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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전달체계’, 조기대선 의료정책의 핵심이 될 것


대통령 탄핵에 따른 장미대선이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의료계가 대통령 선거에 대비한 보건의료 정책 과제를 마련해 눈길을 끈다. 그중 7년 만에 다시 재조명 받고있는 ‘의료전달체계’공약이 세부적 합의 도출을 이뤄낼지, 과거와 같은 상징적 문구로 대체될지 의료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7년전에도 동일 공약 발표…

아직도 환자 쏠림·의료기관 무한경쟁 여전


‘의료전달체계’에 대한 복지부 노력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1년 3월 진수희장관은 의료기관 기능 활성화를 위해 세가지 방안을 제시하였는데 첫번째로 ‘업종별 권장 질환군’을 제시하였으나 의료기관과 학회간의 마찰로 인해 사실상 사문화되었고, 같은 해 11월 고혈압, 당뇨, 천식 등 52개 경증질환의 대형병원 외래환자 약제비 인상을 시행하였지만 환자들의 대형병원 선호로 이 방안도 사문화되었다. 마지막 고혈압과 당뇨 환자 집중관리를 위한 선택의원제는 신규 개원의 진입장벽, 총액계약제 사전작업 등 의료계의 반발로 실패했다.


2017년 다시 재정립된 ‘의료전달체계’

‘의원은 외래’, ‘병원은 입원’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대선 공약의 대원칙 중 하나로 의료전달체계 확립과 의료 양극화 해소로 설정했다. 의료전달체계 개편은 물론 병원 종별 간, 지역 간 의료기관 양극화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현 더불어민주당 보건의료정책 공약을 정리하고 있는 ‘민주연구원’ 원장인 김용익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19대 국회의원, 보건복지위원회)은 ‘일차의료 활성화’는 병의 조기진단 및 전체 의료비 급증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이라 주장한다. 김용익 원장은 일차의료 활성화의 해결책을 단순히 수가를 높인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환자가 많아지는 것을 핵심으로 하여 근본적인 공급과잉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하였다. 

특히 흉부외과와 신경외과등 고도화된 환자 케어 시스템, 첨단 진단기기등이 필요한 개원이 어려운 진료과는 수급조절을 통해 봉직의를 유도해야 한다고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였다. 


‘의료전달체계’ 협의체, 각론 이견

어떤 결론이든 이득과 손실 존재할 것 


하지만 현 ‘의료전달체계’에 대한 전문가들의 제안에 의사협회와 병원협회는 시큰둥한 반응"이다. 특히 중소병원은 외래와 입원 기능을 모두 수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료전달체계 개선은 사실상 중소병원 생존과 직결되는 규제라는 인식이 있다. 


‘의료전달체계’ 개편 논의지속 6월중 개편안 발표예정


보건복지부는 실제로 10일 의료전달체계 개선 협의체를 예정대로 가동하고, 오는 6월 중으로 의료기관 종별 재정립을 골자로 한 의료전달체계 개편 권고안을 도출하기로 했다. 

핵심 논의 과제는 의원급 의료기관과 중소병원, 종합병원, 상급종합병원 등 의료기관 종별로 외래와 입원 진료가 혼재하고 있는 상황을 해결하는 것이며, 수가 조정과 관련 제도 개편을 통해 다양한 해결책을 모색할 방침이다.  

보건복지부는 앞으로 2주마다 개선 협의체 회의를 진행하고, 5월에 최종적으로 논의사항에 대한 공청회를 통해 의견을 수렴한 후, 6월 중으로 최종 권고안을 확정·발표할 예정이다. 


동네의원과 대학병원이 무한경쟁 상태에서 의료전달체계 개선 대원칙에 이의를 제기하는 이는 없다. 7년동안 해결하지 못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의원급과 병원급 이해상충문제를 풀어가려는 노력과 조기대선에 따른 발빠르고 구체적인 합의도출이 필요하다. 


황현화 기자/서남

<sally919919@naver.com>



건강보험 재정 축내는 실손의료보험

- 건강관리 수준 향상과 더불어 의료비 지출 증가 우려도


주변에서 흔히 가입하는 실손의료보험은 전국민의 60% 이상이 가입하여 ‘제2의 국민건강보험’으로 인식될 정도이다. 실손의료보험은 국민건강보험의 낮은 보장성을 보강하고 비급여를 보장하는 보충적인 형태로 도입되었으나, 짧은 시간에 급속히 확대되어 2015년 말에는 가입자 수가 건강보험 실가입자 수보다 많아졌다. 이에 따라 실손의료보험의 보험료 규모가 굉장히 거대해졌다. 이와 관련하여 의료비가 4.1배 증가하는 동안 실손의료보험은 무려 15배 이상 증가하였다는 통계자료가 있을 정도이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실손의료보험이 오히려 의료의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건강보험의 기능 위축과 재정 악화를 초래한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었다. 실손의료보험으로 인한 의료이용 증가 시 건강보험 재정 지출이 증가하고, 실손의료보험 가입자와 미가입자 모두에게 건강보험료가 추가 부담되어 국민 모두에게 부담이 더해지는 구조이기 때문이라는 것이 의료계의 설명이다. 


재정 지출 증가, 통계로 입증


위와 같은 주장을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 제8회 한국의료패널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실손의료보험 가입이 의료비에 미치는 영향> 연구에 따르면 실손의료보험이 실질적으로 건강보험 재정 상태를 악화시킨다는 통계적 결과가 도출되었다.

기존에도 실손의료보험이 의료비를 증가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다수 존재하나, 비급여 항목을 비롯하여 처방약값, 교통비 및 입원간병비를 포함한 총 의료비 변화에 대한 결과가 포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실손보험 가입자 총의료비 64만원 증가


그 내용을 면밀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실손의료보험 가입자 집단은 미가입자 집단에 비해 비급여 진료비 지출은 약 26만원, 건보부담금 지출이 약 31만원 증가하였고, 총의료비 지출은 약 64만원 더 늘어났다. 또한 법정본인부담금도 증가하였다. 반면 정액보험 가입자 집단은 미가입자 집단에 비해 비급여 진료비 지출이 증가하나, 건보부담금과 법정본인부담금 및 총의료비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손의료보험 가입자와 정액보험 가입자를 비교했을 때에도 실손의료보험 가입자는 비급여 진료비 및 건보부담금, 법정본인부담금, 총의료비 지출 모두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결과로 의료비 지출 수준이 실손의료보험의 가입여부와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는 상관관계가 존재함이 파악되었다. 실손의료보험을 통한 의료비 보장은 의료서비스의 이용 증가를 가져와 건강관리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도덕적 해이로 이어질 개연성이 있으며, 의료비 지출의 심화를 유발하고 결국 건강보험의 재정 부담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 


재정 건전성 위해 건강보험 개선 필요


의료서비스 이용자와 국가 측면에서 실손의료보험의 부작용을 드려다보자. 일단 의료서비스 이용자는 건강보험에서 보장하지 않는 다양한 비급여 진료를 받기 위해 실손의료보험에 의존하게 된다. 또한 실손의료보험으로 인해 의료공급자는 과잉진료를 할 수 있고, 건강보험의 재정이 과다 지출되는 것이다. 결국 증가된 재정지출은 국민에게 민간의료보험과 건강보험의 이중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다. 게다가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노인의료비 지출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건강보험 재정에 위기가 다가올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비하기 위하여 건강보험 시스템의 전반적인 변화를 통하여 건강보험을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개선해나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상혁 기자/가천

<hoiayp@naver.com>




※ 이 기사는 제8회 한국의료패널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실손의료보험 가입이 의료비에 미치는 영향’(김관옥·신영전)을 참고하였음을 밝힙니다.

