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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의 세계를 향해 닻을 올린 예비 의사들을 위한 세미나, ‘딴짓하는 의사들’


AI, 의료정책 등으로 급변하는 의료환경 속에서 의대생들이 선택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은 무엇이 있을까?


이제 의대에 갓 들어온 의대 신입생들부터 의사국가고시까지 10개월도 채 남지 않은 본과 4학년들까지 의대생들이라면 적어도 한 번씩은 이미 생각해봤거나 앞으로 관심 가지게 되는 고민거리일 것이다. 하지만 파도파도 끝이 없는 의학 공부 속에서 주위에 이런 고민에 대해서 명쾌하게 답변을 해줄 만한 기회를 얻기도 쉽지 않다. 이런 문제로 남몰래 속앓이를 하고 있는 의사 및 의대생들을 위해 지난 달 19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는 제 33회 국제의료기기병원설비전시회(KIMES)와 겸해 의사 전문 포털 메디게이트와 의료전문지 메디게이트 뉴스 주관으로 의대생, 의사들을 위한 특별한 세미나가 열렸다. 이번 세미나는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 딴짓하는 의사들 세미나'라는 이름으로 크게 두 세션이 준비되었는데, 첫 번째 세션은 세계를 무대로 활동 중인 의사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지구의(地球醫) 세미나가, 두 번째 세션은 의사이면서도 의학의 길이 아닌 다른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 하고 있는 ‘딴짓하는 의사들’이란 이름으로 세션이 진행되었다. 각 세션에 강연은 약 20분 정도 진행되었고 강연 중 궁금한 사항에 대해서는 스마트폰을 통해 물어보고 강연자가 질문에 답을 해주는 방법으로 진행이 되었다. 일요일 오전 9시 반부터 시작된 지구의 세미나는 비교적 이른 시간에 시작됨에도 불구하고 행사 시작 일주일 전부터 150명 참가 신청이 모두 마감되었었으며 행사 당일에도 강연 시작 전에 선배의사들의 경험담과 조언을 통해 새로운 인생을 준비하려는 많은 의사 및 의대생들로 강연장이 가득 메워졌다.


첫 번째 세션으로 진행된 지구의(地球 醫)’ 세션에서는 의사 면허 취득 후 일본과 미국에 진출하거나 진출을 앞둔 현직 의사들을 초정하여 그들이 왜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의사로서의 삶을 결심하게 된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어떤 준비과정을 거쳤으며 이방인 의사로서의 삶의 장단점이 무엇인지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이었다. 이와 덧붙여 미국으로 전문직 이민을 전담해 온 변호사를 통해 전문직 군의 미국진출 준비 과정도 준비되어 있었다.


일본의사 준비기간 2년…언어가 상대적으로 쉬우며 문화적으로 친숙해 도전해 볼만해


먼저 ‘일본의사 2년이면 충분하다.’라는 강의 제목으로 JMLE 준비 방법을 소개했던 국립재활원 공중보건의로 활동 중인 홍문기 전문의는 현재 네이버에 ‘일본 의사 한국 의사’라는 JMLE(일본의사국가고시)준비 카페 운영자로 일본에 관심이 많지만 언어 때문에 일본 진출을 망설인 의사들에게 강의 제목과 같이 “2년이면 충분하다.”고 강조하였다. 본 강연에서는 최근 신해철법, 명찰법, 저수가 등으로 한국의사들에게 놓은 의료현실이 급속히 나빠지고 있다는 것을 지적하며 이에 대한 탈출구로 의사 면허를 통해 외국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의사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기존에는 USMLE 시험을 치고 미국으로 가는 의사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에는 일본으로도 의사들의 관심이 커지면서 몇 년 전까지 10명 내외에 그쳤던 일본의사면허 응시자가 30여명 가량 늘어난 추세를 이야기 하며 일본에서 의사생활에 대한 장점으로 인턴 및 레지던트(연수의)들에게 합리적인 근무시간과 그에 걸 맞는 연봉과 대우가 주어지고 있는 점과 한국과 비교하여 의료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변화해 간다는 점을 가장 큰 장점으로 꼽았다. 그렇다면 일본의사국가시험은 어떻게 준비를 해야 하고 과연 합격할 수는 있는 것일까? 홍 전문의는 “물론 쉽게 합격할 수는 없겠지만 의사로서 외국진출에 관심이 있다면 같은 한자 문화권이자 이웃나라인 일본이 상대적으로 진출하기 쉽다.”고 말하며 “특히 일본어의 경우에는 한국어와 어순이 비슷해 다른 언어에 비해 상대적으로 배우기 쉽고, 한자어가 많아 회화가 완벽하지 않더라도 일본의사면허시험에 합격할 수 있다.”고 강조하였다.

