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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생이여. 듣고, 생각하고, 말하라!

제1회 의대생토크캠프를 다녀와서

 

제1회 의대생토크캠프가 1월 26일 대구에서 1박 2일 동안 개최되었다. 대구 부산지역 의대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했고 학생 총 15명과 대구·경북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이하 인의협) 선생님 총 9분이 참가하였다. ‘의대생토크캠프라, 처음 듣는데?’ ‘정말 이야기만 하는 캠프인가?’ ‘누가 주최하는 거지?’ 이 모든 궁금증을 타파하기 위해 1월 26일 그 때 그 시간으로 돌아가 보자.

 

1월 26일 금요일.
대구 수성구의 한 세미나 룸

p.m. 1:30 먼저 인의협 김진국 선생님의 강의 ‘의사들은 왜 비난받는가’로 캠프의 문이 열렸다. 강의는 소설 '꺼삐딴리'나 여러 명사들의 잠언을 인용하기도 하면서 인문학적인 관점에서 왜 의사들이 선망과 질시의 외줄타기를 해오고 있는가에 대해서 분석해보고, 해방 이후 의료계의 변천과정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했던 의료계의 지난날을 돌이켜 보는 시간으로 이어졌다. 또한 의사의 권위는 여러 가지 법과 제도가 만들어준 것에 더 가깝기 때문에 그  권위의식에 대한 정당성에 대해 재고해보았다. 

“평소에 ‘왜 우리 의사와 사회는 이런 관계인걸까’하는 생각을 정말 많이 했다. 강의를 듣고 의사와 사회의 관계가 현재와 같이 악화된 원인을 여러 가지로 생각해볼 수 있었고 의사들이 흔히 가지는 권위의식의 근원 등 생각해볼 거리를 던져준 강의였다.”   

p.m. 2:30 아이스 브레이킹 타임!
<가장 존경할 만한 혹은 가장 부당한 동네 의원 만들기>라는 주제로 조별활동이 진행되었다. 가상의 동네의원을 만들어서 지역사회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 의원을 만들 것인지 의논해보는 시간이었는데, 실제 임상 의사로 활동하는 선생님들로 이루어진 조는 사회적 기업과 연계하기 등의 학생들은 미처 떠올리지 못한 구체적이고도 다양한 계획들이 조합되어있는 병원 모델을 제시하기도 했다.

“의대 입학 후 꽤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훗날 개원의사가 되었을 때 어떠한 병원을 지어봐야겠다는 생각을 이번에 처음으로 해 봤다. 또 실제로 나중에 지역주민의 한 사람으로서 그들의 존경을 받을 수 있는 의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p.m. 4:00 김종명 선생님의 ‘의사의 미래, 정말 불안한가?’라는 제목의 강의가 시작되었다. 강의의 핵심은 의사나 의대생들이 느끼는 불안의 근원이 무엇이며, 그 해결책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불안을 낳는 요인으로, 축적되는 의사 수, 비효율적인 의료수급정책, 동네 개원가 문제, 수가 문제, 의료의 시장화, 국민의 불신 등을 방대한 통계자료를 근거로 여러 가지 각도로 제시하였다. 여러 가지 통계를 통해 봤을 때 우리나라 의사 수가 평균에 조금 못 미치는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과잉으로 느껴지는 원인은 의료수급 정책이 공급을 담당하는 시장에 맡겨져서 인력의 재분배가 조화롭게 이루어지지 않는 상태이기 때문으로 보였다. 그 외에도 저수가 문제를 비급여 항목과 행위량을 늘리는 것으로 보상받고 그로 인해 진료시간은 줄어드는 현실에 대해 이야기해보기도 했다.

“궁금했던 주제에 대한 강의였다. 속 시원한 해답이 있진 않았지만 의대생들이 갖고 있는 불안에 대한 원인을 통계와 자료를 기반으로 하나하나 짚어주신 점이 좋았다.”
“의료가 시장화 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하셨는데, 현 자본주의 사회 분위기 속에서 의료의 시장화는 불가피한 것이 아닌가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

p.m.6:30 우석균 교수님의 ‘왜 박근혜가 승리했나?’ 라는 정치 강의가 시작되었다. 강연은 대선결과에 대한 원인을 되짚어보면서 진행되었지만 생각보다 라디칼하게 주장을 펼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그 대신 대선 기간 동안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던 세대론을 뛰어넘어서 정치적 양극화가 초래된 원인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뒤이어 박근혜 정부가 내세우는 의료계 현안에 대한 고찰과 의료계에서 자주 도마에 오르는 의료 민영화나 IT융합의료서비스(원격진료)에 대해서도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지며 마무리를 맺었다. 

