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rss 아이콘 이미지

[67호] KNOCKING ON HEAVEN’S DOOR

67호/문화생활 2009. 8. 2. 20:37 Posted by mednews
 KNOCKING ON HEAVEN‘S DOOR
프랑스 국립 퐁피두센터 특별전 ‘화가들의 천국’


▲ 퐁피두센터는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거대한 철골 구조물의 문화센터이다. 문화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라면 두 귀 쫑긋 세우고 관심을 보이겠지만 이름조차 생소하다면 먼 나라 프랑스 파리를 방문했다고 한들 그저 철골 구조물의 거대한 모습에 얼른 그 자리를 피하고 싶을 지도 모른다. 퐁피두센터는 그 규모와 건물의 디자인부터 대중의 많은 관심을 받는다. 차디찬 철골 건물이지만 ‘문화의 공장’ 이라고 할 만큼 다양한 볼 것, 할 것, 놀 것 들이 있는 프랑스 대표 복합문화공간이다.


  2009년 3월 22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에서는 ‘화가들의 천국’이라는 주제로 프랑스 국립 퐁피두센터 특별전을 진행한다. 피카소, 마티스, 샤갈 등 20세기 최고 작가들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값진 기회이다. 이번 전시는 ‘아르카디아-천국’이라는 주제 아래, 79개의 작품이 황금시대·낙원·풍요·허무·쾌락·전령사·조화·암흑·되찾은 낙원·풀밭 위의 점심식사 등 총 10의 소주제로 나누어 전시중이다. 이런 구성은 작품 나열식의 방식보다 관람자가 현대 작가들이 표현한 ‘천국’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우리들은 언제나 ‘아르카디아-천국’을 동경한다. 하지만 현실은 우리가 꿈꾸는 그것과는 너무나도 다른 세계이다. 이 번 전시회를 통해 현실사회의 어려움이 상대적으로 깊은 아픔으로 다가온다. 작품안의 ‘천국’은 현실에서 아무리 손을 뻗혀도 닿을 수 없는 곳, 뚫지 못할 투명한 유리벽으로 닫힌 곳이다. 그러나 멀지만 가까이에 있는 ‘천국’을 바라보면서 현실 꾸려나가는 우리는 저마다의 천국을 다시 꿈꾼다. 각자의 마음안의 꿈과 이상이 우리의 희망이 된다면 꽁꽁 얼은 현실로 저 먼 곳에서 빛이 들어올 것이다.


  ‘낙원’의 작품들에는 따사로운 햇살이 있다. 햇살은 현실에 풍랑을 맞은 우리의 삶을 천국으로 이끄는 길처럼 보인다. ‘미모사가 피어있는 아틀리에’에서는 꽃내음이 진동하는 노란 꽃의 은은함이 느껴진다. 그 향기가 우리를 감싸 앉아 상처투성이로 무거워진 우리 마음을 들어 올려 천국으로 이끄는 것 같다. 주세페 페노네의 설치작 ‘그늘을 들여마시다’ 안에 들어가 있으면 은은한 빛깔의 월계수 잎을 눈으로, 호흡으로 느낄 수 있다. 그렇게 우리 안으로 들어온 ‘그늘’은 우리를 숙연하게 한다. 하늘과 바다의 ‘조화’, 일과 쉼의 ‘조화’, 밤과 낮의 ‘조화’는 천국의 근본이자 그것을 잃고 사는 우리 삶을 반성하게 한다.

퐁피두특별전은 ‘천국’을 잃어버리고 사는 우리에게 우리 안의 천국과 삶을 돌아보게 한다. 책상과 병원에서 미래를 그리는 ‘의대생들의 천국’은 어떤 것일까?

 전시회는 오는 3월 22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진행한다. 매주 화요일부터 금요일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 토,일요일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개관하며 매주 월요 일은 휴관이다. 관람료는 일반(만 18세~64세)는 12,000원, 청소년 9,000원(만 12세~17세), 아동 7,000원(만 6세~11세)이다.