그렇다면 왜 홍 전문의는 일본의사 준비에 2년이면 충분하다고 하였을까? 일본어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을 기준으로 했을 때 일본어능력시험 JLPT 1급 자격증 취득부터 일본의사면허시험까지 보는데 최소 2년이 걸리기 때문이다. 일본 의사면허시험 접수를 위해서는 먼저 JLPT 1급을 취득해야 한다. 따라서 7월과 12월에 있는 JLPT 1급시험을 보고 다음 해에 서류접수와 진료능력조사시험(한국의 OSCE & CPX와 유사)을 치르고 그 다음 해 2월에 일본의사면허시험을 보고 합격하면 2년 안에 일본 의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 과정들 중에 JLPT 1급과 진료능력시험이 가장 준비하기 어려우며 특히 진료능력시험은 일본의사가 되기 위해서 가장 중점적으로 준비해야 된다고 강조하였다. 한편 일본의사면허시험은 진료능력조사시험 통과 후 기존에 500개 이상으로 구성되었던 일반문제 및 임상문제가 내년부터 400문제로 줄어들고 시험일수도 3일에서 2일로 단축된다. 



NIW를 통해 한국 의사면허로도 미국 영주권 취득 가능, 가족들도 함께 영주권 취득이 가능해 매력적


지구의 세션의 두 번째 강연으로 현재 미국에서 활동중인 최두성 변호사(법무법인 지석 미국 사무소)가 ‘한국 의사 면허 소지자들의 미국 이민 옵션’이라는 주제로 강연하였다. 최두성 변호사는 “미국 이민 및 영주권을 목표하는 의사의 경우 NIW(National Interest Waiver)제도를 이용해 가는 것이 빠르고 쉬운 방법”이라고 전했다. NIW란 미국 내에 국익을 가져다 줄 정도의 능력을 가졌다고 인정되는 외국인에게 영주권을 부여하는 제도로서, NIW의 가장 큰 매력은 신청자의 학력, 경력 등을 서류상으로 증명하여 고용주의 스폰서와 노동허가서 없이 영주권을 취득할 수 있으며 배우자와 만 21세 자녀도 자동으로 함께 영주권이 발급된다는 점이다. NIW를 통해 영주권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경제, 근로, 교육, 보건의료시스템, 주택거주, 환경 중에 한 가지 조건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이면 되는데 여기서 의사의 경우 보건의료시스템에 대해 도움 여부를 증명하기 쉽기 때문에 해당 조건을 강조하여 영주권을 신청하게 된다.

