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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불붙은 수술실 내 CCTV 설치 의무화 

 

삼성서울병원의 대리수술 사건으로 ‘수술실 CCTV’ 다시 수면 위로...

 

 

지난 7월 초, 삼성서울병원에서 발생한 대리수술 사건으로 인해 수술실 내 CCTV 설치를 의무화해야한다는 법안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해당 법안이 제기된 것은 이번 일이 처음이 아니다.

 

3년 전 시작된 수술실 내 CCTV 논쟁

 

수술실 내 CCTV 설치 논쟁은 2013년 5월 당시 민주통합당 소속이었던 최동익 의원이 환자의 동의 아래 수술실에서 수술 장면 촬영이 가능하도록 하는 법안을 추진하면서 시작되었다. 이러한 법 개정안이 나오게 된 배경에는 그 무렵 병원 내에서 각종 불미스러운 사건들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동년 1월에 자궁근종 수술을 받던 환자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자궁을 적출하는 사건이 일어났으며 이 과정에서 ‘의사 바꿔치기’ 의혹까지 제기되었다. 2월에는 의사 대신에 간호조무사와 의료기기 판매업체 직원이 외과 수술을 진행한 일이 적발되었다. 그 전년도에는 한 성형외과 의사가 20대 여성에게 프로포폴을 보톡스로 속여 투여한 뒤 성폭행을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하지만 해당 법안은 이내 곧 다른 안건들 아래로 가라앉고 말았다. 법안을 강하게 밀어붙여야 한다는 여론이 크게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수술실 내 CCTV 법안은 흐지부지 해져가는 듯 했다.

 

의료사고 진상 규명 및 환자 권익 보호
vs

사생활 침해 우려 및 의료진의 집중력 저하

 

도화선에 불을 붙인 건 고(故) 신해철 씨의 사망사건이었다. 타계 전까지도 왕성한 방송활동을 하던 그였기에 그의 죽음이 사회에 불러온 파장은 매우 컸다. 사망 직후부터 측근을 중심으로 의료 사고의 가능성이 제기되었다. 대한의사협회는 이례적으로 사건진상조사위원회까지 설치해가며 해당 사건에 대대적인 조사를 벌였다.
신해철 의료사고 논란과 더불어 같은 해 말에는 SNS를 통해 의사와 간호사들이 수술실에서 생일파티를 벌인 사진이 퍼져나가며 큰 논란거리가 되었다. 이 과정에서 과거에 일어났던 각종 의료사건들까지 재조명되며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해야하지 않겠느냐’는 주장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결국 그 다음해인 2015년 1월, 최동익 의원은 2년 전 법안을 다시 한 번 발의하였다. 여러 사건·사고가 잇따라 발생한 직후라 그랬는지 해당 법안은 이전과 달리 많은 주목을 받으며 연일 사람들 입에 오르내렸다.
최 의원은 “이번 법안을 계기로 수술실 등에 CCTV 촬영이 가능한 경우를 명확히 하고 의료분쟁 조정 등 제한적인 사유에 한해 촬영물을 증거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여 의료사고의 진상규명과 의료인의 안정적인 진료환경 조성에도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하며 법안의 주요 목적을 밝혔다. 의료소비자연대 측은 “수술실뿐만 아니라 신생아실이나 중환자실 등 환자가 자기 의사 표시를 할 수 없거나 의식불명한 곳” 역시도 CCTV를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최 의원의 법안에 힘을 실어주었다.
그러나 결과는 먼저와 동일하였다. 국회를 비롯하여 각종 의료단체들의 반발이 거셌기 때문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문위원실은 ‘환자의 내부 장기 및 신체의 특정부위가 지속적으로 촬영될 가능성이 크다’며 환자 및 의료진의 사생활 침해를 우려하였다. 또한 “집도의의 고도의 집중력이 요구되는 고난이도 수술의 경우 영상정보처리기기로 촬영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집중력이 흐트러질 수 있고, 이는 곧 환자 수술결과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충분한 논의를 거친 후에 법안을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대한의사협회 등 각종 의료단체들 역시 CCTV 설치로 인해 의사들이 방어적 진료를 하게 된다는 점, 환자들과 의사들 사이의 신뢰 관계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친다는 점, 의료진을 잠재적 범죄자로 몰아세우게 된다는 점 등을 이유로 들어 법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표했다.
이 같은 반대로 수술실 CCTV 설치 법안은 이후 아무런 진척을 보이지 못한 채 결국 지난 5월 29일 제 19대 국회가 문을 닫으면서 자동폐기 되었다. 제 20대 국회가 열렸지만 해당 법안이 조속히 통과되어야 한다는 바람만이 남아있을 뿐 실제로 논의된 바는 아무 것도 없었다.

 

대형병원의 유령의사 대리수술 적발,
수술실 CCTV 논쟁 3라운드 돌입

 

잠잠하던 법안을 흔들어 깨운 것은 이번에도 역시 또 다른 의료 사고였다. 환자에게 통보된 것과 다른 의사가 대신 수술실에 들어오는, 이른바 유령의사에 의한 대리수술 사건이었다. 대리수술은 강남 성형외과를 중심으로 이전부터 알게 모르게 자행되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허나 이 같은 일이 일부 개원가가 아닌 삼성서울병원에서 일어나며 논란은 더욱 거세졌다. 해당 사건으로 인해 대형병원에 대한 신뢰마저 바닥을 치게 되었고 이번에는 어느 한 국회의원이 아닌 시민들이 먼저 나서서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를 주장하였다.
소비자시민모임과 한국환자단체연합회가 ‘유령수술감시운동본부’를 공동 발족하며 수술실 CCTV 설치 법안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였다. 이전에는 단지 의식이 없는 환자를 보호하기 위함이 주요 골자였다면 현재 제기되고 있는 주장은 대리수술이 만연한 행태를 근절해야 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와 더불어 대한한의사협회까지 성명서 등을 통해 해당 법안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도 역시 복지부와 보건의료단체들의 반발이 거세다. 이전과 마찬가지로 프라이버시 침해 가능성을 지적하며 현실적으로도 적용되기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다.
20대 국회에서는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이 CCTV 설치법을 발의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라운드는 어떻게 결론이 지어질까. 결국 탁상공론의 법안이 될지, 통과되어 수술실마다 CCTV가 달려있는 모습을 보게 될지, 많은 이들의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해외 사례 살펴보기 : 수술실 블랙박스

 

다른 나라에서 역시 수술실 수술 장면 녹화에 관해 여러 논쟁이 진행 중이다. 그 중 하나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 수술실 블랙박스(Surgical black box)이다.
수술실 블랙박스는 캐나다 토론토에 위치한 성 미카엘 병원(St. Michael’s Hospital)에 근무하는 테오도르 그란트차로브 박사(Dr. Teodor Grantcharov)에 의해 만들어졌다. 블랙박스에는 의료진들 사이에 오가는 대화를 비롯하여 수술 기구의 움직임, 환자의 혈압, 체온, 심박동수 등이 기록된다. 이렇게 블랙박스에 데이터들을 기록하게 되면, 수술 후 후유증이 심하게 나타날 경우 데이터를 되감아보면서 어떤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는지를 쉽게 파악할 수 있게 된다.
단순하게 CCTV처럼 ‘감시하듯이’ 수술 장면을 지켜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수술 과정에서 중요하게 여겨지는 정보를 담자는 것이 수술실 블랙박스가 탄생하게 된 배경이다. 물론 이 기기 역시도 사생활 침해의 논란을 완벽하게 피해갈 수는 없다. 어찌되었든 수술 시간에 행해지는 것들이 기록으로 남게 되기 때문이다. 해외 의사들 사이에서도 많은 논쟁이 오고가고 있으나 수술실 블랙박스의 작동 방식은 CCTV처럼 마냥 지켜보고만 있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현재 무심하게 행해지고 있는 유령의사의 대리수술, 자칫하는 순간에 발생하는 의료사고, 그 외 각종 사건들을 방지하기 위해 무언가 대책을 내려야 한다. CCTV 설치가 계속해서 난항을 겪는다면 새로운 해결책을 찾아봐야 하지 않을까.

