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치병아 게 섰거라
의학의 발전은 끝이 없다. 과거 유럽 인구의 3분의 1의 목숨을 앗아간 페스트, 치사율이 너무 높아 유행하지 않은 에볼라 등 절대 치료할 수 없을 것으로 여겨졌던 불치병들이 차례차례 함락되고 있다. 그렇다면 근래에는 어떤 치료제와 약들이 개발되었을지 알아보자.
▲들어라 그대여
몸의 감각에 이상이 일어난다 했을 때, 어떤 것이 가장 불행할까 생각해보면 시각 다음으로 청각이 떠오른다. 그만큼 청각은 삶에서 차지하는 부분이 크고 잃어버리거나 기능이 약화 되었을 때 파장이 크다. 지금까지는 치료 방법이 하나밖에 없었다. 달팽이관을 대신할 의료기기를 이식하는 방법이다. 이 기기가 고막에서 전달된 신호를 전기신호로 바꾸어 사용자의 뇌의 신경들을 자극하는 방식이다. 얼핏 들으면 완벽해보이지만 기기를 통해 해석된 소리가 기계적이고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단점이 있다.
콜롬비아 의과대학 로렌스 교수는 소리의 풍부함을 유지하면서 청각을 회복시킬 방법이 있다고 말한다. 그의 치료법은 환자의 내이에 무해한 바이러스를 주입하는 방식이다. 바이러스는 달팽이관에 존재하는 소리감지 유모세포를 발달시키는 유전자를 포함하고 있다. 그의 치료 목표는, 전달된 그 유전자가 새로운 유모세포들을 발생시켜 최종적으로 환자가 청각을 회복하는 것이다. 로렌스 교수는 “만약 유모세포를 새로 생성할 수 있다면, 이식과는 비교과 되지 않을 정도로 효과가 있을 겁니다. 저희는 청각 유모세포를 재생시킬 수 있는 새의 특성을 인간에 적용시키는데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라고 말했다. 로렌스 박사의 치료법이 후천적인 요인에 의한 환자들을 위한 것이라면, 선천적 청각 장애인들을 위한 치료법 또한 연구 중에 있다.
제프리 홀트 박사는 선천적 청각장애를 가진 쥐에게 일부 청각을 회복시키는데 성공했다. 제프 박사는 “저희가 하는 일은 기능을 잃은 세포들에게 적합한 유전자 염기서열을 주입함으로서 기능을 회복하게 해주는 것입니다. 이번 성과는 한 유형의 청각장애에 대한 것이었으며 현재 다른 형태의 청각장애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라고 말했다. 유전자 치료가 환자들에게 완벽한 청각을 되돌려 줄 것으로 전망된다.
▲세월아 물렀거라
올해 7월, 워싱턴 DC에서 국제 알츠하이머 학회가 열렸다. 학회에선 정말 많은 신약들이 발표되었는데 그 중 가장 많은 관심을 모은 건 solanezumab라는 항체였다. 이 항체는 베타 아밀로이드라는 뇌단백질을 표적으로 삼는데, 이 단백질이 뇌세포들을 죽이는 플라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 신 항체가 기존의 약들과 특별히 다른 방법으로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기존 약들은 부기, 두통, 출혈 등 부작용들을 갖고 있다. 처음 18개월 실험에서 이 항체는 쓸모가 없는 것으로 여겨졌었다. 별다른 효과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실험기간을 2년으로 늘리자, 이 약을 섭취하는 알츠하이머 환자들의 뇌와 기억이 느리게 악화되는 것이 밝혀졌다.
그렇다고 전 세계적인 학회에서 이것만 발표되고 주목을 끈 것은 아니다. azeliragon이라는 약은 또 다른 다크호스였다. 플라크를 공격하는 다른 약들과 달리, 이 약은 알츠하이머의 발달과 강하게 연관된 뇌염증을 감소시켰다. 18개월의 복용 후, 환자들은 병의 증상이 상당한 수준으로 줄어드는 것을 경험했다. 이에 깊이 감명 받은 미국 식약청은 제약회사에 800명 상당의 실험에 대한 ‘빠른 길’을 열어주었다. 허가를 신속히 해주고 규제를 완화해 주었단 말이다.
알츠하이머뿐만 아니라 다른 뇌장애 또한 치료해주는 NPT088이라는 약도 발표되었다. 약이 효과가 있는 뇌장애에는 파킨슨병, 크로이츠펠트-야콥병 등 상당히 중요한 병들이 포함되어 있다. 다른 약들과는 다르게 베타 아밀로이드 이외에도 플라크들의 공통적인 구조를 표적으로 삼는다. 이렇게 여러 시도들이 있었고 성과를 내는 단계까지 왔으나, 아직 증상을 멈추거나 병 이전의 상태로 되돌리는 치료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의 가장 큰 이유는 알츠하이머가 유전자, 생활습관, 음식, 운동량 등 너무나도 많은 요인에 의해 일어나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더 많은 발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바나나에서 만병통치약이?
과학자들은 바나나로부터 광범위한 바이러스들을 죽일 수 있는 ‘꿈의 약’을 만들어냈다. 그 바이러스들에는 C형간염, 플루, AIDS 등이 포함되어 있어 실로 놀라운 성과이다. 약의 주성분은 바나나에서 추출해낸 단백질 BanLec이다. 물질이 실제로 발견된 것은 5년 전이나 당시에는 많은 부작용들을 일으켰었는데, 이제 와서야 그 부작용들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제 BanLec은 쥐 실험에서 수많은 바이러스들에 효과가 있음을 보였고 일반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항바이러스제로 기대 받고 있다.
이 단백질은 위험한 바이러스들의 표면에 존재하는 당 물질에 결합하는 성질을 갖고 있다. 바이러스에 단백질이 부착되면, 성질이 변하게 돼 무해해지므로 면역체계가 손쉽게 제거할 수 있다. 듀크 대학의 마르코비치 박사는 “현재 플루를 치료할 약이 절박하게 필요합니다. 타미플루만이 현재 효과를 볼 수 있는 약인데, 상태가 심한 환자에게선 저항성이 생겨 문제입니다.” 라며 새로운 치료제의 발견을 반겼다. 그리고 또 “BanLec은 재해 상황, 군사 환경 등 정밀한 감연 원인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광범위한 적용범위라는 특성이 매우 적합하기에 훌륭한 약이다” 라며 신약의 특수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분자생물학 박사 조나단 볼은 신약의 효과를 인정하지만 한계 또한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인간에게 적용하기엔 많은 난관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하나의 예를 들자면, 면역체계가 이 단백질을 외부 물질로 인식해 거부반응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약의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것이죠.” 아직은 갈 길이 멀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하나의 재밌는 사실은, BanLec은 바나나에서 추출한 단백질을 변형시킨 것이기에, 바나나를 먹는 것으로 같은 효과를 볼 수는 없다고 한다.
신약, 신 치료제를 나열하자면 끝이 없을 것이다. C형 간염 치료율을 80프로 까지 끌어올린 약도 있으며 심지어 암을 치료하는 약까지 발표되었다. 그러나 이 모든 발견들의 공통점은 ‘아직 갈 길이 멀다’이다. 그러나 과학자들의 노력, 인가의 발전의지를 생각하면 만병통치약의 발견은 멀지 않을지도 모른다.
안제성 기자/한양
<greatjas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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