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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_ 호들갑의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호들갑2 _의전원 새식구 되기>

의학전문대학원생들의 설레는 2월 나기
의학공부의 출발점에 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2009년에는 의학전문대학원(이하 의전원)생을 새로이 맞이하는 학교들이 유난히 많다. 2003년을 시작으로 의전원제도가 도입된 지 어언 6년 만에 올해 처음 학제를 시행하는 학교는 성균관대, 연세대, 중앙대를 비롯해 전국적으로 총 15곳이나 된다. 이 중 13곳이 의전원과 의학부 병행체제를 택했고 완전전환을 결정한 학교가 2곳이다. 올해부터 이들은 학부생과 함께, 같은 건물에서 같은 교수님들의 수업을 듣게 될 것이다. 설렘과 걱정, 기대와 흥분으로 물든 오리엔테이션 현장을 찾아가보자.

다가온 ‘새로운 시작’

올 3월 의전원 입학을 앞둔 K군은 요즘 새로운 학교생활을 시작할 준비로 하루하루가 설렌다. 합격자 발표가 난 지난해 12월 이후 온라인 상으로 같은 학교 합격자들이 모이기 시작해 지금까지 2~3번 정모를 가졌고 최근엔 시간되는 사람들끼리 엠티도 다녀왔다. 다같이 밥 먹고 술도 마시는 친목모임일 뿐이지만 다양한 나이대의 동기생들을 미리 만나보고, 학교에서 마련한 간담회와 오티에 참석하면서 앞으로 다가온 ‘새로운 시작’을 실감하고 있다.

“오늘 간담회에선 주로 학교생활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을 들었어요, 선후배 관계 같은 것에 대해서요. 학년과대도 선출했어요.”  (성균관대 A양)

“의학부와 어떻게 잘 지낼 것인가가 화두였습니다. 통합교과식 수업에 대한 설명을 들었고, 멘토-멘티 모임을 구성했고요, 학내 공부장소 등에 대한 설명도 들었습니다.” (중앙대 B군)


기다리던 합격 후엔 학교생활이 걱정 … “잘 해나가야죠”

처음 대학에 붙었을 때만큼, 아니 그보다 더 기쁜 ‘의전원 합격’이라는 결실을 맛보았지만 막상 개강이 다가오니 마냥 좋기보다는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스스로 나이가 많은 편이라 밝힌 C군은 “학부 땐 뭐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는데 이젠 제가 할 수 있는 양을 아니까 두렵기도 해요. 인간관계 면에서도 어린 친구들은 학부생들 중에 재수한 친구들이랑 나이가 비슷하지만 저는 아니니까요.”라고 말한다.
“오티 기간 5일 동안 해부학을 하는 줄은 몰랐다”는 A양은 생소한 의학용어를 외울 일이 걱정된다며 “이제 피똥 쌀 일만 남았죠, 뭐”하고 걱정어린 소감을 밝혔다. 의전원과 의학부를 분리하지 않고 통합하기로 한 성균관대의 경우 기존 커리큘럼을 조정해 G1과 M3 가 한 강의실에서 기초강의부터 같이 듣는다. 해부학오티 또한 마찬가지로 함께 듣는데, 75년생부터 86년생까지 분포한 의전원 학생들과 상대적으로 앳띤 얼굴의 학부생들이 어우러져 있는 모습이 신선했다. 동문회나 교수학생모임 등도 완전히 섞이는 것이냐는 기자의 물음에 해부학 강사로 참여한 본과 2학년 학생은 “아마도 그럴 것 같다”며 “아직 결정 안 된 것들이 많지만 차근차근 잘 해나갈 생각”이라고 답했다.

