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rss 아이콘 이미지


커버스토리_ "호들갑의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호들갑4 _ 본 1의 3월 견뎌내기>

3월의 밤을 하얗게 지새는 학년이 있습니다.

새내기 맞이다, 신학기다,  들떠있는 3월.
그들의 손에는 족보와 뼈가 들려 있지요.
각 학교 별 본 1들은 어떤 3월을 보내고 있는지 살짝 들여다 볼까요.


 

순천향대, Welcome to 본1

본1 예방 백신, 골학   
솔로의 아픔을 학구열로 승화시키기 위함이었을까. 12월 26일, 순천향의 골학은 시작된다. 허나 26일 오후에 찾아간 천안 순천향의대 주변은 폭풍전야처럼 고요하기만 하다. 그렇다. 순천향대에는 ‘스터디’라고 불리는 골학을 위한 모임이 따로 조직되어 있어 스터디별로 조용한 골학이 이뤄진단다. 그래서 전 학교적인 행사로 골학을 하는 학교와는 달리 이리도 고요한 것이었다. 하지만 골학방은 결코 조용하지 않다. 폭풍처럼 몰아치는 땡소리와 함께 재시, 삼시, 사시, 오시를 보면서 늘어가는 예비 본1들의 한숨. 하루, 이틀 지나면서 ‘과연 내가 골학방에서 나갈 수 있을까.’하는 두려움이 엄습해온다. 하지만 골학 방의 시계에도 끝은 있는 법. 대략 일주일의 시간이 흐른 뒤 감격에 겨워 바깥 땅을 밟은 예비 본1의 손에는 두툼한 매뉴얼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골땡의 추억
 자, 이제 3월이다. 비몽사몽간의 골학이 끝난 지도 꽤 시간이 흘러, 골학은 대뇌피질에 흐릿한 자국만 남겨놨을 뿐 radius와 ulna의 구분도 헷갈리는 지경이 되어 버렸다. 지금부터 3주간의 골학 실습시간과 스터디 골학 리뷰를 통해 해마 저편속의 기억을 불러오기 해야 한다. 처음 경험하는 본과가 호락호락 하지는 않다. 매일 매일의 빡빡한 수업스케줄과 수업이 끝나면 약속한 듯 강의실에 모여 복습 하는 이 어색한 모습. 마지막 골학 실습 날엔 9시가 넘은 시각까지 해부학 실습실에서 뚫어져라 진골을 쳐다보며 눈과 머리에 꾹꾹 눌러 담는다. 본과의 첫 시험인 골학을 치러내면 이제 정말 본과생이 된 것만 같다. 마침 이날 우리는 정장을 말쑥하게 차려입고 ‘본과 진입 기념’ 사진을 찍는다. 그 뿐인가. 이날은 신입생부터 본과 2학년까지 정장을 차려입고 참여하는 ‘컨벤션’ 행사가 있는 날이다. 
 
본과 진입식
 아, 본과에 진입하는 길은 이다지도 멀단 말인가. 아직도 본과진입식이 남았다. 이게 정말 마지막이다. 골땡을 본 일주일 후 본과 1학년 학생들은 첫 카테바 실습을 한다. 1년 동안 함께할 그 분을 경건한 마음으로 영접한 그날, 충격을 술로 씻으려는 듯 스터디 별로 일제히 본과 진입식 행사가 이뤄진다. 후배들은 독서대와 색연필, 필기도구 등 각종 공부장비를 선배들의 품안에 안겨준다. 게다가 술도 한아름 안겨주니 이날은 천안 쌍용동 골목에서 얼큰히 취해있는 동기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앞으로 본 1의 앞날에는 무수한 시험들과 땡시가 놓여있다. 야마를 벗삼아 옆자리의 동기를 벗삼아 다들 무사진급에 성공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파이팅이다.