박지해 기자 / 전북
<bluemitt@naver.com>

 


◀ 미모사가 피어있는 아틀리에/피에르 보나
드, 1939-‘낙원’전시 중. 고갱 영향을 받은 나
비파(반인상주의) 창시자 피에르 보나드 작품.
‘색채마술사’로 불리는 피에르 보나드는 진정
한 사랑을 빛으로 표현하는 작가였다. 40여 년
동안 한 불운한 여인만을 사랑했던 피에르 보
나드. 자폐와 폐렴이라는 질병에 갇힌 여인, 마
르트는 그의 작품에서는 청순한 소녀로 다시
태어났다. 무려 384점의 작품에 등장한 마르트
는 그의 작품에서 피에르 보나드 만의 색채의
힘과 사랑의 힘으로 여전히 작품 속에서 살아
있다. 위 작품 왼쪽 하단에도 벽화처럼 보이는
그녀를 볼 수 있다.









▲ 폴리네시아 하늘(앙리마티스, 1946) ‘조화’전시 중. 야수파’의 대표적인 작가 앙리 마티스 (1869~1954) 작품. 마티스는 빛과 공간에 의한 추상적, 감각을 추구하여 단순화 순수화를 추구하였다. 이 작품에서도 작가의 직관으로 바다 속 신비경을 극도의 축약과 절제로 담아냈다. 이 작품 속 바다는‘타이티’의 추억을 표현하였다고 하는데, 그는 타이티에 한번도 가지 않았다. 작품은 말년에 병상에서 만든 것으로 더욱 유명한데 그는 70세까지는 건강하게 작품 활동을 하다가 1940년 봄에 결장암으로 인한 장폐색증이 생겨 사경을 헤매다가 수술로 겨우 생명을 건질 수 있었다. 그러나수술창의 감염으로 고생하였으며 또 감염이 나은 후에는 그 상처의 반흔 때문에 탈장이 생겨 퇴원 후 에도 일어설 수가 없어 화실로 돌아가지 못하고 침대생활을 해야 했으며 손가락은 관절염 때문에 부어올랐다. 그러나 그는 실망하지 않고 다른 예술적 표현방법을 모색하였는데 그것이 바로 “색종이오려붙이기” 이다. 그에게 손가락관절염이 없었더라면, 그리고 몇 번의 수술을 요하는 위장계 질병이 없었다면 우리는 아마도 그의 색지 작품과는 만날 수 없었을 것이다.
당신의 합격 정보는 안전합니까?
무자비로 노출되는 당신의 정보



“선배, 합격 축하드려요.”

나는 말한 적이 없는데, 후배는 나의 합격 사실을 알고 있다. 인터넷 의료 신문에서 나의 합격 여부가 공개되기 때문이다. 바로 의사고시 합격자 정보 말이다.

우리가 지금까지 겪어왔던 시험들과는 달리 의사고시의 합격자는 너무도 쉽게 조회된다. 한갓 대학 신입생 입학 합격 여부를 알아볼 때에도 요구되는 주민등록번호는 의사 시험 합격 여부를 알아볼 때에는 필요하지 않다. 너무도 쉽게 인터넷 의료 신문(메디게이트뉴스, 데일리메디)에 들어가서 해당 엑셀 파일을 조회하고 찾고자 하는 이름을 입력해서 합격 여부를 확인하면 그만이다. 매년 의사 시험 응시자 수는 3800명 내외, 그나마 동명이인의 수도 많지 않은 편이다. 수험번호와 이름이 공개되지만 그나마 수험번호도 큰 의미가 없는 셈. 이와 같은 일은 국시원 주관의 모든 시험(한의사, 약사, 간호사 등)에서도 일어나며, 사법시험에서도 그렇다. 공무원(외무,행정)만이 유일하게 합격자 조회에 주민등록번호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 한국보건의료국가시험원(이하 국시원)과 메디게이트뉴스에 문의해 보았다. 별문제가 없다는 반응이었다. 메디게이트뉴스 측에서는 “게재되는 파일은 국시원에서 제공해 주고 있다”고 했다. 국시원에서는 “그 정도 정보 공개로 무슨 문제가 될 수 있느냐”고 반문하였다. 해당 당사자인 선배들의 반응도 다르지 않았다. “주민등록번호나 학교가 공개되는 것도 아닌데 문제 삼을 필요 있느냐.”는 반응이었다.