”생각보다 사회 전반적으로 많이 알려진 이야기를 해주신 것 같긴 하지만 지나간 일에 대해 그 원인을 다시 생각해보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보는 모습 그 자체가 좋았다.”

p.m. 8:00 강의가 끝난 후, 우리들만의 토크 타임!
선생님과 학생들이 섞여서 둥그렇게 모여앉아 성적이나 유급에 대한 스트레스, 학교와 병원의 권위주의 등 평소에 가지고 있던 고민거리에 대해 솔직하게 얘기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학생들의 발언 후에는 선생님들이 마치 학교선배들처럼 진지하게 경청한 후 그에 상응하는 발언을 하는 시간을 가졌다. 

“우리보다 훨씬 나이가 많은 선생님들이 학생들을 동등한 일원으로 대해주시고 자신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들려주시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고 다양한 생각을 가진 다른 학교의 의대생들과 솔직하게 얘기해볼 수 있어서 좋았다.”

 

1월 27일 토요일.
대구 임재양 외과의원

a.m.10:30 이른 아침, 두 개의 십차로가 교차하는 지점의 어느 좁은 골목에 위치한 전혀 병원 같지 않은 한옥식의 외과병원을 방문했다. 예쁜 부엌이 있는 별당이 안뜰을 사이에 두고 병원과 마주보고 있었는데 이곳에서는 당뇨환자를 위한 힐링푸드 교실도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시골에서 잘 되던 외과병원을 정리하고 고수입보다는 평생을 일하는데 보람을 느끼며 살고자 유방암 클리닉을 연 선생님은 초기에는 하루에 기껏해야 한두 명의 환자를 봤다고. 하지만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맡은 바를 꾸준히 해 나가다보니 지금은 그 때와 180도 다른 진료실 풍경이 만들어졌다고 하셨다. “지금 의사들, 먹고 살기 힘든 것 절대 아니다. 다만 옛날의 부귀영화를 꿈꾸는 것은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행동이다. 이제는 정도(正道)를 걷는 사람이 대접받는 시대이기 때문에 자기만의 소명의식을 가지고 그 길을 꾸준히 걷기만 하면 언젠가는 모두가 알아주게 되어있다.” “‘많이 일했으니 이젠 좀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살자.’고 느끼는 중년이 되기가 싫었다. 지금 생각해도 난 지금도 내가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사는 것 같다. 이렇게 한옥식 병원도 짓고 힐링푸드 교실도 운영하고 있는 것을 보면 느껴지지 않는가. 여러분도 충분히 그렇게 살 수 있다.”

“짧지만 오랜 여운이 남는 강의였다. 직접 이렇게 독특한 병원에 와서 체험도 해보고 이야기를 들으니 더 마음에 와 닿았던 것 같다. 어떤 과가 뜰까. 어떤 과가 가장 편할까. 같은 고민을 흔히들 하는데 그것도 중요하지만 내가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서 그것을 접목시켜서 나의 길을 잘 개척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1박 2일의 짧은 여정이 끝나고 다들 각자의 보금자리로 돌아갔다. 처음으로 치러진 행사라 각 선생님들이 맡은 강의분량이 일정치 않았던 점이나 ‘토크’캠프인데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학생들의 발언 시간이 부족했던 점 등 아직 조금 미흡한 부분도 있었지만 평소에 잘 접할 수 없었던 강의와 이야깃거리, 생각거리가 있던 캠프였다. 의대생토크캠프 기획자 이현석 선생님에 의하면 8월 중에 제2회 의대생토크캠프를 개최할 계획이며, 캠프의 기본적인 마음가짐은 ‘의대생들은 누군가가 강압적으로 가르쳐야 할 대상이기 보다 함께 이야기하고, 함께 고민해야 할 친구들이다.’ 이므로 의대생이라면 누구나 참여하여 풍성한 시간을 만들어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이선민 기자/을지
<god0763@e-mednews.com>
김다혜 기자/대구가톨릭
<anthocy@e-med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