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는 매년 3000명의 의사가 탄생한다. 그들은 모두 비슷한 과정을 거쳐 의사가 된다. 흥청망청 놀던 예과를 거쳐, 충격의 본1을 경험하고, 블록강의와 실습을 돌고, 마침내 국가고시를 거치면 의사라는 자격증을 얻게 된다.
하지만 41개나 되는 의과대학/의전원의 커리큘럼과 학교생활이 모두 같을 수는 없다. 조금만 다가서서 살펴보면 학교마다 조금씩 다른 교과과정을 거치고, 자신들만의 독특한 문화를 가지고 있다.
의대생신문 74호의 커버스토리는 <같지만 다른 의대생 - 대한민국 의대생 보고서>이다. 41개 의과대학의 모든 면면을 작은 지면에 다 담을 수는 없지만 눈길을 끄는 부분들을 담아내기 위해 노력하였다. 지금부터 개성 넘치는 41개의 의과대학생활을 살펴보자!
※ 취재에는 각 학교의 학생, 학생회장 및 해당학교 소속 의대생 신문기자가 협조해 주셨습니다. 취재에 도움을 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의대생, 의사가 되기까지
48.8%가 “본1때 기초, 본2때 임상, 본3부터 실습”
학기제·쿼터제, 수업시간 등 세부사항은 큰 차이
41개 의과대학의 예과 1학년부터 본과 4학년 1학기까지 학제를 조사한 결과, 절반정도의 의과대학에서 비슷한 학제를 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과 1학년에 기초의학, 본과 2학년에 임상의학, 그리고 본과 3학년부터 실습을 하는 곳이 20개(48.85%)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위 20개 학교 중 대부분은 의학전문대학원(이하 의전원)이었다. 의전원들이 유사한 학제를 택할 수밖에 없는 것은 4년 이라는 한정된 기간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6년의 기간을 사용할 수 있는 의과대학의 경우는 비교적 다양한 형태의 학제가 있었는데, 예과를 온전히 즐기지 못하는 학교는 11개교였다. 또 조사가 07학번 기준으로 진행되었는데, 앞으로 예과가 줄어들 것이라고 응답한 의과대학이 많았다. 이는 OSCE, CPX시험의 도입으로 임상실습시간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보인다.
임상실습기간은 본과 3학년 1학기부터 1년 반 동안 진행하는 학교가 30개 이상으로 압도적으로 많았고, 3학년 2학기부터 1년간 진행하는 학교가 9개교였다. 각 학교마다 시작하는 시점과 끝나는 시점은 조금씩 차이가 있었다.
대부분의 의전원은 기초의학과 임상의학에 각각 1년씩의 시간이 배정되었다. 반면 의과대학의 경우, 기초의학 혹은 임상의학에 1.5년으로 더 큰 비중을 두는 학교들이 많았다. 인제대의 경우 예과가 1년이고 임상의학을 2년간 배운다고 응답했다.
울산의대, 가톨릭의대를 비롯한 4개 의과대학은 기초의학기간을 따로 배정하지 않거나 한 학기정도만을 배정하고, 그 이후에는 기초의학과 임상의학을 통합블럭강의로 진행한다.
수업 기간을 나누는 방식에 있어서도 학기제나 쿼터제 등을 다양하게 섞어서 쓰는 곳이 많았다. 대부분의 예과가 학기제를 채택하였는데, 대구가톨릭대학교의 경우 예과 때부터 쿼터제를 사용한다. 고려대학교의 경우 카테고리제가 있어 한 학기에 세 카테고리, 한 카테고리에 세 과목이 있는데, 한 카테고리당 6주 과정으로 3주마다 시험을 본다.
수업시작 시간은 기초든 임상이든 대개 8시에서 9시 사이에 시작해 하루 8시간 수업하는 곳이 보통이었다. 하지만 실습 등이 있으면 늦어지는 일이 많으며, 건양대학교의 경우 점심시간이 없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연세대학교(원주)의 경우 수업 시작은 9시 반으로 가장 늦지만, 해부학의 경우 10시에서 11시 정도까지 실습을 한다며 “학교가 지방에 있고 대부분의 학생이 기숙사에 있어 늦은 시간까지 실습을 하는 편”이라 했다.
