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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회장 선거권 찾기 의사모임, 1심에서 패소

“간선제 전환은 회원 의견 반영도, 절차 준수도 안 된 결정”

 2009년 4월 26일,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회장 선거 방식으로 기존의 직선제에서 간선제로의 변경안이 통과되었다. 의약분업을 거치며 간선제에서 직선제로 바뀐 지 8년만의 일이었다. 권계랑 씨를 필두로 결성된 선거권찾기의사모임(이하 선찾모)은 그 과정에 절차적 하자가 많았음을 지적했고, 의협에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지난 2월 4일, 선찾모는 1심에서 패소했다.
 전국의사총연합의 고문이자 선찾모의 일선에서 활약 중인 이용민 씨를 만났다. 인터뷰가 예정된 날 아침, 권계랑 씨는 선찾모 커뮤니티의 시삽을 그만두겠다는 글을 올렸다. 개인 메일의 압수, 유출 등의 탄압으로 인격적 모멸감을 견디기 힘들다며 ‘어서 우리 의사사회에도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되길 간절히 바랍니다.’고 적었다. 이용민 씨를 통해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 선찾모에 대해 소개해 달라.
 대의원회에서 간선제 회귀가 결의된 후 의협 게시판에서 회원들끼리 의견을 교환하며 이대로 물러설 수는 없다는데 뜻을 모았다. 이후 권계랑 씨가 개설한 의협 내부 커뮤니티에 자발적으로 133명이 모였고 2009년 7월에는 45명이 소송을 제기했다.

 - 대의원회의 간선제 회귀결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직선제의 문제점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10년도 채 해보지 않고 바꾸는 것은 문제가 있다. 또한 간선제에서 직선제로 가는 것은 몰라도, 적어도 직선제에서 간선제로 가는 것은 회원들의 동의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대의원회가 일방적으로, 그것도 40초 만에 이 안을 통과시킨 것은 분명히 옳지 못하다.
 직선제 하에서 비교적 젊은 의사들이 승선하는 것을 대중에 영합하는 ‘포퓰리즘(Populism)’이라 비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대의원회에서 젊은 의사들에게 무언가 맡기면 안 된다는 여론이 형성된 게 아닌가 싶다. 그러나 사실 유권자들의 표심은 연령, 지역, 직위별로 크게 차이가 나지 않음이 객관적 자료를 통해 알 수 있는데 말이다.

 - 1심에서 원고(선찾모)측이 제시한 모든 이유에 대해 ‘이유 없음’ 판결이 내려졌다. 2심에서도 판결 뒤집기가 쉽지 않을 듯한데.
 주위의 걱정과 달리 2심에서는 승소할 자신이 있다. 물론 우리들 생각이지만, 1심에서 재판부가 원고측(선찾모)의 주장에 대해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피고측(의협)의 입장을 거의 그대로 적용했다고 본다. 이는 판사 개인의 성향도 있을 수 있다고 보기에, 항소심에서는 자신이 있다.

 - 1심의 판결은 선찾모에서 ‘부적격 대의원’으로 지목한 사람들에 대해서 문제가 없다고 나왔다. 지난 5월 선찾모의 성명서에는 ‘정족수 부족’ 등의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는데.
 소송 전 변호사 자문 결과에서도 정족수 문제를 위주로 다루면 더 쉬울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다. 하지만 이 기회에 의협 대의원회를 바꾸어 보자는 의견이 많았고, 그래서 부적격 대의원 문제를 위주로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어쩌면 우리가 어려운 길을 걷고 있는지도 모른다. 파견 대의원, 교체 대의원 선출은 판결문에서 지적된 바와 같지만 그것은 선출이라기보다는 관행적인 승계, 위임, 지명 등을 통한 것이었기에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면 부적합한 것이 맞다고 본다.
 정족수 부족에 대해서는 법원에서 의협측에 소명1)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의협측이 증거를 제출하지 않았음에도 판결이 내려졌고, 이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는 변호사의 평이다. 2심에서는 이 부분에 대해 더 심도 있게 다룰 것이다.

