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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덥지 않은 국시원, 무엇이 문제인가

제77회 의사 국가시험 합격취소 사태

 

지난 1월 23일 제 77회 의사 국가시험의 합격자가 발표됐다. 하지만 성적을 확인한 학생들 중 일부는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확인한 점수가 가채점 점수와 사뭇 달랐기 때문이다. 이에 의문을 품은 일부 학생들은 한국 보건의료국가 시험원(이하 국시원) 홈페이지에 이의를 제기하고 국시원에 찾아가 직접 답안을 확인하기도 하였다. 이 과정을 통해 국시원의 전산 채점 과정의 오류가 발견되었고, 국시원은 사과문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미 국시원의 공신력은 추락한 뒤였다.
문제는 그것뿐 만이 아니었다. 3037명의 합격자 중 5명의 합격이 돌연 취소된 것이다. 전산 채점 프로그램 오류를 수정하여 재채점한 결과 합격자 중 5명이 불합격자로 판명된 것이다. 정정 직전까지도 합격자로 알고 있던 5명의 응시자들이 순식간에 불합격이란 날벼락을 맞았지만, 국시원은 재발을 방지하겠다는 사과문만 발표했을 뿐 재발을 막기 위한 대책조차 없는 실정이다.
국시원의 부실 문제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2011년 국시원은 의대생들이 실기 시험 문제를 유출했다며 전체 의대생을 범죄자로 매도했다. 충분한 지식과 능력을 있는 인재를 선별해야하는 국가시험 과정에서 제대로 된 평가기준이 공시되는 것이 원칙이지만, 국가시험을 그런 원칙조차 무시한 채 실기 시험을 진행했다.  
만약 올해와 같은 채점 오류가 시험문제가 공개되기 이전에 발생했다면 어땠을까? 지난해부터 시험 문제 공개로 학생들은 직접 자신의 점수를 가채점할 수 있게 되었다. 만약 이런 부실한 시험 채점 과정이 그 이전에 있었더라면 어느 누구도 이런 오류를 발견하지 못한 채 누군가는 불합격자임에도 합격자가 되고, 또 누군가는 합격자임에도 불합격자가 되는 사태가 벌어졌을 것이다.
1월 28일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이하 의대협)에서는 부실한 국시원의 시험 운영 실태에 대한 성명서를 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문정림 의원의 주최로 국가시험 개선을 위한 국시원과 의대협의 간담회가 진행되었다. 이 기회를 통해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의 고충이 국시원에 충분히 전달된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국시원이 변화된 모습을 보여줄 차례다.
그러나 이런 논란이 불식되기도 전인 지난 2월 20일 국시원은 스마트 폰으로도 이용 가능한 모바일 홈페이지를 개설했다. 접근성 좋은 스마트 폰으로 이용자들의 편의를 도모하고자 하였다고 발표한 국시원. 국시원이 진정 ‘스마트(?) 국시원’이 되고자 했다면 이러한 이용자들의 편의를 생각하기 전에 국가시험 관리자로서 공신력을 잃지 않기 위한 준비해야 하지 않았을까. 등 돌린 의대생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 국가시험 투명화와 체계적인 시험 진행 시스템 구축을 위한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을 시점이다.

 

노원철 기자/전남
<happywonchul@e-mednews.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