보건의료 부분 NIW에서 중요하게 보는 요소는 논문 및 저널, 수상경력, 특허 및 발명품, 국내외 학회 발표, 미디어 노출, 의료 봉사활동 경력 등을 담으면 되는데 이 가운데 가장 중요한 요소는 논문 및 저널로, 논문의 인용 횟수가 많을수록 해당 저널의 권위가 높을수록, 논문 1저자인 경우가  많을수록 NIW를 통한 영주권 취득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여기에 추천서 역시도 중요 요소로 최두성 변호사는 강조하였는데, “추천서는 권위 있는 병원의 병원장이나 교수, 동료의사, 의료관련 국제 NGO대표들로부터 해당 신청자가 미국에 어떤 도움이 될 것 인지에 대해 서술 및 추천하는 내용을 담으면 된다”고 전했다. 일반 영주권 신청절차는 업무소요기간이 오래 걸리는데 비해, NIW는 서류제출부터 심사 후 승인까지 개인 차이가 있지만 대개 6개월에서 1년 정도 소요가 되며, 한국 거주 시 영사관에서 인터뷰가 가능하다. NIW를 통한 영주권 취득 시 Re-entry permit를 통한 한국 내 체류가 가능하나 10년 마다 영주권 갱신이 필요하며 한국 거주는 2년씩 3번만 가능해 최대 6년동안 한국에 체류할 수 있다고 전했다.


미국에서 Respect 받는 의사, 직업으로서 두 아이의 아버지로서 만족… 언어 장벽, 문화적 차이는 극복해야


지구의 세션의 마지막 강연은 미국 현지에서 진료하고 있는 귀넷메디컬센터의 이주원 미국 내과 및 노인과 전문의가 ‘미국에서 의사로 살기’라는 주제로 열렸다. 이주원 전문의는 USMLE 준비보다는 미국 의사로서의 삶을 직업적인 측면과 가족의 가장으로서의 측면에서 접근하여 강연을 하였는데 한국과 비교하여 미국에서 의사로 살면서 누릴 수 있는 장점으로 먼저 의사에 대한 정부의 간섭이 적다는 측면과 제도적으로 하루에 환자를 10~15명 정도 보는 것으로 제한되어 있어 환자에게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된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무엇보다 미국 사회가 기본적으로 의사를 존중(Respect)하는 문화가 바탕이 되어 있기 때문에 미국에서는 환자가 의사의 말을 따르지 않으면 의사가 환자를 거부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그만큼 의사도 환자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환자 치료에 힘쓰기 때문에 미국에서 의사가 존중 받는 직업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9시 출근 6시 퇴근이 보장되어 있고 미국은 회식 문화가 없기 때문에 퇴근 이후에는 개인 또는 가족을 위한 시간으로 오로지 사용할 수 있으며 자녀교육에도 유리하다는 점을 미국 의사의 장점으로 꼽았다. 하지만 언어도 다른 타국에서 의사를 하는 만큼 한국에서 의사로서 살아가는 것과 비교해 분명 단점도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영어로 지내야 하는 만큼 영어가 안되면 모든 것이 스트레스이며 이는 한국에서 미국으로 건너온 의사들 대부분이 평생을 겪는 고초이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발음에 신경쓰기보다 유창성을 늘리는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또한 문화적인 차이에서 겪는 어려움도 있을 수 있는데 특히 미국 진출을 하는 의사들에게 '침묵은 미덕이 아니다'를 강조하였고 전문의 자격을 10년 마다 갱신해야 한다는 점과 평생 미국에서 의사로서 살면서 소송에 휘말리게 되는 확률이 89%로, 의료 소송의 위험에 항상 노출되어 있다는 점도 단점으로 지적하였다.

이주원 전문의는 미국에서 의사면허를 취득과 함께 의사로서 생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 한국에서 인턴, 레지던트를 할 필요 없이 바로 한국 의사면허 취득 후 준비할 것을 추천했다. 미국 전문의 면허는 미국 내에서 레지던트 수련을 받아야 취득할 수 있기 때문에 미국 의사로서의 삶에 대한 장단점을 잘 고려하여 빨리 결정할 것을 조언했다.