정세용 기자/연세
<avantgarde91@e-mednews.com>
의전원생, 53.5%로 의대생보다 많아
전국 41개 의과대학 총 15126명의 의대생
의과대학과 의전원은 각 14개… 병행이 13개
2010년 현재 본과 1학년으로 열심히 기초의학을 공부하고 있는 박 모군. ‘정상적으로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국가시험을 통과한다면’ 2014년에는 그도 의사면허를 받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그의 의사면허 번호는 몇 번쯤 될까?
전국 41개 의과대학에 총 15126명의 의대생이 재학 중인 것으로 집계되었다(2009년 기준, 정원 외 입학 제외). 대학 제도로 보면 의과대학과 의학전문대학원 중 한 가지만을 채택한 곳이 각각 14개씩, 두 가지를 병행하는 학교가 13개였다.
본과의 각 학년에 재학 중인 학생 수는 입학정원 기준으로 3068명이었다. 그 중 890명(29%)은 의과대학 제도만을 채택한 14개 대학에, 1100명(35.9%)은 의학전문대학원 제도만을 채택한 다른 14개 대학에 소속되어 있었다. 1078명(35.1%)은 두 제도를 병행하는 13개 대학에 재학 중인데, 537명(17.5%)은 의과대학, 541명(17.6%)은 의학전문대학원에 소속되어 있었다. 전체적으로 보면 의과대학 소속이 1427명으로 46.5%, 의학전문대학원 소속이 1641명으로 53.5%였다.
학교별 학생 수로 보면 정원이 50명 이하인 곳이 18개 대학, 51명에서 100명 사이인 곳이 12개 대학, 그리고 101명에서 150명 사이인 곳이 11개 대학이었다. 최저 정원은 40명으로 10개 대학이 공통적이었고, 최대 정원은 135명인 서울대학교였다.
대한민국의 의사면허번호는 이제 막 10만 번을 넘어섰다. 또한 전국 41개 의과대학에서 매년 3천여 명의 의대생이 쏟아져 나온다. 2014년에는 11만 2천 번까지 의사면허번호가 올라갈 것이다. 그렇다면 위의 박 모군은 10만 후반에서 11만 초반 대를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의 의사면허 번호는 몇 번쯤 될까?
본과 때 두 달 유럽 여행? 꿈 깨!
평균 5.4주간의 방학… 최장기간은 본1 겨울 7.1주
각 학교별로 본과 1학년부터 3학년까지의 방학 길이를 평균내어본 결과, 6번의 방학을 다 합쳐 32.3주, 평균 5.4주의 방학을 가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기간별로는 본과 1학년 겨울이 7.1주로 가장 길었고, 본과 3학년 여름이 3.5주로 가장 짧았다.
한림대학교가 총 50주라는 가장 긴 방학기간을 자랑했다. 특히 본과 2학년 여름방학까지는 10주간의 방학을 즐길 수 있는 것. 그 외 강원대학교, 건양대학교, 경희대학교, 동아대학교, 서남대학교 등도 40주 이상의 방학을 보낼 수 있었다. 반면 인하대학교의 방학은 제일 짧은 21주였다. 고려대학교, 연세대학교(신촌), 제주대학교, 충남대학교, 한양대학교 등도 25주 이하의 짧은 방학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나 방학 기간만이 다는 아니다. 원광대학교는 본과 2학년까지 26주의 방학이 있으며 본과 3학년부터 실습이 시작되면 방학이 없다. 하지만 연휴 때는 연휴를 포함해 1주일의 방학이 주어지는 것! 을지대학교의 경우는 방학 기간도 총 33주로 적지 않음에도, ‘Spring Break’와 ‘Fall Break’가 있었다. 5월 2째주는 ‘Spring Break’로 1주일을 쉬고, 추석 연휴에는 ‘Fall Break’로 또 1주일 가량을 쉬는 것이다. 인제대학교의 경우 본과 1학년 때 의학 총론 1을 마치고 중간휴가 1주일이 있었고, 본과 2학년 까지는 축제 때 마다 1주일의 휴가가 있었다.
또한 대부분의 학교에서 방학 기간은 변동사항이 많다고 했으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재시에 걸리지 않는 것임을 강조했다. 가톨릭대학교의 응답자는 “재시라도 걸리면 그 귀한 짧은 방학이 통째로 날아가거나 반토막 나는 경우도 있어요. 너무 슬퍼요”라고 했다.
