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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하는 의사들, 오프라인으로 나오다


 
 닥블(http://docblog.kr)은 현직 의사 및 의대생 블로거들로 이루어진 메타블로그다. 메타블로그란 여러 블로그에 올라온 글을 수집해 일목요연하게 보여주는 블로그 네트워크로, 닥블은 2007년 11월부터 운영되고 있다. 2008년 제너럴닥터에서 열린 첫 오프라인 모임에서‘블로그를 통한 건강검진이 가능한가’라는 주제로 성공적인 대담을 이끌어냈다. 이후 분기별로 오프라인 모임이 필요함을 느낀 의사블로거들이 2009년 상반기에도 다시 한 번 오프라인 모임을 가지기로했다.

 이에 따라 2009년 2월 9일 토요일 홍익대학교 홍문관 14층 다음커뮤니케이션 사옥에서 두 번째 닥블 오프라인 모임이 열렸다. '환자의 알 권리와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모임에서는 의료정보를 인터넷 상에 공개하는 것이 가지는 장단점에 관한 대담이 이어졌다. 토론 발제자로 닥블 운영자인 비뇨기과 전문의 양광모 대표를 비롯하여 제너럴닥터의 김승범 원장, 세브란스 흉부외과 전문의 박성용 씨, 이화의전원 인문사회학과 권복규 교수, 의료와 사회 운영자인 내과전문의 한정호 씨 등이 참여했다. 이외에도 의대생, 기자 등 총 30여 명이 참석했다. 모임은 각각 다양한 관점에서 블로그 시대에 의료행위가 네트워크를 통해 어떤 식으로 확장될 지에 관해 발제를 하고 자유롭게 론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제너럴닥터 김승범 원장은 질병 중심의 접근이 아닌 인간 중심의 접근을 통해 환자 소통해야 한다는 주제로 발표를 했다. 이어서 세브란스 흉부외과전공의 박성용씨가 잘못된 의학 정보의 범람으로 인해 외래 및 수술실에서 겪을 수 있는 문제에 대해 발제를 하면서 토론이 갑론을박의 양상으로 진행되었다. 3시간동안토론이이어지다가 20분정도의 휴식시간이 주어졌다. 이 때 여러 의사들과 의료계 관계자들간의 통성명 및 명함교환이 이루어지면서 의학 학회에서 종종 목격할 수 있는 외로운 중년 의사들의 관계 맺기가 이루어지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휴식시간 이후 이화의전원 권복규 교수는 특유의 달변을 통해 전공분야인 의료법과 생명윤리에 대해서 심도 높은 강의가 이루어졌다. 이어서 블로그 '의료와 사회' 운영자인 내과전문의 한정호 씨가 노인환자의 알권리에 대한 강연을 이어갔다. 두 강의와 함께 죽어가는 환자를 지켜보는 의사의 자세에 대해서열띤 토론이 이루어짐으로써 공식 일정은 마무리 되었다.




 홍문관 다음 사옥에서 자리를 끝낸 의사블로거들은 오후 9시 경 홍대 앞 제너럴닥터로 자리를 옮겨 뒤풀이를 시작했다. 뒤풀이자리에서 만난 한정호 씨는 이번 모임에 대해 블로깅을 하는 의사들이 깊이가 떨어지는 네트워크상의 글쓰기에서 벗어날 수 있음을 기대했다. 이렇게 오프라인 모임을 통해 양질을 토론으로 깊이를 추구할 수 있고, 공론의 장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을 이번 모임의 긍정적인 면으로 꼽았다. 또한 모임을 통해 공론화된 주제들을 가지고 의사블로거들이 각자의 블로그에 그에 대한 글을 쓰면서 공론이 확산될 수 있으리라고 전망했다. 다만 블로거들간의 직접적인 대면이 이루어지는 만큼 네트워크상에서의 실명비판이 이전보다 힘들어질 수 도 있다는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참관을 온 원광대 치대 본과 1학년 강민구 학생은 의료관련 포럼으로는 드물게 정치색이 배제된 자리여서 참석을 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그는 웹2.0을 기반으로 제 3의 대안을 창출해내는 이와 같은 작은 움직임을 소중히 생각한다고 말했다. 블로그를 하는 의사들 중 유명 블로거들을 실제로 볼 수 있다는 점과 전체적인 의료계의 판도를 보면서 시야를 확장할 수 있다는 점도 이번 모임을 통해 얻은 점이라고 하였다.

 모임을 주관한 닥블의 양광모 대표 역시 격식 없이 교수, 학생, 개업의 모두가 서로를 존중하고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토론을 할 수 있는 것이 모임의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모임에 의대생이 참여할 경우 새로운 시야를 얻어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의대생들의 많은 참여를 바란다고 전했다. 양광모 대표에 따르면 닥블 오프라인 모임은 부정기적으로 여름과 겨울에 한 번씩 진행될 예정이며, 의료와 관련되어 사회적으로 중요한 의제가 형성될 때에도 언제든지 모임을 가질 수 있다고 한다. 웹2.0과 관련해 의료현실이 어떤 식으로 급변하는지에 대해서 궁금증을 가지고 있는 의대생이라면 닥블(docblog.kr)이 나 코리아 헬스로그(healthlog.kr)를 주시하길 바란다.

이현석 기자/영남
<vandalite@naver.com>
사진_ 닥블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