가상현실, 의료계를 이끌다

115호/의료사회 2017. 6. 11. 23:58 Posted by mednews



가상현실, 의료계를 이끌다

- 가상현실 및 증강현실기술이 빠르게 적용되고 있는 의료 현장, PTSD치료, 의료교육에서 폭넓게 쓰여 


차세대 핵심 기술로 떠오르고 있는 VR(Virtual Reality, 가상현실)은 현실 세계를 모방한 가상의 3차원 디지털 환경이고, AR(Augmented Reality, 증강현실) 은 현실 세계 위에 가상의 물체나 정보를 합성하여 실제 환경에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도록 하는 기술입니다. 최근 엔터테인먼트 분야 외에 의료계 역시 AR, VR을 활용한 기기 및 콘텐츠 개발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1) 정신치료


1) 외상후 스트레스장애 (PTSD) 

높은 몰입감을 제공할 수 있는 ‘VR’와 지속적 노출 치료법’exposure therapy’을 결합한 ‘가상현실 노출 치료법(Virtual exposure therapy)’이 새로운 PTSD 치료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알버트 스킵 리조 교수 팀이 제작한 ‘브레이브마인드(Bravemind)’는 주로 베트남과 아프가니스탄 참전 용사들의 PTSD 치료에 쓰이고 있다. 전쟁을 경험한 군인 중 일부는 생명에 위협을 느낄 정도의 심리적 외상을 겪으며, 극심한 PTSD 증상에 시달린다. PTSD는 전쟁, 성범죄, 재난사고 등 심각한 사건을 겪은 후 나타나는 불안 증상으로 치료는 약물 요법이 아닌, 인지 행동 치료의 일종으로 안전한 상황에서 환자가 트라우마를 갖고 있는 상황과 기억에 오히려 지속적으로 노출시킴으로써 스트레스와 회피 행동을 감소시키는 치료 방식이다. 전통적인 지속 노출 치료에서는 머리 속으로 그 기억을 상상하여 생생하게 떠올려보라는 요구를 받게 되지만 환자들이 그동안 회피하려고 했던 그 기억을 떠올리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거나, 효과적으로 상상하지 못한다. VR이 지속 노출 치료를 위해서 효과적인 것이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환자에게 스스로 해당 기억을 떠올려볼 것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가상현실을 이용해서 아예 그 상황 속으로 들어가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2) ‘키넥트’로 뇌졸중 환자치료

분당서울대병원은 지난 2014년부터 미국 IT업체 마이크로소프트(MS)사가 개발한 3D(3차원) 동작인식카메라 ‘키넥트’를 뇌졸중 환자 치료에 적용하고 있다. 뇌졸중으로 신체 일부를 잘 움직일 수 없게 된 환자들은 가상현실 게임을 통해 실제로 몸을 움직이는 근육 재활치료를 받는다. 모니터 위에 달린 동작인식카메라가 환자 움직임을 인식해 화면에 나타내기 때문에 치료가 아닌 게임을 한다는 생각으로 재활치료에 대한 스트레스를 덜 수 있다.


3) 시뮬레이터 교육

로봇수술, 복강경, 흉강경, 내시경, 심뇌혈관 조영술 등 다양한 술기를 배우지만 기존 대부분은 동물수술을 통해 술기를 익히고 카데바로 실습을 하였다. 최근에는 인체 내장기관을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고 이를 의료기기를 통해 실제 수술하는 것처럼 훈련하는 시뮬레이터 교육이 많아지고 있다. 


4) 환자 & 의료진 교육

분당서울대병원은 지난 2015년부터 ‘가상현실 교육시스템(Virtual Reality Education System)’을 국내 최초로 도입해 신규 의료진과 의과대학생 교육 등에 활용하고 있다. 예를들어 외과 강성범 교수가 집도한 고난이도 대장암 수술이 가상현실 교육콘텐츠로 제작됐고 직접 수술에 참여하는 외과·마취통증의학과 전공의, 간호사, 의과대학생 교육에도 시범 적용되고 있다. 

현재 VR은 정신치료 및  의료교육용으로 응용될 수 있다. 하지만 아직 별도의 VR용 헤드셋을 사용해야 하고 어지러움을 느낄 수도 있기 때문에 수술에서의 실용성은 한계가 있다. 이 부분이 크게 개선되지 못한다면 VR은 의료 분야에서 VR은 가상체험을 통한 교육용으로 사용되는 것에 머물 것이다. 이 한계점을 보완한 것이 가상현실을 현실세계에 접목한 기술인 AR기법으로 예를들면 수술 중 실제 위에 2D,3D가 겹쳐 나와 비교가능하며 수술 할 수 있는 것이다. 


(2) 증강현실(AR) 기술- ‘captivew’ : ‘AR의 수술치료적 효과’ 


미국 뉴욕의 Mt. Sinai 병원의 ‘Joshua Bederson’ 박사는 Leica와 Brainlab와 함께 개발한 수술 증강현실 (AR) 시스템인 ‘CaptiView AR system’을 통해 세계최초로 뇌 동맥류 수술을 마쳤다. 이는 카메라와 현미경으로 유명한 Leica의 광학기술과 소프트웨어가 결합하여 신기술을 의료에 적용한 좋은 예이다. 현미경을 통해 보는 현재 뇌 화면 위에 수술전에 촬영된 뇌 2D/3D 영상이 겹쳐 나타나 예측하고 효율적으로 수술할 수 있으며, 수술관련 의료 정보도 실시간 화면에 불러올 수 있으며, 집도의가 어느 곳을 보는지  파악하여 자동으로 초첨을 맞추어 주는 기능도 탑재되어 있다.


AR/VR은 정신치료 및 의학교육, 수술적치료를 빠르고 편리하게 취득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정보의 홍수나 무분별한 광고에 의해 개인정보노출의 위험이 생긴다. 또한 산업의 지속적 발전을 위해서는 정부 주도하에 의료계, 공학계, 콘텐츠업계가 협업해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가이드라인을 하루빨리 만들어야 한다. 앞으로 AR/VR 이 의료발전에 더욱 더 많은 기여를 할수록 더 정확한 가이드라인과 신중한 사용이 필요할 것이다. 


황현화 기자/서남

<sally919919@naver.com>

4월부터 의무화 되는 의사 명찰 착용


2013년 4월부터 추진된 ‘명찰법’...

3월 한달 유예기간 이후, 4월부터 본격 시행


올 3월부터 의료인 명찰패용 의무화가 전면실시될 예정이었으나 의료계의 거센 반발과 명찰에 들어갈 내용에 대한 혼선으로 보건복지부는 의무화 시행을 한 달 간 유예하기로 했다.

4월부터 시행하게 될 의료인 명찰 패용 의무화 조치에 대한 내용을 살펴보면 의료기관의 장이 의료행위를 하는 의료인과 의대생뿐 아니라 간호조무사, 의료기사가 근무복장에 이름과 면허종류 명칭이 들어간 명찰을 달도록 지도, 감독할 의무가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다만, 격리병실과 무균치료실 등 복지부 장관이 정해 고시하는 병원 감염 우려가 있는 시설이나 장소는 명찰을 달지 않을 수 있다. 의료인이 이를 제대로 시행하지 않을 경우 지도감독을 해야 하는 의료기관의 장에게 시정명령이 이뤄지고, 그 후 개선되지 않으면 위반 횟수에 따라 30만원, 45만원, 70만원의 과태료가 부가된다.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시행되지 않은 의료인에 대한 명찰패용 의무화가 한국에서 법안으로 구체적으로 발의된 것은 13년 4월 당시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신경림 전 의원이 의사, 간호사 등 보건의료종사자의 위생복 착용과 명찰 패용을 의무화 하는 법안을 추진하는 과정에서이다. 

법안이 추진된 계기는 지난 수년동안 의료현장에서 의료기기 판매업자나 간호조무사가 불법 수술하는 등 무면허 의료인의 의료행위 사건이 일어나고 가명 진료, 대리 처방 등의 문제들이 잇달아 발생하면서 이를 근절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이자 의료인에 대한 신뢰를 강화하기 위한 명목으로 명찰패용 의무화가 입법추진되었다. 

