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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입원은 이제 그만

112호/문화생활 2016. 11. 30. 00:27 Posted by mednews

강제입원은 이제 그만

 

 

영화 ‘덕혜옹주’를 보면 몇 겹의 문으로 잠긴 정신병원 병실 안에 머리가 하얗게 센 덕혜옹주가 벌레든 음식을 보고 실성하는 장면이 나온다. 실제로 덕혜옹주는 일제의 핍박과 통제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이었는지 이미 10대 후반에 조현병 진단을 받았는데, 결혼 이후 증세가 더욱 악화되어 이상행동을 자주 보였다. 1945년 해방 이후 일제의 패망으로 남편 소 다케유키가 백작 신분을 잃어 그녀의 치료를 집에서 감당할 수 없게 되자 덕혜옹주는 정신병원에 입원되었다. 영화를 보고 나서 현재 우리나라 정신병원 입원절차가 어떻게 마련되어 있는지 궁금해졌다. 2016년 올해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자료들을 소개한다.

 

지난 2월, 정신건강 종합대책 확정심의위원회 설치하여
입원 적합성 여부 판단
부양의무자에 앞서 성년후견인의 동의 필요

 

지난 2월 25일 정부는 제78회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열고 ‘정신건강 종합대책’(2016~2020년)을 논의·확정하였다. 국민 4명 중 1명이 생애에 걸쳐 한 번 이상 정신건강 문제를 경험한다는 2011년 정신질환실태 역학조사에서 나타나듯 우울, 불안, 중독과 같은 우리 사회의 정신건강 문제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이로 인한 자살, 범죄 등의 사회적 비용도 함께 증가함에 따라 국민 정신건강 문제의 사전 예방과 조기 관리에 중점을 두어 대책을 마련한 것이다. 그중 강제입원 절차 강화 항목이 있는데, 여기서 강제입원이란 보호의무자 및 기초자치단체장에 의한 입원이나 응급입원을 말한다. 강제입원이 가진 인권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5개 국립정신병원(국립정신건강센터(구 국립서울병원), 국립 춘천·공주·나주·부곡 병원)에 ‘입원 적합성 심의위원회’를 설치하여 강제입원 시 공적 영역에서 입원 적합성 여부를 판단한다. 또한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처리 능력이 결여된 사람을 대신해 법원이 법적 후견인을 선임하는 성년후견인 제도에 따라, 강제입원 시 민법상 부양의무자(직계혈족 및 배우자)에 앞서 성년후견인의 동의를 받도록 하여 가족 간 불화, 재산문제 등으로 인한 부적절한 입원 등의 피해를 받지 않도록 한다. 독일, 프랑스의 경우 법원에서 입원 및 계속입원 여부를 결정하는 것처럼, 사법기관이 입원 적합성 여부를 최종적으로 판단하는 체계를 구축하여 부적절한 입원으로 인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보호하는 것이 중장기적 계획이다.

 

지난 5월, 정신보건법 전부 개정
입원 요건 강화 및 진단 입원 제도 신설

 

지난 5월 19일에는 의료법 일부 개정 법률안 등 12개의 소관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였는데, 그중 하나인 정신보건법 전부 개정 법률안은 강제입원제도의 입원 요건 및 절차를 강화하고 입원 적합성에 대한 외부 심사 체계를 도입하였다. 입원필요성 또는(OR) 자·타해 위험이었던 입원요건이 입원필요성 및(AND) 자·타해 위험으로 강화되고, 소속을 달리하는 2명 이상의 정신과 전문의 간 일치된 소견으로 치료입원을 결정하는 진단입원 제도가 신설된 것이 지난 2월에 확정된 정신건강 종합대책에 비해 획기적으로 개선된 부분이다. 외부 심사 체계에 대한 부분은 보호의무자와 정신과 전문의가 강제입원을 결정한 뒤에 외부의 객관적인 심사를 한차례 더 받도록 규정한 것으로, 지난 2월의 논의된 입원 적합성 심의위원회를 말한다. 강제입원 심사 과정은 다음과 같다. 먼저 강제입원을 하면 정신병원은 3일 내로 입원 적합성 심의위원회에 입원사실을 신고해야 한다. 입원 적합성 심의위원회는 정신과 전문의뿐 아니라 법률가, 인권전문가, 정신질환에서 회복된 사람 등을 포함하여 10명에서 30명으로 구성하고 심사대상이 되는 사람이 입원한 기관에 소속된 사람은 그 심사에서 제외되어 심사의 객관성을 확보하고 있다. 입원 적합성 심사는 서면 또는 대면으로 이루어지고 환자가 최초로 병원에 입원한 날부터 1개월 내에 심사 결과가 통지되어야 한다. 심사 결과 입원

이 부적절한 경우 정신병원 원장은 그 환자를 지체 없이 퇴원시켜야 한다.

 

2014년에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유형별 입원현황에 따르면, 자의입원이 29.7%, 강제입원이 68.8%(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 68.6%, 시장·군수·구청장에 의한 입원 0.2%)이었다. 현행법 아래 강제입원이 상대적으로 쉽기 때문에 그 비중이 놀라울 정도로 큰 것이다. 지난 5월 정신보건법이 획기적으로 개정되면서 강제입원 요건 및 절차가 까다로워지고 외부 심사까지 도입된 만큼 강제입원 피해자가 오늘보다 내일 더 적어지길 바란다.

 

 

 

서예진 기자/성균관
<jasminalex@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