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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생의 가계부

104호/의대의대생 2015. 6. 16. 09:43 Posted by mednews

의대생의 가계부





3월은 대학생들에게 소비와 지출의 달이다. 새 학기가 시작되는 만큼 사야할 것이 많기 때문이다. 새로운 수업에 맞춘 교재들뿐만 아니라 한 학기 잘해보자는 의미로 학용품을 새로 구입하는 이도 적지 않다. 옷가게에 걸려있는 봄 신상도 놓칠 수 없다.

방학동안 얼굴을 보지 못한 친구, 선후배간의 모임에도 적지 않은 돈이 나간다. 특히 선배 입장에서 신입생들의 “선배, 밥 사주세요!” 공세를 뿌리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다른 대학 학생들과는 많은 것이 다른 의대생이라지만 과연 소비와 지출 측면에서도 차이를 보일까? 예과생과 본과생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올해 예과 2학년이 된 김승진 씨(가명, 23)는 후배 밥을 사주는 데에 꽤나 큰돈을 들였다. 특유의 ‘동아리 문화’가 발달된 그의 의대 특성 상 후배 ‘동아리 꼬시기’에 전념한 결과다. 한 달 지출 내역인 것을 감안한다면 또 식비 항목이 따로 분류되어있다는 점도 고려하면 일주일에 2~3번 정도는 후배 밥을 사주었다는 이야기다. ‘동아리 문화’가 이보다 덜한 의과대학에 다니는 정정희 씨(22) 역시도 “굳이 동아리가 아니더라도 어디든 들 만큼은 든다.”라고 말한다. 고재천 씨(22) 역시 “동아리 상관없이 그냥 사주는 편”이라고 선후배간에 친목을 다지는 데에 드는 돈이 많음을 인정했다. 올해 본과 1학년이 된 이상진 씨(가명, 24) 역시 바쁜 와중에도 후배를 위해 돈을 아끼지 않았다.

한국외대 어문계열을 다니는 정희재 씨(22)와 예과생 김 씨의 두드러진 차이는 교재비가 아닐까 싶다. 전공 책을 비롯하여 각종 교재를 구입하는 데에 11만원을 쓴 반면 김 씨의 지출내역에는 ‘교재’ 항목이 전혀 없다. 이번 학기에 전공이 거의 없는 그의 학교 특성과 더불어 예과 교재를 모두 선배들에게 물려받았기 때문이다.

반면에 본과에 올라간 이 씨(가명, 24)의 경우에는 교재비가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 씨의 말에 따르면 1년 치의 교재를 모두 구입한 것이기 때문에 다소 금액이 비싸다고는 하지만 앞에서 본 정 씨의 교재비와 비교해보았을 때 상당한 차이가 난다. 본과 1학년 한보라 씨(22, 가명)는 “본과 교재의 경우 워낙 비싸서 물려받기도 쉽지 않고 수업 시간에 모두 필요하기도 해서 값이 꽤 나가도 모두 구매를 한다”고 말했다.

세 사람의 가계부에서 일상적인 지출 외에 그나마 공통점을 꼽자면 모임비가 어느 정도 비슷하다는 점이다. 세 사람 모두 10만원 조금 넘는 돈을 모임비로 사용했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다른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의대생 김 씨와 이 씨의 모임은 전부 교내 동아리 모임이다. 의대 내에서 같은 학교 사람들을 보는 것이 전부다. 한동안 만나지 못했던 선배 혹은 후배의 얼굴을 보고 친목을 다지는 것이 주 목적이다. 반면에 정 씨의 모임비는 대체로 대외활동을 하며 쓴 돈이다. 대외활동 중 회의를 위해 스터디카페에서 지불한 장소사용료가 모임비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물론 회의 후 뒤풀이 비용도 일정 부분 포함된다.

또 한 가지 큰 차이점은 매 모임 때마다 쓰는 비용이다. 의대생 김 씨와 이 씨의 경우 모임 횟수 자체는 그리 많지 않았다. 3월 한 달 동안 두 번 모임을 가졌으니 2주에 한 번 정도 모인 셈이다. 반면에 정 씨의 대외활동 모임은 매주 모임을 가졌다. 활동이 바쁠 때에는 한 주에 2번~3번 만난 적도 있었다. 다시 말해 한 번 모임을 가질 때마다 드는 비용 면에서 의대생이 다른 과 대학생보다 크다는 것이다. 김 씨와 정 씨의 술자리 모임 비용을 단순하게 비교해본 결과 김 씨는 1차, 2차 각각 2만원씩 돈을 낸다는 반면 정씨는 1차 1만원, 2차는 돈을 내지 않거나 5천원이면 충분하다고 답했다.


윤명기 기자/한림

<zzangnyu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