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박근혜의 파면 그리고 그 이후의 대한민국
2017년 3월 10일 대한민국 헌법 재판소에서 제 18대 대통령인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파면을 선고하였다. 2016년 12월 9일 탄핵소추안 표결 통과 이후 92일만의 일이다.
엇갈린 희비…
3월 10일 오전 11시, 국민들은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탄핵심판 결정문을 읽는 모습을 TV나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지켜보았다. 11시 21분에 그가 결정문의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를 읽는 순간 가슴을 졸이던 많은 사람들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페이스북, 트위터 같은 SNS나 수많은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승리의 날이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자축하겠다’ 등 다양한 방식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 선고를 기뻐하는 게시물들이 올라왔다. 하지만 같은 시각 이를 축하하지 못하는 자들이 있었다. 근 두 달여간 박근혜대통령의 탄핵 기각 시위를 하던 태극기 집회의 참가자들이다. 이들은 탄핵이 결정되자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서울 종로구 지하철 3호선 안국역 앞에서 태극기 집회를 재개했다. 헌정 사상 최초로 현직 대통령이 파면되는 역사적인 순간에 국민들 간의 희비가 엇갈린 것이다.
안타까운 사망자
10일의 태극기 집회 도중 안타까운 비극이 발생했다. 3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이다. 2명은 당일 태극기 집회 도중에, 다른 한 명은 병원으로 옮겨졌다 11일 오전 사망하였다. 3명 중 두 명은 집회 도중 갑자기 쓰러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나머지 한 명은 시위대 중 한 명이 경찰 버스를 탈취해 경찰 차벽을 들이받으려다 충돌한 경찰 소음관리차량에서 떨어진 대형 스피커에 깔려 인근 병원으로 수송되었다. 경찰은 경찰 버스를 운전했던 용의자를 내부수배해 체포하였고 그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피해자는 이미 사망하였고 파면 선고가 난 축제의 날, 박근혜 국정농단 사건의 시위 기간 중 타인에 의해 사망한 유일한 희생자가 나왔다.
하지만 이 피해자의 사망에 대한 누리꾼들의 반응은 안타까움도 있었지만, ‘이해가 가지 않는다’,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다’ 와 같은 반응들도 있었다. 그의 사망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태극기 집회에 나가서 그렇게 된 것이니 자업자득이라는 태도를 보이는 이들도 있었다. 한 사람의 죽음이 온전하게 애도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연세대학교 정신의학과 신의진 교수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대한민국의 전 국민이 PTSD(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에 빠진 상황이라고 진단하였다. 국민들의 손으로 뽑은 대통령에 대한 실망감과 분노, 분열된 집회 등으로 인한 분열감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탄핵기간 동안 박근혜 전 대통령이 최순실에게 국가 비밀을 누출했다는 점 등이 밝혀지고, 이를 조사하고자 하는 검찰과 특검에도 응하지 않는 모습을 보고 많은 사람이 분노하였다. 이는 겨울 한파에도 끊이지 않고 장장 19차까지 이어진 촛불집회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분노가 결국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까지 이어진 것이겠지만, 우리 국민은 너무나도 오랫동안 분노했고, 너무나도 오랫동안 누군가를 미워해왔다. 앞으로 두 달 앞으로 성큼 다가와버린 대선을 맞이해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투표를 하기 위해서는 과한 분노와 미움은 독이 될 수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까지 길고 긴 여정이었지만 앞으로 갈 길은 그것보다 훨씬 길고 험난한 여정이다. 분노로 가득 차있던 대한민국을 도닥이고 마음을 잘 추슬러 우리 앞에 당면한 다음 과제에 다시 집중해,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현명한 판단을 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 촛불집회의 뜨거운 열기가 따뜻한 온기로 바뀌어, 미워하는 사람이었더라도 그 사람의 죽음에 대해서는 진심으로 애도할 수 있는 대한민국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허재영 기자/인제
<blissbliss123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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