 

 

 

윤명기 기자/한림
<zzangnyun@gmail.com>

 

 

의료계에 미치는 ‘김영란법’의 모순

 

 

 

대한민국의 오랜 골칫거리였던 접대문화와 청탁문화를 근절하기 위해 발안되었던 ‘김영란법’이 오는 9월 28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부정 청탁 및 금품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일명 ‘김영란법’이 미치는 영향은 의료계에도 상당할 것으로 예측된다.

 

논란의 화두, ‘김영란법’

 

 

‘김영란법’에 따라 의료계에 종사하는 사람들 중에서는 국공립병원 교수 및 의사, 지방의료원 및 보건소 의사, 공중보건의사, 학교법인이 설립한 병원 교수 및 봉직의사들이 ‘김영란법’의 적용대상이 된다.
해당 법률은 직무관련성과 대가성을 불문하고 동일인으로부터 1회 100만원, 매 회계연도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 제공을 금지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하는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이 금액 이하라고 하더라도 직무와 관련하여 금품을 수수하는 경우 받은 가액의 2~5배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김영란법’이 의료계에게 미칠 영향
논란이 되어왔던 부분은 사립학교의 교직원뿐만 아니라 임직원까지 법의 적용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이었는데, 헌법재판소는 이에 대해 법률의 적용대상을 넓게 해석하는 부분에 대해 위법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그 결과 개인이 속한 병원에 따라서, 같은 병원소속이여도 신분에 따라서도 법의 대상에 적용될 수도 안 될 수도 있는 상황이 벌어졌다.
‘김영란법’에 따르면 법의 적용대상은 규정하는 대상에 속하는 기관 내 모든 근로자들로 확대되게 된다. 즉, 법의 적용 범주에 속하는 의료기관과 근로계약을 맺었다면 인턴이나 전공의도 마찬가지로 법 적용을 받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학교법인 소속 교수, 의사, 전공의 모두 이 법의 적용 대상이 된다.
하지만 공익재단에서 설립한 협력병원 봉직의사나 전공의들의 경우엔 이야기는 달라진다. 현재 우리나라 의과대학 수련병원 중에는 학교법인이 아닌 사회복지법인이나 협력병원체제 자격을 유지하는 곳이 상당수이다. 대표적인 병원이 삼성서울병원과 서울아산병원인데, 이들 의료기관 내에는 각각 성균관의대와 울산의대 소속 전공의가 근무하고 있지만 학교법인이 아닌 곳에서 근무하고 있으므로 이들 전공의는 ‘김영란법’에 적용받지 않게 된다. 반면 이들이 성균관의대 학교법인 소속인 삼성창원병원과 울산의대 소속인 울산대학교병원에서 근무하게 된다면  ‘김영란법’ 적용대상이 되게 되는 것이다.

기존의 청탁방지법과의 기준 상충, 의료계 혼란 가중

기존에도 의료계 전반의 청탁을 방지하기 위한 의료법 및 약사법, 의료기기법등이 이미 시행되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시행되는 법과는 다소 다른 기준을 적용하고 있기에 의료계에 큰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예를 들면, 의료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제품설명회에서 10만 원 이하의 식음료를 제공하는 것은 허용하고 있으나,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은 3만 원 이하의 식사만을 허용하고 있다.
또한 최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제약사는 의사 1인에게 강연료와 자문료를 지급할 수 있는 기준을 연간 300만원으로 설정하기로 방향을 정하고, 공정경쟁규약과 공정경쟁규약세부운용 지침 개정안에 마련하기로 했으나,  이 법에 따르면 사립학교 교직원의 경우 시간당 100만원까지의 강의료로 제한된다.

 

‘김영란법’ 이대로 좋은가

대한민국의 청렴한 문화를 법제화 하겠다는 의도로 합헌된 ‘김영란법’은 의료계 뿐만 아니라 전 공공기관과 관련업계에 큰 부담감으로 작용될 것으로 보인다. 좋은 의도로 만들어진 이 법이 아직도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법의 핵심인 ‘직무관련성’과 ‘적용대상의 기준’에 대해 현재까지도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 무고한 범법자가 만들어지는 희생이 없기 위해서는 법안이 시행되기 전에 명확한 기준마련이 시급할 것이다.

 

 

 

황현화 기자/서남
<sally919919@naver.com>

의료인 결핵 감염, 국가적 차원의 중장기적 관리 필요해 

 

 

 

 

최근 대형 병원에서 원내 결핵 감염 환자가 줄이어 발생하자 결핵 감염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새누리당 민경욱 의원(인천 연수을)은 지난 18일 의료기관 종사자에 대한 결핵검진 등의 횟수를 연 1회 이상에서 연 2회 이상으로 늘리도록 하는 내용의 '결핵예방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그가 질병관리본부를 통해 밝힌 ‘보건의료인 결핵 발생 현황’에 의하면 최근 5년간 결핵에 감염된 의료인은 모두 1119명으로, 2011년 127명에서 지난해는 2.9배 증가한 367명이 감염되어 매년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잠복결핵이 대부분
직업 특성상 노출 확률 높아
과도하게 염려할 필요는 없어

 

이대목동병원, 삼성서울병원, 고대안산병원 각각 1명, 2명, 2명이 잠복결핵 양성 판정을 받았지만 이 중 활동성 결핵 환자는 한 명도 없었다. 결핵균에 감염되었다고 모두 결핵이 발병하는 것은 아니다. 이 중 10명 중 1명만이 평생에 걸쳐 한 번 정도 결핵이 발병되며 이를 활동성 결핵이라고 한다. 나머지 9명은 잠복결핵인 건강한 상태로 지내게 된다. 잠복결핵은 결핵균이 몸에 들어와도 질병을 일으키지 않는 상태로 증상이나 전파력은 전혀 없다. 우리 몸은 면역 체계에 의해 균을 억제하고 있기 때문에 균이 몸 안에 있어도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잠복결핵검사인 투베르쿨린 피부반응 검사(Tuberculin skin test), 인터페론감마분비검사(Interferon gamma release assay)에서만 양성으로 나타날 뿐이다.
의사·간호사 등 의료진은 병원에 근무하기 때문에 결핵에 노출될 확률이 높다. 의료인들은 “외래진료 시 기침을 하거나 가래에서 피가 나오는 등 다양한 환자와 접촉해야 하기 때문에 결핵에 감염될 위험이 높다”고 했다. 활동성 결핵 환자와 접촉한 이의 30%는 실제로 결핵이 발병할 수 있어 의료인들이 결핵에 감염되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감염·호흡기 내과 전문의들은 불안감을 증식시킬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열악한 근무 환경 개선
국가적 감염 관리 필요
 