의료인 명찰패용을 의무화를 찬성하는 측은 명찰패용을 통해 의료인의 신분을 명확하게 드러내 환자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고, 의료인에게 보다 더 강한 책임감을 갖도록 유도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또한 약사와 한약사의 경우 이미 약사법 시행규칙 제 10조 약국관리상의 준수사항에 따라 위생복 착용과 명찰 패용이 이미 의무화 되어 있는데 이들의 의무화 배경 역시도 무면허 약사와 한약사의 의약품 판매를 방지하여 환자 안전과 보건의료인의 책임성 제고가 목적이었다. 따라서 환자의 건강권 보호 및 약사와 한약사에게만 적용된 위생복 착용 및 명찰 패용 의무의 법적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서도 의료인의 명찰 패용 의무화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일부 의사들은 수술실 CCTV설치, 설명의무강화 등 의사의 행동을 규제하고 의무화하는 법안들이 연이어 나오는 상황에서 명찰 착용 의무화 역시 의료인에 대한 불신을 전제로 한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 역시 규제 강화라며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에서는 명찰패용 의무화를 ‘의료인 등이 환자를 대상으로 의료행위를 할 경우’라는 전제조건을 달아줄 것을 요청하며 활동 중인 의사들을 향한 규제가 아닌 무면허자 의료행위 방지나 비의료 의사 명찰 착용금지가 더 합리적이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국의사총연합은 성명서를 통해 “자유와 자존, 명예와 전문가의 권위를 무시하는 전체주의적 통제 정책에 반대한다.”고 비판했고 현재 병원에서 면허증과 자격증의 비치로 환자들에게 의료인들의 자격유무를 충분히 고지하고 있으므로 명찰은 불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명찰 패용의무화는 정부와 의료계간 대립 속에서 시행을 코압에 두고 명찰에 대한 세부적인 가이드 라인이 나오지 않아서 일선 현장에서는 혼선이 벌어지고 있다. 명찰법에 관한 하위법령이 아직 박표되지 않았기 때문에 대한의사협회 등에서 발표한 공식적인 가이드라인은 존재하지 않으며 업계에서는 비공식적인 가이드라인까지 등장 했다. 

‘보건의료인 명찰 패용 의무화’ 전면실시를 앞두고 해당 법령에 적용되는 의사 의외 다른 직역단체들의 입장도 갈리고 있다. 한의협과 간호협, 간무사협회 및 약사협회는 보건의료인의 명찰 패용 의무화를 통해 환자들의 혼란을 막고 알권리와 자기결정권을 보호할 수 있기 때문에 해당 법령 시행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치협은 명찰 패용에 따른 치과의료기관에서 발생될 수 있는 문제점과 우려상황 등을 전달하고 제도 시행을 최대한 유보해 줄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특히 현재 개원가에서 치과위생사와 간호조무사간의 업무범위가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 현 상황의 특수성 때문에 오히려 명찰 패용 의무화로 환자들의 오해를 발생시킬 수 있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김민 기자/가천

<franky777min@gmail.com>



인공지능 의사 ‘Dr. Watson’의 A to Z


2012년 실리콘밸리의 투자자 비노드 코슬라(Vinod Khosla)는 “미래에는 의사의 80%가 컴퓨터로 대체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옛날이라면 코웃음을 치고 넘겼을 발언이지만, 이제 점점 이러한 주장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작년 구글의 알파고(Alphago)가 엄청난 주목을 받은 이후, ‘닥터 알파고’에 해당하는 IBM의 왓슨(Watson)이 미래에 의사를 대체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심지어 작년 가천대학교 길병원에 이어 올해 부산대병원에서 왓슨을 도입하며, 더 이상 왓슨은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곁의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왓슨, 너의 정체가 무엇이냐?


사람들의 인식과는 달리 왓슨이 처음부터 ‘닥터 왓슨’으로서 데뷔했던 것은 아니다. 알파고가 바둑을 통해 유명해졌듯이 왓슨은 2011년 <Jeopardy!>라는 퀴즈쇼에서 인간 챔피언을 압도적으로 이기며 유명세를 얻기 시작했다. 퀴즈 문제는 컴퓨터 언어가 아닌 사람이 사용하는 ‘자연어’로 출제되었기 때문에, ‘사람처럼 이해’하고, ‘사람처럼 사고’하는 능력을 보여준 인공지능 왓슨의 승리는 세상을 놀라게 한 사건이었다. 

이후 IBM 왓슨은 암 진단 및 치료법 제시에 도전하겠다고 밝혔고, 방대한 의료 지식을 학습하기 시작했다. 2013년에 IBM은 왓슨이 60만 건의 의학적 근거, 42개의 의학저널과 임상시험 데이터로부터 2백만 쪽 분량의 자료를 학습했다고 발표했다. 왓슨은 세계 최대 사립 암병원인 뉴욕 MSKCC 병원에서 ‘레지던트’로 수련도 받았으며 의사들은 왓슨을 가르치는 데 수천, 수만 시간을 투자했다. 그렇게 방대한 의료 빅데이터를 학습한 왓슨이 미국에서 제한적으로 사용되다가 최근 국내에 도입되기 시작한 것이다. 

인공지능이 불안한 의사들


이러한 인공지능의 의료에의 도입을 보는 시각에는 걱정과 두려움이 섞인 반감을 가진 시각이 많다. MD 앤더슨 암센터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왓슨이 부정확한 치료법을 내어놓은 경우는 2.9%에 지나지 않았다고 하는데, 매일 새로 발표되는 수 백 개의 논문을 읽고 ‘이해하는’ 왓슨의 성능이 점차 개선되면 곧 인간 의사를 훨씬 뛰어넘지 않겠냐는 두려움을 갖는 것이다.  과거 증기 기관의 발명으로 기계가 인간의 신체한계를 넘어서며 신체를 사용하며 일하던 ‘블루칼라’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대량으로 잃었듯이, 이제 인간의 두뇌한계를 넘어선 인공지능이 ‘화이트칼라’ 지식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라고 보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다. 실제로 길병원이 지금까지 왓슨을 이용하여 진료한 백여 명의 환자 중 의사와 왓슨의 판단이 다른 경우가 4건 존재했는데, 놀랍게도 이 네 번의 사례에서 환자들은 모두 왓슨의 판단을 따랐다고 한다.

사실 의사가 하는 역할의 상당 부분은 대체될 가능성이 열려있기 때문에 이러한 걱정이 근거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암묵지나 직관에 의한 것이 아니라면, 데이터나 근거에 기반하여 논리적으로 체계적으로 내리는 진단, 판독 등의 의사결정은 인공지능 알고리즘에 의해 대체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인공지능이 아무리 발전해도 인공지능이 제시한 치료법 중에 무엇을 선택할 지는 인간의 몫으로 남을 테니, 최종 의사 결정을 내리고 결정에 대해 책임을 지는 역할까지 인간이 뺏기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점점 의사의 역할을 인공지능에게 내주게 된다면 나중에 의사가 하는 일에 무슨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하는 회의감이 커져 가고 있다. 'Swedish Cancer Institute’의 잭 웨스트(Jack West)와 같은 전문가들은 ‘결국에는 왓슨의 권고안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때가 오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고 주장한다.


경쟁자가 아니라 협력자다


지금까지 언급한 시선들은 인공지능을 잠재적으로 ‘의사를 위협하는 존재’로 규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에 동의하지 않고 의사와 인공지능은 바람직한 협력관계를 형성해 나갈 수 있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적지 않다. 인공지능 의료영상 스타트업 뷰노코리아(VUNO)의 이예하 대표는 “인공지능이 아무리 발전해도 언제까지나 진단의 질을 높이기 위해 의사를 도와주는 보조수단으로서 존재할 것입니다”라고 하며, “청진기, 엑스레이로만 진단하던 시대에서 이제는 CT, MRI 등의 진단법을 사용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MRI가 생겼다고 의사가 대체되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환자에게 새로운 정보를 제공했고 진단이 정확해졌죠. 인공지능도 같다고 생각합니다. 그저 또 다른 새롭고 정확한 진단방법이 등장한 것일 뿐입니다.”라고 지적했다. 인공지능의 발전은 의사의 진단을 도우며 그 혜택은 환자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다. 