김민 기자/가천

<franky777min@gmail.com>

편집자가 독자에게

115호/오피니언 2017. 6. 12. 00:17 Posted by mednews

우리 다시 시작해 봅시다


봄, ‘봄’이란 단어를 듣는 것만으로도 가슴 설레면서도 싱그러운 기분이 드는 3월이 찾아왔습니다. 봄을 시샘하던 꽃샘추위도 어느덧 지나가고 차가운 바람 속에서 웅크리고 숨어있던 새눈들도 따스한 볕을 받으며 서서히 깨어나 봄을 서로 먼저 맞이하려고 경쟁하듯 서둘러 제색깔을 뽐내고 있는 모습을 주변에서도 쉽게 찾아 볼 수 있습니다. 자연에서 새로움이라는 단어는 느낄 수 있듯이 개강을 맞은 예과 1학년부터 본과 4학년까지, 독자여러분과 저도 새로운 학년으로서 다시 출발점에 서게 되었습니다. 독자여러분들은 새학년 새학기, 어떻게 맞이하셨나요? 저마다 새학기를 맞이하는 방법이 다르겠지만 저는 매번 새학기마다 올해 이루고 싶은 목표를 정하고 이를 실천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면서 맞이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은 새해에 주로 신년계획으로 자신의 목표를 세우지만 사실 저에게 있어 새학기가 시작되는 3월이 새해보다 좀 더 각별하게 느껴집니다. 물론 단순히 숫자로 적힌 연도가 바뀌는, 새로운 해가 시작된다는 상징적인 의미때문에 새해에 다른 사람들처럼 새로운 목표도 세우고 마음가짐을 다잡는 것도 사실이지만 아무래도 방학 중이다 보니 ‘올해는 기필코 목표를 이루고 말겠다’는 굳은 각오는 어느새 눈녹듯 사라지고 게으름과 나태함이라는 관성에 사로잡혀 다시 예전모습으로 되돌아가게 되는 일이 비일비재 했습니다. 그에 비해 3월은 학기가 시작하는 달이기 때문에 모든 행동들이 이전보다는 부지런해질수 밖에 없고 새로운 학년이 시작되는 출발점이기 때문에 새해보다는 마음을 더 바로잡을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2017년을 맞이한지 두달이 지났습니다. 어떤 분들은 묵묵히 자신이 정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 정진해 나가고 계실 것이고 다른 분들은 기대와는 달리 계획이 잘 지켜지지 않아 이미 포기해버리신 분들도 있을 것 입니다. 하지만 봄이라는 계절의 시작과 함께 새학년이 시작되는 3월을 마음을 다 잡을 수 있는 기회로, 자신의 목표를 재설정하고 다시 시작하기에 가장 좋은 때라고 생각합니다. 

 

한자 중에 신(新)이라는 한자가 있습니다. 신(新)은 새롭다 라는 의미로 서로 다른 한자들이 합쳐져서 새로운 뜻을 나타내는 회의자(會意字)로 만들어졌습니다. 이 한자를 분해해서 해석해 보면 재미있는데 신(新)은 나무 목(木)자와 도끼(斤)근자 그리고 설 립(立)자, 세 한자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도끼로 나무를 찍으면 갈라진 나무 틈사이로 새 순이 올라오는데 새롭게 올라오다를 표현하기 위해 만들어진 한자가 신(新)입니다. 


대한민국 국민에게 2017년 봄은 예년보다 더 특별한 봄으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지난 3월 10일 11시 22분, 100일 넘게 대한민국이라는 나무(木)를 둘로 갈라놓았던 사건(斤)에 대한 마침표가 찍혔습니다. 서로의 존재를 부정하며 끝없이 갈라져왔었지만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통해 법률적으로 끝을 맺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법률적사건이 종결되었지 이 사건으로 인해 서로 반목하고 대립하면서 생긴 상처까지는 치유하지 못했습니다. 다시 우리는 선택의 기로에 놓여있습니다. 다시 서로 갈라져서 싹을 티울 수 없을지 아지면 상처가 난 자리에서 새로운 싹을 티울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과거에 사로잡혀 서로의 입장을 지속만한다면 영원히 갈라져버릴지도 모릅니다. 신(新)이라는 한자 처럼, 갈라진 후에도 솟아나는 새 순같이 이번 봄이 우리 사회가 새로운 대한민국이라는 싹을 티우는 계기가 되고 독자 여러분 개인에게는 이미 멀어져 버린 새해목표를 다시 도전하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김민 기자/편집장