매주 시험을 본다고 즐거움을 모르겠는가
골학, 본과진입식, 화이트코트세레머니 등
각양각색 행사들과 함께하는 의대생
신경림 시인은 말했다.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라고. 의대생도 마찬가지다. 매주 시험을 본다고 해서 즐거움을 모르겠는가. 항상 바쁜 의대생이지만, 교내행사라면 또 빠질 수 없다. 전국 의대생들의 각양각색 행사들, 얼마나 같고 얼마나 다를까?
많은 학교에서 선배가 후배에게 골학을 가르치는데 가천의과학대학교와 경상대학교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과 함께 매우 큰 행사로 치뤄진다. 각각 강화도와 경남 고성에서 4박 5일간 골학 뿐 아니라 동아리 공연과 장기자랑, 체육대회 등과 함께 즐겁게 진행되었다. 한림대학교의 경우 골학 성적을 1등부터 76등까지 쭉 발표하는 반면, 연세대학교(신촌)는 골학을 선배에게 배우는 문화가 없었다.
학기 초에 개강파티를 하는 곳도 많았는데, 부산대학교는 이를 개빙주(개강을 빙자한 술 먹는 날)라 한다. 영남대학교에서는 신입생 개강파티에서 ‘역레벨’ 시간이 있어, 나이순을 뒤집는 상황극을 연출한다. 대구가톨릭대학교, 강원대학교 등에서는 신입생들이 각 학번들과 일일이 대면식을 하며 술을 마신다고 한다.
본과에 진입할 때의 예과 환송회, PK가 될 때의 착복식 등의 행사는 대부분의 학교에서 공통적이었다. 동아대학교는 선배들이 후배가 본과를 잘 넘어가기를 기원하며 ‘넘겨주기’라는 행사를 하는데, 선배들이 손을 맞잡고 서서 후배들을 들어준다. 이때, 후배들은 자신의 몸무게를 밝혀야 한다. CHA의과대학의 경우 화이트코트세레머니에 부모님이 참석한 가운데 교수님이 직접 가운을 입혀주시며, 후배들은 축하공연을 하는 등 매우 크게 진행되었다.
축제 또한 빼놓을 수 없었는데, 아스클레피아드(건국대), 태계축전(계명대), 여명(동국대)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렸다. 대게 4~5월 혹은 9~10월에 진행되는데, 많은 대학들이 치대, 간호대, 한의대 등과 연합하여 축제를 지냈다. 동아대의 경우 재작년까지 사회대와 예술대가 함께 축제를 지냈으며, 인하대의 경우 병원 환자와 함께하는 행사가 있다. 동아리 공연과 주점활동이 주를 이뤘는데 순천향대학교의 여장남자가 펼치는 ‘미스순천향대회’, 영남대학교의 ‘고백 이벤트’ 등이 특기할 만 했다. 반면 건양대학교나 CHA의과대학의 경우 의대생만의 축제는 없다고 했다.
경상대학교나 영남대학교는 해부제, 위령제의 이름으로 시신을 기증한 분들에 대한 경의를 표현하는데, 유족들이 직접 참여한다. 울산대학교의 ‘예방’, ‘본방’ 행사 혹은 관동대학교나 연세대학교(원주)의 ‘오픈하우스’ 행사 날에는 사생들이 자신의 방을 공개한다. 영남대학교는 영남이공대 간호대학과 함께 농활을 간다고 한다.
학점? A급, B급, C급, 그리고 U급...
5~10% 유급하는 곳이 대부분
각 대학 별로 한 학번에서 유급하는 비율을 조사한 결과 25개(61.0%) 학교가 5~10%의 학생이 유급한다고 대답하였다. 5%이하로 유급하는 곳이 11개(26.8%)였고, 10~15%가 유급하는 곳은 3개(7.3%) 대학이었다. 15~20%가 유급한다고 대답한 ㄱ의과대학의 경우, 본과 1학년 때 학기마다 10%씩 유급한다.
하지만 대답자 중의 51.2%가 학번별로 편차가 많다는 말도 덧붙였다. 실제로 유급이 없는 학번도 적지 않았으며, 부산의 한 의과대학는 “학번 분위기에 따라 좌우 돼서 교수님들과 관계가 안 좋은 경우 20%까지 유급했다”고 한다. 과목별로도 편차가 크다는 ㅇ의과대학의 경우, 주로 해부학교실에서 유급이 결정된다고 한다. 또한 학년이 올라갈수록 유급 비율이 적다는 대답이 많았다. 본과 1학년에서 유급이 가장 많고 2학년도 꽤 되지만 3학년과 4학년에서는 거의 유급을 주지 않는다는 것.