또한 전문가들은 왓슨을 인간을 대체할 존재로 보거나 경쟁 구도 양상으로 간주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하기도 한다. 서울의대 의학과 김주한 교수는 “물론 미래에는 인공지능이 더 발달하겠지만, 의료 서비스에서 인간을 완벽하게 대체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며 “따라서 의료 분야만큼은 인공지능을 사람의 경쟁상대로 판단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심지어 IBM 왓슨의 CTO, 롭 하이(Rob High) 조차 “왓슨의 목적은 인간의 인지능력을 강화하는 것이지 결코 의사결정과정에서 인간을 배제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왓슨은 어떤 측면에서 의사와 바람직한 협력관계를 형성하여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이용될 수 있을까? 한 가지 측면은 왓슨의 방대한 데이터 처리 능력이 의사의 진료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것이다. 사실 아무리 뛰어난 인간 의사도 방대한 양의 의료 정보, 쏟아져 나오는 최신 연구 결과들을 모두 소화하고, 진료에 응용하기는 힘들다. 우리의 관심을 기다리는 데이터가 사이버공간에 범람하는 빅데이터의 시대에, 일반 컴퓨터 2880대에 해당하는 성능을 가진 왓슨을 활용하는 것은 매일 발표되는 최신 연구 결과와 임상데이터를 의료 현장에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다. 또한 왓슨은 근거 중심 의학(Evidence-based Medicine)을 구현을 도와주는 도구가 될 수 있다. IBM 소속의 응급의학과 전문의 마티 콘(Marty Kohn)은 소수의 정보에 지나치게 비중을 두는 ‘닻내림 효과’가 진료실에서 항상 발생하며 의사의 실수를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왓슨은 방대한 정보를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단 하나의 답만 주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가능성 있는 답을 도출해 주기 때문에 이런 실수의 발생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그 외에 왓슨이 하루에 수십명을 진료해야 하는 종양내과 의사들의 과중한 업무부담을 줄여 의료의 질 개선에 기여하리라고도 기대할 수 있다.


한국만의 ‘왓슨’이 필요하다


왓슨의 유용성에 대한 이야기와 별도로, ‘인공지능 의사 = 왓슨’의 수식을 적용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 의문이 떠오른다. 인공지능 기술을 의학에 적용하는 사례가 IBM말고 국내에서는 없는 것일까. 최근 산업통상부에 의해 서울아산병원은 ‘폐, 간, 심장질환 영상판독 지원을 위한 인공지능 원천기술개발’ 책임기관으로 선정되어 ‘인공지능 의료영상 사업단’을 발족했다. 사업단의 단장 서준범 교수는 “의료에도 주권(主權)이 있다. 외국에서 개발한 인공지능 기술을 국내에도 도입해 잘 활용하면 안되냐는 발상은 성급하고 위험하다”라고 하며, 국내에서도 독자적으로 인공지능을 연구하고 플랫폼을 구축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보가 곧 힘이 되는 미래시대에 의료 빅데이터에 대한 국가 간의 경쟁이 심해질 것은 자명해 보인다. 국내 환자들의 의료데이터를 지키고 미래 의료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정부, 학계, 연구 분야가 협력하여 제 2의 ‘닥터 왓슨’을 독자적으로 개발하는 것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비뇨기과 의사 신태영 교수는 인공지능 왓슨이 국내시장을 잠식할 가능성에 대해 경고하며 “나는 더 이상 국내 병원에서 왓슨 도입 기사를 보고 싶지 않다. 늦었더라도 국내 기업에서 왓슨에 버금가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완성했다는 기사가 훨씬 기다려진다.”라고 남겼다.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


암 분야의 왓슨 말고도 의학의 여러 다른 분야로 인공지능은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우리 의대생들이 미래에 의사가 되었을 때 인공지능과 어떤 방식으로든 큰 영향을 주고받을 것임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어쩌면 우리 윗세대는 인공지능의 영향을 별로 받지 않고 은퇴해버리고 우리 아래 세대는 달라진 인공지능 의료 시대의 교육을 제대로 받게 된다면, 우리는 그 사이에 낀 불운한 ‘과거의 교육을 받고 미래를 살아가는’ 세대가 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의료인으로서 당당히 의료계를 이끌고 미래를 개척해나가기 위해 우리는 어떻게 준비해야 할 것인가.

인공지능은 의학의 모든 영역의 어제 나온 논문까지 모두 검색한다. 그러나 인공지능이 아무리 인간 의사를 뛰어넘는 분석능력을 가지게 되더라도, 인공지능이 활용하는 재료가 되는 새로운 의학지식을 연구 및 생산하는 것은 우리 인간의 몫이다. 연세의대 전우택 교수는 “미래 의사는 완전히 두 종류의 직종으로 나뉠 것임을 보여준다. 인공지능이 지시하는 대로 환자에게 진료를 제공하는 의사 집단과 그 인공지능에 새로운 정보와 지식을 입력시키는 의사 집단”이라고 예측했다. 제대로 된 좋은 연구를 통해 의미 있는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내는 능력을 가질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는 것을 암시한다. 

또한 새로운 분야에 대한 연구 능력과 더불어, 인간 대 인간으로 환자를 대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역량이 필요하다. 미래의료학자 최윤섭 박사는 “연구에 따르면 종양내과 의사는 평생 2만 명의 환자에게 암에 걸렸다는 소식을 전한다고 한다. 하지만 의대에서는 환자에게 이를 어떤 방식으로 전해야 할지는 가르쳐주지는 않는다. 기계 의사와 함께 일하기 위해서 의사에게 인간적인 측면이 더 강조되어야 할지도 모른다.”라고 적었다. 질병과 죽음을 마주하고 나약해질 수 있는 환자의 불안한 심리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은 지금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생각된다. 

왓슨을 대표로 하는 인공지능 때문에 의사의 역할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지만 지금과 달라질 것임은 분명하다. 여기에서 끝까지 인간의 몫으로 남을 인간의 고유한 역할, 그리고 인공지능의 활용으로 인해 새롭게 생겨날 역할이 무엇일지 우리는 고민해야 한다. 인공지능에 의해 달라지는 이러한 미래가 피할 수 없는 것이라면, 미래인 의료인인 우리는 이러한 변화를 선도적으로 받아들이고 그 변화를 주도하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 

우리는 이제 기계와 함께 달리는 법을 배워야 한다.


김경훈 기자/울산

<gutdoktor@naver.com>

예과에서 본과로! 본과에서의 첫 한 달 적응기

- 예과생이었던 기자가 경험한 골학부터 시작된 본과 생활...


