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선거 의원들의 대학병원 및 의대신설 공약
이례적인 결과를 낳은 4.13 총선
하지만 그 속에는 아직도 진부한 공약들
‘대학병원 및 의대신설’ 레퍼토리
올 4월, 밖에만 나가면 여기저기 선거유세에 온 거리가 떠들썩한 봄이었다. 온 국민을 깜짝 놀라게 했던 제 20대 4.13 총선은 끝이 났지만, 이번 선거도 국민이 듣기에 좋은 이야기들로만 공약으로 늘어놓던 여느 때와 다름없는 진부한 선거였다. 그중 선거철마다 빠지지 않는 공약 중 하나가 바로 ‘의과대학 및 병원 유치’공약이다.
의과대학 및 대학병원 유치 공약은 선거 때면 단골로 등장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한 예비후보들 중 보도자료 등을 통해 대학병원 유치를 공식적으로 선언한 이들이 확인된 것만 12명에 이른다. 여기에 시장 혹은 시의원, 시의원 예비후보까지 포함하면 올해만 17명이 대학병원 유치를 거론했다. 만약 이들의 공약이 모두 실현된다면 충북 제천을 필두로 충남 서산·흥성, 세종시, 경기 파주·평택·양주·김포, 전남 광양, 여수, 순천, 경남 김해 등 총 12곳 이상에 대학병원급 대형병원이 들어서게 되는 것이다.
충북제천, 권석창 의원의 당선
단양 ‘심뇌혈관질환센터’ 현실로?
충북제천에서는 5명의 새누리당 예비후보가 대학병원 혹은 지역거점병원 건립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5명의 후보는 엄태영 예비후보(법제화 계획추진 주장), 송인만 예비후보(헬스케어리조트와의 연계 주장), 김기용 예비후보(순천향대학교 분원 설립주장), 김회구 예비후보(지역 거점병원 육성주장), 권석창 의원(단양에 심뇌혈관질환센터 설립주장)였고, 이중 4.13 총선 결과 새누리당 권석창 의원이 당선 되었다. 그 결과 권석창 의원이 내세웠던 공약이 재조명 받게 되었다. 권석창 의원은 심뇌혈관질환의 급증을 이유로 제천, 단양에 심뇌혈관질환센터가 들어설만한 규모의 병원 유치를 주장하였다. 그의 공약이 정말 실현될지는 앞으로 그의 행보에 달려있을 것이다.
전라도 순천, 이정현 의원의 당선
‘국립보건의료 대학’설립
이대로 수순대로?
4.13 총선 결과에 따라 여당인 새누리당의 행보에 큰 제약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의료계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이 판국에서 이정현 의원은 굳건히 자신의 자리를 지켰다.
‘호남의 유일한 새누리당 의원’ 순천 이정현 의원은 19대 국회 재보궐 선거에서 ‘국립보건의료 대학 설립’이라는 공약 아래 불모지 순천·곡성에서 당선되며 파란을 일으켰고, 20대에도 다시 한 번 순천 지역민들에게 재신임을 얻어 당선되었다. 이로써 다시금 ‘국립보건의료대학 설립’ 법안이 재조명 받게 되었다.
국립보건의료대학 설립,
의료 취약지를 위한
근본적 해결책인가
아니면 단순한 지역사회
의대신설을 위한 방편인가
이정현 의원이 주장하는 ‘국립보건의료대학 설립’법안은 국립보건의료대학 재학생에게는 졸업, 의사면허 취득 후 10년간 공공보건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것을 조건으로 학비를 전액 지원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이 법안의 취지는 의사인력의 수도권 집중으로 인한 의료취약지에서의 인력공급 부족과 의료서비스 질의 저하를 막기 위함이다.
하지만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는 의료취약지의 접근성 문제가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문제인 만큼 단순히 새로운 의대 설립으로 해결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의협은 의과대학을 신설하기보다는 기존 국립의대와 국립대병원의 교육·수련 과정을 개선하고, 기존 의대에 별도로 정원을 배정해 공중보건장학 등을 활용하는 방안이 효율적일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또한 의사 인력 양성에는 최소 10년 이상의 기간이 소요 된다는 것을 고려할 때 소요인력과 배출인력이 현시점과는 10년 이상 차이난다는 문제점을 제기했다.
대학병원, 의과대학 신설에 대한
구체적 계획 부족
국가적, 사회적 비용 고려하지
않은 ‘낙관주의’적 공약
이렇게 각 지역 예비후보들이 대학병원 및 의대신설공약에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당연하다. 2008년 창원시 인제대 연구용역서를 토대로 작성된 ‘종합병원 입지에 따른 경제적 효과’에 따르면 “700병상 규모 대학병원이 유치될 경우 생산유발효과가 3600억원, 부가가치 유발효과가 1800억원, 수입유발효과가 200억원, 취업유발효과가 4900명”이라 한다. 이처럼 대학병원 및 의대신설유치에 따른 일자리 창출효과 및 경제적 효과, 의료복지혜택이 막대하다.
대학병원 및 의대 유치 공약을 내건 후보들은 모두 약속이라도 한 듯 입을 모아 “지역사회의 일자리 창출에 한몫하겠다. ” “시민들의 복지향상에 힘쓰겠다”, “의료교육·의료산업 융합도시 메카로 만들겠다”라며 목소리를 높여왔다.
하지만 이들은 그 공약이 실현되기 위해 발생되는 국가적·사회적 비용을 너무 저평가 하고 있다. 우선 비용적 측면에서 보았을 때에도 어마어마하다. 교육병원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최소 500병상이 요구되며 여기에만 2000억원 이상이 필요하다. 또한 대학설치·운영비, 학비지원금, 인건비, 실험실습장비 등 막대한 자본이 투입되어야 한다.
또한 신설의대에 대한 교수임용이나 실습환경을 갖추기 위한 환경적 측면에서도 보았을 때에도 현재 존재하는 의과대학도 실습마련에 대한 제도적 환경이 충분히 갖추어지지 못하다는 한계점을 들 수 있다. 1990년대 들어 짧은 기간 동안 우후죽순으로 의대가 신설되면서 교수 부족, 부실 교육 등 부작용이 잇따랐다. 신설 의대의 경우 실습재료가 부족해 실습을 생략하거나 강의만으로 보충하는 사례도 부지기수다. ‘지역 의료 강화’라는 미명 하에 설립 허가된 농어촌 지역 소재 의대들은 지금도 예과 교육만 연고지인 지역에서 하고, 본과와 임상실습은 수도권과 대도시에서 이뤄지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실제로 1997년 이후 국내에 신설된 의과대학은 없다. 의대 설립 관련 주무부처인 교육부와 보건복지부도 최근까지 의대 신설 계획이 없으며, 기존 의과대학의 입학정원 확대도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또한 대학병원이 아닌 지방 공공병원은 적자경영으로 정부와 지자체 눈치를 보고 있고, 공공의료에 종사하는 의사들의 목소리는 외면당하고 있는 현실이기에 대학병원의 설립은 비현실적이라는 것이다. 지역사회의 의료발전과 복지향상을 위해서 비논리적 낙관주의적 사고보다는 국가적, 사회적 비용에 대해 객관적인 접근과 치밀한 분석 및 검토가 긴히 필요한 시점이다.
황현화 기자/서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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