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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생, 우리는 ‘을’이 아닌 ‘갑’이다

 

지난 5월 15일 보건복지부는 본래 2015년 실시 예정이었던 인턴제 폐지와 관련해 의대·의전원협의회(이하 의대협)와 시행시기에 대한 공동 설문조사와 정책 토론회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입법예고 개정안에 반영하기로 합의했다. 의대생들에 적용되는 법안에 대하여 당사자인 학생들이 직접 정책에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된 것이다. ‘어른’들이 결정하는 정책 결정에 있어 대부분 갑이 아닌 을의 존재가 되어야만 했던 ‘학생’들. 하지만 이번 결정은 학생들의 노력이 정책의 보완과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음을 크게 시사하고 있다.

 

이미 ‘을’이 되어버렸거나
‘을’을 자초하는 학생들  

 

관료주의와 소통의 부재,
정치계에 의료 전문인 부족으로
학생들 답답함 느껴

 

물론 학생들이 독자적으로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정치라는 생소한 분야에서 학생들이 의견를 낼 수 있는 창구를 찾는 것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설령 목소리를 낸다 하더라도 복잡한 절차와 관료제에 가로막혀 버리는 경우도 흔하다.
서남의대 사태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2월, 재학생들은 개강을 앞두고 교육권 보장을 위한 요구안을 교육과학기술부에 전달하려 했다. 그러나 각 부서에서는 “우리 소관이 아니다”라며 고개를 돌렸다. 재학생 대표는 8개 부서를 전전해야만 했고 결국 부서를 통한 직접 전달이 아닌 민원 접수로 신고가 들어가야만 했다. 신고에 대한 신속하고 명확한 응답 또한 들을 수 없었다. 뿐만 아니라 사태 해결에 필요한 생산적 소통의 장이 되어야 할 간담회에서는 기존 주장을 반복할 뿐이었다. 이미 촘촘히 짜여 있는 판에 학생이 낄 수 있는 자리는 매우 좁았고 간담회에 참여했던 학생들은 '대체 우리가 무슨 논의를 위해 이 자리에 있는 것인가'라는 회의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뿐만 아니라 지난 5월 4일 인턴제 폐지와 관련한 의대협 총회에 참석했던 한 학생은 “학생들이 인턴제 폐지와 그에 따른 현재 PK 실습과 관련한 질문을 던졌으나 보건복지부 관계자들은 기존의 설명회 보고서 내용을 다시 한 번 ‘읽었고’, 의대생의 실습 체계 등에 대한 지식이 매우 부족해 보였다”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처럼 의료와 관련된 여러 정치 부서에 의료계 및 의대생 현실에 대해 잘 아는 전문인의 수가 부족한 것도 학생들과의 소통의 제약점으로 작용했다.

 

학생들의 관심 부족과
의견 수렴 과정에도 책임 있어

 

이번 외부적 한계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인턴제 폐지안 개정 요구처럼 학생들이 직접 정책 결정에 목소리를 내게 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물론 그와 같은 결과를 얻기까지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조원일 현 의대협 회장은 정부와의 문제보다도 의대생 내부적으로 발생하는 문제로 인한 어려움이 더 컸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설문 조사를 실시하기 전 충분한 사전 정보 제공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각 학교 학생회장을 통해 설명을 할 것을 공지했으나 충분히 전달되지 않은 점이 있다. 이전보다는 많이 개선되었지만 여전히 학생들의 관심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일각에서 나오는 의대협의 대표성에 대한 문제 제기에도 일부 동의하였다. 그러나 그는 현실적으로 인턴제 폐지 등과 같은 사안에서 의대생의 의견을 모으고 정부와 의견 교환을 할 수 있는 창구는 의대협이 유일함을 강조했다. 그는 “현실적으로 공부에 치이는 의대생들 모두가 정치적인 문제에 관심을 갖기란 어렵다”라고 언급하며 “의대협 집행부의 역할은 그와 같은 사안들에 대해 학생들이 관심을 갖도록 주의를 환기시키고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힘쓰는 것”임을 밝히며 의대협에 대한 신뢰와 관심을 다시 한 번 촉구했다.