정보 보안 불감증은 병원에서도 쉽게 드러난다. 누가 수련의에 합격했는지, 누가 전공의에 합격했는지가 병원 홈페이지에 고스란히 쓰여 있다. 누군가에겐 자랑스러움이 될 수 있는 정보공개는 누군가에게는 부끄러움, 또 누군가에게는 사생활 노출이라는 면면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의료 사회에 만연한 인적자원 정보노출은 학교별 합격률 공개에서도 나타난다. 국시원은 매년 학교별 합격률 공개를 철저히 차단하여 합격률에 의한 서열화를 막겠다고 외치고 있지만 공염불에 그치고 있다. 이유인 즉 매년 메디게이트 뉴스에서 학교별 합격률을 조사하여 발표하기 때문이다. 학교 관계자는 본인 학교의 합격률을 조회할 수 있어 메디게이트뉴스에서 이를 조사하여 발표하는 것이다. 그에 대해 국시원은 “본 기관에서 발표한 공식자료가 아니므로 문제가 없다”고 했으며, 메디게이트뉴스도 “학교별 합격률 기사에 의한 제제는 받아 본적이 없다”고 하였다.

의대생은 돈을 내고 시험에 응시하지만, 정보가 공개되는 것에 동의한 것은 아니다. 병원에 입사지원서를 내지만, 나의 합격 여부가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되는 것을 동의한 적은 없다. 외적인 정보 유출에 관심을 갖는 것도 좋지만, 우리와 가장 가까이 있는 사회에서의 정보 노출에 대해서 지각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유영재 기자/ 전남
<yjyoo1@naver.com>


“나는 족보만 봤을 뿐이고...”
제73회 의사국시 수석합격자 연세의대 고재상씨 인터뷰

제 73회 의사국가고시에서 수석으로 합격한 연세의대 고재상씨(25세, 사진)와 인터뷰를 가졌다. 고재상씨의 첫인상은 ‘수석’이라는 단어가 주는 이미지와는 다르게 따뜻한 느낌이었다. 수석을 차지한 그에게 혹시 공부에 남다른 비법은 있었는지, 앞으로 의사가 될 포부는 어떤지 들어보았다.

안녕하세요. 수석 축하드립니다. 우선 자기소개를 간단히 해주세요.
 일단 이름은 고재상이구요, 나이는 25살입니다. 고등학교는 중동고등학교 졸업했습니다. 대학교 시절 동아리는 합창반 이었고 이번에 신촌세브란스 인턴으로 들어갑니다.

538점 만점에 484.5점으로 수석을 하셨는데 시험보시면서 자신이 수석할거라는 예감은 드셨나요?
 아니요, 전혀 기대 못했습니다. 문제 풀면서 어려운 문제도 간간히 눈에 띄고 친구들이랑 나중에 답 맞췄을 때도 꽤 틀렸다고 생각했거든요. 수석이라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많이 놀랐지만 기분이 좋기는 합니다. 친구들도 많이 축하해주고 여기저기서 연락이 많이 왔거든요. 연락 끊겼던 친구들이나 예전 여자 친구들이나. (웃음)


