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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박물관이 있다고?

108호/의료사회 2015. 12. 7. 23:34 Posted by mednews

의학박물관이 있다고?

- 서울대병원 의학박물관에 가다

 

 

 서울대병원은 알아도, 서울대병원 의학박물관을 모르는 사람이 많다.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 있는 서울대병원 맞은편에는 시계탑 건물이 서있는데,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근대병원 건물인 대한의원 본관이다. 서울대병원 의학박물관은 그 건물 2층에 자리하고 있다.
 대한의원은 1907년 대한제국 고종 황제의 칙명으로 설립된 종합병원이다. 대한의원은 개화기 의료 근대화를 위한 국가적 노력의 결실로서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국립병원인 제중원의 맥을 잇고 있다. 1992년 서울대병원이 소장하고 있던 의학 관련 유물과 자료 및 기증품을 보존, 전시할 목적으로 의학박물관이 설치되었다. 의학박물관은 근대 의료 역사를 한눈에 살필 수 있는 상설 전시와 연 2회 특별전을 진행하며, 방학 기간에는 다양한 주제의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박물관에서는 현재 상설 전시와, 제중원 설립 130주년을 맞이하여 역사사진전 『꿈, 일상, 추억-서울대학교병원 130년을 담다』가 진행되고 있다.

 

대한 의학의 역사를 고스란히
네 곳의 상설 전시관

 

 상설 전시는 근대 서양의학의 도입, 일제강점기와 의학, 한국전쟁 이후의 의료, 서울대학교병원의 출범과 발전 이렇게 네 전시실로 구성되어 있다. 고종과 조선 정부는 1876년 문호개방 이후 국가적 차원의 개화 프로젝트를 세우고 실천에 나서면서, 의료 근대화도 추진했다. 1884년 《한성순보》를 통해 양의 양성의 필요성이 강조되었고, 갑신정변 당시 미국북장로회 의료선교사였던 알렌이 정계의 거물 민영익을 구함으로써 서양식 국립병원 설립이 가속화되었다.
 갑신정변을 주도했다가 실패한 홍영식의 집에서, 1885년 최초의 서양식 국립병원인 제중원이 개원했다. 제중원은 고종과 조선 정부에게는 서양 의학을 도입하고 공공의료를 계승하는 통로였고, 미국북장로회에게는 기독교 선교의 발판이었으며, 다른 외국 열강들에게는 조선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였다. 제1전시실에는 제중원 이후 대한제국의 새 국립병원이었던 광제원, 최초의 근대적 국립 의학 교육기관이었던 의학교와 그 초대 교장이자 우두법을 우리나라에 도입한 지석영에 대한 소개도 마련되어있다.
 1906년 광제원, 의학교와 부속병원, 대한적십자병원은 서양 근대의학에 입각한 최신식 대규모 병원인 대한의원으로 통합된다. 1916년에는 ‘조선총독부 전문학교 관제’에 따라 경성의학전문학교가 설립되었다. 3·1 운동 이후 조선총독부는 ‘문화통치’를 표방하여 1922년 조선교육령을 개정하였고, 1924년 경성제국대학을 창설하였다. 경성제대 의학부에서 조선인은 정원의 3분의 1을 넘지 못하도록 입학이 제한되었고, 일본인보다 우수한 성적을 거두더라도 승진의 제약이 있어서 조선인 교수는 없었다.
 경성제대 의학부는 16년간 314명의 조선인 의사를 배출하였다. 독일의학을 수입한 일본의학의 영향으로, 독일식 의학용어는 해방 후 영어로 대체되었더라도 아직까지 우리나라 의학용어에 일본어가 많이 남아있다. 또한 기초의학과 임상의학 간의 높은 장벽도 일본의학의 잔재로 평가되고 있으며, 의사의 권위적인 이미지도 일제강점기 ‘칼 찬 의관’의 영향이다. 제2전시실에서 볼 만한 것으로 1928년 로제타 홀이 설립한 경성여자의학강습소 1회 입학생 15명 중 한 명인 박순정 선생의 의사시험 합격증을 빼놓을 수 없다.
 제3전시실에서는 전쟁을 거치면서 참전국의 의학을 두루 접하고 선진의학에 눈뜨면서 급속히 발전한 한국의학이 소개되어있고, 제4전시실에서는 1954년 서울대학교와 미네소타 대학 사이에 체결된 프로젝트를 통해 전쟁피해를 극복하고 선진의학을 받아들인 이후부터 한국의학이 오늘날까지 발전한 과정이 소개되어있다. 전시실 마지막에는 하버드의대 최초의 한국인 교수가 된 인물로, 1980년대 중반에 백내장과 녹내장 동시 수술법을 국내에 처음 소개한 김철 박사께서 평생 모은 안경 일체의 기증품이 전시되어있다.

 

 

역사사진전 『꿈, 일상, 추억-
서울대학교병원 130년을 담다』

 

 병원의 변화상을 담은 ‘병원 공간의 변화’, 진료 장면을 주제로 한 ‘의사와 환자’, 병원의 다양한 활동을 보여주는 ‘병원의 일상’이라는 주제로 구성되어 있다. 제중원부터 서울대병원까지의 병원의 다양한 모습과 구성원들의 활동이 담긴 생생한 사진들을 통해 우리나라 근현대 의학의 역사와 서울대병원의 변화상을 조망할 수 있는 자리이다.
 현재 서울대병원이 있는 곳은 원래 창경궁의 후원이었던 함춘원과 사도세자의 위패를 모신 경모궁이 있었다가 1907년 대한의원이 세워진 이후 백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변함없이 국가의 병원이 자리하고 있는 터전이다. 서울은 쉴 새 없이 변화하고 옛 모습을 잃어가지만 그 곳은 병원이라는 한 역할만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 묘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진료 장면을 담고 있는 흑백사진들 속에서 지금과는 다른 진료도구, 의료진의 복장, 수술장과 병실, 대기실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고, 서울대병원의 일상 사진들을 통해 보다 나은 진료와 보살핌을 위한 병원의 따뜻한 노력에 공감할 수 있다. 김진호 명예교수가 20여년의 재직기간 동안 서울대병원 소식지인 병원보에 병원의 새 소식과 일상, 의학상식 등을 재치 있게 만화로 풀어낸 ‘함춘만평’ 모음도 좋은 구경거리이다.
 서울대병원 의학박물관의 관람료는 무료이며, 관람시간은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12시, 휴관일은 일요일, 공휴일, 노동자의 날(5.1), 개원기념일(10.15), 노조설립일(11.30)이다.

 

서예진 기자/성균관
<jasminalex@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