한편, ㅈ의대의 응답자는 “항상 교수님들은 유급으로 우리의 숨통을 쥐었다 폈다 하십니다.”고 했다.
스타공략집? 우린 교수 공략집이 있다
족보를 다 같이 공유하는 학교가 대부분
함께 보는 분위기… 그래도 민감한 부분인 건 여전
족보, 야마, 소스. 의대생이라면 누구나 이 단어를 알고, 그 존재의 가치를 온 몸으로 깨닫고 있다. 과거에는 족보에 대한 경쟁이 치열했고, 어느 정도 족보를 잘 타느냐에 따라 완족, 팔족, 반족, 삼족, 탈족 등으로 구분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현재 의대에서 족보 시스템은 어떨까?
대부분의 학교가 다 같이 공유하는 족보가 있다고 대답했다. 일부 학교의 경우 족보를 담당하는 부서가 있어, 기출문제를 다 모아서 편집하는 역할을 맡는다는 것. “학생들에게는 최고의 부서, 공식적으로는 학교에 없는 부서”라는 평이다. 다만 특정학교는 교수님들이 시험지에 답안까지 다 체크해서 주지만, 그렇지 못한 학교도 있었다. 몇몇 학교는 번호 순으로 복원할 문제를 정하고 각자 시험 시간에 맡은 부분을 외워 와서 통합한다. 못 외워 올 경우 벌금도 있다고 한다. 일부 학교의 경우 교수별로 정리된 ‘특성화 족보’도 있다고 하는데, 교수공략집, 교마(교수야마)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렸다.
적지 않은 수의 학교가 전체로 공유하는 족보 외에 동아리나 선배별로 내려오는 족보도 있다고 했으며, 칼라 복사본만 개인적으로 세습한다는 학교도 있었다. 하지만 그 마저도 대부분 다 같이 공유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족보에 대해 민감한 것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었다. 많은 학교들이 족보에 관한 물음에 대해 “다들 민감하지 않은 척 하지만 민감한 부분”이라며 익명처리를 요구했다. “혼자 족보를 보다가 걸리면 졸업할 때까지 왕따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라고 대답한 학교도 있었다. 교수님들이 엄격하게 규제하거나, 혹은 허용하더라도 이러한 문화를 탐탁지 않게 생각한다는 학교도 상당수였다.
한편, 족보의 혜택을 거의 받지 못하는 학교도 일부 있었다. 족보를 다 나누어 보지만 출제가 거의 안 되서 의미가 없다는 학교도 있고, 가장 최근의 족보가 5년이 넘은 것일 때도 있다고 한다. 혹은 교육과정이 바뀌며 족보가 무력화된 곳도 있었다. 한 학생은 “그 수많은 족보에서 한 문제씩 찾아서 모아 놓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며 불평했다.
신창, 천안, 서울, 부천 찍고!
순천향대, 6년간 캠퍼스 4회 이동
1회 이하 이동이 38개 대학으로 대부분
대부분의 대학에서 졸업까지 캠퍼스를 1번 옮기거나 옮기지 않았다. 한 번도 옮기지 않는 대학이 23곳, 한 번 옮기는 대학이 15곳이었다. “나중에는 좁은 캠퍼스가 지겹다고 하소연 하더라고요.”라고 한 의과대학의 응답자는 말했다.
캠퍼스를 2회 이상 옮기는 학교는 세 군데였다. 2회 옮기는 인제대학교는 김해와 부산 개금에서 2년씩 지낸 후, 실습 때 서울, 상계, 일산 등으로 옮긴다. 한림대학교의 경우 3번 옮기는데, 본과 1학년까지는 춘천 캠퍼스에서, 본과 3학년 1학기까지는 청량리 캠퍼스에서, 본과 4학년 1학기까지는 PK별 담당 병원에서, 이후 본과 4학년 2학기에는 춘천 캠퍼스로 돌아온다. 가장 많이 이동하는 순천향대학교의 경우 예과, 기초, 임상, 실습을 각각 다른 곳에서 한다. 예과는 본교 신창에서, 기초는 천안에서, 임상은 서울에서, 실습은 부천 혹은 천안에서 한 학기를 하고 다시 서울로 옮긴다. “학교 여러 번 옮기는 게 큰 상관있냐고요? 안 옮겨보면 몰라요!”
