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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행복을 즐기자! 국시수석의 카르페디엠

2013년도 의사고시 수석 원광대 김시호 군 인터뷰

 

“김시호 군 되시죠? 저는 의대생신문사 박민정입니다. 수석 진심으로 축하 드립니다. 인터뷰 가능하신가요?”
“기다리고 있었어요 :D (스마일 이모티콘)”
이렇듯 국시수석과의 첫 대면은 물음표였다. 수석이라면 진중하고 무거울 것이라는 선입견이 한순간에 무너지고 인터뷰는 물 흐르듯 진행되었다. 2월 중순 일원동 먹자골목 카페에서 만난 김시호 군은 검은 뿔테 안경을 쓴 유쾌한 소년이었다.

 

Q. 국시수석이라는 결과를 받았을 당시에 상황을 설명해주세요.

사실 공식전화를 받기 전에 학장님을 통해서 수석이라는 얘기를 들었어요. 또 그전에 가채점한 결과가 95.5%가 나왔고, 지난 5년간 수석들이 95%를 넘은 적이 없어서 내심 기대도 하고 있었구요.
국가고시를 보기 전엔 전국 모의고사를 두 번 쳤는데 그 때 2,3등이 나와서 잘 치겠구나는 생각은 했지만 일등할거라고 까지는 생각하지 않았죠. 학교에서 공부 잘하냐구요? 뭐 4.33점(4.5만점)으로 수석 졸업할 예정이긴 합니다.

 

Q. 수석 졸업 예정이시라면 언제부터 성적을 잘 받으신건가요? 공부를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만든 계기가 있었나요?

사실 저는 2학기 수시 2차로 들어왔어요. 소위 말해서 문닫고 들어온 셈이죠. 1학년 1학기 땐 성적이 그렇게 좋지 않았어요. 그것 때문에 괜한 자격지심에 빠지기도 했구요. 저는 친구들보다 열심히 하는데 성적은 좋지 않으니깐 자괴감에 빠질만도 했죠. 하지만 상황이 바뀐 건 1학년 2학기였는데, 친구들이 반수를 준비하느라 학과공부에 신경쓰지 못할 때 성적이 많이 올라서 2등을 했어요. 등수를 잘 받으니깐 더 탄력을 받아서 공부를 열심히 즐겁게 하게 된 것 같아요.
등수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시험에만 목매진 않아요. 공부하는게 재미있으니까 하는 거죠. 가이드 라인을 실생활에 접목시키기만 하면 되는 의학이 제 스타일과 잘 맞기도 했구요. 이런 얘기하면 좀 부끄럽긴 하지만 제가 추상적인 사고력을 요하는 수학 물리 화학 이런 과목에 정말 약해요. 수능에서도 언어는 좋았지만 수학과 화학 점수가 좋지 않았구요. 하지만 의학은 흥미로운 것 같아요. 실제에 접목시킬 수 있으니까요.

 

Q. 학과생활 이외에 대학교 생활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전 대학교 생활을 정말 신나게 보낸 것 같아요. 친구 따라 풍물패 동아리에 들어갔는데, 내가 악기를 잘 다루지 않아도 주위 사람과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좋았어요. 동아리 활동 이외에도 배운게 많아요. 해금, 피아노, 킥복싱, 이 정도? 킥복싱은 본4때 배운건데 국시 한 달 전까지 체육관에 나갔어요. 피아노는 본과 1,2학년 때 집 앞에 있는 피아노 학원에서 배웠구요.

