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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의대협 봄 총회 스케치

표류하는 의대협과 의대생

 

지난 5월 4일 대한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 협회(이하 의대협) 정기 대의원 봄 총회가 순천향대학교 의과대학 향설의학관에서 개최되었다. 총 21개 학교의 대의원과 의대협 국장들이 참여했고, 의대협 재정, 인턴제 폐지 등 여러 현안이 논의된 이 총회에서 그동안의 의대협의 성과와 그 한계가 여실히 드러났다.
 
의대협, 정부 정책결정에
의대생이 참여할 수 있는 길 닦아
 
이번 봄 총회의 뜨거운 감자는 단연 ‘인턴제 폐지’였다. 총회에 참여해 인턴제 폐지안에 대한 설명 시간을 가진 보건복지부 고득영 과장은 그간의 추진 경과를 보고하며, 2011년 초기의 인턴제 폐지 태스크포스는 학생 대표가 빠진 채로 성급하게 입법예고 시도를 했던 점을 인정했다. 2012년 초 인턴제 폐지 논의에 학생들을 포함하라는 언론의 지적과 의대생들의 청원이 있었으며 이후 재구성된 이차 태스크포스에는 의대협 회장이 의대생들의 대표자격으로 참여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의대협은 이 태스크포스에서 시행시기 조정과 R / NR TO조정, 그리고 수련병원의 수련정보제공 등을 논의한 바 있다.
이후 계속된 시행계획 발표와 질의응답에서 고 과장은 최종적으로 의대생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2015년의 인턴제를 폐지할 계획이며(현 본3부터 시행), 2014년에 정책시행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관련된 연구를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과 탐색 기회의 축소와 TO 문제에 대한 대의원들의 질문에 고 과장과, 같이 참석한 왕규창 서울의대 교수는 “과 탐색기회 축소의 부작용은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실습에 임할 경우 거의 없을 것으로 예상되며, TO에 대해서는 별도의 인원을 따로 편성하여 부작용을 최소화 할 계획”이라 답변했다.
총회를 진행한 조원일 의대협 회장은 질문을 3개까지만 허용했는데, 이후 대의원들이 질의응답시간이 너무 짧았음을 지적하자 “질의응답시간이 길어질 경우 보건복지부가 학생들과 충분한 토의를 거쳐 합의를 이루었다는 식으로 외부에 알려질 수 있다”며 “의대협은 학생들의 최종 설문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입장을 정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41개 의과대학중 21개 의과대학
참여... 겨우 의결정족수 넘겨
일각에서 대표성의 문제 제기돼
 
이번 봄 총회에는 총 21개 학교의 학생회장 혹은 회장 대리가 대의원 자격으로 참석했다. 이는 총 41개 의과대학 수의 반을 조금 넘는 것으로서, 회칙 상 규정된 의결정족수(총 대의원의 반 이상 출석)을 겨우 넘는 수치이다. 그러다 보니 조 회장이 대의원들에 “절대로 중간에 가면 안된다”라고 말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런 상황은 현재 의대협이 가지고 있는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다.
현 의대협에는 41개 의과대학이 모두 가입되어 있다. 그러나 과연 의대협이 실질적으로 학생들을 ‘대표’하는지에 대한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이번 총회에서 제기된 회비문제이다. 의대협 총회에서 의대생 한 명당 5000원의 회비를 걷기로 대의원들이 결정한 바 있으나, 4월 30일 작성된 의대협 중앙계좌 결산안에 따르면 41개 의과대학중 불과 21개 의과대학에서 회비가 걷혔으며, 그나마 납부한 학교들 중에서도 전원이 아닌 일부 학생만 납부한 학교가 여럿 있었다.
의대협과 의대생의 불통문제도 지적받고 있다. 의대협은 페이스북 계정과 각 학교의 집행부원들을 통해 일반 의대생과 소통을 시도하고 있지만 원활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예컨대 봄 총회 이후 의대협은 인턴제 폐지 설문조사를 시행하며. 각 학교 학생회장들에게 설문 참여를 독려할 것을 부탁했으나 본지 확인 결과 설문조사에 대한 공지를 받지 못한 학생들도 여럿 있었다. 또 이 설문조사에 대해 인터넷 커뮤니티와 의대협 페이스북 계정에서 중복투표와 비의대생의 투표 가능성, 그리고 편향된 문항에 대한 많은 비판이 제기되었으나 의대생들은 이에 대한 의대협의 설명을 전혀 듣지 못했다.
인턴제 폐지, 서남의대 사건 등 최근 의대생이 합심하여 목소리 내야할 상황이 심심찮게 늘어감에 따라 의대생 전체의 의견을 수렴하고 이익을 대변할 단체의 필요성이 절실하다. 의대협이 이러한 취지로 움직이고 어느정도의 시도와 성과를 낸 것은 괄목할 만하나 대표성이나 그 활동에 대해 좀 더 세심히 되돌아보고 의대생 대표단체로서의 정체성 및 실효력 획득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고유라 기자/서남
<youzr-_-a@e-mednews.com>
박형수 수습기자/아주
<peter10cjswo@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