처음 본과 1학년이 되었을 때는 진짜 의학을 배운다는 설렘과 내가 잘 해쳐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공존했다. 주변에서 본과 1학년이 가장 힘들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고, 예과 2년간 공부랑은 담을 쌓고 살아왔기 때문에 적응을 잘 할 수 있을지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약 한 달간의 본과 생활을 겪어보면서, 이제부터 본과 새내기로서 느낀 점들과 일련의 생각들에 대해 말해보고자 한다. 본과를 겪은, 혹은 겪고 있는 분들에게는 지나간 추억일 것이고 아직 본과에 올라오지 않은 예과 학생들에게는 머나먼 일이겠지만 이 글을 읽으면서 잠시나마 본과생활이 어떤지 간접적으로 느껴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1) 골학


보통 대부분의 학교에서 본과 1학년 들어가기 직전 겨울방학에 골학을 실시할 것이다. 학교마다 골학을 하는 방식은 다를텐데, 뼈의 구조, 기능 등에 대해 짧지만 방대한 내용을 배우는 것은 어느 학교나 비슷할 것이라 생각한다. 갑자기 많은 공부를 하게 된다면 힘들겠지만, 나는 결론적으로는 골학을 대충하지 않고 열심히 공부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그 이유로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첫째. 공부습관 길들이기다. 해부학을 시작하면 매일 타이트하고 반복적인 스케쥴 속에서 살아야 한다. 이런 예전과 무지 다르고 힘든 환경이기 때문에 적응할 시간이 꼭 필요하다. 그래서 골학 기간에 공부하는 연습을 한다면 해부학 수업 때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둘째, 빠른 이해를 위해서다. 경우마다 다른데 어떤 교수님들은 골학 때 배운 내용이면 당연히 안다고 전제하시고 수업을 진행하신다. 이 때 내용을 잘 모른다면 큰 위기가 올 수 있다. 셋째, 선배님들과의 교류이다. 보통 다른 학년 선배님들을 만날 기회는 흔치 않을 것이다. 하지만 골학 때는 며칠동안 선배님들과 지내면서 이야기도 많이 하고 친하게 지낼 기회가 있다. 그렇기에 힘들겠지만 골학을 열심히 하는 것을 추천한다.

 

2) 인간은 적응의 동물


어떤 학생은 바쁜 예과 생활을, 또 어떤 학생은 상대적으로 널널한 예과 생활을 보냈을 것이다. 이외에도 편입을 통해 본과로 진입하거나, 대학원으로 진학하여 본과진입을 한 사람들도 각자의 생활을 하며 살아왔을 것이다. 이렇게 각자 다른 삶을 살아온 사람들이지만 본과로 들어오는 순간 그들은 고등학생 때 이후로 겪어보지 못했을 엄청나게 바쁜 공부의 늪으로 빠지게 된다. 일반적인 대학생들은 공부를 하면서도 본인의 여가나 취미를 즐길 시간이 꽤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생활도 본과에 진입하는 동시에 최소로 줄여나가야 하는 압박을 받는다. 의대 특성상 한 과목이라도 F가 있으면 학년을 다시 다녀야하는 유급이라는 불상사가 발생한다. 그렇기에 이 ‘유급’이라는 시스템을 피하기 위해 각자 발버둥 친다. 그래서 아침 일찍 시작하여 오후, 심지어 늦은 밤까지 해부실습을 하는 빡빡한 시간표에 맞추기 위해 부지런해진다. 늦잠을 즐기던 사람들도 일찍 일어나고, 놀기를 좋아하는 사람도 꾸준히 공부를 한다. 특히 해부실습 기간이라면 실습과 공부를 병행하는 스케쥴을 소화해야하는데, 정말 힘든 스케쥴이지만 다들 어떻게든 적응하며 산다. 아직 겪어보진 못했지만 선배들 말씀으로는 지금 이 순간이 제일 바쁜 때라하니 나도 어떻게든 적응해서 여름을 맞이해야겠다.


3) 해부실습


학교마다 교육과정은 다르겠지만 보통 해부학을 통해 의학교육의 첫 걸음을 뗄 것이다. 해부 실습이란 말 그대로 진짜 사람을 해부하면서 몸의 구조에 대해 배우는 교과목이다. 의대생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과목이 해부이기도 하다. 이렇게 해부학은 상징적인 위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해부학에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나 역시 그래왔고, 그래서인지 본과 진입 직전에는 내가 직접 사람을 해부해야한다는 생각에 막연하게 무서운 느낌이 많이 들었었다. 그러다 실습 첫날이 되었고, 내가 느껴왔던 무서움은 고인이 들어가 계신 실습용 철제 관을 열기위해 손잡이를 잡는 순간에 극에 달했다. 떨리는 손으로 손잡이를 열고 직접 마주했을 때는 만감이 교차했다. 진짜 의사로 되는 길에 들어선다는 생각에 무척 떨렸기도 했고, 내 앞에 사람이 있다는 무서움, 이외에도 피해가 되지 않게 해부를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 등 많은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정신없는 첫 해부를 끝냈는데, 나도 모르는 사이 해부를 하면서 또 다른 난관을 맞이하게 되었다. 그 난관은 바로 실습실에 가득 찬 포르말린 냄새이다. 실습실 안에 있을 때는 몰랐는데 밖에 나와서 보니 입고 있는 옷에 실습실의 냄새가 그대로 배어있었고, 이것이 나를 더 괴롭게 했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적응되겠지만,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아직 해부를 겪어보지 못한 학생들에게는 해부실습을 하는 자체와 더불어 실습실의 냄새가 생각보다 강렬하다는 말을 전해주고 싶다. 


4) 반복된 무기력감


앞서 언급했듯이 본과 1학년, 특히 해부실습 기간에는 정말 생활이 반복적이다. 일어나서 수업을 듣고 해부하고 공부를 하는 것이 일상이 되어서인지 다른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란 쉽지 않다. 또한 새로운 일들뿐만 아니라 기존에 하던 일들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평소 같았으면 매일 하던 일들이 지친 몸과 마음 탓에 귀찮게 다가오기도 하며, 주변 사람들과의 연락, 집안일 등의 빈도가 점점 줄어들고 만사가 귀찮아진다. 정말 힘들겠지만 이 때를 잘 넘긴다면 다시 재미있는 일상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지금 해부를 하는 나와 다른 본과 1학년 학생들에게 힘을 내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양은건 기자/가천

<dmsrjs7835@naver.com>



대통령 박근혜의 파면 그리고 그 이후의 대한민국


2017년 3월 10일 대한민국 헌법 재판소에서 제 18대 대통령인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파면을 선고하였다. 2016년 12월 9일 탄핵소추안 표결 통과 이후 92일만의 일이다.


엇갈린 희비…


3월 10일 오전 11시, 국민들은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탄핵심판 결정문을 읽는 모습을 TV나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지켜보았다. 11시 21분에 그가 결정문의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를 읽는 순간 가슴을 졸이던 많은 사람들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페이스북, 트위터 같은 SNS나 수많은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승리의 날이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자축하겠다’ 등 다양한 방식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 선고를 기뻐하는 게시물들이 올라왔다. 하지만 같은 시각 이를 축하하지 못하는 자들이 있었다. 근 두 달여간 박근혜대통령의 탄핵 기각 시위를 하던 태극기 집회의 참가자들이다. 이들은 탄핵이 결정되자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서울 종로구 지하철 3호선 안국역 앞에서 태극기 집회를 재개했다. 헌정 사상 최초로 현직 대통령이 파면되는 역사적인 순간에 국민들 간의 희비가 엇갈린 것이다.


안타까운 사망자


10일의 태극기 집회 도중 안타까운 비극이 발생했다. 3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이다. 2명은 당일 태극기 집회 도중에, 다른 한 명은 병원으로 옮겨졌다 11일 오전 사망하였다. 3명 중 두 명은 집회 도중 갑자기 쓰러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나머지 한 명은 시위대 중 한 명이 경찰 버스를 탈취해 경찰 차벽을 들이받으려다 충돌한 경찰 소음관리차량에서 떨어진 대형 스피커에 깔려 인근 병원으로 수송되었다. 경찰은 경찰 버스를 운전했던 용의자를 내부수배해 체포하였고 그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피해자는 이미 사망하였고 파면 선고가 난 축제의 날, 박근혜 국정농단 사건의 시위 기간 중 타인에 의해 사망한 유일한 희생자가 나왔다.