이번 결핵 감염 사태는 모두 소아 관련 병동에서 근무하던 간호사였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성인보다 의사소통이 어렵고 응급 상황이 많은 신생아실에서 일하는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지만 이들은 격무와 스트레스로 인한 열악한 근무 환경에 놓여 있다. 이러한 작업환경에서 면역력이 떨어지면 결핵뿐만 아니라 다른 병에 걸릴 위험도 크다.
간호사 1명 당 신생아 수도 많다. 간호인력 등급에 따라 성인 중환자실은 간호사 1명이 2명의 환자를 책임지지만, 신생아 중환자실은 1명이 신생아 4, 5명을 돌본다. 한 수간호사는 환자를 위해서라도 근무 강도를 낮춰 의료인의 결핵 발병을 막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보건 당국의 한발 늦은 대응 또한 이러한 사태에 일조했다. 우리나라는 현재 OECD 국가 중 결핵 발생률, 유병률, 사망률 1위이다. 6·25전쟁으로 결핵환자가 급증하였고 1989년 국민건강보험시대가 도래하면서 결핵관리 주체가 보건소에서 민간 병·의원으로 바뀌었다. 민간에서는 감염 관리에 대한 개념이 잡혀 있지 못했기 때문에 결핵 환자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
결핵약은 한두 달 복용하면 증상이 없어지지만, 6개월간 끝까지 복용해야 결핵이 완치된다. 그러나 전담 관리 의료인이 없다 보니 약 복용을 중단하는 일이 많았고 완치되지 않은 환자가 ‘보균자’인 잠복결핵 환자로 남았고, 항생제가 잘 듣지 않는 ‘항생제 내성 결핵균’이 발생했다.
뒤늦게 보건 당국은 2011년에야 민간병원에 결핵 전문 간호사를 배치하기 시작했고, 2013년에야 결핵관리종합대책을 수립했다. 지난 2월 의료기관 종사자 등의 잠복 결핵 검진을 의무화하는 개정 결핵예방법을 공포하였고 2025년까지 결핵 발생률을 OECD 평균 이하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아직 예산조차 확보하지 못했다. 결핵 퇴치 예산은 2011년 434억원에서 지난해 369억원으로 오히려 줄었다. 얼마 전 국립마산병원 김대연 병원장은 한 인터뷰에서 “국립결핵병원조차 약제가 충분하지 않다”고 시인하기도 했다. 
결핵은 그동안 심각성이 간과된 측면이 크다. 지난 해 메르스 (중동호흡기증후군)가 국민들을 공포에 떨게 했지만 사망률과 질병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 등을 고려할 때에는 메르스보다 결핵이 더 위험하다. 특히 의료인의 결핵감염은 원내 집단 감염의 우려가 있어 더 문제다. 의료기관도 결핵에 주의를 기울이고 신중하게 관리해야 하지만 정부도 적극적인 정책을 마련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결핵을 근본적으로 퇴치하기 위해 잠복 결핵에 대한 관리가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결핵은 환자만 치료하면 되는 질병이 아니다. 의료진을 비롯한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정기적으로 검진을 하고 국민들에게 결핵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알리려는 노력 또한 필요할 것이다.    

 

 

 

정창희 기자/이화
<patty90327@gmail.com>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와 함께 다시 떠오른 ‘국립보건의료대학 설립’

 

 

 

19대 국회이어 20대 국회에서도 재발의....
복지부, 국립보건의료대학 필요 vs 의료계, 보건의료체계 혼란만 가중

 

지난 8월 10일, 이정현 의원(새누리당 전남 순천시)이 호남 출신 첫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이 되었다. 제20대 총선에서는 여당에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호남에서 한 번 더 승리를 거둔데 이어 집권 여당의 대표로 당선되면서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20대 국회 1호로 발의한 국립보건의대 신설 법안에 대해 의료계의 관심이 다시 쏠리고 있다.

 

군의관 인력수급부터 의료취약지 문제해결까지...꾸준히 제기된 국립보건의대 설립 법안

 

국립보건의대 신설 법안의 정확한 명칭은 '국립보건의료대학 및 국립보건의료대학병원의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안'(이하 국립보건의대 법안)이며 대표 발의한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 외 같은 당 73명의 국회의원과 국민의당 최도자 의원이 공동발의자로 참여했다. 하지만 국립보건의대 설립 관련 법안 및 정부 주도의 의대 설립 계획은 이번 20대 국회가 처음이 아니다. 지난 19대 국회에서는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뿐만 아니라 박성호 전 의원 및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도 법안의 세부적인 내용은 차이가 있지만 의료 취약지 문제 해결을 위한 국립보건의대 설립 관련 법안을 제출하였다. 또한 지금은 백지화 됐지만 2008년에는 의학전문대학원 제도로 인한 군의관 인력 수급 문제 해결을 위해 박진 전 의원이 ‘국방의학원법’제정을 발의하여 국방부 자체 의학전문대학원 설립을 추진하기도 했었다. 이처럼 오랜 기간 동안 비슷한 법안으로 설립되고자 했던 국립보건의대, 이번 20대 국회에서 제출된 21쪽 분량의 ‘국립보건의대 법안’ 내용에 대해 먼저 살펴보자.

 

공공보건의료 향상을 목표로 한 국립보건의대 법안...

2018년 운영목표, 학비 전액 지원 & 10년 의무복무 조건으로 의사 면허 부여

 

◎국립보건의대 제안 이유 및 목적
현재 의사인력의 수도권 집중화로 인한 의료취약지 발생, 의과대학 여학생 비율 증가와 의학전문대학원 설립으로 인한 공공보건의료 인력의 감소, 현행 단기 의무복무 제도로 인한 의료서비스 질 저하 등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법률안의 목적 및 기대되는 효과로서 국립보건의대와 부속병원 설치 통한 공공보건의료 및 군의료분야에 장기간 근무할 인력 양성 및 공급 그리고 부속병원 설치를 통한 공공보건의료 서비스 전문성 및 질적 향상을 밝히고 있다.

◎국립보건의대 설치 및 운영
국립보건의대는 보건복지부 장관 소속으로 수업연한은 6년으로 하며, 의료 취약지의 시도별 분포, 공공보건의료기관수 및 필요 공공보건의료인력 수 등을 고려하여 시도별로 일정 비율 선발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의사 면허 취득 후 공공보건의료기관이나 공공보건의료업무에 10년 간 의무복무 하는 조건으로 입학금과 수업료를 정부에서 전액 지원한다. 하지만 퇴학이나 기타 사유로 학업이 중단되는 경우와 10년의 의무복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에는 지원금액 전액 또는 법정이자를 더한 금액을 국고에 반환해야 한다.

◎공공보건의료인력 양성 및 지원
국립보건의대 학사 학위 수여자 가운데 의사 국가시험에 합격한 사람은 10년 간 공공보건의료기관 또는 공공보건의료업무에 복무할 조건으로 의사 면허를 부여한다. 전공의 교육수련 기간은 의무 복무 기간 산정에서 제외되며 의무복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에는 의사면허를 취소 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10년 의무복무 기간 중에는 공공보건의료 인력에 대한 직무교육 제공, 경력개발을 지원하며, 해당 인력의 보건복지부 또는 공공보건의료기관 우선 채용 및 국제기구 파견 등에 우선 선발할 수 있도록 했다.

 

 

선진국들도 고민한 의료취약지 및 공공보건의료 문제해결

 

의사인력의 지역적 불균형 및 공공보건의료인력 공급 문제는 비단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미국, 호주, 일본을 비롯한 선진국들도 공공보건의료의 문제점을 지니고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여러 정책과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들 제도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지는데 첫 번째는 의과대학 학생을 대상으로 한 정책으로 학생 개개인에게 장학금을 지원하는 '개별 학생 선발 전략'과 농어촌 지역을 위한 의과대학을 설립하는 ‘의과대학 단위 전략’이 있다. 두 번째로는 의료취약지역 의료인에게 재정적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제도인데 이는 경제적으로 도시지역과 농어촌 지역 간의 소득 불균형을 해소하는 방법으로 의료취약지 개원 시 보조금을 지원하거나 최소임금을 보장하는 등의 제도를 시행한다. 특히 ‘국립보건의대 법안’내용에 담긴 국립보건의대의 모습은 한국과 의료 환경이 유사한 일본의 의료정책들 가운데 일본의 ‘자치의대’와 매우 유사하다. 일본도 의사의 지역편중 현상으로 인한 지역의료 붕괴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72년에 자치의대를 정부와 지자체가 공동 설립하였다. 자치의대는 일본 47개 광역자치단체로부터 각 자치단체마다 2~3명씩 선발해 연간 123명을 교육하며 졸업생은 의무적으로 자신의 출신 자치단체가 지정한 농어촌지역 의료기관에서 9년 동안 의무복무를 하게 된다.

