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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다 같은 당이 아니다!

112호/문화생활 2016. 11. 30. 00:22 Posted by mednews

당, 다 같은 당이 아니다!

 

 

지난 4월 7일,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 는 가공식품을 통한 당류 섭취량을 2020년까지 1일 총 에너지 섭취량의 10% 이내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하는 “제1차 당류 저감 종합 계획”을 발표하였다. 다른 나라에서 시행하고 있는 설탕세와 같은 강력한 규제를 도입하지는 않았지만, 이번 발표를 통해 국민들의 당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관심을 높이고 있다. 이에 따라, 식품 기업에서는 당류 함량을 낮춘 각종 식품들을 내놓았고, 소비자 단체에서도 당류가 지나치게 높은 식품들에 대해서는 언론을 통해 알렸다.

 

우유에 각설탕 3개분의 당류 들어가,

바나나는 2배

 

하지만, 이번 계획에서 모든 당류가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식약처에서 밝힌 에너지 섭취량의 10% 이내로 만들고자 하는 당류는 가공식품에 포함된 당류만을 말한다. 또한, 가공 식품 중에서도 우유는 제외다. 가공식품이 아닌 과일이나 채소에 포함된 당류도 제외이다. 하지만, 우유 200ml에는 각설탕 3개분의 당류가 들어있다. 콜라 100ml에 들어있는 당류와 비슷한 양이다. 건강에 좋다고 알려진 우유도 꽤 많은 양의 당류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바나나 1개의 들어있는 당류의 양이 콜라 한잔 200ml에 포함된 당류의 양과 같다는 것이다. 만약, 바나나를 가공한 식품의 경우 첨가당 없이도 콜라와 같이 높은 값의 당류 함유량을 나타낼 것이다.
이렇게 같은 당류이지만, 정부가 가공식품으로 제한을 둔 이유는 당류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포함되기 때문이다. 영양성분표에서 나타내는 당류는 단당류인 포도당, 과당, 갈락토오스와 이당류인 맥아당, 유당의 함량을 합한 값을 나타낸다. 이 중에서 정부가 제한하고자 하는 당은 주로 과당이다. 과당은 포도당에 비해 섭취시 포만감이 덜 들어 식욕을 억제시키지 못하고, 세포에서 더 쉽게 지방으로 축적된다. 그래서 정부는 가공식품에 들어있는 설탕, 액상과당을 제한하고자 하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과일에도 많은 양의 과당이 들어있는 데, 이 과당과 설탕, 액상과당 같은 가공된 과당은 같은 종류의 당이다. 과일 속 과당과 가공된 당의 차이는 바로 영양학적 가치이다. 같은 당을 먹더라도 과일 속 무기질, 비타민이 주는 긍정적인 영향이 당이 몸속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보다 더욱 크기에 과일 속 당은 섭취량 제한에 제외시킨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당의 섭취가 치명적인 당뇨병 환자의 경우에는 과일 속 다른 성분이 몸에 주는 긍정적인 영향보다 당으로 인한 부정적 영향이 크기 때문에 당류가 높은 과일은 되도록 피해야 한다. 또한, 같은 양의 과당이 들어가더라도 과일 속 다른 성분이 실제 같은 양의 설탕만 섭취했을 때보다 덜 흡수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이는 과일 속 식이섬유에 의한 것이다. 식이섬유는 소장에서 포도당의 흡수를 지연시켜 비교적 당을 덜 흡수하도록 만든다.

 

몸에 더 나쁜 당 알기 위해선 원재료 확인 필요

 

결국 정부가 규제하고자 하는 당은 첨가당이다. 미국농무부(USDA)와 미국보건부(DHHS)는 첨가당을 백(흑)설탕, 과당 시럽, 꿀, 덱스트로즈 등으로 설명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공제품 뒷면에 표시된 영양성분표에는 어떤 당이든 ‘당류’라는 하나의 분류로 모든 당의 함량을 표시하고 있다. 식약처에서는 앞으로 당류 함량 표시와 함께 ‘% 영양성분 기준치’ 표시를 의무화 한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이를 포괄하여 표시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어떤 종류의 당이든지 모두 같은 당류로 함량이 표기되기 때문에 소비자는 어떤 종류의 당이 어느만큼 함유되었는지 분별하기 힘들다. 영양학적 가치가 떨어지는 당이 포함되어 있는지의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원재료 표시란을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설탕이나 액상과당이 적힌 것은 당연히 첨가당이 함유되어 있는 제품이다. 그런데, 무설탕이라고 제품앞에 적혀있거나 광고하면서 다른 첨가당을 넣는 제품들이 종종 있다. 포도당의 다른 말인 ‘덱스트로스’나 ‘글루코오스’, 이당류의 다른 말인 ‘말토덱스트린’, ‘이소말트’ 또한, 첨가당이다. 마트에서 캔커피나 주스를 살펴본 결과, 많이 보지 않더라도 손쉽게 이러한 첨가당이 들어간 제품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러한 첨가당들은 대체로 설탕이나 액상과당과 비슷한 영향을 보이기 때문에, 설탕이나 액상과당이 없다고 하더라도 안심할 수 없다. 건강하게 당을 섭취하고자 하는 소비자들에게는 원재료명을 살펴보는 꼼꼼함이 요구된다.

 

 

 

임채린 기자/가천
<cl_mak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