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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방비로 노출된 의사, 과연 괜찮은가?

 

 

지난 2016년 8월, 경상북도 고령과 광주광역시 동구에서 의사와 치의사가 각각 환자에게 흉기로 피습당하는 사건이 연속적으로 일어나 안전 사각지대에 놓인 의료인들의 안전실태에 심각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8월 23일, 경상북도 고령군에서 80대 환자가 진료 중이던 의사의 복부를 갑자기 칼로 찌른 사건이 발생했다. 조사 결과 환자는 병원에 대한 불신과 피해망상을 가져 의사에게 흉기를 휘두른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8월 31일에는 광주광역시 동구의 한 치과에서 환자가 흉기를 들고 치과의사를 수차례 찌른 사건이 발생이 발생했다. 1주일 만에 의료인에 대한 범죄가 2건이나 발생한 것이다.
사실 이는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다. 이웃나라인 중국만 해도 2016년 10월 3일, 생후 이틀 된 아기가 치료받다 숨지자 그에 격분한 아이 아빠가 흉기로 담당 의사를 잔혹하게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실제로 중국의사협회가 실시한 2014년 설문 조사에 의하면, 중국 의사 중 약 13%가 환자에게 폭행을 당한 경험이 있고, 60퍼센트는 폭언을 들어 봤다고 응답했다. 일본의 경우도 2013년과 2014년 연속적으로 의사를 대상으로 칼부림 사건이 일어나서 일본 사회를 충격에 빠트리기도 했다.

 

‘의료인 폭행방지법’ 국회 통과됐지만 실효성은 미미

 

의료현장의 최전선에서 일하고 있는 의사나 간호사의 경우, 환자와 직접적으로 대면하는 시간이 다른 의료인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길어서 다양한 범죄에 쉽게 노출되어 있는 환경에 무방비로 놓이는 경우가 많다. 올해 초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는 전공의 10명 중 3명이 수련 과정에서 성희롱과 신체폭행을 경험했으며 여성 전공의, 연차가 낮을수록 피해를 본 비율이 높았다는 내용의 ‘2015년 전공의 수련 및 근무환경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그중 성희롱 가해자 33% 중 약 절반에 해당하는 14.4%가 환자였다는 점과 신체적인 폭행을 경험한 전공의 30.5% 중 가해자 비율이 역시 절반정도에 해당하는 환자가 14.7%로 가장 높았다는 점이 위를 증명해준다.
이런 피해가 이어지자 일각에서 의사 폭력 방지에 관한 특별법 제정에 대한 이야기가 몇 년간 지속적으로 제기되었고, 실제로 올해 5월 ‘의료인 폭행방지법’이 통과됐으나 시행된 지 몇 달도 되지 않아 연속적으로 의료인에 대한 범죄가 이어지면서 그보다 더 의료인의 안전을 보호 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의료인 폭행 방지법은 ‘진료 중인 의료인과 의료종사자, 치료를 받는 환자 모두에게 폭행이나 협박이 발생하면 5년 이하 징역, 2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진료에 집중하느라 기타 상황들에 신경을 제대로 쓸 수 없는 의료인들을 단순히 법적인 제도만으로 보호하기는 무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경상북도 고령 사건만 해도 의사들에게 앙심을 품은 환자에게 일어난 사건이며, 꼭 환자 본인이 아니더라도 보호자나 지인들에게 무방비 상태로 폭행을 당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해준다.
한편, 추무진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고령을 직접 방문하여 피해 의사를 만난 자리에서 “아직도 진료 현장에서는 흉기 난동과 같은 불행한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사건이 발생한 후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진료실에서 의사가 안심하고 진료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다른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의료인을 상대로 한 최근 흉기 난동 사건들 (한국)

 

2011년
경기도 오산시 한 치과에서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의사를 살해 하는 사건 발생

2013년

대구광역시에서 위치한 한 정신건강의학과 의원에서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의사가 중상을 입는 사건 발생
경기도 고양시에서 중국 동포가 의사의 팔과 복부를 흉기로 6차례 찌르는 사건 발생
2015년
광주광역시의 한 대학병원에서 무좀 치료에 불만을 가진 환자가 자신을 진료한 의사를 살해하려다 제지당하는 사건 발생
2016년
경상북도 고령에서 80대 환자가 진료 중이던 의사에게 흉기를 휘두르는 사건 발생
광주광역시의 한 치과의원에서 진료 중이던 치과의사에게 흉기를 휘두르는 사건 발생

 

 

 

 

이영민 기자/한림
<leeyeongmin3@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