이예나 / 순천향
<lynarim@hanmail.net>


정열고 동문 재수레벨 허새만의 영남의대 본1 입성기


1월 초, 동문골학이 시작된다. 경일장 옥탑방. 지난 30여 년간 수많은 선배들이 길게는 일주일부터 짧게는 3일 동안 운기조식하여 뼈의 고수로 탄생했다는 그 곳. 악마 같은 골학강사 김상운 선배는 13foramen을 20분 만에 외우라고 하고 성인채널을 풀볼륨으로 틀어놓고 낄낄거린다. 동기 정열맨은 눈으로 슥 읽더니 20분만에 다 외워버린다. 그렇다. 성적은 이미 DNA에 저장되어 있는 것이다. 겸허히 받아들이면서 재시, 삼시, 사시를 친다. 폭풍 같은 속도로 상하지가 지나가면서, '별 거 없네'라는 공허한 생각을 하던 찰나에 닥치는 두 번째 시련, Cranial Nerve. 하얗게 다 태워버리고 마지막 날 Head and Neck 파트가 되면 못해먹겠다는 학동들의 원성이 하늘에 닿는다. 골학강사는 중대한 결심을 한 듯 제비뽑기를 실시한다. 점수는 뽑기에 따른 랜덤. 과연 본과는 다르다.

2월 초, 2주에 걸쳐 진행되는 학생회 골학. 열의에 가득한 여학생들부터 '그까이꺼 대에충' 마인드에 투철한 남학생들까지 모두 초반 러쉬는 뜨겁다. 그러나 하루 이틀 지나고 하지파트 들어갈 때 쯤, 사람들이 오지 않기 시작한다. 역시 이 자식들 남다르다. 벌써부터 포기한 것인가? 라고 비웃지만 Cranial Nerve에서 다시 열폭한 나 허새만 역시 포기 먹고 잠수타기 시작한다. 어떻게든 되겠지.. 될 거야..

개강 전 날, 오랜만에 모든 동기들이 정장차림으로 학교를 온다. 신입생 OT 때 아버지 양복, 어머니 정장 스타일의 후줄근한 복장에서 진일보해서 나름 트렌치코트와 스트라이프 넥타이를 매고 '나, 본과생이야'라는 티를 낸다. 교수님들이 연단에 사열하시고 본과 1학년이 되는 학생들의 이름을 교수님께서 호명하신다. 학장님께서 본과 진입을 선언하면 과대가 선서를 하고 우리는 본과생이 된다.

동기들은 약속이나 한 듯 본1이 된 순간부터 3월 말까지 계속 밤에 남아 CIBA와 골학책인 영의보감을 들고 공부를 한다. 드디어 골학시험. 0.2학점짜리 필기시험과 0.2학점짜리 오랄테스트가 2회에 걸쳐 실시된다. 오랄 전 날 밤을 샌, 나 허새만. 절대 정열맨에게 질 리 없다. 그러나 제비를 뽑는 순간 patella가 나오고, 47초를 말하고 나니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더 할 말 없어?' '네.' 눈 앞에서 성적체크란을 가르는 알파벳 C. 전날 와우하면서 밤 샌 정열맨은 상하지 싹 다 버리고 들어갔는데 Norma Frontalis가 걸렸다. 교수님께서 공부 너무 열심히 하지 말라셨다면서 쑥쓰러워 한다. 영남의대 허새만의 본1은 그렇게 시작되어가고 있었다.

이현석 기자 / 영남
<vandalite@naver.com>


아주의대의 본격 의대생 되기 

2월의 첫날, 예년보다 1주 일찍, 아주의대/의과대학원 (이하 아주의대) 본과 1학년의 골학은 시작되었다. 우선 골학 일정에 대한 오리엔테이션을 한 후, 새로 바뀌는 교과과정에 대해 의과대학원생들에게 설명하고 의대생활이 익숙치 않을 의과대학원생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편입한 선배들을 초청, 경험담을 들어보았다. 학부생 20 여명, 대학원생 20 여명이 하나 되기 위해, 언제나처럼 아주의대의 놀이 문화를 책임지는 기획부가 나선다.

