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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의 관점에서 바라본 동성애

 

 

9월 7일, 서울 청계천 광통교 앞. 우리나라 최초의 동성결혼식이 열렸다. 주인공은 영화감독 김조광수(48)과 영화사 대표 김승환(29). 수많은 사람들이 결혼식에 참석해 새로운 커플의 탄생을 축하했지만, 예식 도중 동성결혼 반대자가 인분을 투척하는 사건도 일어났다. 또 조금 떨어진 곳에서는 인권단체와 종교단체가 동성애 지지/반대 집회를 동시에 개최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동성애’코드가 단연 화제다. 동성애 인권운동은 과거에 비해 훨씬 거세어지고 있고, 또 TV, 드라마 등의 각종 매체는 매일같이 동성애를 재조명하고 있다. 동성애에 관련된 쟁점이 부각될 때마다 인권계·예술계·종교계·학부모계는 연일 전혀 다른 의견을 내고 있다. 또 학문적으로 풀어야 할 숙제도 산더미 같이 쌓여있다. 예를 들어 법학분야에서는 결혼을 양성의 육체적·정신적 결합으로 정의한 헌법과 민법의 타당성에 대한 갑론을박이 오고가고 있고, 또 사회학 분야에서는 이렇게 양성화된 동성애가 사회조직에 미치는 영향이 과연 무엇일지를 활발히 탐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의학은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해야 할까.

1973년, 미국정신의학회는 정신질환의 진단기준 목록인 DSM을 2판에서 3판으로 개정하면서 동성애를 정신질환의 범주에서 삭제했다. 동성애는 질병이 아니므로, 의학이 다루는 문제가 아니라는 공식적 선언이었다. 그렇다면 의학은 정말로 동성애 문제에서 ‘손을 털어버린’것일까? 꼭 그런 것 같지는 않다. 여러 동성애 관련 쟁점에서 의학적 지식과 판단이 요구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과연 동성애가 유전에 의한 것인가, 혹은 환경에 의한 것인가이다. 이 쟁점은 동성애 논란에서 대단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데, 왜냐하면 동성애가 타고난 것인가 혹은 그렇지 않은가에 따라 동성애의 음란성, 동성애의 이성애로의 전환 가능성 등에 대한 답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종교계는 동성애가 환경에 의한 것으로서, 인간의 타락이 점점 심화되어 극에 달했을 때 나타나는 형태의 악행이라고 주장해왔다. 또 그렇게 동성애가 후천적으로 획득된 형질이라면, 이성애로의 교정 역시 가능하다고 이야기해왔다. 반면 인권계에서는 동성애는 이미 태어날 때부터 각인되어 있는 것이기 때문에, 동성애자들을 탓해서는 안 되고 이성애로의 전환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많은 연구가 있었지만 동성애의 연원은 아직 명확하지 않다. 몇 가지 분명히 밝혀진 사실들은 다음과 같다. 동성애는 크게 남자가 남자를 사랑하는 형태와 여자가 여자를 사랑하는 형태로 나뉘는데, 이 두 가지 형태의 동성애의 발생원인은 서로 다른 것 같다는 것이다.

남자가 남자를 사랑하는 성향의 경우 대단히 어린 나이에 결정되고 그것이 고정되는 경향이 존재한다. 그러나 그것이 유전적인 문제인지, 출산 전의 모체의 자궁 내에서 결정되는지, 혹은 출산 이후의 여러 환경적 요인의 문제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다만 어렸을 때의 성적 학대를 받았는지의 여부, 그리고 부모가 이성애자인지 동성애자인지 여부는 성적 정체성의 결정과 관련이 없다고 밝혀졌다.

반면, 여자가 여자를 사랑하는 경우는 환경의 영향이 더 큰 것으로 보인다. 여성의 동성애는 정치적, 사회적 이념에 큰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또 그들의 성적 정체성을 그들 스스로 선택할 수 있고 이성애로 전환할 수 있는 능력이 남자 동성애자들보다 큰 것처럼 보인다고 연구자들은 지적했다. 남자 동성애자들은 이성 간의 성행위가 묘사된 포르노를 보고 흥분하지 않으나, 여자 동성애자들은 이성 간 성행위가 묘사된 포르노를 보고도 동성 간 성행위가 묘사된 포르노를 보았을 때와 비슷한 정도의 흥분을 보인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다만 여자 동성애자는 남자 동성애자들보다 그 수가 적고, 또 연구논문의 수도 적어 과연 이 연구결과가 신빙성이 있는지는 아직도 논란의 여지가 많은 상태이다.

둘째로 동성애와 에이즈의 연관성을 살펴보자. 2010년, 동성애를 다룬 sbs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가 방영될 때, 참교육 어머니 전국 모임은 “‘인생은 아름다워’보고 게이 된 내 아들, AIDS로 죽으면 책임져라”라는 다소 선정적인 내용의 광고를 조선일보에 게재해 논란이 된 적이 있다. 흔히 동성애를 반대하는 진영에서는 동성애를 에이즈와 연관시키는 시도를, 반면 인권계에서는 동성애와 에이즈는 관련이 없다는 주장을 계속 해왔다.

대부분의 의대생이 이미 알고 있듯 동성애와 에이즈는 근본적으로 연관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동성애를 한다고 에이즈가 걸리는 것도 아니고, 에이즈 환자가 전부 동성애자인 것도 아니다. 그러나 통계적으로 남자 동성애자 집단이 에이즈 환자군중 상대적으로 큰 비율을 차지하는 것은 사실이다. 이는 한쪽이 에이즈 보균자일 때, 질을 통한 성행위로 에이즈가 전염될 확률보다 항문성교로 전염될 확률이 훨씬 더 큰 데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보인다.

2013년 10월 현재, 러시아 하원에서는 에이즈 감염 방지를 위해 동성애자들의 수혈을 금지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는 반면, 영국과 캐나다에서는 그동안 유지되어 왔던 동성애자 수혈 금지 조치를 해제했다. 동성애 문제는 지구촌 전반에 있어 뜨거운 감자이고, 모든 사회 구성원들이 동의할 수 있는 동성애 문제의 해답을 찾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박형수 기자/아주
<peter10cjswo@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