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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보건의료정책 향방은

 

박근혜 정권의 보건의료 관련 국정운영 청사진이 지난달 26일 발표됐다. 내용의 핵심은 획일적인 수가체계를 바꿔 취약지와 필수의료 분야의 지원 정도를 높이겠다는 것인데, 대한의사협회를 비롯 각 단체마다 평가가 엇갈린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발표를 바탕으로, 박근혜 정부의 보건의료정책 중 큰 줄기와 시행계획, 이에 따르는 논란들을 정리해봤다.
 
1. 4대 중증질환 진료비 100% 보장…비급여는 제외
암, 심장, 뇌혈관, 희귀난치성 질환 등 4대 중증질환 진료비 100% 보장은 현행 75% 보장 수준을 2013년 85%, 2014년 90%, 2015년 95%, 2016년 100% 순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단, 진료비 보장은 선택진료비와 상급병실료, 간병비를 제외한 필수의료 진료비에 한정했고 비급여 보장여부는 정부 출범이후 실태조사를 통해 추가적인 대책을 내놓겠다는 단서를 달았다.
贊(찬성) 진료비 전액을 국가가 보장할 경우 건강보험 재정에 막대한 부담을 주는데다, 무상의료에 따른 도덕적 해이 등이 우려되므로 비급여 항목만큼은 보장항목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실제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최근 내놓은 조사결과에 따르면, 4대 중증질환의 보장성 확대 시 올해 3조 9000억원, 2014년 4조 5000억원, 2016년 7조 7000억원 등 4년간 21조 8000억원에 이르는 추가재정이 소요된다. 보사연은 이 추가재정분을 건강보험료로 충당할 경우, 보험료 15% 인상이 불가피하다고도 덧붙였다. 학계 한 관계자는 “현실적인 문제들을 감안했을 때, 어쩔 수 없이 정책손질이 필요하다. 이명박 정부의 ‘소아환자 입원료 면제정책’만 봐도 6세 미만 소아입원환자의 본인부담을 전액 면제하는 정책을 폈지만 관련 진료비가 급증해 1년 만에 일부 본인부담제로 정책을 전환하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한편, 찬성측도 “특정질환에 한해서만 진료비를 국가가 부담할 경우 공짜의료로 인식, 의료 과다이용 등의 부작용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적지 않은 우려를 표현했다.
反(반대) 시민사회단체들은 상급병실료 등 3대 비급여 제외 소식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3대 비급여를 제외할 경우, 100% 보장의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성명을 내 “중증질환 환자는 전체 비급여 진료비의 약 40%에 해당하는 금액을 선택진료비와 상급병실료로 지불하고 있다. 박근혜 당선인의 공약대로 4대 중증질환 본인부담률을 0%로 만들고 국가가 100% 전액 책임진다고 해도 3대 비급여인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간병비를 해결하지 않으면 환자의 의료비 부담은 크게 줄지 않는다.”고 말했다.

 

2. 건강보험 본인부담금 상한제 세분화
박근혜 정부는 소득에 따라 3단계(200만원, 300만원, 400만원)로 세분화된 현행 본인부담금 상한제를 7단계(50만원~500만원)로 세분화했다. 기존 3단계에 비해 저소득층의 상한선은 더욱 낮추고 소득이 있는 층의 상한선은 높이는 방안을 택했다.
贊 이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후보자 시절부터 주장해 온 ‘맞춤형 복지’의 일환으로, ‘필요성이 낮은 곳에 낭비되는 예산을 거둬들여 필요한 곳에 제대로 쓰자’는 의중이 반영된 정책으로 평가된다. 박 대통령 당선 전 문재인 후보도 비슷한 공약을 내 건 이력이 있어, 야당도 크게 반대하지 않는 데다, 절차를 마치면 약 67만 명이 진료비 경감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돼 큰 무리 없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3. 어르신 어금니 임플란트 무료화
어르신 임플란트도 2014년 75세, 2015년 70세, 2016년 65세 등으로 대상연령을 단계적으로 확대한다. 단, 대상치아를 ‘어금니’로 제한했는데, 이는 재정논란 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내년부터 시작되는 75세에도 무제한이 아닌 ‘어금니 2개’로 혜택을 한정했다. 
贊 반값 임플란트 등 저렴한 수가를 경쟁력으로 하는 치과에서는 오히려 환영하는 분위기다. 유디치과 네트워크 관계자는 “노인 임플란트 건보 적용은 고령사회 가속화와 맞물리면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중차대한 문제이다. 건보 적용은 당연한 것이며 이에 따라 박 당선인의 입장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反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이하 건치)는 최근 발표한 공식 성명을 통해 “노인 임플란트 보험 공약은 무지하고도 무식한, 급조된 선심성 공약”이라며 비난했다. 첫째, 75살 이상 노인의 경우 평균 9.27개의 치아가 빠져 있다는 보건복지부의 조사결과를 감안할 때, 2개만 혜택을 줄 경우 투입되는 재정에 비해 환자입장에서 느끼는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건치는 “치아를 많이 잃어 임플란트가 필요한 저소득층 노인들은 높은 본인부담금 때문에 혜택을 받기 어렵고, 어금니 쪽에 한두개만 하면서 치료비용의 절반가량을 댈 수 있는 고소득층만 혜택을 보게 되는 정책”이라고 말했다. 둘째는 앞니 쪽에 임플란트를 하는 것이 더 효율적인데, 어금니부터 적용하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앞쪽에는 뼈가 튼튼하고 위험한 구조물이 없어 임플란트는 주로 송곳니나 앞니 쪽에 심는다. 어금니부터 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다.”라고 말했다.

 

4. 1차 의료 활성화와 수가체계 개선
박근혜 정부는 1차 의료 활성화와 의료기관 기능 재정립, 수가체계 개선 등을 보건의료 관련 국정과제로 선정했다. 보건소와 동네의원, 병원, 대형병원의 기능을 재정립해 ‘혁신형 건강플랫폼’ 모델을 만들고 의료기관 종별 혹은 진료과에 상관없이 획일적으로 적용되는 수가체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贊 의료계는 대체로 찬성하는 분위기다. 보건소는 진료보다 예방중심으로 활성화하고, 1차 의료는 동네의원 중심으로 확대하겠다는 점에서 의견을 같이하기 때문이다. 또한 수가체계 개선 역시 대한의사협회가 1년 넘게 정부에 지적한 문제이므로 적극 환영하고 있다. 출범하는 박근혜 정권이 의료관련 개선 과제를 보는 시각이 의료계와 어느 정도 궤를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이다. 다만 아직 구체적인 방법론이 제시되지 않은 상태라 세부 추진현황 등을 좀 더 두고 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제기되고 있다.

 

홍유미 기자/전북
<hym@e-med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