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rss 아이콘 이미지

Human care를 실현하는 외국의 이색 병원들

 

 

 대형병원에 방문해 본 적이 있는가? 간단한 진료 하나를 받으려 해도 이곳에 갔다, 저곳에 갔다 정신없이 안내를 따르고 나면 진이 빠지기 마련이다.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대형병원을 사람을 고치는 공장 같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효율성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을 것이라고 위안을 해 보지만 서운한 마음을 지울 수 없다. 그런데 단순히 병만 고치는 것이 아닌, 내가 진정한 care를 받고 있다고 느끼게 해주는 외국의 대형 병원들도 있다. 일본의 가메다 병원과 캐나다의 숄다이스 병원이 바로 그 예이다.

 

가메다 병원
(Kameda Medical Center)

 일본에서 가장 소중한 병원으로 꼽히는 가메다 병원은 도쿄에서 기차로 2시간 거리의 치바현 가모가와시에 있다. 그러나 이 인구 35,000명의 도시에 있는 가메다 병원을 방문하기 위해 하루 최대 3만명의 외래환자가 온다. 일본의 국공립병원 70%, 사립병원 40%가 적자인 이 상황에서 왜 가메다 병원은 문전성시를 이루는 것일까? 답은 고객만족에 있다.
 가메다 병원의 모든 입원실은 21평방미터이며 보호자가 충분히 쉴 수 있는 공간이 준비되어 있다. 또한 환자 동의 하에 24시간 면회를 할 수 있다. 그 뿐만 아니라 병원을 찾은 고객들, 환자들의 눈을 윈도쇼핑으로 즐겁게 해주기 위해 1층에는 잡화점들이 즐비해있다. 아기 환자의 경우 일 때문에 같이 있을 수 없는 보호자들을 위해 24시간 내내 CCTV를 이용해 엄마가 집에서도 아기를 볼 수 있도록 해준다. 그러나 가메다 병원의 배려는 이렇게 의료부문에서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아프더라도 지인에게는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하는 환자의 마음을 고려하여 내방객이 있는 환자를 위해 뷰티 살롱도 운영하고 있다. 치료로 머리가 빠진 환자에게는 가발도 제공한다고 한다. 또한 간병을 하다 보면, 의료를 하다보면, 환자든 가족이든 의료진이든 기력이 떨어지게 되기 마련이다. 이런 고객들의 마음을 헤아려 음주가 가능한 환자, 보호자 등을 위하여 병원 내에서 심야 술집도 운영한다. 꼭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고객을 생각하는 세심한 배려가 가메다 병원을 특별하게 만든다.
 가메다 병원에서 가장 전망이 좋은 곳은 13층이다. 어느 말기암 환자가 13층을 둘러보더니 오늘 당장 입원하겠다고 한다. 그 이유는 가장 전망 좋은 이 13층이 이 병원의 영안실이기 때문이다. 보통의 병원에서 영안실을 지하에 두는 것을 생각해 보면 매우 특별한 일이다. 그러나 가메다 병원은 말한다. 이 13층은 ‘천국에서 가장 가까운 곳‘이라고. 지하실에 있는 영안실과 스카이라운지에 있는 영안실. 어디를 택하고 싶은가?
 가메다 병원의 모토는 ‘Always say YES' 라고 한다. 이 모토가 출발점이 되어 오늘날의 가메다 병원을 이룬것이다.  효율성에 급급한 오늘날의 대형병원 속에서 이런 환자 배려는 의료기관의 모범 사례라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숄다이스 병원
(Shouldice Hospital)

 숄다이스 병원은 캐나다 온타리오주 숀힐에 있는 탈장 전문 병원이다. 탈장 부문에서 전문성을 확보하여 세계 제일의 탈장전문병원으로 평가되고 있지만 그것만이 숄다이스 병원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아니다. 타 캐나다 병원의 외과환자 평균 재원일수가 5-8일, 입원비용은 3500달러인데 비해 숄다이스병원은 재원일수가 3-5일 정도이고 입원비용도 1200달러 정도에 그친다. 병상수가 89병상 정도이지만, 12명의 전문의들이 연간 7천 5백건의 수술을 하고 있는 이 병원은 캐나다에서 가장 효율적인 병원으로 손꼽히고 있다.
 이 병원에서는 환자가 직원의 일까지도 한다. 수술 전 체모는 직접 깎아야 하고, 수술 후에는 수술실에서 직접 걸어 나와야 하며, 식사도 병실이 아닌, 공동식당에 가서 해야 한다. 심지어 새로 온 환자에게 병실생활과 치료에 대한 안내도 해야 한다. 이렇게까지 환자가 해야 할 일이 많은 병원인데 정말 환자들이 좋아할까 싶은 의문이 든다. 그러나 실제로는 매년 퇴원한 환자들끼리 모여서 숄다이스 동창회가 개최될 만큼 환자들의 만족도가 높았다.
 그 이유는, 오히려 병원이 환자의 마음을 읽었기 때문이다. 환자들이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 가장 힘들어 하는 점이 무엇일까? 그것은 수술과 통증에 대한 불안, 그리고 지루한 병원 생활이다. 병원은 환자의 입장에서 잘 설명해주지 않는다. 이 때 고참환자가 신참환자의 멘토가 되어준다. “수술을 하고 하루가 지나면 통증이 사라질꺼야. 하루만 참으면 돼” 이런 진심과 경험이 담긴 말 한마디는 의사와 간호사의 설명보다도 큰 위안이 된다. 또 탈장수술 후 자주 걷는 것이 회복에 도움이 되니 공동식당까지 스스로 이동하도록 하게 하고 환자들이 서로 공동체를 형성하게 하여 병원생활이 지루해지지 않도록 해준다.
 숄다이스 병원은 환자 중에서 비슷한 경력이나 취미를 가진 사람을 뽑아 함께 지내게 하고 식사시간이나 저녁 미팅 시간에 환자 서로가 알고 지내도록 배려한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유대감이 형셩될 수 있다. 이런 병원의 특이한 제도 때문에 숄다이스 병원은 대인관계에 문제가 있는 사람, 움직일 수 없는 사람은 받지 않는다.
 이런 특별한 병원 경영 덕분에 환자들의 병원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 의사나 간호사는 탈장치료에만 전념할 수 있고 환자들은 자신의 집에 있는 것처럼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다. 또 숄다이스 병원은 따로 광고를 하지 않아도 치료에 만족한 환자들이 새로운 환자를 불러오게 되어 전세계에서 환자가 몰려오는 유명한 병원이 되었다. 가메다 병원과는 또 다르게 환자의 입장을 고려한 병원인 것이다.

 

함지현 기자/순천향
<hamji22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