하지만 이 피해자의 사망에 대한 누리꾼들의 반응은 안타까움도 있었지만, ‘이해가 가지 않는다’,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다’ 와 같은 반응들도 있었다. 그의 사망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태극기 집회에 나가서 그렇게 된 것이니 자업자득이라는 태도를 보이는 이들도 있었다. 한 사람의 죽음이 온전하게 애도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연세대학교 정신의학과 신의진 교수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대한민국의 전 국민이 PTSD(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에 빠진 상황이라고 진단하였다. 국민들의 손으로 뽑은 대통령에 대한 실망감과 분노, 분열된 집회 등으로 인한 분열감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탄핵기간 동안 박근혜 전 대통령이 최순실에게 국가 비밀을 누출했다는 점 등이 밝혀지고, 이를 조사하고자 하는 검찰과 특검에도 응하지 않는 모습을 보고 많은 사람이 분노하였다. 이는 겨울 한파에도 끊이지 않고 장장 19차까지 이어진 촛불집회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분노가 결국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까지 이어진 것이겠지만, 우리 국민은 너무나도 오랫동안 분노했고, 너무나도 오랫동안 누군가를 미워해왔다. 앞으로 두 달 앞으로 성큼 다가와버린 대선을 맞이해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투표를 하기 위해서는 과한 분노와 미움은 독이 될 수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까지 길고 긴 여정이었지만 앞으로 갈 길은 그것보다 훨씬 길고 험난한 여정이다. 분노로 가득 차있던 대한민국을 도닥이고 마음을 잘 추슬러 우리 앞에 당면한 다음 과제에 다시 집중해,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현명한 판단을 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 촛불집회의 뜨거운 열기가 따뜻한 온기로 바뀌어, 미워하는 사람이었더라도 그 사람의 죽음에 대해서는 진심으로 애도할 수 있는 대한민국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허재영 기자/인제

<blissbliss1234@gmail.com>

의대생, 공학과 만나다

115호/의대의대생 2017. 6. 11. 23:54 Posted by mednews



의대생, 공학과 만나다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KMSA)와 한국과학기술원(KIST)가 주최한 <KMSA-KIST Internship> 프로그램이 2017년 1월 2일부터 26일까지 약 4주간 진행되었다. 올해로 6번째를 맞은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 전국 의과대학에서 총 6명의 의대생들이 KIST를 찾았다. ‘Medical IT’, ‘재활로봇’, ‘생체재료’, ‘뇌의약’ 4개의 분야로 나누어 모집되었으며 각 학생은 지원한 분야의 연구소에서 인턴으로 근무하였다. 본 기자도 ‘Medical IT' 분야에 지원했던 프로그램 참여자로서, 평소 전념하던 의학에서 잠시 벗어나 공학에 대해 알아가는 유익한 경험을 가질 수 있었다. 또한, 함께 KIST에서 한 달을 보낸 다른 의대생들을 인터뷰하여 본 프로그램에 관한 의견을 구할 수 있었다.


Q. 어떤 동기로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나요?


김병석(생체재료, 제주대)

의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하기 전 저는 공대를 졸업하고 연구개발 직군에서 근무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의전원에 입학하면서 저는 제가 가지고 있는 공학지식을 의전원에서 배우게 될 의학지식과 결합할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학기 중에는 그럴 기회를 갖지 못했지만 이번 겨울방학에 의대협에서 진행하는 KIST 인턴쉽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을 김덕주 학우로부터 알게 됐고 제가 관심을 가지고 있던 생체재료 연구단에 지원하게 됐습니다.


이두영(생체재료, 연세대)

평소에도 의학연구에 관심이 있었는데, 의대협 홈페이지에서 KIST 인턴 학생을 모집한다는 공문을 보고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우수한 국가 연구기관인 KIST에서 인턴 생활을 통해서 translational research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배우고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생각되어 참여하였습니다. 


이재헌(Medical IT, 인제대)

이 프로그램이 미래의료의 방향을 엿볼 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심도 있는 연구 경험을 쌓고 싶었고 공과대학에서는 어떤 연구를 진행하는지 궁금하기도 해서 참가 신청을 하게 되었습니다.


김경훈(Medical IT, 울산대)

실리콘밸리에서 개발되는 새로운 의료기기들, IBM의 왓슨 같은 사례들을 보며 의학이 과학기술을 만났을 때 얼마나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깨달았습니다. 미래에 이 두 학문을 융합하는 데에 있어 앞장서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 후, 이 분야에서 일을 하게 된다면 어떨지에 대한 정보가 필요했습니다.  실제로 어떻게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탄생하는지, 실제 연구실에서 어떤 방식으로 연구를 하는지도 배우고 싶었습니다. 그러던 중 이 프로그램을 알게 되어 지체없이 바로 신청하였습니다.


Q. 인턴으로 근무하며 가장 유익했던 점은 무엇이고, 또 무엇을 배웠나요?


김병석(생체재료, 제주대)

인턴 근무 기간 중 가장 유익했다고 생각하는 점은 의학적 문제에 대한 새로운 접근방식과 창의적인 해결 방식을 몸소 체험해볼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한 인사이트가 생긴 것이 좋았습니다. 단순한 예를 들자면, 의과대학학생의 입장에서는 뼈가 부러지면 어떤 방법으로 고정할지를 고민하지만, 생체재료 연구자들은 고정 장치의 물성과 특성을 연구하면서 어떤 재료를 사용해야 치료의 효과가 높아질지를 고민합니다. 이처럼 같은 문제에 대한 다양한 접근방식이 있다는 것을 느꼈던 점이 가장 유익했습니다.


이두영(생체재료, 연세대)

저는 생체재료 연구단에서 인턴을 하였는데, 연구원 선생님들을 직접 따라다니며 실험하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고, 또 배웠습니다. 덕분에 다양한 최첨단 기기의 적용 사례들을 직접 체험하고, 박사님들과의 디스커션을 통해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실험을 설계하고 가설들을 테스트 해 나가는 과정에 대해서 배울 수 있었습니다.


이재헌(Medical IT, 인제대)

박사님께서 개인과제로 하나의 주제에 대해 논문 자료조사를 해올 것을 부탁하셨습니다. 그 과정에서 논문에 관한 자료 찾기, 자료 정리하는 방법을 배운 것이 가장 유익했던 것 같습니다.


김경훈(Medical IT, 울산대)

평소 말로만 듣던 기술들을 실제 눈앞에서 본 것이 큰 자극이 되었습니다. 3D printing, Virtual Reality, Biodegradable Material 같은 기술이 의학에서 적극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현장에서 어떤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는지 보고 배울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의공학 연구에 주로 사용되는 프로그램들의 사용법을 배울 수 있었던 것도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Q. 한 달여 가량의 활동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인가요?


김병석(생체재료, 제주대)

생체재료 연구단의 연구원들과 같이 토론하며 협업했던 순간들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제가 있던 연구단의 다음 과제는 생체재료가 인체에 들어갔을 때 문제가 되는 foreign body reaction을 줄이는 것과 관련이 있었습니다. 저는 제가 가지고 있는 의학지식을 바탕으로 관련 논문들을 찾아 공부하고 lab 세미나에서 발표했습니다. 저의 발표를 통해서 앞으로 진행되어야 할 연구방향을 어떻게 수정할 지에 대해 연구원들과 의견을 나누었는데, 짧은 기간이었지만 나름 연구단에 기여를 한 것 같아서 뿌듯하고 기억에 남는 순간이었습니다.

한 달 동안 보고 배운 내용들 그리고 제가 진행해온 literature search를 기반으로 생체재료 분야의 특정 topic에 대해서 마지막 주 단체 미팅시간에 발표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이두영(생체재료, 연세대)

발표를 통해 다른 연구원 분들께 도움을 드릴 수 있었고, 저 자신도 준비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우는 기회가 되어 좋았습니다.


Q. 의공학에 관심을 가지고 흥미를 키우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그리고 의공학 분야로 진로를 설정한다면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나요?