실질적인 골학의 첫날이 밝았다. 골학에 참여하는 본과 1학년들은 모두 9시까지 지정된 강의실로 모였다. 한명이 늦으면 지각 및 그 사람을 챙기지 않은 죄목으로 한 사람 당 3장의 깜지가 나갈 것이므로 아마 본1 과대 소문승 군은 뜬눈으로 밤을지새며 새벽부터 모두에게 문자와 전화를 날렸을 것이다. 

 갑자기 강의가 시작된다. 강의자는 문을 열고 들어온 후 아무 얘기도 없이 칠판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머리 방향까지 다 그리고 나면, 강의는 시작된다. 우리말 강의, 영어 강의 등 다양한 형태의 강의가 끝난 후, 자리를 실습실로 옮기고 4조로 나누어 척추 강의가 시작된다. 각 조에 2명씩 배치된 본2 강의자들은 골학 책을 바탕으로 실제 마른 뼈를 보며 해부학 강의에 필요한 골학 지식을 설명한다. 그룹 과외와도 같은 강의가 끝나면 대부분의 본1들은 이제껏 배운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며 엄청난 양 앞에 한차례 좌절을 맛본다. 그나마 내용이 적은 척추에서는 웃으며 지나갔다하더라도 하지의 골반, 샅, 나아가 skull에서는 아주 기억력이 비상한 몇몇을 제외하고는 대게 막막해 하기 마련. 

 시간이 지나 어느덧 저녁 시간이 되었다. 앞으로 1년간 양식의 주공급원이 될, 의대건물 지하 선인재에서 맛있는 저녁식사를 마친 본1들은 식사 앞에 포맷되어 버린 자신에게 놀라며 오랄 테스트를 맞이한다. 강의에서와 마찬가지로 한 조에 본2 2명씩 들어가 돌아가면서 뼈에 대한 문제를 내고 맞히는 일을 반복한다. 한 조당 한명도 틀리지 않고 3바퀴 도는 것이 한번 통과로, 총 3번 통과해야 그 조는 밤새도록 이어지는 오랄 테스트에서 벗어날 수 있다. 모두가 통과하는 시간은 새벽. 인생은 역시 고달픈 것이었다.
 척추가 끝나고 나름 간단한 상지가 끝나고 나면 미지의 세계 하지와 skull이 남게 된다. “왜 나의 머리는 이것들을 다 외우지 못하는 걸까.” 회의감이 밀려온다. skull 오랄 테스트가 끝나고 나면 전체 뼈를 모아 놓고 오랄 테스트를 또 한번 한다. 마지막 날인만큼 다 같이 밤을 하얗게 지새우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면서 정신없는 오랄 테스트는 거의 정오까지 이어진다. skull 본시 후 드디어 골학 땡시. 짜릿하다! (‘올해 골학장님’이 땡시를 무사히 끝내고 집으로 귀가했길 바란다.) 상콤하게 땡시가 끝나고 나면 드디어 체력과 머리의 한계를 마음껏 맛보게 했던 골학이 끝나고 달콤한 휴식이 기다린다.휴식이 끝난 후 싸이에 서로의 수면시간을 경쟁적으로 자랑하게 될 것이다.

어느 새, 2주가 흘렀다. 이제 개강도 코앞이고, 내일이면 새터다. 오늘은 본과 진입식. 골학의 마지막 행사이기도 한 본과 진입식은 골학장의 주도하에 선인재에서 뷔페를 먹으며 진행된다. 한명씩 나와 골학의 소회를 풀기도 하고, 앞으로 본과 생활에의 다짐을 하기도 한다. 새것의 티가 나는 정장을 갖춰 입은 본1들은 다투어 사진을 찍어댄다. 선인재에서의 행사가 끝난 뒤 본1과 본2들은 2차 술자리로 이동한 후, 마음껏 축하해주고 축하받으며 술잔을 주고 받는다. 내일의 새터는 늦지 않고 갈 수 있을지. 이 자리를 빌어 본1에 올라가는 분들께 건투를 빈다는 말을 전해드리고 싶다.