<franky777min@gmail.com>

'115호 > 오피니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설] 우리에겐 요람이 필요하다  (0) 2017.06.12

우리에겐 요람이 필요하다


지난 해 한국의 출산율이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통계청이 지난 22일 발표한 ‘2016년 출생·사망통계’에 의하면 작년 출생아 수는 40만6천300명으로 1970년 통계 작성 이래 최소치라고 한다.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전망되는 지표인 합계 출산율은 지난해 1.17명으로 1년 전보다 0.07명 줄었다. 합계 출산율이 줄어든 것은 2013년 이후 3년 만으로, 합계 출산율 자체는 2009년(1.15명) 이후 최저치다.

한국은 OECD 기준 초저출산 국가다. OECD 기준 합계 출산율 1.30미만을 초저출산 국가로 본다. 2001년 초저출산국가가 된 이후 2012년(1.30명)을 제외하고는 내내 초저출산 국가에 머무르고 있다.

이미 정부는 저출산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2006년부터 5개년마다 저출산·고령사회 중장기 정책목표와 기본방향을 담은 계획을 발표 및 시행해왔다. 10년동안 쏟은 예산만도 80조원에 달하지만 여전히 초저출산국이란 타이틀을 떼어내지 못하였다. 당연히 정부의 저출산 대책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쏟아져 나왔고 정부 역시 지난 1월 25일 ‘인구구조 변화에 대한 중장기 정책대응방향’을 주제로 한 토론회에서 정부의 출산 정책이 실패했다는 것을 인정했다.     

실패한 대책들 중 하나로 작년 12월 행정자치부는 ‘대한민국 출산지도’라는 이름의 웹페이지를 공개했다. 대한민국 출산지도는 결혼·임신·출산 관련 통계 및 지원서비스 정보를 모은 것으로 전국 243개 지자체의 가임기여성인구수와 평균 출산연령을 비롯하여 결혼·임신·출산 통계치의 최근 10년간 변화와 흐름을 통계와 그래프로 조회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지난 24일 정부 산하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하 보사원)은 ‘인구포럼’에서 ‘결혼시장 측면에서 살펴본 연령계층별 결혼결정요인 분석’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사원의 원종욱 선임연구위원은 혼인율 하락이 출산율 하락의 주요 원인인 만큼 혼인율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고학력·고소득 여성이 배우자를 하향 선택하고 교육에 투자하는 시간을 줄이는 방법을 제시했다.  

하지만‘대한민국 출산지도’는 생긴 당일 바로 없어졌다. 가장 문제가 되었던 것은 지자체별 가임기 여성이 얼마나 거주하는지를 볼 수 있는 ‘가임기 여성 수’ 항목이었다. 해당 항목에 대한 비난 여론과 규탄 시위가 이어졌고 해당 페이지는 수정 공지문만 띄워진 상태이다. 보사원의 보고서 또한 국민의 공분을 사 원 위원은 현재 보직 해임된 상태이다.    

이러한 일련의 사태는 정부가 ‘왜 사람들이 결혼을 못하거나 안하는지’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문제 인식 없이 단순히 혼인율만 높이려고 하는 근시안적인 대책을 세우는 등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 집 마련, 연애, 결혼 등을 포기한 ‘N포 세대’라는 말이 오늘날의 사회 현실을 설명해 주듯이, 생존의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출산은 꿈도 꾸지 못할 일이다.    