김병석(생체재료, 제주대)

공대출신으로서 기회가 된다면 의학 분야에서 공학지식을 적용해 보고 싶은 생각이 있었습니다. 아직 의공학 쪽으로 확실하게 진로를 정한 것은 아니지만, 이번 인턴쉽이 의공학 분야에 대해 구체적으로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두영(생체재료, 연세대)

의학과 공학 분야의 전문가들이 긴밀한 협력을 통해 융합연구를 진행한다면, 의료분야에 도움이 될 창의적인 연구 성과를 많이 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왔습니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학생 시절부터 이러한 분야를 체험해보고자 관심을 갖고 연구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이재헌(Medical IT, 인제대)

의공학을 전공으로 하고 싶다는 생각은 아직 없지만, 임상의로서 신기술 도입에 컨설턴트로 참여하는 것은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


김경훈(Medical IT, 울산대)

의학을 전공할 사람으로서 다른 진로는 없을지 꾸준히 고민하며 여러 분야의 책을 읽다가 큰 관심을 가지게 된 분야가 바로 ‘의공학’이었습니다. 의학과 IT관련 저자들의 책을 읽고 의학과 기술의 관계에 대해 흥미가 커졌습니다. 아직은 진로에 대한 정확한 계획을 세우지는 못했지만 의공학에 대해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공부해나가고 싶습니다.


Q.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이 있으시다면 부탁드립니다.


김병석(생체재료, 제주대)

우선 의공학에 관심이 있는 분들뿐만 아니라 다양한 경험 및 새로운 시야를 가지고 싶은 분들에게는 좋은 프로그램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기회와 시간만 허락된다면 꼭 참여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몇 가지 바라는 점이 있다면, 참여한 연구 주제를 불문하고 인턴십에 참가한 학생들끼리 함께 만나는 자리가 마련됐으면 좋겠습니다. 각자 느낀 점을 공유하면서 생각을 나누는 시간도 의미있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정말 좋은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앞으로 더 체계적인 프로그램으로 발전하기를 기대합니다. 그리고 이런 좋은 기회를 마련해 주신 의대협에도 감사드립니다.


이두영(생체재료, 연세대)

인턴 기간 중 주기적으로 있었던 세미나들 또한 재미있었고 시야를 넓히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각 세부 분야의 전문가들을 외부에서 초청하여 그 분들의 연구에 대해서 배우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좋았습니다. 


이재헌(Medical IT, 인제대)

강력 추천합니다! 월급은 적지만 그 10배의 얻는 것이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논문을 읽고 쓰는 것을 배우고 싶은 분들이라면 추천합니다. 의대생에게 스펙으로써 공인된 연구기관 연구경력에도 도움이 됩니다. 외부병원에 지원할 때도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김경훈(Medical IT, 울산대)

꼭 공학에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더라도 연구에 관심이 많은 의대생이라면 이 프로그램이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또 박사님과 연구원 분들이 정말 친절하게 대해주셔서 전혀 불편함 없이 연구소 생활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한 달이 너무 짧아서 아쉽게 느껴질 만큼 재미와 배움을 모두 얻어갈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김경훈 기자/울산

<gutdoktor@naver.com>



페이퍼리스 의대생 

- 나에게 적합한 태블릿 PC는?


본과에 올라간 의대생들에게 주어지는 ppt는 일주일에도 수백여장. 거기에 동기들의 필기 자료와 선배들의 족보와 비싼데다 무겁기까지 한 전공서적들까지…  이 수많은 종이들을 정리하고 페이퍼리스를 실현하고자 하는 의대생이 늘어나고 있다. 새학기를 맞아 어떤 선택이 좋을지 고민하는 의대생을 위해 여러 종류의 태블릿을 의대생의 입장에서 비교분석해  보았다.


>> 아이패드 프로


기능이나 성능, 디자인 등은 모두 기존의 아이패드와 같고 애플 펜슬로 글을 쓸 수 있다는 것만이 차이점이다. 

우선 가격을 살펴보자. 액정 크기에 따라 9.7형·12.9형이 있고 데이터 방식에 따라 셀룰러 버전·와이파이 버전으로 나뉘어져 총 4가지의 조합이 가능하다. 12.9인치 와이파이 버전으로 구입하면 128GB가 112만원이다. 필수적인 악세서리인 애플 펜슬은 약 13만원이고 구매하면 편리한, 즉 필수적이지는 않은 키패드는 12.9인치의 경우 약 23만원이다. 즉 약 148만원이라는 금액이 나온다. 화면 크기도 줄이고 용량도 낮추면 40만원정도의 편차는 생길 수 있다.

아이패드의 가장 큰 특징은 애플 펜슬의 뛰어난 필기감과 애플 앱스토어의 다양한 어플리케이션이다. 애플은 2048 필압, 각도 인식, 명암 인식 등 애플펜의 다양한 기능을 소개한다. 펜의 끝이 플라스틱이기 때문에 화면 위에서 미끄러지는 것 같은 느낌이 조금 있고, 액정에 쓴 글씨가 실제로 나타나기까지 아주 미세한 시간의 차이가 있었다. 그래도 펜촉이 굉장히 얇기 때문에 피피티나 그림에 얇게 필기하기에는 적합했고 그림을 그릴 때에도 섬세한 표현이 가능했다. 애플 앱스토어를 동일하게 이용하기 때문에 일명 ‘앱등이’라고도 불리는 애플의 다양한 어플리케이션을 즐길 수 있다.

기타 단점은 애플 펜이나 키보드를 추가적으로 구매하지 않으면 아이패드를 100% 활용하지는 못한다는 점이다. 또한 윈도우 운영체제에 익숙한 대부분의 한국사람에게는 애플의 iOS나 iCloud 등의 서비스에 적응하는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반대로 생각하면 기존의 애플 유저에게는 기존의 기기와 연동할 수 있어 장점이 된다.


>> 서피스 프로


서피스 시리즈는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출시한 태블릿 PC이다. 2 in 1-PC의 시초로 키보드를 꽂으면 노트북이 되고, 키보드를 분리하는 순간 태블릿이 되는 실용성을 강조하였다. 그 종류도 굉장히 많은데, 그 중 서피스 프로 4를 다뤄보자.

아이패드와 비슷한 사양 비교를 위해 RAM 4GB에 SSD 128GB인 서피스 프로의 최저가를 보면 약 110만원정도이고 커버 키보드는 구매처마다 다르지만 대략 10~20만원선에서 구매할 수 있다. 펜은 번들로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총 구매액은 약 120~130만원 정도이다. 다양한 오픈마켓에서 판매하기 때문에 가격을 비교분석 후 구매하는 것이 현명하다.

서피스 프로 4의 가장 큰 특징은 노트북으로서의 사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운영체제로 Window 10이 깔려있어 커버 키보드를 장착하면 노트북에서 흔히 쓰이는 인터페이스가 되고 커버 키보드를 떼거나 간단한 조작을 함으로써 태블릿용 인터페이스로 변경할 수 있다. 

하지만 태블릿용 어플리케이션이 많이 부족해 태블릿으로서의 가치는 조금 떨어진다고 평가받기도 한다. 또한 Window 10의 작동이 원활치 않아 불량인 제품이 많고 오류가 많이 나는 것이 단점으로 꼽힌다. Window 8, 8.1 로 다운그래이드했을 때 안정성이 더 높아진다는 의견도 있다.

기타 장점으로는 한국 학생이 익숙한 윈도우 운영체제를 이용했기 때문에 적응 시간이 빠르고 펜의 끝을 지우개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있다. 펜에 버튼을 달아서 다양한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도 애플 펜슬과의 차이점이다. 다만 애플 펜슬과 비교하면 필압 인식 등에서 성능이 뒤쳐진다.


>> 레노버의 요가북


이 태블릿 PC는 이 기사를 읽는 많은 학생들에게 낯설 수 있다. 하지만 최근 본 기자 주위의 의대생 중 이 태블릿 PC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완벽한 페이퍼리스는 부담스러운 의대생에게 적합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요가북은 그 이름 그대로 액정과 키보드 사이가 힌지로 연결되어 360도까지 벌어지는 것이 큰 특징이다. 터치 키보드는 키보드로 사용될 수도 있고 그 위에 글을 쓸 수도 있다.