남다른 공부 방법?!  
족보에 충실하고, 이해위해 노력했을 뿐


어떻게 공부하셨나요? 먼저 학교 시험은 어떻게 준비하셨는지 물어볼게요.
 특별한 것은 없어요. 내신은 정말 열심히 하라는 말 밖에는 없네요. 이런 이야기 하면 교수님들께서 싫어하시겠지만 저는 족보를 많이 봤습니다. 그중에 내용족보에 더 중점을 뒀었습니다. 하지만 좀 달랐던 점이라면 이해가 안됐던 부분은 꼭 텍스트나 자료들을 직접 찾아보고 이해하도록 노력한 것 정도랄까요. 사실 이런 방법이 시간이 많이 들기는 하지만 스스로 찾아보고 공부하는 것이 참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기억에도 오래남구요. 해리슨, 사비스톤을 다 읽는다는 건 힘들지만 중요한 부분이나 잘 모르겠는 부분은 꼭 참고해야 도움이 많이 되요.

국시는 어떻게 준비하셨나요?
 국가고시는 내과 중심으로 공부했는데 내과를 확실히 잡으면 소아과랑 외과는 추가적인 것 몇 개만 하면 따라온다고 보면 되죠. 전 문제집이나 교과서 한권을 정해서 기본으로 두고 반복해서 봤어요. 괜히 욕심에 여러 문제집을 뒤적거리기 보다는 그 중점적인 문제집에 여러 내용을 추가로 적어 놓는 식으로 말이죠.

실습은 국시 공부에 많이 도움 되셨나요? 
 실습 돌면서 틈틈이 실습 도는 과의 내용을 충분히 숙지하도록 하였는데 꽤 도움이 많이 된 것 같아요. 실습도 열심히 돌게 되고, 내용도 잘 들어오고, 환자에게도 더 다가갈 수 있고, 여러 가지로 많이 이득이 되었습니다. 실습은 국시를 비롯해 여러 공부에 도움이 되므로 열심히 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국가고시 준비하면서 힘들지는 않으셨나요?
 국가고시는 그렇게 힘들지 않았습니다. 본과 3학년 때 보는 임상종합평가가 정말 힘들었죠. 하지만 오히려 그 시험을 치르고 나니깐 마음이 편했어요. 하루에 7시간씩 꼭 자구 좀 여유롭게 했죠. 건강을 챙기면서 틈틈이 여가활동도 하는 것 이 오히려 수험생활에 많이 도움이 된 거 같아요.


의사로서의 미래.
인턴 돌면서 차차 생각할 것. 



앞으로 진로 계획은요?
 마음에 딱히 정해둔 과는 없어요. 인턴을 돌아봐야 알거 같고요. 기본적으로는 임상과 연구를 병행 하는걸 목표로 두고 있어요. 학교생활 때는 기초에도 남을까 하는 생각이 있었는데 점점 임상이 재밌어 지더라고요. 우리학교에도 임상과 연구를 같이 병행하시는 교수님들이 많이 계시는데 그 분 들처럼 되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한마디 해 주세요.
 주로 에이스들은 타잖아요. 공부하는 사람들의 스펙트럼을 그려보면 타면서 못 하는 사람이 최악이고, 안타면서 안 하는 게 차악이고, 타면서 하는 것이 차선이고, 안타면서 잘 하는 게 최선이라고들 하는데, 이왕 하는 거면 최선이 좋죠. 저는 타는 성격은 아니었어요. 사실 공부를 즐기는 편이었죠. 재미있다고 하는 건 좀 변태지만 뭐든지 즐기면서 하는 게 중요 한 것 같아요. 한마디 덧붙이자면 의사라는 직업이 잘 모르면 죄가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게을리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구요.



▲ 연세의대 고재상씨(좌)와 김지은 기자(우)

 한 시간 가량의 인터뷰를 끝마치고 돌아가는 고재상씨의 뒷모습은 무척이나 듬직해 보였다. 앞으로 의사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며 후배들에게 본보기가 되어줄 모습을 기대하며 인터뷰를 마친다.


김지은 기자 / 가톨릭대학교
<jieunappl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