 

Q. 해금, 피아노, 킥복싱. 특기가 정말 많으신 것 같은데 평소엔 어떤 일을 하며 스트레스를 푸나요?

피아노치기, 그리고 맥주 마시며 시쓰기. 공부하고 피곤할 땐 30분정도 맥주마시고 자는게 최고죠. 글쓰는 걸 정말 좋아해요. 나중에 여유가 생기면 소설도 한번 써보고 싶어요. 제가 워낙 독특한 편이라 대중적인 소설을 쓸 자신은 없지만요 (웃음)


Q. 국시준비기간 어떻게 보내셨나요?

8월 국시 대비 파이널 수업 이후에 실기시험을 앞두고 일주일 정도 학교에 나가지만 그 외의 시간은 전적으로 자유였어요. 전 실기시험을 가장 처음에 쳐서 이후엔 필기시험에만 집중할 수 있었어요.
일단, 공부는 집에서 해요. 집에서 하면 흐트러지기 쉬운 단점을 공부방과 자는 방을 나누는 걸로 해결했어요. 그리고 일찍 일어나는 편은 아니에요. 아주 열심히 했을 때를 기준으로 하루 일과를 말하자면 10시에 일어나서 두 시간 정도 공부하고, 12시에 점심을 먹고. 공부하다가 3시부터 한 시간 동안 킥복싱 갔다 오고, 또 공부하다가 6시 저녁시간, 7시부터 공부하다 9시에 친구와 함께 헬스장에 다녀오죠. 10시부터 12시까지 공부하고 맥주 한 캔 정도 마시고 쉬다가 잠들어요. 국시 얼마 남지 않았을 땐 새벽 2시까지 공부하기도 했어요. 보시면 아시겠지만 2시간 공부하고 쉬다가 2시간 공부하는 식이었죠. 이렇게 해야 더 능률이 오르는 것 같아요.

 

Q. 의대 치대 동시 수석, 원광대의 비법은?

치대 수석까지 같은 학교에서 나와 주목을 덜 받아 별로였어요. (웃음) 농담이고, 뭐 때문이었을까요? (달변이었던 그가 잠시 뜸을 들였다) 원광대가 사실 지난해 대출제한학교에 걸렸거든요. 의치한의대 로스쿨 까지 가진 학교로서는 사실 수치에 가까웠죠. 하지만 그래서 더 오기가 발동한 것 같아요. “너희 학교 대출제한에 걸렸더라”는 장난이지만 뜨끔한 친구들의 문자가 더 자극이 되었구요. 다행히 이번 해엔 원광대가 구조개혁 평가에서 우수등급을 받아서 다들 전화위복이었다고 얘기해요. 그 외에는 틀린 문제집 문제를 학교 시험에 내는 교수님들의 세심한 배려가 도움이 되었구요.

 

Q. 국시수석, 앞으로의 인생은?

사실 국시수석이라는 소식을 들었을 때 담담했어요. ‘그렇구나’ 정도? 하지만 인터넷 창에 제 이름 검색했을 때 바로 나오니까 기분이 정말 좋더라구요. 누나한테도 이런 식으로 수석 소식을 전했죠. ““네이버에 내 이름 검색해봐”” 하지만 이렇게 좋은 기분도 한 순간이에요. 지금은 좋은 것 보다 부담감이 더 커요.
이렇게 말하면 정말 막연하지만 전 영양과 운동에 관심이 많아요. 단순히 약만 처방하는 의사가 아니라 영양과 운동도 동시에 관리해주는 의사가 되고 싶어요. 어떻게 보면 제가 개척해야 할 분야일지도 모르죠. 그래서 요즘은 누나가 추천해준 영양에 관한 책을 보고 있어요. (인터뷰 당시에도 앞에 그 책이 놓여있었다)

 

Q. 마지막으로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그리고 좌우명을 말해주세요.

인터뷰 정말 길게 하시네요.(웃음) 마지막 질문인가요? 일단 좋아하는 건 술, 특히 공보가주, 익산역 앞 엘페강 500cc 맥주,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술자리. 싫어하는 건 계피와 속을 알 수 없는 사람. 좌우명은 지금의 행복을 즐기자! 오늘이 즐겁지 않은데 내일이 무슨 소용이죠? 하나은행 광고에 나오는 ‘중요한 건 내일인데’ 이 멘트, 이거 정말 아닌 것 같아 (웃음)

 

박민정 기자/성균관
<cindy@e-med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