 

‘갑’이 되고 싶은 학생들,
우리가 ‘갑’이 될 순 없을까?

 

입법 과정에 의견을 투입하고 정책 피드백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일은 비단 정치인들만의 일은 아니다. 가장 기본적인 정치참여 방법인 선거로부터 정당의 청년비례대표까지 조금만 둘러보면 학생으로서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은 의외로 많다. 선거에 참여하는 것도 투표에 그치지 않고 자신이 지지하는 공약을 가진 후보의 당선을 돕는 참모로서 대선 캠프에 참여하여 활동할 수 있고, 각 각 당의 대학생 정책 자문단, 대학생 위원회의 위원이 되어 선거 유세원으로서 특정 후보를 지지할 수도 있다. 이 밖에도 학생들이 정책 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들은 다음과 같다.

◇ 정당 내 대학생위원회 : 현재 우리나라의 정당은 대부분 대학생위원회를 가지고 있다. 대학생위원회는 대학생 권리 증진을 위해 존재한다. 정당 내에 있는 모임이지만 당내 기구로서 자치적인 활동을 보장 받는다. 그리고 대학생, 청년을 위한 정책 연구를 하고 실제로 정당에 제안하기도 한다. 대학생정책자문단에서 발표한 정책 중 다수가 실제 입법이 이루어지거나 중요 참고 사항으로 쓰였다. 카드 수수료 인하, 마이스터 고교 설립 정책, 파생 금융 개정 정책, 대학생 부재자 투표 개선 방안이 이루어 졌다. 실제로 2010년 6월 지방 산거에서 대학생 부재자 선거 개선 방안이 수렴돼, 대학교에 부재자 선거 투표소가 설치되는 데 도움이 되었다. 대표적인 대학생위원회로는


새누리당의 ‘블루엔진’
(cafe.naver.com/blueengine),
‘청년 정치 아카데미’
(cafe.naver.com/saenuriuniv),
민주당의 ‘가온’
(club.cyworld.com/gaoncouncil),
‘대학생 정책 자문단’
(club.cyworld.com/openup)
등이 있다. 

 

◇ 국회의원 인턴 : 대학생이 국회 인턴이 되기는 쉽다. 대학생은 ‘인턴보좌관’이라는 이름으로 국회의원실의 무급인턴을 할 수 있으며 인턴을 뽑는 것은 의원인 고유의 권한이다. 의대생의 경우 국회의원실로 선택실습이 가능하며 해당 의원실 측에 동기를 적어 보내 의결과정을 직접 보고 배울 수 있다. (92호 성역(聖域)없는 선택실습, 어디까지 가봤니? 참조)

 

◇ 국회 의정 모니터 활동 : 국회 의정 모니터는 법률소비자연맹에서 주최하는 국정 감사 활동이다. 국회의 전반적인 일 중 특히 국회 상임위원회를 꾸준히 모니터하면서 상임위의 활동 자료를 분석·종합하여 국민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주된 활동 내용이다. 신청은 법률연맹 홈페이지(www.goodlaw.org) ‘봉사활동 신청’ 코너에서 받고 있다.

 

◇ 사회운동, 시민단체 활동 : 1인 시위나 집회에 참석하는 것도 사회 운동의 방법이다. 사회운동의 범위는 넓고, 시민단체 활동의 종류는 많다. 따라서 본인이 바꾸고 싶은 부분에 맞는 시민단체를 찾아 자신의 힘을 보태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국가장학금 확대, 반값등록금문제와 관련해서 많은 대학생들이 시민단체와 연계하여 주장을 하고 있다. 시민단체는 정치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정책 결정에도 영향력을 발휘한다.

 

고유라 기자/서남
<youzr-_-a@e-mednews.com>
박형수 수습기자/아주
<peter10cjswo@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