※ 의과대학과 의학전문대학원 병행 대학의 경우, 최다치를 기준으로 했습니다.
우리끼리 통한다. 우리 학교만의 유행어
·가톨릭대학교 - 어떤 과목을 한 번 보았다는 뜻으로 ‘view’를 사용합니다. ‘쟤는 벌써 텐뷰 했데~’하는 식입니다. 원뷰도 힘든 것이 현실이지만요.
·건양대학교 - 저희 학교는 많은 것이 초록색입니다. 행정을 담당하시는 분들도 모두 녹색 계통의 옷을 입습니다. 우리와 사이가 그다지 좋지 않은 그분들을 ‘녹색자켓’, ‘초록둥이’ 등으로 부릅니다.
·경북대학교 - 족보를 ‘천하통일’, 줄여서 ‘천통’으로 부릅니다.
·고려대학교 - 족보나 야마 대신 ‘쏘스’라고 합니다. 탈쏘스, 짤쏘스 하는 식입니다.
·관동대학교 - 눈치 없는 아이를 마구리라고 합니다.
·동아대학교, 부산대학교 - 시험기간에 극도로 스트레스를 받는 것을 ‘찐다’라고 합니다.
·성균관대학교 - 2.8이란 숫자에 민감합니다.
·연세대학교(원주) - 술자리에서 원샷하는 것을 ‘와당카’라고 합니다.
·전남대학교 - 족보 중에 잘 나오지 않는 문제를 ‘짱돌’이라고 합니다.
·전북대학교 - ‘똥줄탄다’는 말을 ‘ABS(Anal Burning System)’로도 표현합니다.
·중앙대학교 - 해부학에 찌든 본과 1학년을 ‘냄새나는 학년’이라고 합니다. 본과 1학년이 지나가면 선배들이 냄새난다고 놀립니다. 해부학 교수님을 ‘대왕님’이라고 부릅니다.
·충남대학교 - 족보를 타지 않는 경우를 ‘탈곡’이라고 합니다.
·한림대학교 - ㄷ자로 생긴 의학관 가운데 족구코트가 있고, 거기 ‘재시나무’가 있습니다. 여러 설이 있는데, 재시를 칠 무렵 꽃을 피운다는 설도 있고 족구를 하다가 이 나무를 맞추면 재시에 걸린다는 설도 있습니다. 족보대로 나오는 것을 ‘짤기’라고 합니다.
·한양대학교 - ‘개~념’이 감탄사로 쓰입니다.
의전원 전환해도 동아리 활발
“활동이 활발하고 참여 인원도 많다.” 85.3%차지
제주대 38개 동아리로 최다
“선배와 만날 수 있는 가장 쉬운 통로이자 중요한 활동”, “학업 이외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곳”, “하나의 가족처럼 여겨지는 곳”, 응답자들이 표현한 ‘동아리 활동’이었다. 그 정도로 동아리 활동은 대학생에게 매우 중요하고, 특히나 선후배 관계가 중요한 의대에서는 더욱 그렇다. 단국대학교 응답자는 “동아리를 안 하면 본과 진입식이나 등원식 때 챙겨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요.”라 했다.
동아리 활성화 정도를 묻는 질문에 85.3%의 학교가 “활동이 활발하고 참여 인원도 많다.”고 대답했다. 동아리 개수 또한 21개 이상의 동아리를 가진 곳이 17곳이나 되었고, 제주대학교는 38개로 가장 많았다. 특히 육체미를 자랑하는 동아리 ‘아킬레스’가 있어, 팬티만 입고 공연을 선보인다. 그 외 충남대학교가 37개, 부산대학교가 30여개, 고려대학교가 26개 동아리가 있다고 했다.
의학전문대학원 전환으로 예과생이 줄어들거나 없어진 학교에서도 동아리 활동은 여전히 활발했다. 의학전문대학원 전환과 함께 활동이 줄어든 동아리도 있지만, 대부분의 동아리가 잘 지속되고 있으며, 오히려 더 활발해진 동아리도 있다는 것. 조선대학교의 경우 학부생과 의전원생의 취향 차이로 동아리의 흥망성쇠가 갈리고 있다고 했고, 연세대학교(신촌)의 경우 공연동아리는 약간 축소되고 운동동아리는 활성화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영남대학교의 경우 의전원 전환 후 오히려 예과생의 활동이 약간 줄었다 하는데, 장학금 혜택이 넓어지면서 성적에 대한 부담이 늘었기 때문이라 한다.