가격을 알아보자면 안드로이드 버전은 60만원, 윈도우 버전은 70만원이다. 용량은 64GB 버전밖에 없고 마이크로 SD 카드로 메모리를 추가하여 사용할 수 있다. 고가의 브랜드 제품보다 저렴하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요가북의 가장 큰 특징은 힌지를 이용해 원하는 각도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점도 있지만 터치 키보드를 펜을 쓰는 장소로도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버튼을 누르면 터치 키보드가 생기고, 펜으로 필기를 하고 싶을 때에는 터치 키보드를 없애고 그 위에 펜으로 글을 쓰면 화면에 글이 나타난다. 액정에 직접 글을 쓰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터치 키보드 위에 종이를 놓고 펜촉을 잉크로 바꾼 뒤 글을 쓰면 종이에 쓴 내용이 화면에도 나타나게 된다. 종이에 쓰는 감촉을 포기하지 못해 페이퍼리스를 망설이는 학생들에게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기타 단점 중 한 가지는 터치 키보드이다. 버튼을 누르면 들어가는 물리적인 키보드에 익숙해져 있는 사람들에게 타격감이 없는 터치 키보드는 불안감을 줄 수 있고, 정확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윈도우 버전을 사용하기에는 사양이 부족해 오류가 날 수 있는 문제점도 있다. 


<< 총평 >>


아이패드 : 비싸다. 실제 사용하고 있는 본과생의 말에 의하면 발표용 PPT 제작에도 무리가 없고 대부분의 자료를 넣고 다닐 수 있기 때문에 거의 아이패드만을 들고 생활을 한다고 한다. 그렇지만 한글 프로그램 호환 등의 문제로 윈도우 노트북이나 데스크탑이 필요한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애플의 충성스러운 이용자라면 혹할 만한 선택지이다.

서피스 프로 4 : 아이패드보다는 저렴하지만 사양에 따라 훨씬 비싸질 수도 있다. 노트북에 터치스크린 기능과 펜 기능을 추가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미 노트북이 있는 상태라면 구매가 망설여질 수는 있겠지만 노트북이 없고 태블릿으로 필기를 하고 싶다면 무난한 선택지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불량이나 오류가 잦은 편이라 불편할 수 있다.

요가북 : 종이 위에 한 필기를 다른 과정 없이 화면에 옮길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다. 하지만 윈도우 버전을 사용하기에는 기기가 너무 저사양이라는 평가가 있다. 노트북이 이미 있어 발표 준비 등의 작업은 노트북으로 하고 필기만 하기 위한 태블릿으로는 적합하다.


허재영 기자/인제

<blissbliss1234@gmail.com>

예과생들을 위한 ‘의사국가고시’ 알아보기

- R형 문항, 태블릿 시험(2020년 도입 예정) 등 수능과 다른 점 많아


수능을 치른지 얼마 지나지 않은 예과생들에게는 의과대학 합격에 대한 기쁨과 설렘이 아직 가득하다. 그런데, 문득 이 설레는 과정을 끝내고 치를 ‘의사국가고시’에 대해 한번쯤 궁금증을 품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필자 또한 예과생 때 의사 국가고시를 운전면허증과 같이 의대를 졸업하면 당연히 합격할 수 있는 ‘쉬운 면허 시험’으로 보았으나, 국가고시를 위해 밤낮으로 공부하시는 선배님들을 보며 자연스럽게 ‘국가고시’에 대한 궁금증이 생기기 시작했다. 고3 때 쳤던 수능 모의고사처럼 본과 4학년 때 의사국가고시 모의고사가 치러진다는 것을 알게 되며, 수능과 비슷한 시험인가라는 호기심과 고3 때 겪었던 두려움이 교차했다. 이렇게 막연하게 알고 있던 ‘의사국가고시’에 대해 막 예과생을 벗어난 본과 1학년 학생의 입장에서 의사국가고시에 대하여 새롭게 알게 된 점을 기사에 담아보았다.

의사국가시험(이하 국시)는 의학총론 60문제, 의학각론 280문제 그리고 보건의약관계법규 20문제로 총 360문제로 이루어진다. 의학총론의 경우 생리학, 생화학 같은 기초의학과 내과학, 외과학 같은 임상의학을 섞어 복합적으로 평가하는 종합평가의 문제들이, 의학 각론에는 각 임상과목에 대한 세부적인 문제들이 출제된다. 수능과 마찬가지로 모든 문제는 객관식으로 이루어지며, OMR 답안지에 컴퓨터용 사인펜으로 답안을 표기한다. 시험은 주로 1월에 시행되며, 시험 결과는 시험 응시 후 보름 안에 나오게 된다. 막 수능을 끝낸 수험생들의 입장에서는 과학 탐구 과목만 보는 수능 시험처럼 느껴질 지도 모르지만 몇 가지 차이점이 존재한다. 그렇다면 국시는 어떤 점이 다른지 더 자세히 살펴보자.


① 시험이 1박 2일?! 


방대한 양의 공부를 하는 만큼 국시도 이틀 동안 치러진다. 올해 2017년의 경우 1월 6~7일에 치러졌다. 이틀 동안 치러지지만, 총 시험 시간의 합은 수능과는 그리 다르지 않다. 첫째 날은 1교시 90분, 2교시 80분, 3교시 100분으로 9시부터 15시 10분까지 진행되고, 둘째 날은 4교시 100분, 5교시 90분으로 9시부터 12시 40분까지 진행된다. 물론 1박 2일이라고 해서 시험장에서 머무는 것은 아니다. 첫째 날 시험 후, 각자 휴식을 취한 후 다음날 8시 30분까지 입실하면 된다.


② 필기 시험? 실기 시험?


수능과 국시의 가장 다른 점을 고르라면 바로 실기시험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실기시험이 도입 된지 8년 밖에 되지 않았는데, 필기시험보다 많은 불합격자 수를 낳아 국시의 복병으로 여겨지고 있다. 실기 시험은 필기시험과 달리 시험 날짜가 학생들마다 다른 데 보통 9월에서 11월, 두 달 중 하루를 지정받아 시험을 치르게 된다. 실기 시험에서는 실제 표준화 환자의 진료와 혈압 측정, 채혈 등과 같은 기본적인 술기를 평가한다. 필기시험과 다르게 절대적인 점수로 매겨지는 것이 아니라 평가원들에 의해 점수가 상대적으로 매겨지게 된다.


③  모두 고르시오! 


모든 문제가 객관식이지만, 국시에는 많은 학생들에게 달갑지 않은 ‘모두 고르시오’ 형식의 문제가 나온다. 답안지를 4개에서 24개가량 제시한 후, 각 문제에 표기된 답 개수만큼 고르는 R형 문제 형식이다. 360문제 중 58문제(16%)가 R형으로 출제되므로 꼼꼼한 공부가 요구된다. 


④ 태블릿 PC로 시험을!


앞으로 예정된 국시의 큰 변화 중 하나는 바로 태블릿 PC로 시험을 보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태블릿 PC의 특성을 살려 동영상 혹은 애니메이션 문제가 7~8개가량 출제될 예정이다. 국시 태블릿 도입은 2020학년도 즉, 현재 본과 2학년부터 적용된다. 


⑤ 60%가 넘으면 합격!


합격자는 필기시험과 실기시험에 모두 합격해야 하는 데, 필기시험의 경우 전 과목 총점의 60% 이상을, 매 과목마다는 40% 이상을 득점해야 한다. 2017년 기준 전체 합격률은 92.8%이다.


어쩌면, 예과생들에게 의사국가고시란 먼 미래의 이야기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의과대학을 들어오기 위해서 치른 시험이 수능이었다면 의과대학을 마치기 위해 치루는 시험이 국시인 만큼 국시는 인생에서 수능과 함께 또 하나의 중요한 시험이 되게 될 것이다. 따라서 국시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조금씩 알아간다면, 이 시험에서 자신의 지식과 능력을 온전히 발휘하는 학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임채린 기자/가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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