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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부문

최우수상

무말랭이

강경모 (서울대학교 본과 4학년)

 

달이 처마에 걸려 넘어질 즈음
시골집 마당 한편에 널브러졌던
갓 무친 무말랭이 한 움큼 올랐다

젓가락으로 집어 살펴보니
아침저녁으로 몹시 시리다는
할매 손가락을 묘하게 닮았다

세월과 함께 마른 당신은 아닐까
찬을 놓는, 조금 더 앙상한 손과
구불해진 등을 보며 생각했다

어서 많이 묵으라 내 새끼
시큼한 햇볕으로 절여진
짭짤한 목소리 한 조각 들었다

오독 오독 잇자국을 남기며
시나브로 퍼지는 매콤한 정(情)을
오랜만에 음미하며 꿀꺽 삼켰다

 

<수상소감>
지난 초가을 외할머니 댁을 잠깐 방문하였을 때 저녁상에 나온 무말랭이를 보면서 문득 시상이 떠올랐습니다. 제주도에서 2남 4녀를 서울로 보내 교육을 시키시고, 할아버지 병수발을 20년 가까이 해오셨던 할머니의 삶이 이 무말랭이 한 접시에 오롯이 담겨 있는 것 같았습니다. 정작 당신은 지금 골관절염으로 움직이는 것도 불편하지만 손주에게 좀 더 맛있는 것을 먹이려는 그 넓고 따뜻한 마음에서 우리 모두의 어머니의 원형을 찾은 느낌이었습니다. 이 시를 읽는 모든 분들이 오늘 어머니에게 사랑하고 감사한다는 말을 할 수 있는 작은 용기를 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저의 어머니와, 저의 어머니의 어머니이신 할머니께 이 시를 바칩니다. 또한 저의 많이 부족한 시에 과분한 평가를 주신 심사위원분들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