 - 절차적 하자가 없었다고 가정할 때, 직선제와 간선제 자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직선제의 문제점이 많이 드러났고, 간선제는 효율적인 방식이라는 의견도 있는데.
 직선제는 무엇보다 회원들의 의견이 왜곡되지 않고 전달된다는 장점이 있다. 투표율이 적어 지지율이 10%도 넘기 힘들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간선제에서 뽑은 회장은 지지율이 높겠느냐. 그래도 직선제 하에서 당선된 회장의 경우, 투표자 중에서는 35~40%의 괜찮은 지지율을 보였다. 게다가 투표율 문제는 직선제 보다는 제한투표의 탓이다. 의협은 회비 미납자에게는 참정권이 없다. 국가에 세금 안 낸다고 투표 못하는 건 아닌데 말이다.
 의협 역사 100년 중 90년 이상의 기간 동안 간선제를 써 왔고, 직선제를 채택한 지는 10년도 채 되지 않았다. 조금 더 연구하고 개선해 나가야지, 드러나는 문제점만 지적하며 간선제로 회귀하려는 것은 옳지 못하다. 만약 정말 간선제를 하게 된다면 일단 대의원을 직선제로 뽑아야 한다. 대의원도 뽑지 못하면 회원이 의사를 전달할 길이 없다. 선거인단을 구성한다면 의협회원중에서 무작위로 뽑아야 하며, 그 숫자는 가능한 많아야 한다.

 - 의협 게시판을 보면 선찾모 회원들의 표현들이 상당히 과격한데.
 그 게시판에 글을 올리는 회원은 20~30명, 읽는 회원은 100~200명 정도 뿐이다. 물론 그 외의 회원들이 보면 거부감이 일 테고, 선찾모 내부에서도 과격한 표현을 삼가자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해서라도 알리자는 생각이고, 그것이 문제가 된다면 얼마든지 책임도 지겠다는 입장이다.
 의협에는 게시판을 규제하지 않는 좋은 전통이 있었다. 포탈 운영위원회라는 자율적인 단체가 만들어져 회원들의 추천으로 관리자를 뽑았고, 자율 징계권이 있었다. 수없이 의협 회장 욕을 해대도, 의협 집행부는 그 게시판을 건드리지 않았다. 그것이 현 회장에서 깨졌다. 포탈 운영위원회를 해체하고 정보통신윤리위원회를 개설해 게시판을 규제하고 있다.
 선찾모 회원들에 대한 개인적 탄압도 계속되고 있다. 권계랑 씨는 선배, 후배, 지역 의사회 등 원로급 인사들로 부터 압력을 받았고, 개인적으로 모멸감을 느낄만한 일도 있었다. 나도 상당한 탄압을 받고 있고, 강철호 씨는 징계를 받아 2년간 회원 자격이 정지되었다. 그렇지만 그것에 굴하지는 않을 것이다.

 - 홍보가 부족하다 생각하진 않는가. 커뮤니티가 의협 내부에 있어 비회원은 접근할 수 없고, 기사에도 대표의 이름 등은 나오지 않는다. 좀 더 많은 의사나 국민의 관심이 필요한 사안이 아닌가.
 대표를 따로 뽑은 것은 아니고 권계랑 씨가 커뮤니티를 개설하며 대표 역을 맡고 있다. 의협 내부에 커뮤니티를 개설한 것은 우리가 왜 의협을 나가서 커뮤니티를 개설해야 하느냐’는 생각이 컸다. 또한 이 모임이 한시적인 모임이기에 현재로서는 외부로 나갈 계획이 없다.
 더 많은 관심을 모으고 세력을 늘리는데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133(커뮤니티 가입자 수)과 45(소송 참여자 수)라는 숫자가 말해 주듯이, 의사 사회는 쉽게 모이기가 힘들다. 나 같은 경우도 어떤 일에 참여하고자 병원을 하루만 쉬는 것조차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아마 133명 보다 더 많은 의사들이 우리 활동에 동의를 하고 있을 것이지만, 나서는 사람은 적다.
 현재로서는 소송이 진행 중이기에 무엇보다 승소에 가장 신경을 쓰고 있다.

 - 2001년, 직선제가 결정된 것은 의약분업의 영향이 컸다. 그리고 약 10년 후, 간선제로 회귀하려 한다. 혹시 의약분업과 같은 사건이 또 일어나지는 않을지.
 중요한 현안들이 몇 개 있는데, 그 중에서도 ‘원격의료’가 가장 걱정된다. 현 정부에서 추진하는 의료산업화, 의료민영화와 발맞추어 이를 시행하려 한다. 이 안이 통과되면 동네를 기반으로 한 병원들은 많이 힘들어질 것이다. 개인적으로 의약분업보다 더 큰‘핵폭탄급’이라 생각한다.

1) 소명 - 법관이 당사자가 주장하는 사실에 대하여 일단 확실한 것 같다는 추측을 얻은 상태, 또는 그렇게 하기 위하여 증거를 제출하는 일.

정세용 기자/연세
<avantgarde91@e-med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