감할 수 있게 되면서 국민들끼리 횡적 연대가 가능해졌다. 개인이 정보를 만들고 생산하고 공유하여 국민이 정치를 조종하게 되는 상태까지 왔다. 그걸 정확하게 판 사람이 샌더스와 트럼프였다. 박탈감을 느꼈던 백인노동자들을 연구하고 정확하게 공략한 것이다. 우리 대한민국 사회도 곧 그렇게 변할 것이다. 난 여러분이 기득권 그룹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현재상태가 지속되면 여러분들도 마찬가지일 것이기 때문이다.

 

 

 

신윤경 기자/조선
<psyche1221@naver.com>

국가고시 대소동

- 국시원, 필기시험일 축소를 시도하다 학생들의 반발로 실패

 

 

의사가 되는 과정은 지난하고 긴 과정이다. 셀 수 없이 많은 고비를 거쳐야 하지만 그 필수과정을 두 가지로 요약할 수는 있다. 첫째는 대한민국이 그 교육과정의 합당함을 인정한 의과대학 혹은 의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해 해당 과정을 수료하는 것이며, 두 번째는 국시원이 주관하는 의사 국가고시에 합격하는 것이다.
최근 국시원이 2일간 실시되던 이 국가고시를 1일로 단축하려 했으나, 그 과정에서 준비와 의사전달이 미흡해 질타를 받고 계획을 취소하는 일이 있었다. 최근 의사 국가고시의 합격률은 전국적으로 93~95%정도를 오간다. 높은 수준이라 볼 수 있지만 이것이 시험이 쉽기 때문은 아니며, 앞서 언급했듯 의사가 되기 위한 두 필수 요소 중 한 가지이기 때문에 갑작스런 공지에 예비 의사들의 원성이 거셌다.

 

의사 국시의 역사

 

우리나라 의사 시험과 면허의 역사는 일제 강점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조선총독부의 시행령과 인증을 벗어나 현대의 ‘의사 국가고시’라는 용어가 채택되고 시행되기 시작한 것은 1952년의 일이다.
1952년부터 58년까지는 소위 메이저인 내외산소와 마이너 1교과를 더해 5교과를 하루에 1과목씩 5일간 시험을 치렀다. 이후 몇 년간은 3과목 체계가 되는데, 가장 기본이 되는 시험과목조차 매번 달랐다고 한다. 1959년에는 내과학, 정신과학, 이비인후과학이다가 1961년에는 외과학, 소아과학, 이비인후과학 하는 식이었다.

 

표준화된 문제, 전국적 시험장소 모두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이후 1990년까지 30년간이나 시험 문제 수, 시험 교과, 시험의 과락 기준, 합격 기준, 합격률, 과락 기준 모두가 중구난방으로 시행되었다. 문제가 표준화되어있지 않고 시험 방침도 제각각이니 합격률도 널뛰기였다. 1995년 국시 합격률은 64.8%로 재시험이 치러지는 초유의 사태도 있었다.
현재는 서울, 부산, 대구, 광주, 대전, 전주 등 다양한 장소에서 국가고시 시험을 치를 수 있으나 겨우 1990년까지도 전국의 모든 수험생들은 서울에 상경해 시험을 보아야 했다. 보안상의 문제가 있다는 이유였다. 문제 출제의 원칙과 교육목표 없이 문제은행식 출제만 고집하니 당연히 보안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다. 91년이 되어서야 서울 이외에 부산, 광주에 고사장이 마련된다. 

 

1997년 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 설립
340문제 → 550문제 
450문제

 

중구난방의 개선을 거치다 1992년 비로소 민간 평가기관인 의사국가고시시험원이 설립되었다. 평가의 원칙을 바로 세워 비로소 문제의 질이 상향되기 시작했으며, 이 점을 인정받아 의사국가고시시험원은 1997년 의사 국가시험 외에도 한의사, 치과의사, 약사, 간호사 등 22종의 보건의료인 국가고시 시험 출제를 모두 위임받게 된다. 이 때 ‘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으로 이름도 변경되게 된다. 이것이 현재의 국시원의 시초다.
이후 문제 수와 시험시간도 급변하게 되는데, 1996년 340개 문항 400분 시험에서 꾸준히 시험문제가 늘어나 2002년에는 550문항 715분 시험이 된다. 약 12시간 정도다. 이후 문제수는 점차 줄어들어 2013년 450문제에서 400문제로 축소된 것이 현재까지 시행되었던 국가고시 마지막 문제 수 변화다.

 

2일간 시행되던 시험 1일로

급한 의견 수렴으로 파행

 

국시원은 2016년 7월, 당초 400개였던 문제를 360개로 축소함과 동시에 목요일, 금요일 시험이었던 것을 금요일, 토요일 시험으로 변경한다는 것을 고지하였다. 감독에 필요한 시도 공무원들의 업무공백 문제가 크다는 것이 이유였다.
여기까지는 미리 공지된 사항이라 문제가 없었지만 토요일 모임을 가지는 일부 종교인들의 민원이 발생하자 국시원은 9월 시험일을 1일로 축소하는 방안을 제시한다. 문제는 이것이 시험일 고지에서 불과 2개월밖에 경과하지 않았으며 해당 시험이 5개월밖에 남지 않은 시점이었다는 것이다.
국시원은 ▲토요일 시험 반대 민원, ▲시도를 이동해 시험을 보게 되는 대학 응시자들의 1일 시험 요구, ▲출제위원들의 진료 공백, ▲감독하는 시도 공무원들의 업무 부담 등을 근거로 내세우고 응시수수료 인하가 가능하다는 것을 덧붙였지만 응시수수료 인하폭은 필기시험료 30만 2천원에서 28만 7천원으로 1만 5천원에 불과했다.
다른 어떤 것보다도 시험 당사자들의 의견 수렴이 없었고, 의대협 등 학생들의 반발이 일자 단 11일간의 의견수렴 과정만을 제시한 것이 문제였다. 투표에 참여한 1,752명의 학생들 중 1,103명(63%)의 학생이 반대 의견을 내비쳤다. 투표 당시에는 응시 수수료 인하폭에 대한 정보가 없었기에 15,000원의 차액에 대해 알았다면 반대표는 더욱 많아졌을 것으로 보인다.