장 미 기자/아주
<sci1113@naver.com>


중대 예비 본1의 임무

성장 배경
예과생활 2년 동안 선배들에게 본과에 대한 각종 경험담을 주워듣고 자란 그들, 우리의 주인공 예비 본1. 한량한 학교생활을 영유하던 그들은 예과 2학년 말 무렵부터 ‘너 이제 죽었다’는 경고메세지를 주위로부터, 지속적으로, 대놓고 받게 된다. 이에 슬슬 삶의 위태로움을 느낀 그들은 더욱 열심히 노는 한편 자기 살 길 마련에 고심하기 시작한다.

물밑 작전
야마(족보)를 건네 줄 선배를 물색한다. 해부학 레포트부터 각종 시험문제, 정리자료, 책 등으로 이루어진 야마세트는 일단 많으면 많을수록 안도감과 자신감을 선사한다. 풀세트는 아니더라도 이것저것 챙겨 받으려면 평소 친하면서 정리내공이 뛰어나다고 생각되는 선배에게 부탁하는 것이 좋겠다. 하지만 친한 선배가 없다고 해서 절망할 필요는 없다. 친한 선배가 없으면 없는 대로, 친구의 야마를 빌려보거나 착한 학우들이 중대복사에 복사본을 걸어놓길 기다렸다가 기쁜 마음으로 복사하면 되니까.

통과의례
본과생으로서의 전격출동에 앞서 각 동아리, 동문회, 향우회별 본과 진입식은 빼놓을 수 없는 통과의례! 진입식은 각 모임에서 예비 본1을 위해 마련한 술자리를 말하는데, 보통 사발에 부은 술을 예비 본1끼리 나눠 마시고 축하선물을 받는 식으로 진행된다. 선물은 본과생활에 필요한 것들 (색연필, 실습가운, 책대 등) 중에 각자 골라서 받기 때문에, 여러 모임에서 진입식을 하게 되는 학생이라면 여러 아이템 모두를 획득할 수 있게 되겠다. 이후 자리에서 책대를 돌려가며 팍팍한 본과생활에 한줄기 웃음을 선사할 멘트들을 서로 적어주고, 선배로부터 본과 교수님들, 배우는 과목들, 공부방법 등에 대한 실질적 정보를 듣는다.

예비충격, 골학
해부학의 폭풍에 맞서기 위해 본1이 택할 수 있는 방법은 ‘골학듣기’와 ‘골학 안 듣기’ 뿐이다. 폭풍전야를 최대한 즐기기 위해 골학을 안 듣는 경우도 더러 있지만 보통은 동아리별로 마련된 골학을 듣는 쪽을 택하게 되는 게 인지상정. 골학은 동아리에서 강사를 한 두 명 정도 정해 짧게는 3일에서 길게는 일주일 정도 진행한다. 장소는 의대건물 여기저기, 시간대는 보통 오전이다. 학교에서 골땡을 따로 보지는 않기 때문에 골학 참여 역시 자율적으로 이뤄지는 편이며 공부 범위도 팔다리 정도로 가볍게 하기도 하는데 동아리에 따라 해부학총론과 영상땡시 준비까지 해주는 경우도 있다. '짧은 설명->각자 암기->시험' 식으로 진행해서 하위 몇 등은 재시험을 보기도 하고 보통 벌금도 내는데, 이렇게 얻어진 수익은 그날의 밥값으로 유용히 쓰인다. 이러한 피드백 시스템은 동아리에 따라, 또 그 해의 강사가 누구냐에 따라 유동적이다.

정다솔 기자/중앙
<astronova@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