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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제, 5 대 4의 근소한 차이로 합헌 판결

주요 쟁점에서 큰 의견 차이 보여

 지난 2월 25일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는 사형제도가 합헌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5인의 재판관은 합헌판단을, 4인의 재판관은 위헌판단을 내렸다. 재판관들은 여러 쟁점에서 의견 차이를 보였다.

사형제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하는가?

 우리 헌법은 제 10조에서 국가가 국민의 인권과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보장하도록 규정한다. 한편 제 32조 2항에서는 국가가 국가안정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를 위하여 국민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도록 하였다. 따라서 기본권을 절대적으로 보장하지는 않는다.
 이번 판결에서 헌재는 국가는 중대한 공익보호를 위한 생명에 대한 법적 평가가 예외적으로 허용되며 이런 예외적 상황에서는 생명권 제한이 정당화될 수 있다고 보았다. 합헌판결을 내린 민형기 재판관은 사형은 인간의 본능을 이용한 가장 궁극적인 형벌로 범죄 억제력이 가장 크다는 점을 인정하였다. 사형제의 범죄예방효과가 많고 적음을 떠나, 한 명의 생명이라도 구할 수 있다면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위헌을 주장한 김희옥 재판관은 사형제도의 범죄 예방효과에 의문을 제기하였다. 사형이 집행되지 않은 지난 12년간 범죄율이 증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회로부터의 격리를 통한 범죄예방은 절대적 종신형의 도입, 유기징역형에서 형의 상한선을 상향 조정하는 것으로 가능하다. 따라서 사형선고는 지나친 판결이라는 것이다. 범죄의 예방을 위해 사형을 실시하는 것은 국가의 목적을 위해 국민을 희생시키는 것으로 이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의견도 내놓았다.
 위헌론측은 법관이나 사형을 집행하는 교도관이 인간으로서의 양심과 무관하게 국가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만 존재하게 되며 이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합헌론측은 그들이 공직에 몸담고 있는 이상 공익을 위해 수행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라고 대응하였다.

헌법이 명문으로 사형제를 인정하는가?

 이번 판결에서 헌법 제 110조 4항의 해석에서도 의견이 많이 갈렸다. 헌법조문에서 ‘사형’이라는 단어는 ‘비상계엄하의 군사재판은 단심으로 할 수 있다. 다만, 사형을 선고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는 구절에서 단 한 번 등장한다. 합헌론측은 이를 헌법에서 사형제를 인정하고 있는 근거로 해석하였다. 사형이라는 표현이 헌법 조문에 등장하고 있는 이상 헌법은 문언 해석상 사형을 인정한다고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위헌론측은 이 조항은 사형선고를 억제하기 위한 것으로 오히려 사형제의 심각성을 부각시킨 것이라고 해석하였다. 또 조대현 재판관은 군사재판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의 사형선고만 예외적으로 허용한 것이라 해석하여 일부 위헌판결을 내렸다.

추가의견으로 입법부에 과제 남겨

 이번 판결에서 재판관들이 내놓은 추가의견도 많았다. 합헌 판결을 내린 민형기 재판관과 송두환 재판관은 사형제도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사형제도의 남용 및 오용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대상 범죄를 극악한 범죄로 축소하고 점진적 제도개선으로 문제의 소지를 줄여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였다. 사형제도의 유지나 폐지의 문제는 국민의 의견을 모아 입법적으로 개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우리나라는 1997년 12월 30일 이후로 사형을 시행한 적이 없다. 국제사면위원회는 우리나라를 사실상의 사형 폐지국으로 분류하고 있다. 한동안 법조계의 의견은 사형제를 폐지하자는 쪽이었다. 그러나 유영철, 강호순, 조두순, 김길태 등의 흉악범죄가 잇따르자 사형제 존치론이 다시 힘을 얻었다. 현재 유영철과 강호순은 사형판결이 확정된 상태이다.

문지현 수습기자/중앙
<jeehyunmoon@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