 

일본이 공중보건의료란 문제에 접근한 두 가지 방법 : 자치의대와 지역틀 선발제도

 

하지만 일본이 ‘자치의대’라는 국립보건의대 설립으로만 공공의료분야의 문제를 해결한 것은 아니다. 1973년에 군의관 전문적으로 양성하는 ‘방위의과대학’이 설립되어 군의관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있다. 또한 2013년 서울대 의과대학에서 작성한 ‘의료 취약지역 및 공공의료분야 의사인력 양성 방안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의대 설립을 통한 공공의료인력 확충뿐만 아니라 2006년부터는 지역틀 선발(특례입학)제도를 도입하여, 자치의대와 마찬가지로 졸업생의 해당 자치단체에서 9년간 의무복무 한다는 조건으로 기존 의과 대학이 학생을 선발하도록 해 의료취약지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다. 따라서 일본은 크게 자치의대와 지역틀 선발제도라는 두 가지 형태로 의료 취약지역 의사인력 양성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두 방법은 교육과정이나 장학제도, 졸업 후 의무복무 등 대부분이 비슷하지만 ‘새로 의대를 설립’과 ‘기존 의과대학 활용’이라는 점에서 큰 차이점이 있다. 그렇다면 의대 설립과 기존 의대 활용에는 각각 어떤 특성이 있을까?
이미 두 방법을 시행 중인 일본의 경우를 살펴보면 자치의대의 경우 설립목적 자체가 농어촌 지역을 위한 의사 양성이 목적이기 때문에 다른 의대와는 달리 농촌의료와 일차의료와 같은 특성화된 교육과정을 운영이 가능하며 지역사회의료 및 공공의료에 대한 지식 함양에 대한 효과도 크다. 또한 의무근무 기간이 끝난 자치의대 졸업생들은 다른 의과 대학출신 의사에 비해 농어촌지역에서 근무하는 경향성이 있었으며 이들 가운데 자신의 출신 자치단체 내에서 근무나 개업을 한 졸업생은 70%정도로, 2/3은 공공의료기관에 근무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지역틀 제도에서는 의무근무 장학생 선발기준과 선발과정은 의과대학마다 다르다. 지역틀 제도로 선발된 학생들은 자치의대와는 달리 일반 전형으로 선발된 학생과 동일한 의과대학 교육과정을 받게 되지만 지역의료실습 선택과목 수강을 의무화 및 지역의료관련 행사 참여하게 된다. 즉, 자치의대에서는 좀 더 전문적이고 특성화된 교육과정을 제공하지만 지역틀 제도는 기존 교육과정에 변이를 주는 방식으로 운영이 된다. 의무 근무 경우 각 자치단체마다 다른데 이는 각 자치단체의 사정과 목적에 맞게 설계되어 있다. 하지만 실시된 지 40년도 지난 자치의대와는 달리 지역틀 제도는 장학생들의 의무복무가 끝나지 않아 해당 제도를 통한 의료취약지 문제 해결에 효과적인지는 좀 더 지켜보아야 할 필요성이 있다.

 

자치의대 설립만으로는 한계...33년 뒤 지역틀 선발제도 시행으로 보완

 

그러나 자치의대가 설립된 지 33년이 지난 후에 지역틀 제도가 시행되었다는 것에 눈여겨 봐야 한다. 자치의대가 농어촌 등 취약지역 의료에 기여해왔지만 자치의대설립만으로는 지역의사 양성하는데 한계가 있어 지역틀 선발을 시행하였다. 실제로 두 제도의 연간 입학인원을 비교해보면 자치의대는 123명, 지역틀 선발제도는 2013년 기준 1422명으로 약 10배 이상의 인원이 지역틀 선발제도로 입학해 의료 취약지역 의사인력으로 양성되고 있다. 이를 보건복지부가 지난 3월 10일 발표한 '제1차 공공보건의료 기본계획'에서 2020년 설립을 목표로 하는 신설 국립보건의대의 연간 입학인원 100명과 비교해 본다면, 일본의 전체의사 수 대비 자치의대 입학인원에 약 3배 정도 되지만 지역틀 선발제도 장학인원도 함께 고려한다면 신설 국립보건의대만으로는 공공의료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 가지 더 주목할 점은 일본 정부가 신규의대 설립대신에 기존 의대 입학정원을 증원하여 의과대학 전체 입학정원을 증원시키는 전략을 취했다는 점이다. 이는 향후 다시 정원을 감소시킬 때를 대비한 것으로 의사 수급 조절의 탄력성을 유지하기 위함이었다. 일본 정부는 이미 2007년까지 의대입학 정원을 7625명까지 줄였다가 2016년에 9262명까지 늘려왔으며 2020년부터는 다시 의대 정원 감축을 검토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의대 정원을 다시 감축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2010년부터 시작된 총인구수 감소였다. 앞으로 저출산, 고령화로 총인구수가 감소라는 일본과 비슷한 미래를 맞이하게 될 한국은 일본 정부의 대처를 참고해 볼만 하다.

그렇다면 한국도 일본의 ‘지역틀 선발제도’와 같이 기존 의과대학에서 장학금을 주어 공공의료의사를 확보하는 제도가 없었을까?
과거 한국도 국립보건의대 설립이 아닌 기존 의과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을 대상으로 장학금을 주어 공공보건의료에서 일정기간 복무하도록 하는 ‘공중보건장학제도’를 시행한 적이 있었다. 1977년부터 시행되었던 공중보건장학제도는 의과대학 6년간 등록금과 별도의 장학금을 제공하여 졸업 후 장학금 지급 기간 및 근무지역에 따라 2~5년간 공공의료기관에서 근무하도록 하는 제도로 장학생 선발이 중단된 1996년 전까지 총 772명이 장학생으로 선발되었다. 이 제도는 지원자의 감소로 장학생 선발이 중단되었는데 지원받은 장학금 조기 상환 시 의무복무를 면할 수 있는 제도적 허점이 존재하였으며 의무복무기간 동안 의료기관 배치 문제, 의무복무 후 지속근무 연계 방안 부재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되었다. 보건복지부도 유명무실화된 ‘공중보건장학을 위한 특례법’에 따른 공중보건장학제도를 활성화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공중보건장학제도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 중인 국립보건의대 설립 후 본격적인 공공의료인력이 나오는 시점인 2034년 이후에야 가능하기 때문에 그 사이를 보완하기 위한 제도로서 적용한다고 전했다.
이번 국립보건의대 법안에 대해 의료계는 의대 신설계획에 의한 의사 양성만으로는 공공보건의료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의사인력 공급과잉이 예상되는 가운데 의대 신설은 의사인력 수급과 보건의료체계의 혼란을 가지고 올 것이라고 반대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의료취약지 공공의료인력확보가 필요하다면 기존 국립의대와 국립대병원의 교육, 수련 과정을 개선하고, 지역인재 개발과 공중보건장학제도 등을 활용하는 것이 효율적이다.”라고 밝혔다.
2015년 국회에 제출된 국립보건의대 비용추계 내역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5년까지 소요될 예산은 대학설치, 운영에 2425억원, 학비 등 지원 186억원, 병원건립 667억원 등 총 3278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됐다. 별도의 의대 설립으로 공공보건의료 교육에 대한 전문성을 강화하고 사명감과 소속감을 높일 수 있겠지만 일본의 '지역틀 선발제도'와 같이 기존 의대의 정원과 시설을 활용하면서 예산 소요를 줄이고 충분한 공중보건의료인력 확보할 수 있는 방안도 존재한다. 한국의 공공의료문제 해결하는 방법에 한 가지 방법만 있는 건 아닐 것이다. 의대설립, 공중보건장학제도 등 기존에 논의되어왔던 방법과 함께 일본의 ‘지역틀 선발제도’와 같은 좋은 사례들도 함께 다루어 하루 빨리 의료취약지 주민들에게도 의료서비스 혜택이 돌아가도록 모두 함께 지혜를 모을 때이다.

