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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생과 한의대생의 만남, <썰전>의 비하인드 스토리






- 연건 사회과학학회 <움틈> 장 조철민 씨 인터뷰


지난 3월 31일,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육관 401호에서는 뜨거운 설전이 오갔다.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이라는 뜨거운 감자는 더 이상 ‘어른들’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의대생과 한의대생 팀은 각자 준비한 논거를 가지고 맹렬하게 토론에 임하였고, 이 날의 분위기는 훈훈하면서도 팽팽한 긴장감으로 가득했다. 그만큼 행사에 대한 관심도 높았기에 불필요한 오해도 발생할 수 있어 행사 준비팀에서는 학생 이외의 사람들의 출입을 제한하기도 하였다. 이번 행사를 준주최한 연건사회과학학회 움틈의 장인 조철민 학생을 만나 보았다.


Q. 행사 준비하느라 고생이 많았고, 주변의 반응도 꽤 뜨거웠던 것 같다. 어떻게 행사를 기획하게 되었는가?

A. 사실 이번 행사는 동아리 세미나 주제로 출발했다. 연건사회과학학회 움틈(이하 움틈)에서는 정기적으로 세미나를 갖는데, 주제는 움틈 회원들이 그때그때 이야기해보고 싶은 것들로 정한다. 작년 12월부터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이라는 주제로 페이스북이 떠들썩했었다. 이 내용은 사회문제에 큰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충분히 관심을 가질 만한 것이었고, 움틈 회원들도 관심이 있어 세미나의 주제가 되었고, 그게 발전해서 이번 토론회가 되었다. 마침 3월이 동아리 홍보에 중요한 기간이라 사람들의 시선을 끌만한 행사가 필요하기도 했던 시점이기도 했고.


Q. 의대생 입장에서 한의대생을 만나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다. 하물며 이런 민감한 내용을 가지고 토론하는 것은 더더욱 어려울 것이 명백하다. 어떻게 한의대생분들과 만나서 토론회를 준비할 수 있었는지 궁금하다.

A. 마침 우리 움틈 회원 중에 경희한의대를 졸업하고 의전원으로 들어온 형이 한 분 있었다. 이 형이 지난 겨울 움틈 TS(1박 2일로 세미나를 하는 것)에서 이 주제로 발제를 했는데, 자기가 한의대 후배들에게 이야기를 해서 합동으로 세미나를 주최해보는 건 어떻겠냐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야기한 적이 있다. 그러다 3월 세미나를 준비하면서 진짜 연락을 했는데 마침 경희대 한의대 쪽에서도 이 문제에 관심이 있는 동아리가 있어서 어찌어찌 하다 보니 이렇게 진행이 되었다. 


Q. 한의대 사람과 만났을 때 분위기는 어땠는가? 자칫 잘못하면 분위기가 살벌했을 수도 있었을 텐데.

A. 그런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움틈 회원의 후배분들이긴 했지만 의사와 한의사가 대립각을 계속 세우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 잘못하면 만남이 아닌 싸움이 될 수도 있어 처음에는 좀 조심스럽게 행동했던 것 같다. 연락을 받은 한의대쪽 동아리 이름이 <한의학정책연구팀>이기도 해서, 그런 느낌이 더 들기도 했다. 그래서 일단 자주 만나서 친해져야겠다는 생각을 먼저 했고 첫 만남때도 싸우는 분위기로 가지 말자는 이야기를 먼저 했다. 그렇게 하다 보니 서로 이야기도 많이 나누게 되고 이렇게 행사가 잘 열릴 수 있게 된 것 같다. 


Q. 행사 준비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나? 

A. 가장 어려웠던 점은 역시 일의 분배였다. 올해 본과 3학년이 되면서 동시에 동아리장을 맡게 되었는데, 병원에서 주로 실습을 하다 보니 동아리방에 자주 들르지 못하게 된 것이 운영을 힘들게 했다. 서울대의 경우 학생 수가 많아서 한 학년을 네 개의 턴으로 나눠서 각자 다른 순서로 병원실습을 도는데, 동아리 회원들 턴이 달라서 일정 조율이 쉽지가 않았다. 자주 얼굴을 보아야 서로 의견도 짜내고 일도 잘 분배하여 할 수 있는데 그러기가 쉽지 않으니 한 쪽이 분배를 궁리하고 한쪽이 일을 도맡아 하는 구조가 되어 힘들었다.

의견 수합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당장 움틈 내에서 회원들끼리 의견 모으는 것도 생각보다 어려웠다. 거기에 외부 사람들인 한의대생들의 의견도 통합하자니 갈피를 잡기 어려웠다. 그래서 약간의 강제성을 띠고 여러 번 만나면서 조금씩 의견을 조율했는데, 바쁜 의대 일정에서 이 역시 쉬운 일은 아니었다.