 

조금씩 발전하는 국가고시 시대에 역행하는 일 없어야

 

원칙 없는 중구난방의 출제와 학생들에 대한 배려가 없는 국가고시에서 탈피하게 된 것은 고작 20년 남짓밖에 되지 않았다. 30년 전만 해도 전국의 학생들이 서울로 상경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했으며, 표준화되지 않은 문제로 인한 낙방의 고비 또한 마셔야 했다.
보건의료의 핵심인 의사를 선발하는 과정은 단순히 의학도들의 편익뿐만이 아니라 전국민의 건강과도 연결되는 문제다. 수십 년간 이뤄온 국가고시 질의 발전에는 수많은 선배 의사들의 후배를 위한 배려와 미래에 대한 고민, 그리고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했다.
시험일이 1일이냐, 2일이냐 하는 것은 취향의 문제일 수도 있으나 그 과정은 투명해야 할 것이며, 시험 당사자들과의 충분한 논의가 필요한 문제다. 올해뿐만 아니라 내년 국시 일정을 결정하는 과정도 합리적으로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준형 기자/가천
<bestofzone@gmail.com>

 

※ 국시원의 역사와 관련한 부분은 의학교육논단 2013년 15호에 수록된 백상호 교수님의 ‘의사면허 필기시험 제도의 성과와 과제’(Major Reforms and Issues of the Medical Licensing Examination Systems in Korea)의 내용을 참고하였음을 밝힙니다.

제6회 젊은 의사 포럼 현장 스케치

‘자세히 보아야 아름답다. 세상도 그렇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 주관 제 6회 젊은 의사 포럼이 지난 10월 2일 이화여대 삼성홀에서 개최되었다.

 

서울에서 개최되어 지방 학생들의 불리한 접근성에도 불구하고 전국의 의과대학, 의학전문대학원에 재학중인 약 400여명의 의학도들이 ‘세상을 자세히 보기’위해 참가하였다. 연사들의 강연 제목은 ▲한비야의 ‘당신에게 보내는 1g의 용기’ ▲이재명 성남시장의 ‘복분자(복지·분권·자치)를 말하다’ ▲정재승의 ‘뇌에서 혁신의 실마리를 찾다’ ▲서민의 ‘기초의학을 하면 배고프다?’ ▲남궁인의 ‘글 쓰는 의사의 삶’ ▲황교익의 ‘궁중음식에서 룸싸롱까지’로, 다양한 분야의 연사들이 각자 세상을 자세히 보는 법을 강연하였다.
이날 한비야씨는 “더 이상 ‘지구촌’이 아니다. ‘지구집’이다,”라며 “아랫층에서 전쟁이 났다고 우리 층이 안전한 게 아니다. 다 영향이 미치게 되어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 긴급 구호 현장에서 우리나라 의사들을 보기 힘들다며 “현장에서 여러분을 볼 수 있기를 바랄게요.”라는 희망을 밝혔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2018년에 개원 예정인 성남시의료원에 대해 설명하며 공공의료가 전체 의료의 30%를 차지하는 다른 나라에 비해 공공의료 비율이 10% 이하로 떨어져가는 우리나라의 문제점을 지적하였다. 질의응답 시간도 마련해 학생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모습도 보였다.
서민 교수는 보다 가벼운 분위기로 기초의학에 대해 거부감을 갖지 말라는 내용의 강연을 하였다. “기초의학을 하면 무조건 교수가 될 수 있다”는 슬라이드로 관중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최근 자신의 응급의학과 의사로서의 경험을 담은 에세이집 <만약은 없다>를 출간해 여러 매체의 주목을 받고 있는 남궁인씨는 의대생 시절부터 지금까지 하루 한 편씩 글을 쓰는 습관을 공개해 “내일 당장은 달라지지 않지만 10년간 몇 천 편의 글을 쓰다보면 내가 달라지고, 사람들도 나를 다르게 볼 수밖에 없다,”며 글을 쓰는 의사로서의 삶에 대해 이야기했다. 황교익씨는 주방은 여자의 것이라는 고정된 성역할에 의문을 제시하며 원래는 남자의 공간이었던 주방을 주제로 강연을 했다.
이날 젊은 의사 포럼에는 연사들의 강연 뿐 아니라 다양한 부스도 마련되어 참가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자살 예방 홍보 동아리인 ‘메디키퍼’, 세계 한인 의대생 연합 ‘WKMSO', ’가톨릭 조혈 모세포 은행‘ 등의 단체들이 다양한 체험활동을 통해 참가자들에게 의대생/의전원생으로서 할 수 있는 활동들에 대해 소개하였다.

 

젊은 의사라는 신분으로 참가한 젊은 의사 포럼에서 학생들은 의대생/의전원생으로서 세상을 바라보는 더 넓은 시야를 얻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참가했던 학생들의 눈에 세상이 조금 더 아름다워졌기를 바라며, 내년에 열릴 제 7회 젊은 의사 포럼도 기대해보자.

 

 

 

허재영 기자/인제
<blissbliss1234@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