 

 

 

김민 기자/가천
<franky777min@gmail.com>

‘닥터스’의 가면을 쓴 ‘액터스,’ 의사가 없는 의학드라마

 

 

 

“브이텍이예요!”
의료계에 종사하지 않는 우리나라 국민들이 가장 많이 알고 있는 의학 용어 중 하나가 아닐까. 이는 2007년 12월 MBC에서 방영된 TV 드라마 ‘뉴하트’의 명대사이다. ‘해바라기’부터 ‘하얀거탑’, 오늘의 ‘닥터스’까지 우리나라에서 의학드라마는 나올 때마다 어느 정도의 흥행을 보장하는 가장 핫한 주제이다. 얼마 전 SBS에서 종영한 ‘닥터스’도 시청률 20%를 꾸준히 넘기며 국민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의학드라마의 이런 뜨거운 인기는 의학드라마가 사람들에게 의사가 비춰지는 이미지에 많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얼마 전 순항하던 ‘닥터스’에 작은 사고(?)가 하나 생겼다. 여자 주인공 유혜정 역을 맡은 박신혜가 네일아트를 한 맨손으로 환자를 촉진하는 장면이 잡힌 것이다. 클로즈업 된 박신혜의 손톱은 네일아트가 되어있을 뿐만 아니라 손가락 끝을 훨씬 넘는 길이로 길러져 있었다. 이 장면을 본 시청자들은 ‘리얼리티가 떨어져 극 몰입에 방해 된다’ ‘아무리 드라마지만 의사로서 너무하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에 대해 드라마 측은 캐릭터 상 자신에 대한 콤플렉스를 화려한 치장으로 가리려는 설정으로 사전 협의된 내용이었다고 주장했고, 박신혜는 개인 SNS에 “저의 콤플렉스를 감추고자 선택한 결정이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굴 만큼 보시는 분들 눈에 불편하게 보였다면 지워야죠. 지우면 됩니다.”라는 글을 남겨 불난 집에 기름을 부었다.

제작진과 배우의 이러한 반응은 네티즌 수사대를 특별 소집했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논란 직후 역대 의학드라마 여자 주인공들의 네일아트 여부를 하나하나 캡처하여 조사한 글이 올라왔다. 총 17개 드라마의 21개 배역 중 네일아트를 한 의사는 박신혜를 포함하여 2명에 불과했다. 다른 한 명(‘뷰티풀마인드’ 박세영)은 네일아트를 한 장면이 잡혔지만 진료를 하거나 수술에 참여하는 장면이 없었고 배역 상 수술을 하는 의사가 아니었다. 이뿐만 아니라 초커를 비롯한 화려한 액세서리, 풀어헤친 가운 안에 늘어진 리본, 하이힐 등 극중 여의사들의 과할 수 있는 패션들도 뒤따라 지적당했다. 특히 화려한 옷을 입을 때마다 약속한 듯이 가운을 절대 잠그지 않는 극중 의사들은 시청자들의 고개를 갸웃하게 한다.

병원에서 의사들의 손톱 길이나 네일아트에 대해 제재를 가하지는 않지만 여러 이유에서 의사들은 당연하게 손톱을 짧고 무늬 없이 유지하고 있다. 우리 몸에서 가장 다양하고 많은 세균이 살고 있는 곳 중 하나가 손톱 밑이다. 손톱을 길게 놔두면 환자들과 직접 접촉하고 여러 도구들을 이용하면서 이러한 균에 의한 감염 사고가 발생할 확률이 높아진다. 거기에다 네일아트까지 한다면 손을 소독하거나 처치를 할 때 네일아트가 벗겨져 환자의 몸으로 들어갈 수도 있다. 액세서리를 금지하는 이유도 마찬가지이다. 원내감염(nosocomial infection)이란 병원 내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질병의 감염을 뜻한다. 병원에 입원해있거나 방문하는 환자들의 상당수는 면역력이 약해진 상태이다. 얼마 전 서울 한 병원에서 약 2년간 C형 간염 양성 환자가 500명 이상 발생했다는 뉴스도 있었다. 메르스(MERS) 사태에서 배웠듯이 원내감염은 세계적으로 관리가 필요한 심각한 문제이고, 이를 줄이기 위해서는 의사들의 청결 관리가 최우선시되어야 한다.
물론 시청자들은 드라마의 모습이 실제 병원의 모습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닥터스’에 대해서 문제점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많은 사람들은 뉴스와 다큐멘터리 속 진짜 의사보다 작품 속 가짜 의사에 더 큰 관심을 기울인다. 응급실에 가보면 어딘가 구석에서 브이텍을 외치고 있을 것만 같고, 처음 의대에 입학하면 ‘흉부외과야말로 진정으로 소명을 가진 의사의 길일까?’라고 다들 한 번씩 생각하는 것이다. 드라마의 작품성은 극에 대해 시청자들이 몰입하는 정도에 달려있다. 드라마 내에서 의사를 그릴 때 캐릭터의 개성을 유지하는 것은 좋지만, 의사라는 직업의 본질을 해치는 정도의 설정은 지양해야 하지 않을까. 의학드라마가 의사들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삶의 모습들을 보여주며 그를 통해 환자들이 의사들에 대해 안 좋은 선입견을 버리게 되는 창이 되길 기대해본다.

 

 

 

이치원 기자/중앙
<1inamillion_@naver.com>

여름방학을 실험쥐들과 함께

112호/의대의대생 2016. 11. 29. 23:50 Posted by mednews

여름방학을 실험쥐들과 함께

 

 

어떤 분야에서건 학문이 발전하려면 무엇보다도 기초가 탄탄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기초에 대한 투자가 많이 부족하다. 물론 이는 의학 분야에도 마찬가지다. 또 기초의학은 피부과, 안과, 성형외과와 같은 임상의학에 비해 큰 돈벌이가 되지 않기 때문에 의과대학 학생들 사이에서도 이를 기피하는 경향이 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초에 관심을 가지고 방학 한 달을 연구실에서 보낸 학생들이 있다. 의대생신문은 지난 방학 동안 학교 내 기초의학 연구실에서 교수님을 도우며 공부를 하는 연구학생들을 만나보았다. 아래는 연구학생들과 이야기한 내용을 1문 1답으로 정리한 것이다.

 

 

Q. 연구학생 활동을 하고자 마음먹은 이유는 뭔가요?
솔직히 처음에는 방학을 의미 없이 보낼까봐 연구학생이라도 하자는 마음이 컸습니다. 물론 한편으로는 기초의학에 대한 호기심도 있었고, 기초의학 연구실에서 하는 연구가 궁금하기도 했죠. 앞으로 공부해 나갈 분야에 대해서 미리 맛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Q. 연구학생은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하나요?
연구실에서 연구학생이 직접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일은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연구실에서는 실제로 실험이 진행되고 있고 각 실험은 대학원생과 연구원 형, 누나들이 도맡아하고 있기 때문이죠. 연구학생들의 주요 역할은 그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굉장히 간단한 작업 같은 경우는 직접 해 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연구 및 실험의 대상이 될 표본을 만드는 일 등이 있겠네요.

Q. 곁에서 지켜본 실험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실험이 있나요?
석사과정 2년차의 형이 진행한 실험이 가장 기억에 남네요. 실험쥐에게 인위적으로 질병이 생기게 하고 그 때의 증상 등을 관찰하는 실험이었습니다. 쥐의 경동맥을 묶으면 갑자기 심장이 멎는데 그러면 뇌에 피가 가지 않습니다. 이 때 ‘허혈성 뇌손상’이라는 것이 생기는데 이 경우에 쥐의 몸과 뇌에서는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살펴보았습니다. 혈압을 재거나 머리에 전극을 심어 뇌파를 측정하기도 하였죠.
Q. 실험을 지켜보는 것 외의 다른 활동은 무엇이 있었나요?
연구학생 과정은 배움의 연속입니다. 실험을 지켜보는 것이 끝나면 그날 배우고 보았던 실험들에 대해 공부를 했습니다. 실험에 적용되는 원리들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실험 시 사용되었던 약물들을 알아가는 식으로요. 또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들이 사람에게 적용될 때는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에 대해서도 배웠습니다.
실험에 대한 간단한 복습이 끝나면 늦은 오후 시간에는 Lab Meeting에 참석하였습니다. Lab Meeting은 실험실의 모든 교수님들과 연구원, 대학원생들이 모여 회의를 하는 것인데요, 먼저 연구원이 논문을 발표합니다. 이를 토대로 실험실에서 다음으로 연구할 주제에 대한 아이디어를 찾기 위해 열띤 토론이 벌여집니다. 연구학생들이 직접 회의에 참여하기는 어렵지만 회의에서 모르는 내용이 나오면 대학원생 형, 누나들에게 물어 스스로 공부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Lab Meeting이 끝나면 다시 연구실로 들어가 회의 과정에서 주제로 사용되었던 논문을 읽고 그에 대해 이해를 하는 식으로 공부를 했습니다. 읽는 중간 중간 교수님께서 제가 잘 이해하였는지 질문도 하셨는데 학기중 교실에서는 쉽게 얻을 수 없는 기회였습니다.

