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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일가, 16년만에 미납 추징금 완납 계획 발표…사법정의 실현의 신호탄?

 

 

지난 9월 10일. 추징금 미납으로 검찰조사를 받던 전두환 일가의 장남 전재국 씨가 미납 추징금 납부 계획을 발표했다. 1997년 대법원의 추징금 2,205억원 확정선고 이후 16년 만의 일이다. 정치권에 대한 크고 작은 수사가 있을 때 마다 정치적 중립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검찰도 이번 일에 대해서는 온 국민의 지지를 얻고 있다. 전두환은 왜 추징금을 선고 받았으며 어째서 온 가족이 그 일로 철저한 검찰조사를 받게 된 것인지, 그간의 일들을 정리해본다.

1980~1988년 : 대통령 재임 당시 강압적인 모금활동으로 정치 비자금 조성

전씨는 대통령 재임 당시 안기부, 국세청, 은행감독원 등을 동원하여 기업들을 대상으로 강압적인 모금 활동을 벌였다. 명절이나 신년을 전후하여 경제적 현안을 빌미로 전씨와 기업간부들 사이에 면담 자리를 가진 뒤 기업 관계자들이 봉투를 놓고 가는 방식으로 모금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현대를 비롯한 43개 기업 대표들에게 받은 돈만 2,259억 원이었다. 기업의 규모에 따라 다양한 액수를 상납 받았으며 그 밖에 관행적인 정치자금으로 수수한 것까지 포함하면 7천억 원에 달하는 규모였다.

1987~1995년 : 측근과 친인척들에게 광범위하게 사용한 비자금

그는 6공 정부에서 자신을 추방하기 위한 계획에 맞서, 5공 세력을 규합하기 위해 500억 원 가량을 사용했다. 안현태 전 경호실장이 90년 8월 국회의원 선거 출마 시에 출마자금으로 10억을 건넸는데, 이러한 방식으로 자신의 정치 세력 확장 및 유지를 위해 비자금을 사용했다. 뿐만 아니라 친형, 이모, 사돈에 이르는 친인척 수 십 명에게도 주택구입비 및 생활비 명목으로 돈을 줬다. 적게는 수 백 만원부터 많게는 20억 이상의 돈을 한꺼번에 주곤 했다. 한편, 전씨는 대통령에서 물러나면서 비자금을 연이율이 10% 이상인 산업금융채권과 장기은행 채권으로 전환했다. 이들 채권은 이른바 ‘무기명 채권’으로 자금원의 추적 및 세금 징수를 하지 못하도록 정부가 규정했기 때문에 전씨 일가는 이를 비자금 은닉 수단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1995년~1997년 : 전두환 구속 및 대법원의 판결

전씨의 비자금 횡령에 앞서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조성 및 횡령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동안 국민들 사이에 쌓여있던 ‘전두환 그룹’에 대한 분노가 폭발했다. 이를 계기로 김영삼 정부에서는 5.18특별법을 제정했고, 정작 뇌물 수수혐의로 구속되었지만 12.12 와 5.17 쿠테타 및 5.18 광주시민학살을 이유로 무기징역형을 선고받게 된다. 이 때 검찰조사로 드러난 전씨의 비자금 규모는 이미 7천억원을 넘는 금액이었지만 그 중 2,205억만이 뇌물로 인정되며 추징금의 액수가 확정되었다.

2000~2012년 : 극히 일부만 환수된 추징금, 검찰과 전씨의 숨바꼭질 

추징금은 2,205억원을 내야했지만, 95~97년 재판 당시에 압류한 예금 및 채권 재산 312억을 제외한 나머지는 거의 돌려받지 못했다. 추징금의 시효는 3년 이고 이 기간 내에 단 1원이라도 받아내면 또 다시 시효가 3년 연장된다. 첫 시효 만료를 앞둔 2000년, 검찰은 전씨의 벤츠 승용차와 장남의 리조트 회원권을 강제 집행했다. 2003년 조사에서는 예금 29만원이 공개되었으며, 진돗개, 피아노 등을 경매로 넘겨 처분했다. 비자금의 큰 흐름을 쫓는데 실패한 검찰은 이런 식으로  추징시효를 겨우 연장할 수 있을 정도로 집행 하는데 그쳐 추징금 납부는 지지부진한 상태가 계속 되었다.

2013년 : 검찰의 전두환 추징금 집행 전담팀과 전두환 추징법 시행으로 전씨 일가 압박

올 해 4월 검찰총장으로 임명된 채동욱 총장은 ‘법과 원칙에 따른 수사’를 강조하며 5월에  전두환 추징 집행을 위한 전담팀을 꾸렸다. 한 달 뒤인 6월 국회에서는 이른바 ‘전두환 추징법’을 재정했고 7월 12일에 시행되었다. 공무원의 불법취득 재산에 대한 추징시효를 늘리고 본인이 아닌 제3자에게도 추징할 수 있다는 내용의 ‘공무원 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 개정안이다. 이에 탄력 받은 검찰은 전두환 일가의 국내외 재산을 압수수색하는 등 철저한 수사를 진행했다. 미술품, 부동산, 연금, 대여금고 등이 압류/압수되기에 이르렀고 전씨 일가는 9월 10일 장남 전재국 씨를 통해 미납 추징금 완납 계획과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16년이 지난 지금에라도 미납 추징금을 받아내게 된 것은 쾌거라 할만하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추징금을 완납 하더라도 사법 정의가 실현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미납 추징금 외에 5천억 원 이상의 비자금이 더 있었을 뿐만 아니라 16년의 시간이 지나면서, 비자금을 기반으로 증식한 재산에 대해서는 추징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현재 재산을 처분해서 추징금을 납부할 경우 이들 재산에 대한 양도소득세나 증여세도 납부해야하기 때문에 정당한 처벌이 이루어지려면 이런 사항도 세심하게 점검해야한다.     

 

최혜란 기자/조선
<hr0616@e-mednewscom>

 

★ 잠깐 법률 상식 ★

몰수 : 범죄과정에서 직접 얻은 물건이나 범죄의 대가로 받은 물건 등, 범죄행위를 통해 얻은 물건을 직접 빼앗는 것
추징 : 몰수가 불가능할 경우 그 물건에 상당하는 돈을 뺏는 것
벌금과 추징금과의 차이? : 벌금은 법이 정한 범위에서 죗값을 돈으로 치르는 것을 의미한다. 벌금 대신 노역형이 부과될 수 있으며 징역형과 동시에 부과될 수 없다. 한편, 추징금은 범죄에서 생긴 부당한 수익을 되돌려 받는 것으로, 징역형과 동시에 부과 가능하다. 그러나 추징금을 안낸다고 해서 노역형이 부과되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