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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나세요 쉘든

91호(2013.03.06)/의료사회 2013. 3. 18. 22:03 Posted by mednews

깨어나세요 쉘든

의학, 공학적 지식을 융합시킬 수 있는 의공학 소개

 

▲ 쉘든-미드 ‘빅뱅이론’에 등장하는 천재 괴짜 과학자.

공학자가 꿈이었던 김쉘든(가명, 24세)씨는 수능 전날까지만 해도 당연히 공대에 진학할 줄 알았다고 회고한다. 하지만 미쳐 날뛰는 수능점수가 그를 의사의 길로 인도하고 말았다. 음주와 게임으로 예과시절을 보내고 어느새 본과생이 되고 나서야 그는 깨달았다. 여기는 내가 있을 곳이 아니라고. 암기에 찌들어 족보 낭독머신이 되기엔 그의 대뇌는 지나치게 발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와서 길을 돌아가기엔 너무 늦었다. 오늘도 쉘든은 술로 전두엽을 가라앉힌다.
굳이 내가 쉘든이 아니더라도, 의학공부 중에 떠오르는 아이디어로 기기를 만들고 싶다는 열망이 생길 수 있다. 혹시 누가 알까 당신이 ‘혁신적 의료기기개발에 성공한 의사’로 타임지 올해의 인물에 선정될지. 여기 의학과 공학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의공학을 소개한다.

의공학 산업은 임상의학분야에서 사용할 목적으로 인체에 대한 생물학적, 의학적 지식과 공학적 기술을 응용하여 모든 기구, 기기 및 장치를 생산하는 산업을 의미한다. 의료공학, 의용생체공학, 생체공학, 생체의용공학, 생체의공학, 의료시스템공학 등의 명칭이 비슷하게 섞여서 사용되며 영어로는 biomedical engineering이라고 한다. 학부에서부터 의공학과 소속으로 해부/생리 같은 기초의학과 공학을 공부하기도 하지만 많은 경우 전기전자공학, 컴퓨터공학, 기계공학, 원자핵공학, 재료공학, 물리/화학/수학 등의 전공자들이 대학원에 진학하여 석박사 학위과정을 밟는다.

병원의 대부분 의료장비는 의과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전자공학 기술이 적용되어 응급실이나 중환자실의 환자감시장비나 심전도/뇌파기 같은 생체계측 장비들, x-ray/CT/MRI와 같은 영상장비가 대표적이다. 그 외에도 혈액검사기 같이 화학이나 광학지식이 필요한 기계뿐 아니라, 인공호흡기, 호흡검사기, 체외순환장치 같은 것들을 연구하고 제작하기 위해서는 유체역학 같은 공학적 지식도 필요하다. 인공장기의 일종인 인공심장을 연구하기 위해서는 전자, 제어계측, 기계공학, 그리고 재료공학의 지식이 통합되어야 하며, 그 밖에 치과에서 쓰이는 임플란트나 정형외과의 인공관절 (무릎 혹은 고관절)은 재료공학의 연구영역에 해당된다.

 

의료장비 개발 뿐 아니라
과학 연구에도 초점을 맞춰야

 

흔히 ‘의공학’을 ‘의료장비연구’의 동의어로 생각한다. 하지만 대개 의학적인 연구 수행이 선행되어야 한다. 특히 임상의학연구 자체가 공학적인 지식이 없이 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공학을 전공한 분들이 의사들과 같이 연구를 하게 되고, 그 연구성과가 정립이 된다면 의료장비의 개발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의학과 공학의 가교,
떠오르는 블루오션!

 

서울의대를 졸업하고 의공학 전공 후 광주과학기술원 조교수에 재직 중인 이보름 교수는 의공학의 비전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우리나라의 성장동력이던 기존 산업분야가 한계에 다다르고 있기 때문에, 세계적인 시장이 존재하는 의료장비분야에 국내 대기업들이 눈을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또 최근 연구 경향 상 다양한 스펙트럼의 전공자들이 모여서 공동연구를 수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순수한 의학자와 공학자들이 모여서 연구에대한 논의를 하는 경우 대화조차 잘 진행되지 못하는 것을 많이 보았고, 의공학자가 둘 사이의 가교역할을 하는 경우가 흔하다고 말한다. 의사입장에서는 직접 공학도들을 상대하기가 어려우니 거리가 멀어도 같은 의사출신의 의공학자를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고.

이보름 교수는 ‘나 같이 순수하게 의대를 나온 사람이 공학을 공부하기에는 사실 진입장벽이 높다고 할 수 있지만, 그래도 의학과 공학을 모두 공부하는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에 만약 충분한 실력을 쌓을 수 있다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는 인재가 될 것’이라며 총평했다.

 

실제로 부딪혀 보고 싶다면?

 

가장 쉬운 방법은 대학의 의공학교실에 문의하는 것이다. 서울대, 연세대, 가톨릭대를 비롯한 여러 학교에 의공학교실이 운영되고 있다. 만약 자교에는 의공학교실이 없다면? 다른 학교에 지원해도 문제 없으며, 병역 대체 복무를 통해 부딪혀 보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광주과학기술원 의료시스템학과에서는 전문의 취득자들에게 병역특혜를 주는 MD/PhD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군대기간에 박사학위도 받고 의공학분야 공부를 해보고 싶다면 지원을 해보는 게 어떨까. 병역특례가 아니어도 본인이 원한다면 언제든지 대학원 과정에 입학할 수 있으니, 각자 상황에 맞게 선택하면 된다. 이보름 교수는 의공학을 배우려면 의사출신에게 배우는 것이 좋지 않겠냐며, ‘의사출신의 교수가 아니면 의학도들의 상황에 맞는 의공학 수련을 제공하기 어려울 텐데 제가 아마도 그에 대한 적임자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소개했다.

 

전영준 기자/중앙
<yjipnida@e-mednews.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