Q. 연구학생 활동을 하면서 가장 크게 깨달은 점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연구실에서 실험을 할 때에는 사람을 이용할 수 없기 때문에 대부분의 실험을 동물을 대상으로 합니다. 특히 흰 쥐들이 실험에 큰 도움을 주는데 대다수의 실험이 끝나면 그 쥐들은 죽게 됩니다. 실험과정 자체가 인위적으로 질병을 일으킨다든가 안전성이 검증이 되지 않는 약물들을 투여하는 식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특히 흰 쥐는 생물학적으로 사람과 굉장히 흡사하기 때문에 실험에 많이 쓰이는데 이런 동물들이 없었다면 아마 의학의 발전은 매우 더뎠을 것입니다. 실험실에서 직접 들어가 보기 전까지는 전혀 느끼지 못했는데 연구학생을 하면서 실험동물들에게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Q. 이번 방학 때 한 연구학생 활동이 미래에 많은 도움이 된 것 같나요? 마지막으로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연구학생을 하면서 기초의학에 진출했을 때 응용 가능한 기본 지식을 습득할 수 있었습니다. 나중에 학교를 졸업하고 진정한 연구자의 길을 걷게 되었을 때 연구학생 활동이라는 작은 경험이 굉장히 큰 도움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또한 혹여나 임상의학을 하더라도 연구학생 활동이 무의미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임상의학도 분명 연구를 할 때가 있고 또 기초의학 교수님들과 함께 연구를 해도 소통이 되지 않아 문제가 생길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실험실이라고 해서 막연히 차갑고 엄한 분위기일거라고 생각했는데 따뜻하고 정겨운 분위기 속에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정말 보람찬 방학이 된 것 같네요!

 

 

 

윤명기 기자/한림
<zzangnyun@gmail.com>

 

이성과 감성 사이, 글 쓰는 응급의학과 의사 남궁인

 

 

 

 

 

‘페북 스타’, ‘글 쓰는 의사’ 그에게는 많은 수식어가 붙는다. 응급의학과 전문의인 그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고군분투하는 응급실 의사의 이야기를 다룬 팩션(사실과 허구를 적절히 섞어 재구성한 작품)에세이를 얼마 전에 펴냈다. 그의 책 《만약은 없다》는 출간 한 달여 만에 5쇄를 찍었다. 그는 현재 충남 소방본부에서 공중보건의로 복무중이며 작가로서도 활발하게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Q. 얼마 전에 책을 내서 정신없을 것 같다. 요즘 어떻게 지내는가?
A. 책이 나온 지 50일 정도 되었다. 얼마 전에는 북 콘서트 형식으로 독자들과의 만남이 있었고 다양한 매체를 통한 인터뷰 및 행사들이 잡혀있다. 책을 알리고 소외된 사람들을 돕는 취지에서 한 주에 한 번씩 스토리 펀딩도 하고 있다.  

Q. 글을 언제부터 쓰게 되었는가? 글을 쓰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는가?
A. 원래 문과를 지망했다. 글에서 느껴지는 아름다움이나 감정들이 좋았다. 고등학교 때부터 시를 쓰고 문예지 활동을 했고 의대에 온 이후로도 꾸준히 문학회 활동을 했다. 일상에서 느껴지는 감정이나 사소한 것들을 적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노력했던 것 같다. 그 당시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기록하는 것이 좋았고 쓰고 나서 보는 것이 좋았다. 더불어 글을 쓰다보면 많이 읽게 되었고 많이 읽다 보니 많이 쓰게 되었다. 특별한 계기랄 것은 없었지만 언제부턴가 계속 글을 쓰고 있었던 것 같다.   

Q. 의사로서 글을 쓴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는 것 같은가?
A. 의사는 일반인이 경험할 수 없는 많은 것들을 경험하는 직업이다. “의사 한 명의 경험은 일반인 세 배 경험에 준한다. 그리고 이것을 겪어내지 못하면 의사가 되지 못한다” 는 말이 있다. 글을 쓰는 것은 이러한 경험들을 놓치지 않고 잊지 않게 해주는 도구인 것 같다. 병원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문학적으로 각색되면 어떤 스토리보다 더 리얼하면서도 흥미롭다. 그러한 글을 쓰면서 느끼는 문학적인 쾌감을 위해서도 글을 쓴 것 같다.

Q. 책 제목 ‘만약은 없다’는 어떻게 지은 것인가?
A. 이 책에는 실리지 않았지만 처음 실었던 원고의 제목 중에 ‘만약은 없다’ 라는 글이 있었다. 그 글에서는 어떤 할머니가 우연에 우연들이 겹쳐 결국은 돌아가시는 이야기가 나온다. 수술방도 없었고, 감압을 시도했으나 실패하고, 바이탈(vital sign: 활력 징후)도 잡히지 않았다. 만약이 하나라도 어긋났더라면 환자는 살 수 있었는데 당시 상황을 자책하다가 생각을 갈무리해 쓴 단편이었다. 의사가 환자를 대할 때 항상 최선을 다해서 만약이 없는 선택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이러한 부분이 이 책의 주제를 관통한다고 생각해서 만약이 없다를 제목으로 선택하게 되었다.

Q. 책 안에서 ‘최선을 다한다’라는 말이 꽤 자주 등장한다. 의사로서 최선을 다한다 라는 것이 어떤 의미인가?
A. 이게 정말 중요한 부분이다. 의사가 환자에게 최선을 다했느냐 다하지 않았느냐가 정말 중요하다. 현재 상황, 의학적 지식 등 내가 가진 한계 내에서 최선을 다했음에도 죽었으면 그렇게 불편하지 않다. 그러나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면 정말 죄책감이 든다.
예를 들어, ‘어레스트(arrest: 심정지)가 나서 콜(call: 호출)이 났을 때 가봤어야 했는데’ 라든지, 내가 직접 해결할 수 있었던 문제인데 이를 간과했을 경우에는 정말 죄책감이 든다. 최선을 다한다는 것은 의사로서 일종의 면죄부를 주는 행위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Q. 본인은 응급의학과를 선택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A. 내가 응급의학과를 선택할 때는 정말 상황이 좋지 않았다. 2010년도에 1년차로 들어갔는데 그 당시에는 흉부외과 급이었다. 고려대학교에는 3개 병원이 있는데 3개 병원을 다 합쳐서 레지던트가 5명이었다. 거의 1명이 1개 병원을 커버하는 셈이었다. 심지어 어떤 경우에는 레지던트와 펠로우, 과장님까지도 24시간씩 번갈아가면서 섰다. 스스로가 호랑이굴로 들어간 셈이다. 때로는 힘들기도 했지만 응급실일이 재미있었던 것 같다.

Q. 후회하지는 않는가?
A. 후회하지는 않는다. 글을 쓰면서 응급의학과 의사로서의 자아가 확실해진 것 같다. 사람들이 자꾸 물어봐줘서 대답하다 보니 오히려 확실해지는 것 같다. 응급의학과의가 생각보다 잡학에 가까운 다양한 일들을 많이 한다. 손에 낀 낚싯줄을 빼주기도 하고 귀의 면봉을 빼주는 일 등도 해 보았는데 재미있었다.