또 다른 문제는 정부가 여성에게 출산의 책임을 전가하고 여성을 출산의 도구로 여기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육아 및 보육에 대한 책임을 여성에게 대부분 요구하는 오늘날 한국의 상황에서 출산을 장려하기 위해서는 여성들이 결혼· 출산 이후에도 경력이 단절되지 않도록 사회적 안전망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정책은 아이를 낳도록 강요, 그 이상으로 느껴질 때가 많다. 특히 보사원이 내놓은 저출산 문제에 대한 제안은 우리사회가 바라보고 있는 출산 대책의 단면을 명확하게 드러내고 있다. 제안들 가운데는 여성들이 유학이나 연수를 갔을 때 채용에 불이익이라는 점을 고지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는데 이는 여성의 자발적인 혼인 및 출산 유도를 위한 제안이라기 보다는 생물학적으로 정해진 가임기간동안 여성들이 결혼을 빨리하도록하여 더 많은 아이를 낳도록 하는, 사실상 강요에 가까운 제안을 대책으로 제시하였다. 즉, 출산과 육아에 대한 책임이 여성에게 집중되어 있는, 남녀불평등한 현 상황의 개선이 무엇보다 필요하지만 우리 사회는 여전히 여성에게만 그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선진국들도 경제성장에 따라 혼인율이 감소하고 저출산 현상이 지속되면서 우리나라와 비슷한 상황에 놓였었다. 경제성장으로 인한 저출산 도래는 사회현상이자 일종의 법칙으로 모든 나라에게 적용된다. 하지만 이들 국가 중 일부는 제도 정비로 출산율을 회복하거나 회복하고 있는 중이다. 앞서 우리와 똑같은 초저출산의 문제를 겪고 있던 이웃나라 일본의 출산율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본의 경제 상황이 나아지기도 했지만 정부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책적으로 노력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가 최근 발표한 ‘1억 총활약 사회’ 로드맵에는 보육시설 확보와 최저임금 인상 등이 포함되어 있다. 출산율이 2명에 육박하는 프랑스와 스웨덴 또한 국가에서 육아 휴직과 보육 서비스를 보장하고 있다. 

출산을 기피하는 사람들의 기저에는 나와 지금 세대의 고통을 다음 세대가 대물림하게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사회가 나와 내 아이를 보호해줄 수 있을 것이라는 신뢰가 뒷받침되어야 기꺼이 새로운 생명에 대한 책임을 지려고 하게 될 것이다. 단기간 성과에 연연한 정책을 제시하는 것도, 누군가에게 책임을 돌리는 것도 결코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저출산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이 되지 않는다면 저출산과 고령화라는 연결고리의 악순환은 되풀이 될 것이며 앞으로 미래세대에게 들이닥칠 현실은 점점 더 어려워져 출산기피를 더욱 부채질 할 것 이다.   

임신과 출산은 다양한 생리적 변화를 수반한다. 임신을 하게 되면 아이에게 열량이 많이 공급되도록 당 신진대사가 변한다. 자궁 안에서 아이가 자라기 때문에 자궁이 방광을 압박하여 감염에 더 취약해지기도 한다. 흔히 임신중독증이라고 말하는 자간전증이라는 고혈압과 단백뇨(proteinuria: 소변에 단백질이 섞여 나오는 것)를 동반한 임신 특이적 질환도 흔하게 발생한다. 출산 이후에도 후유증이 남아 그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기는 쉽지 않다. 그 후에는 아이를 기르기 위한 새로운 전쟁이 시작된다. 임신과 출산은 산모와 아이, 그 가족의 삶에 지각변동과도 같은 변화를 가져온다. 

생물학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잦은 임신과 출산 과정은 고난의 연속이지만 출산 직후 어머니와 아이가 첫 만남을 가질 때 나누는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이 기쁨을 이어나가기 위해 우리는 우리사회가 아이에게 요람을 제공할 수 있는지 다시 한 번 진지하게 고민해보고 행동으로 고쳐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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