‘해치지 않아요’ … 원활히 지내고 싶어

의전원과 의학부가 각각의 강의실에서 다른 커리큘럼을 따르게 된 중앙대의 경우에는 의전원생을 대상으로 하는 골학 강의가 없다. 학부생은 3월부터 해부학이 시작되는데 반해 의전원생은 여름방학 이후에 ‘기본근골격학’과 ‘해부학’을 같이 배우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강 전까지는 학부생과 의전원생이 마주할 일이 없다.
B군은 학부생을 향한 자신의 모토가 ‘해치지 않아요’라며 “학부생들과 정말로 원활히 지내고 싶어요. 저희가 괜히 ‘굴러들어온 돌’이 되진 않을지 걱정이에요. 교수님들도 자꾸 ‘너희는 선배가 없으니까’라는 표현을 쓰시는데 왠지 저희만 떨어진 느낌을 받기도 하고..”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무슨 동아리가 있는지 아직 잘 모르지만 취미에 맞는 것이 있으면 활동하면서 사람들과도 더욱 친하게 지내고 싶다는 것은 A양과 B군의 공통의견이었다.

생명과학 전공이 대다수
다양한 전공만큼 진로계획도 다양

이들 의전원생의 50~60%는 생물학 관련 전공자(2007년 10월 교육부자료 기준)이다. 올해엔 그 비율이 더욱 증가해 특히 생명과학 전공자가 눈에 띄게 많다. 그 이유는 아무래도 기초의학 과목과 학문적 연관이 있는 내용을 배우고, MEET에 나오는 용어가 익숙해 시험준비에 많은 도움이 되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자연대, 공대 출신도 많았으며 그밖에 한의대, 약대, 경영대 그리고 외국대학을 졸업한 경우 등이 있었다.
학부 때의 전공이 다양한 만큼 졸업 후 진로에 대한 생각도 예상 외로 다양했다.
“경영학을 전공했고, 나중에도 회사에 입사 할 생각이에요. 제약회사 같은데요.”
“미국에서 pre-medical course로 생화학을 전공했어요. 아직 잘 모르겠지만 기초의학을 다시 할 생각도 있어요.”
“저는 그냥 임상의사를 하고 싶어요.”
“M.D.-Ph.D.과정 으로 입학했거든요, 앞으로 학교 다니면서 학위 따고 공부 더 해야죠.”
기초의학은 홀대를 하고 임상의학 중에서는 ‘못 하겠는’ 과를 하나씩 지워나가면서 자신의 성적에 맞춰 과를 지원하는 것이 현실인 풍토와는 사뭇 다른 느낌의 답변들이었다.

다른 현실, 같은 미래
 
이제 전체 의과대학/대학원에서 공부하는 학생 중 의전원에 속한 학생이 52.6%에 이른다. 어떤 학교는 제도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대학원 특성에 걸맞은 커리큘럼 계발, 강의 환경 개선, 양질의 학생 유치에 힘쓴다. 또 어떤 학교는 두 제도의 병행에서 예상되는 충돌을 감안, 현 체제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의전원생을 학부생과 한 강의실에 앉히기도 한다. 이에 따라 같은 의학전문대학원이라도 연간 등록금 차이는 무려 900만원에 육박한다.
아직 진행형인 의전원제도를 두고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것은 누구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나 ‘피똥 싸게’ 공부해야 할 앞날에 한숨이 푹 나오는 것은 학부생이나 의전원생이나 다를 바 없을 것이며, 훗날 일 잘하는 인싸(insider)로 자라나고 싶은 마음도 같지 않을까.

 

정다솔 기자/중앙
<astronova@naver.com>

취재에 응해주신 성균관대와 중앙대 의전원 학우 여러분, 감사합니다.

  ■ G1, M3: 의전원 1학년과 의학부 3학년(본과 1학년)
  ■ M.D.-Ph.D. 복합학위과정: 탁월한 연구능력의 의과학자, 기초의학 연구자를 양성할 목적으로 미국에서 시작된 제도. 전 학위과정 6~7년(기초의학 2년, 학술학위(박사)과정 3년, 임상의학 2년) 동안 등록금 전액과 일정액의 생활보조금을 국비로 지원받는다. 졸업과 동시에 의사자격(M.D.)과 이학박사 학위(Ph.D.)를 함께 수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