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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터디... 하시나요?

함께 모여 공부하는 그룹스터디

 

본과 4학년인 의대생 안모군은 최근 공부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국시준비를 열심히 하고 싶은데, 국시는 한참 남았고 학교에서 보는 시험은 많지 않아, 혼자 공부하기에는 집중도 잘 안되고 효율이 떨어진 탓이다. 주변 옵세시브한 친구들은 오래 전부터 꾸준히 그룹스터디를 해왔다고 해서 ‘나도 시작해볼까?’했지만, 그룹스터디는 어떻게 하는 것인지, 괜히 친구들하고 모여서 잡담만 하게 되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기만 하다.

각종 스터디 모임이 활발한 타 단과대학과 달리, 의과대학은 그 학습량이 방대하고, 암기가 주된 공부법을 이루는 특성상 학생들이 모여 토론하며 함께 공부하는 분위기는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의과대학에서도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교육과정에 PBL(Problem Based Learning)등의 그룹학습법을 도입한 학교가 많고, 학생들 자체적으로도 그룹스터디를 하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학년별 그룹스터디의 특성

 

주로 본과 1, 2학년은 기초의학과 임상의학을 처음 배우는 과정인 만큼, 학교시험대비 위주의 그룹스터디가 활성화 되어있다. 학교별로 친한 동기들끼리 시험 전에 야마 답을 맞춰보고, 각자 궁금했던 내용을 토론하고, 학년 내에 여기저기 떠도는 자료들을 공유하는 형태의 스터디가 대부분이다.
본과 3, 4학년은 국가고시대비 그룹스터디가 활성화 되어있다. 본과 3학년 학생들은 PK일정이 비슷한 학생들끼리 모여서 실습 뛰었던 내용들을 KMLE교재나 본1,2때 공부했던 교재를 통해 공부하는 형태의 그룹스터디가 많고, 본과 4학년 학생들은 1학기에는 KMLE교재를 통한 국시준비, 2학기에는 OSCE/CPX를 대비한 그룹스터디가 대다수를 차지했다.


멤버의 구성

 

스터디 멤버는 평소 친한 학생들끼리 모여서 하는 경우가 많았다. 친분과 관계없더라도, 학년이 높을수록 실습 등의 개인일정이 비슷한 학생들끼리 모여서 공부하는 경우도 많다. 그동안 그룹스터디를 꾸준히 해온 전남대 본과 4학년 배성아 학생은 스터디 인원은 ‘3~4명이 딱 좋다’고 말한다. 스터디의 생명은 꾸준함인데, 이보다 인원수가 많으면 일정관리가 좀 잘 안 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만약 구성원이 6~7명이 넘은 그룹이라면 시간상 정보공유를 하기 보다는, 서로 공부를 하고 있는지 감시하는 (예를들어 문제집 진도 체크) 형식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았다.

 

좋은 스터디 멤버 vs
나쁜 스터디 멤버

 

그룹스터디를 하는 학생들이 꼽는 좋은 스터디 멤버의 조건은 ▲성실하고 공부하고자 하는 열의가 많은 학생 ▲학습능력과 정보력이 뛰어난 학생 ▲인간성 좋고, 친화력이 뛰어난 사람 등이었다. 반대로 함께 공부하기 힘든 멤버의 특성으로는 ▲약속을 지키지 않는 불성실한 학생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이기적인 학생을 꼽았다. 모든 사회생활이 그렇듯이 서로 조금씩 양보하고 배려하고 희생하는 모습을 보여줄 때 좋은 그룹스터디가 될 수 있다고 많은 학생들은 입을 모았다.

 

그룹스터디 공부법

 

대다수의 그룹스터디들은 비슷한 공부법을 채택하고 있었다. ▲모임 때마다 KMLE 교재 중 일정 범위를 정한 후, 각자 공부하고 풀어오는 방식 ▲멤버별로 각각 일정 범위를 할당하고, 그 범위의 내용에 대해 각각 체계적으로 공부해 와서 멤버들에게 설명해주는 방식 ▲이전의 모의고사나 KMLE 기출문제 오답정리 하면서 공부하는 방식 등 이었다. 다만 스터디 그룹별로 진도는 차이가 있었는데, 각기 멤버들 일정에 맞춰서 그때그때 페이지수를 정해서 공부하는 그룹도 있고, ‘언제까지 KMLE교재 1독’ 등의 특정 목표에 맞게 스터디 일정을 짠 그룹도 있다. 모임 장소도 천차만별이었다. 서울 강남역이나 홍대, 신촌 등의 스터디카페를 미리 대여하여 정기적으로 이용하는 곳도 있고, 학교 도서관의 동아리방이나 그룹스터디 방을 이용하기도 했다. 가장 특이했던 어떤 그룹은 룸소주방을 예약해서 스터디 후 친목을 다지는 시간을 갖는 경우도 있었다.

 

내부규칙

 

체계적으로 잘 진행되는 그룹스터디들은 엄격한 내부 규칙이 있는 것이 특징이었다. 대다수 그룹들은 주로 벌금제도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모임에 지각 또는 결석하면 얼마, 미리 정했던 진도를 맞추지 못하면 얼마 하는 식의 벌금제도를 운영 중인 곳이 많았다. 벌금액수도 범칙자가 꽤나 부담을 느낄만한 수준으로 정한 곳이 많았다. 제도의 실효성을 위해 실제로 어떤 그룹은, 미리 예치금을 걸어놓고 그 예치금에서 벌금을 차감하는 형식으로 규율을 만들어서 벌금이 미납되는 일을 미연에 방지한 곳도 있었다.

 

그룹스터디의 성공원칙 5가지는 ▲시간과 장소를 고정시키는 것이 좋다. ▲ 벌금을 걷어라. ▲성취 가능한 목표를 정하라. ▲커리큘럼이 명확해야 한다. ▲너무 친해지지 마라. 이다. 수학자 유클리드는 “공부에 왕도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공부가 제아무리 멀고 험한 길이라도 함께 가는 동반자가 있다면, 그 발걸음만큼은 따뜻한 봄 햇살 아래서 산책하는 것만큼 가볍지 않을까?

 

박정원 기자/전남
<parkjw88@e-med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