Q. 후배들에게 응급의학과를 추천하겠는가?
A. 요즘에는 경쟁도 어느 정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말리지는 않겠지만 한 번 다시 생각해보라고는 하겠다.(웃음)

Q. 응급의학과 의사로서의 삶이 가장 보람있다고 생각할 때는 언제인가?
A. 응급실로 오는 사람 중에서 살아서 돌아가는 사람이 거의 없다. 2%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대부분은 죽거나 식물인간이 된다. 열심히 해서 건강하게 걸어 나가시는 분을 보면 의사로서 보람을 느낀다.
또 이물 흡인으로 응급실로 오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 코나 귀나 입 등에 온갖 다양한 종류의 이물이 들어가서 그것만 빼주면 되는데 감사하다고 인사하고 가는 사람들이 많다. 귀에서 바퀴 벌레, 귀뚜라미, 콩벌레 등 온갖 종류의 벌레를 다 빼본 것 같다. 한번은 귀뚜라미가 귀에 들어가서 귀에 소독약을 발라서 귀뚜라미를 질식시켜서 빼본 적도 있다. 다리 하나가 남아서 좀 난감했는데 환자에게는 차마 말할 수가 없었다.  
 
Q. 특히 기억에 남는 환자가 있는가?
A. 환자 한 명 한 명이 모두 소중하고 기억에 남는다. 책의 글 중에 ‘아이스버킷 챌린지에 부쳐’ 라는 글이 있다. 보통은 일을 겪고 나서 묵혀 놓고 글을 쓰기도 하는데 그 일은 겪고 나서 너무 힘들어서 그 일을 그대로 기록하려고 다음 날 바로 울면서 글을 썼다.
보통은 환자나 보호자들이 한 말들을 조금 각색해서 쓰는데 이번에는 보호자가 한 말이 비수처럼 꿰뚫어 잊히지가 않아서 정말 글로 그대로 옮기기만 했다. 환자의 남편이 아내를 마지막으로 보내기 전에 “어서 눈을 감고 이 저주받은 병을 버리라”는 말이 시적이면서도 너무 슬펐다.  

Q. 아무리 많은 사람들을 보고 익숙해진다고 해도 삶과 죽음을 다루는 일이 무섭지는 않은가?
A. 처음에는 정말 충격적이었다. 실습하면서도 누가 어레스트를 봤다고 하면 화제가 된다. 실제로 의사가 되어서 일을 하다 보면 생각보다 담담해지는 것 같다. 다른 의사 동료들도 담담하게 잘 하는 것 같다. 점차 익숙해지기도 하고 생각보다 괜찮다.

Q. 무뎌지는 것이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것이기도 하고 편하기는 하지만 좋은 것일까?
A. 그래서 무뎌지지 않기 위해 글을 쓴 것이다. 환자들의 감정적인 면 또한 배려해야 하기 때문에 이성과 감성을 모두 지키고자 하는 생각으로 글을 쓰게 되었다. 

Q. 이성과 감성 사이에서 중간 지점은 없을까?
A. 기본적으로 의사들은 냉철해야 한다. 예를 들면 의사는 보호자나 환자 앞에서는 울면 안 된다. 한편 가장 간과하기 쉬운 일이지만 한번만이라도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의사는 누구보다도 환자의 입장을 공감할 수 있으면서도 때로는 냉철해야 한다. 그것만 신경 써도 훌륭한 의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Q. 본인이 생각하는 삶과 죽음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A.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환자를 조금이라도 죽음에서부터 삶으로 붙들어 오는 것이 의사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병원에 있다 보면 죽음은 참 평등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작가로서는 죽음이 결코 평등하지 않다. 이러한 의사로서의 냉철한 경계와 작가로서의 인문학적 경계에서 평생을 고민하는 것이 의사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Q. 글 전반에서 인간에 대한 연민과 애정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본인이 원래 그런 성격인가 아니면 의사를 하면서 그런 성격이 된 것 같은가?  
A. 원래 좀 착했다(웃음). 옛날부터 글을 쓰다 보니 타인의 입장에서 자주 생각하려는 편이었다. 연민이라는 것이 딱히 거창한 것이 아니다. 그 사람의 입장에서 한번더 생각해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Q. 본인이 쓴 책에 대해 주변 동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A. 옆에서 같이 일하던 사람이 그 일들을 책으로 냈으니 웃기고 어이없어 하기는 하다. 생각보다 이상하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누구나 글을 쓰고 싶은 욕망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진짜로 글을 열심히 써서 출판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그래도 자신이 할 수 없는 부분을 하는 것이니 높이 사주시기는 하는 것 같기는 하다.

Q. 의사로서 일을 하면서 주로 언제 글을 썼나?
A. 근무 중에도 중간 중간 메모를 하기는 했다. 24시간 근무하고 24시간 쉬는 식이었는데 쉴 때 잠깐 자고 일어나서 글을 썼다. 대부분의 글은 공보의(공중보건의) 때 다시 갈아엎고 많이 썼다.

Q. 본인은 나중에 어떤 의사가 되고 싶은가? 본인이 원하는 이상적인 의사상이 있나?
A. 상대방의 입장에서 그 사람을 생각하는 의사가 되고 싶다. 사람을 생각해야 하는 것은 작가도 마찬가지이다.

Q.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는가?
A. 일단 가능성을 많이 열어 두고 있다. 내년 4월이면 복무 완료이다. 진료실로 돌아가고 싶지만 작가로서의 커리어에 관련된 다양한 제의들을 많이 받고 있다. 스스로도 아직은 잘 모르겠다. 앞으로 어떤 다른 일이 생길지는 모르겠지만 당분간은 작가 관련 일을 열심히 하면서 생각해보려고 한다.

 

 

 

정창희 기자/이화
<patty90327@gmail.com>

내과 전공의 다시 수련기간 3년으로 단축…
복잡다단한 문제…왜? 어떻게?

 

 

 

 

정부와 대한내과학회가 오는 2017년부터 내과 전공의 수련기간을 현행 4년에서 3년으로 단축하기로 했다. 전문의 취득 이후에도 대부분 전임의(이하 펠로우)과정을 밟는 상황에서 애초 분과교육을 위해 1990년 3년제에서 4년제로 변경한 수련기간을 고수할 이유가 없다는 판단에서이다.

 

왜 4년제였고 왜 더 이상 필요 없다고 주장하는가

 

내과전공의제도는 4년제로 처음 우리나라에 도입됐다. 4년차는 무의촌으로 파견되었는데 무의촌이 없어지면서 1979년 3년으로 단축되었다. 1990년에 4년제로 돌아왔는데 여기에는 2가지 배경이 있다. 첫째는 당시 서울아산병원 등 대형병원이 태동하던 시기여서 인력수요가 급증했다는 것이다. 두 번째가 핵심 논거였는데, 당시에는 펠로우제도가 없었기 때문에 분과교육를 전공의 수련기간에 녹이기 위해서 4년차라는 1년의 추가기간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였다.
1992년 분과전문의제도(전임의, 펠로우)가 신설됐다. 도입 초기에는 지원자가 많을 것이라고 아무도 예상하지 않았지만, 대부분의 전문의가 펠로우 과정을 밟았다. 4년제 수련의 존재근거가 사라진 것이다. 현재로서는 4년차가 이중교육 내지는 중복교육이 되는 것이다.  실제로 대한내과학회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내과 전공의 600명과 전문의 500명을 대상으로한 개편 찬반조사에서 93.3%가 개편에 찬성했다. 이해당사자인 학회에서 실시한 조사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높은 수치다.
존재근거가 사라졌다고 해서 반드시 없애야 하는 것은 아니다. 큰 문제가 없다면 대다수가 펠로우를 선택하는 현실에서 4년차 시기를 ‘펠로우 입문’정도로 보고 넘어갈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의 핵심은 대부분의 전문의가 펠로우과정을 선택하는 이유에 있다.