한편 고신대학교는 기독교 동아리가 5개로 많은 편이라 하고, 인제대학교는 대부분의 동아리가 간호학과와 연합활동을 한다고 답했다.
후배님, 한 뚝배기 ‘원샷’ 하실래예?
기본적으로 선후배 관계나 주도는 약간 엄격한 편
나이제, 학번제 중 한 가지만 엄격히 쓰는 곳은 거의 없어
현역으로 들어온 09학번(90년생)과 삼수로 들어온 10학번(89년생). 이렇게 학번과 나이가 엇갈리는 경우는 흔하다. 경쟁률이 높은 의대에는 특히 심하며, 다른 분야에서 일하다가 의대로 오는 사람도 많다. 게다가 의학전문대학원의 도입으로 같은 학번 내에서도 나이가 훨씬 다양해졌다. 하지만 의대에서 선후배 관계의 중요성은 여타 과에 비해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다. 그렇다면 현재 의대에서 선후배 관계는 어떻게 돌아가고 있을까?
나이제와 학번제 중 어느 것을 쓰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51.4%가 나이제를 쓴다고 답했다. 하지만 그 중 한 가지를 엄격하게 적용하는 곳은 거의 없었다. 초면에는 상호 존칭으로 시작해 서로의 나이와 학번을 밝히는 것이 예의이고, 나이와 학번이 엇갈리는 경우 개인에 따라 편하게 합의하는 경우가 많았다.
고려대학교의 경우 “기본적으로 학년이 낮은 학생은 학년이 높은 학생을 학문의 선배로 인정하고 예의를 갖추어 대하며, 나이가 낮은 학생이 나이가 높은 학생을 인생의 선배로 인정하고 존중하는 문화가 매우 바람직하게 형성되어 있습니다.”고 했다. 다만 나이를 대우해주는 곳이 많긴 하지만, 어느 경우에도 후배가 선배를 넘어서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로 보는 분위기였다.
선후배 관계와 주도에 대해서는 A나 B를 고른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아 기본적인 분위기는 엄격한 편인 것으로 알 수 있다. 대구의 한 의과대학은 “인원이 적은 편이라 처음에 입학할 때 무섭게 하기도 하고 술자리도 많은 편이라 신입생들이 매우 힘들어하는 편입니다. 하지만 대부분 학번이 올라가면서 그 분위기에 젖어 신입생들에게 자기들이 당한 것을 되풀이 하곤 합니다.”며 전통이 이어지는 과정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딱히 불편하지 않다거나 자유로운 분위기라는 대답도 많은 것으로 보아, 과거의 의대 문화에 비하면 엄격함이 많이 줄어든 것도 사실이었다.
A를 선택한 ㅈ의과대학은 주도가 상당히 엄격한 편이라 했다. 처음 학교에 들어가면 술병과 술잔을 잡는 법부터 배우고, 후배는 항상 무릎을 꿇고 선배에게 술을 드려야 한다는 것. 반면 E를 선택한 이화여대 응답자는 여대와 의학전문대학원이라는 특성으로 기본적으로 술자리 자체가 적은 편이라 했다.
그 외에 영남대학교는 나이제를 쓰고 있지만, 공석에서 여자후배가 남자선배에게 오빠라는 말을 쓰지 못한다. 반대로 순천향 의대는 선배라는 호칭보다 오빠나 형·누나를 선호한다고 한다. 단국대학교의 경우 ‘운동회’라는, 선후배간 도리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 개념 재정립의 시간이 있다. 동국대학교는 신입생의 분위기를 잡을 목적으로 ‘적응지도’라는 것을 하는데, 신입생 전원이 선서문을 한 글자라도 빠짐없이 다 외울 때까지 진행한다. 순천향대학교의 경우, 한 손으로 술을 따르고 받는 독특한 문화가 있었다.
취재_ 정세용 기자, 김정화 기자, 정환보 기자, 이현도 수습기자
기사 작성_ 정세용 기자/연세<avantgarde91@e-mend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