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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을 실험쥐들과 함께

112호/의대의대생 2016. 11. 29. 23:50 Posted by mednews

여름방학을 실험쥐들과 함께

 

 

어떤 분야에서건 학문이 발전하려면 무엇보다도 기초가 탄탄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기초에 대한 투자가 많이 부족하다. 물론 이는 의학 분야에도 마찬가지다. 또 기초의학은 피부과, 안과, 성형외과와 같은 임상의학에 비해 큰 돈벌이가 되지 않기 때문에 의과대학 학생들 사이에서도 이를 기피하는 경향이 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초에 관심을 가지고 방학 한 달을 연구실에서 보낸 학생들이 있다. 의대생신문은 지난 방학 동안 학교 내 기초의학 연구실에서 교수님을 도우며 공부를 하는 연구학생들을 만나보았다. 아래는 연구학생들과 이야기한 내용을 1문 1답으로 정리한 것이다.

 

 

Q. 연구학생 활동을 하고자 마음먹은 이유는 뭔가요?
솔직히 처음에는 방학을 의미 없이 보낼까봐 연구학생이라도 하자는 마음이 컸습니다. 물론 한편으로는 기초의학에 대한 호기심도 있었고, 기초의학 연구실에서 하는 연구가 궁금하기도 했죠. 앞으로 공부해 나갈 분야에 대해서 미리 맛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Q. 연구학생은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하나요?
연구실에서 연구학생이 직접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일은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연구실에서는 실제로 실험이 진행되고 있고 각 실험은 대학원생과 연구원 형, 누나들이 도맡아하고 있기 때문이죠. 연구학생들의 주요 역할은 그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굉장히 간단한 작업 같은 경우는 직접 해 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연구 및 실험의 대상이 될 표본을 만드는 일 등이 있겠네요.

Q. 곁에서 지켜본 실험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실험이 있나요?
석사과정 2년차의 형이 진행한 실험이 가장 기억에 남네요. 실험쥐에게 인위적으로 질병이 생기게 하고 그 때의 증상 등을 관찰하는 실험이었습니다. 쥐의 경동맥을 묶으면 갑자기 심장이 멎는데 그러면 뇌에 피가 가지 않습니다. 이 때 ‘허혈성 뇌손상’이라는 것이 생기는데 이 경우에 쥐의 몸과 뇌에서는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살펴보았습니다. 혈압을 재거나 머리에 전극을 심어 뇌파를 측정하기도 하였죠.
Q. 실험을 지켜보는 것 외의 다른 활동은 무엇이 있었나요?
연구학생 과정은 배움의 연속입니다. 실험을 지켜보는 것이 끝나면 그날 배우고 보았던 실험들에 대해 공부를 했습니다. 실험에 적용되는 원리들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실험 시 사용되었던 약물들을 알아가는 식으로요. 또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들이 사람에게 적용될 때는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에 대해서도 배웠습니다.
실험에 대한 간단한 복습이 끝나면 늦은 오후 시간에는 Lab Meeting에 참석하였습니다. Lab Meeting은 실험실의 모든 교수님들과 연구원, 대학원생들이 모여 회의를 하는 것인데요, 먼저 연구원이 논문을 발표합니다. 이를 토대로 실험실에서 다음으로 연구할 주제에 대한 아이디어를 찾기 위해 열띤 토론이 벌여집니다. 연구학생들이 직접 회의에 참여하기는 어렵지만 회의에서 모르는 내용이 나오면 대학원생 형, 누나들에게 물어 스스로 공부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Lab Meeting이 끝나면 다시 연구실로 들어가 회의 과정에서 주제로 사용되었던 논문을 읽고 그에 대해 이해를 하는 식으로 공부를 했습니다. 읽는 중간 중간 교수님께서 제가 잘 이해하였는지 질문도 하셨는데 학기중 교실에서는 쉽게 얻을 수 없는 기회였습니다.

Q. 연구학생 활동을 하면서 가장 크게 깨달은 점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연구실에서 실험을 할 때에는 사람을 이용할 수 없기 때문에 대부분의 실험을 동물을 대상으로 합니다. 특히 흰 쥐들이 실험에 큰 도움을 주는데 대다수의 실험이 끝나면 그 쥐들은 죽게 됩니다. 실험과정 자체가 인위적으로 질병을 일으킨다든가 안전성이 검증이 되지 않는 약물들을 투여하는 식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특히 흰 쥐는 생물학적으로 사람과 굉장히 흡사하기 때문에 실험에 많이 쓰이는데 이런 동물들이 없었다면 아마 의학의 발전은 매우 더뎠을 것입니다. 실험실에서 직접 들어가 보기 전까지는 전혀 느끼지 못했는데 연구학생을 하면서 실험동물들에게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Q. 이번 방학 때 한 연구학생 활동이 미래에 많은 도움이 된 것 같나요? 마지막으로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연구학생을 하면서 기초의학에 진출했을 때 응용 가능한 기본 지식을 습득할 수 있었습니다. 나중에 학교를 졸업하고 진정한 연구자의 길을 걷게 되었을 때 연구학생 활동이라는 작은 경험이 굉장히 큰 도움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또한 혹여나 임상의학을 하더라도 연구학생 활동이 무의미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임상의학도 분명 연구를 할 때가 있고 또 기초의학 교수님들과 함께 연구를 해도 소통이 되지 않아 문제가 생길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실험실이라고 해서 막연히 차갑고 엄한 분위기일거라고 생각했는데 따뜻하고 정겨운 분위기 속에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정말 보람찬 방학이 된 것 같네요!

 

 

 

윤명기 기자/한림
<zzangnyu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