 

펠로우, 선택 아닌 필수로…
1차 진료 생각하면 과잉교육

 

펠로우는 전문의가 거치는 분과전문의과정으로서, 대학에 남기 위한 과정이든, 개인의 전문성 갖추기 위한 절차이든 근본적으로 필수가 아닌 선택의 문제이다. 특히 전공분야를 한정할수록 환자의 폭과 수가 감소하는 개업의 현실상, 모든 전문의가 펠로우를 거쳐야하는 상황은 개인의 차원에서는 물론 사회적으로도 교육과잉이자 자원낭비이다. 낭비일 뿐 아니라 되려 펠로우 과잉과 연계되어 전공의 시절부터 세부분야에만 집중하면서, 1차 진료에 꼭 필요한 질환을 폭 넓게 볼 수 있는 일반 전문의 육성이 어렵다는 중대한 문제도 생긴다. 대다수의 전문의가 평생 1차 의료현장에서는 쓸 일이 없는 지식과 술기를 익히기 위해 전문의 이후에도 1~2년씩 추가로 공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내과 전문의가 펠로우를 거치는 이유는 전국민 암검진 실시 이후 내시경과 초음파를 다루지 못하면 개원을 하기 어려운 현실적 제약 때문이다. 현재의 수련체계에서는 전공의들이 내시경이나 초음파등의 술기를 익힐 기회가 부족하다. 오죽하면 그런 기회가 많은 작은 병원이 수련에 유리하다는 말까지 나올까.

 

개편의 방향 “업무 줄이고 교육내용 내실화…
일반전문의 양산”

 

사실 전공의에게 내시경이나 초음파를 하도록 허용하는 나라는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임상현실을 고려하여 개편 3년제 정규교육과정에 초음파를 추가했고, 기존에 행해오던 내시경 초음파 교육은 더욱 세분화하겠다는 것이 내과학회의 계획이다. 교육을 위해 필요한 지도전문의도 인원을 확충할 것이고, 학회 내 초음파 TF도 구성했다고 밝혔다. 또한 일반전문의 양산을 위해 수련기간 중 필수 이수 내용 150가지를 공표하고 이를 확인할 지도전문의도 편성한다고 덧붙였다.

불필요한 펠로우 과잉을 해소하여 1차 진료를 강화하기 위해서이든, 전공의 교육을 내실화하기 위해서이든 개편은 필요하다. 그러나 당장 4년으로도 술기를 익힐 시간이 부족하다는 지적과 업무공백이라는 실증적 현실적 문제가 발생한다. 이 두가지를 모두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제시된 것이 입원환자전담의(호스피탈리스트) 제도이다. ‘4년으로도 부족한’ 이유는 업무과중이 많기 때문이다. 4년에 퍼져있는 교육을 높은 밀도로 3년으로 압축하고, 현재 31개 의료기관에서 시범사업 중인 24시간 주7일 순환근무 형태로 병동 전담 전문의를 배치하는 입원환자전담의제도로 업무부담은 줄인다는 것이 개편의 요지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현실적이고 중차대한 문제인가

 

1. 대안의 실효성
개편의 필요성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대안의 실효성과 시기의 적절성이라는 문제가 남는다. 미국의 경우 4만명, 즉 5%에 해당하는 의사가 호스피탈리스트로 활동하고 있고, 환자의 안전성, 알 권리, 전공의 대우 개선이라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 것으로 이미 검증되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올해 하반기에 시범사업을 시작하였고 급작스레 인력을 확보할 방법도 없어 31개 시범의료기관 중 순천향 천안병원을 제외하고는 호스피탈리스트를 구하지 못한 상황이다. 학회와 정부가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으나 기껏 내놓은 방안은 각 병원이 제시한 구인광고를 학회와 복지부 홈페이지에 크게 게시하겠다는 것뿐이다. 게다가 8월 21일 실시된 복지부의 설명회 내용을 보면 알 수 있듯, 복지부가 제시한 수가로는 호스피탈리스트를 도입하는 병원은 무조건 경양상의 손해를 보는 구조이다. 자세한 계산은 생략하겠지만 질의응답시간에 이루어진 대화를 참조하면 호스피탈리스트를 많이 채용할수록 수가가 가산되는 구조를 감안하더라도 매년 2억 5천만원씩 병원의 회계적자가 발생하게 된다. 논리적이기는 하나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시범사업 단계의 제도가 호스피탈리스트와 기존 교수 및 전공의와의 직군 문제, 업무와 권한의 범위, 전공의 교육가능 여부 등 무수한 쟁점을 가진 상태에서 명백한 적자마다 초래한다면 본 사업 전환 시 민간병원의 참여를 기대하기 어렵다. 시범사업 종료 후 본 사업 전환 전까지 호스피탈리스트의 권한과 수가, 지위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할 것이다. 대안의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애국심이나 당위에만 호소하는 것은 어리석다. 복지부의 추가 지원책이 없으면 민간병원들은 참여하지 않겠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현실적이고 중차대한 문제인가

 

2. 시기와 대상의 적절성
또한 적자문제를 차치하고서라도 시범사업기간 종료시점이 내년 하반기부터인데 당장 2017년 전공의부터 3년제로 단축하겠다는 정책발효 시점도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옳은 일인가’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적절한 시기인가’이다. 내과학회는 이미 2002년부터 14년간 개편의 필요성을 주장해왔고, 개편교육과정을 여러 차례 복지부에 보냈으나 반려됐다. 외과학회도 마찬가지이다. 복지부는 시종일관 ‘왜 하필 내과만’ 개편해야하느냐고 건건이 검토하기 어려우니 타과의 의견도 수렴해오라는 입장이었지만 급작스레 외과도 제외한 내과만의 개편으로 말을 바꿨다.

 

의학을 대표하는 내과와 외과가 개편을 요구하는 현실이라면, 정부는 국내 의사인력 배출체계 전반에 대해 고민해봐야 한다. 그런 큰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반대의견에 대한 핵심 설득 논지인 호스피탈리스트 제도의 안착이 불분명한 상태에서 당장 개편부터 단행하겠다는 식의 태도는 큰 반대여론을 부를 수 밖에 없다. 당장 올해 12월부터 ‘전공의 특별법’이 발효되고, ‘전공의 정원 합리화’ 이래 전공의와 인턴의 수가 매년 150여명씩 감소하는 상황에서 전공의 수련기간을 단축하면 명백한 근무공백이 발생한다. 대한병원협회의 계산에 따르면 14만 4299시간의 누적 공백이 발생하고, 이를 인력채용에 발생하는 비용으로 환산하면 수련병원 당 최소 5억에서 27억 5천만원의 재정 적자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개편의 당사자이자 14년간 필요성을 역설해온 대한내과학회에서조차 추가지원책이 없다면 개편안착이 어려울 것이라고 인정했다. 
업무공백은 병원의 인건비 문제일 뿐 아니라 더욱 근본적이고 중대하게는 환자의 건강과 생명에 직결되는 문제다. ‘호스피탈리스트 제도가 얼마나 좋은 제도인지’, ‘이것이 잘 시행되기만 한다면’ 등만 반복해서 주장하는 것은 의미도 없고 설득력도 떨어진다. 그런 점은 미국의 사례만 찾아보면 일반인도 쉽게 알 수 있다. 당국과 학회 등 전문가에게 기대하는 것은 ‘한국이라는 토양에 어떻게 호스피탈리스트 제도를 잘 이식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들이다.
커다란 일을 추진할 때는 근거와 대안이 모두 명확해야한다. 2015년 내과 전공의 미달 사태를 비롯한 전공의특별법, 경영상의 현실적 문제, 타과의 개편 등 수 많은 문제가 결부되어 있는 복잡다단한 사안이니만큼, 학회와 당국의 지원은 물론 전문가를 비롯한 전공의와 의대생들에게 까지, 대대적 홍보와 격렬한 토론이 필요한 문제일 것이다.

 

 

 

 
이장원 기자/중앙
<wonwon9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