Q. 행사 준비할 때 의협과 한의협에서 각각 연락이 왔다는 이야기도 있었는데, 그것은 무슨 소린가?

A. 어렵사리 한의대생과 만나 행사 준비를 하고 거의 행사 다가온 시점에 의협 소속의 무슨 위원회라는 곳에서 연락이 왔다. 토론회를 한다고 하니 의대생이 한의대생 쪽에 말려서 이용당하는 것이 아닐까 걱정이 되고, 자신이 한의사 쪽 주장의 허무맹랑함을 보여줄 수 있는 자료들을 제공해 주겠다는 것이었다. 한의협에서도 의사들의 오류를 보여주는 자료를 보내준다고 연락이 왔다.  

우리는 이번 행사를 학생의 입장에서 의견을 교환하고 여러 생각을 해 보자는 취지로 준비하고 있었는데, 어른들 입장에서는 다른 의미로 해석했던 것 같다. 사실 처음에는 이 정도까지 일이 커질지는 몰랐다. 움틈 회원들도 걱정을 많이 했고, 자칫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언론에 잘못된 방식으로 노출되어 문제가 되는 것도 염려를 많이 했다. 이 문제는 지금도 뜨거운 감자인데, 언론사에서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보도를 하면 행사의 취지 자체가 퇴색될 것만 같았다. 그래서 본 행사에서는 불필요한 오해를 막기 위해 학생이 아닌 분들의 출입을 제한하였다.  


Q. 의대생으로서 절절하게 공감한다. 특히나 병원 실습을 하다 보면 말 한 마디 한 마디를 조심해야 되고 눈치를 볼 수밖에 없으니 행사 준비하면서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들었을 것 같다. 그래도 행사가 잘 진행된 것 같은데, 행사에 대한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어땠나?

A. 사실 서울대 의대 동아리인 움틈에서 주최해서 서울대 건물에서 세미나를 한 것인데, 오히려 한의대쪽 사람들이 더 많이 와서 놀랐다. 그걸 보면서 한의대쪽에서는 이렇게 관심이 많은데 정작 의대 쪽에서는 관심이 없는 것만 같아 좀 섭섭했다. 또 움틈은 의대/치대/간호대 연합 동아리인데, 의대를 제외한 치대와 간호대 사람들은 별로 없어서 치대와 간호대 쪽 사람들은 별 관심이 없는 것 같다고 느꼈다. 사실 이번 행사 자체가 동아리 홍보를 위해 한 것도 없지 않은데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생각했던 것만큼의 홍보 효과 달성은 못한 채 마무리된 것이 아닌가 싶어 아쉬운 점은 있다.


Q. 그래도 차차 관심이 늘어나지 않을까 싶다. 개인적으로 신문사에서도 행사에 관심이 있어 오고 싶었지만 여건이 안 되어 오지 못한 사람들도 있다고 들었다. 행사에서는 의사 입장에서 이야기를 했던 것 같은데, 그것이 아닌 한 사람의 학생으로서 개인적 입장은 어떠한지 듣고 싶다.

A. 사실 나는 의대생이지만 독특하게도 한의학에 대해 비교적 긍정적인 입장이다. 의대 수업을 듣거나 의대 사람들을 만나면 한의학을 근거 없는 허구의 학문이라는 이야기들을 많이 하고 이것은 의대 내에서 하나의 헤게모니로 구축되어 있다. 그러나 내 개인적인 입장에서 한의학에 대해 정확히 잘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무조건 한의학을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느낀다. 실제로 피곤하고 아플 때 한의원에 가서 침을 맞는 사람들은 많이 있고, 치료르 받고 효과가 있다고 느끼는 사람도 많은 것을 보면 허구로만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본다. 한의학도 나름의 체계가 있고 의학을 공부하는 입장에서는 체계가 다르다는 점 자체는 인정하고 그 속에서 내재적인 비판을 하는 것이 합리적인 태도가 아닐까 생각한다. 


Q. 행사 소감은?

A. 여태까지 소감에서 너무 개인적인 이야기만 한 것 같지만, 세미나는 그래도 나름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고, 주제 선정에서 진행, 토론까지 움틈 한분한분의 도움이 컸다. 다들 추진력이 엄청난 것 같고 지식이 많아 좋다. 한의대 사람들이랑도 친목을 쌓는 기회가 된 것도 좋았다.


허기영 기자/서울

<zealot648@e-mednews.org>




<행사 소개> 이번 행사는 서울대 연건 동아리 ‘움틈’과 경희한의대 동아리 ‘한의학정책연구팀’ 학생들이 공동 기획한 행사로 요즘 의료계의 뜨거운 이슈인 “한의사들의 의료기기 사용”에 대하여 다루었다. 이들은 먼저 이러한 논의가 일어난 배경을 제시하고 한의사들의 의료기기에 대한 찬성의 입장과 반대의 입장을 각각 제시하였으며 토론을 통해 “한의사들의 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주제를 논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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