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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병, 더 이상 숨기지 말아요!

 

 

 개그 콘서트에서 ‘갤러리 정’이라는 캐릭터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으며, 무한도전의 원년멤버로 활약해오던 개그맨 정형돈이 불안장애를 이유로 지난달 잠정적인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정형돈은 ‘무한도전’, ‘냉장고를 부탁해’ 등 공중파, 케이블 채널 모두에서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었다. 대중들에게 늘 밝은 웃음을 선사했던 그에게 말하지 못할 마음의 병이 있었다는 사실은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을 것이다. 사실 그는 일전에 ‘힐링캠프’라는 프로그램에 게스트로 출연하여 본인의 고충을 토로했던 적이 있었다. 그는 미래에 대해 지나칠 정도로 불안한 마음이 있다고 고백했으며 운 좋게 일이 잘 되다 보니 자신의 밑천이 드러날까 봐 두렵다는 말을 하기도 했었다.

 

 그렇다면 불안장애란 대체 무엇일까?

 불안장애는 공황장애(Panic disorder), 범불안장애(Generalized anxiety disorder), 사회공포증(Social phobia), 광장공포증(Agoraphobia), 특정공포증(Specific phobia),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osttraumatic stress disorder), 일반적 의학적 상태로 인한 불안장애(Anxiety disorder due to a general medical condition), 물질에 의한 불안장애(Substance-induced anxiety disorder), 달리 분류되지 않은 불안장애(Anxiety disorder not otherwise specified)를 포함하는 개념으로 다양한 범주로 분류될 수 있다.
 불안이란 뚜렷한 원인이 없이 생기는 불쾌하고 모호한 두려움과 이와 더불어 각종 자율신경계통의 과민증상들(두통, 발한, 심계항진, 가슴 답답함 등)이 동반되는 기분상태를 말한다. 하지만 시험을 앞두고 겪는 불안감은 정상적인 감정 반응이므로 병적인 불안감과 정상적인 불안감은 구분지어 생각해야 한다.
 정형돈이 겪고 있는 불안장애의 증상과 상황에 대해서 명확히 알려진 바는 없지만 그가 일전에 했던 말을 토대로 생각했을 때 범불안장애가 아닐까 싶다. 범불안장애는 스스로 조절이 안 되는 지나친 걱정과 불안 증상이 6개월 이상 지속되는 만성적인 질병으로, 지나친 걱정은 직장이나 가정생활에서의 이상적인 일과에 대해 모두 일어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안절부절못함, 피로감, 근육의 긴장, 과민함, 집중이 안 됨, 수면장애와 같은 6가지 증상 중 적어도 3가지 이상이 동반될 경우에 범불안장애로 진단할 수 있다. 증상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는 스트레스, 불안에 대한 감수성이 높은 경우, 부정적 감정 경험이 잦은 경우, 우울증이나 다른 불안 장애의 병발 등이 있다.
 일부에서는 연예인들의 경우 보통 사람들보다 예민하고 감수성이 풍부한 성격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고 대중의 시선에 항상 노출되어 있는 직업적인 특성에 의해 불안장애가 많이 발생한다고 보기도 한다. 하지만 불안장애를 연예인들에게 특히 많이 발생하는 질병으로 오인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직업적인 특성으로 인해 불안장애를 비롯한 정신과적 문제가 보통 인구에 비해 연예인에게 더 흔하게 발생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이에 대한 정확한 통계가 밝혀져 있는 것은 아니다. 연예인들의 일상이 대중들에게 쉽게 공개되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될 부분이다. 과거와는 인식이 많이 달라졌다고 하나 한국 사람들에게 정신과적 질환은 다른 질병에 비해 남들에게 쉽게 말할 수 없는 혹은 알리고 싶지 않은 부정적인 시선이 존재하기 때문에 마음의 병을 앓고 있다하더라도 주위 사람에게는 쉽게 알려지지 않는다.
 2011년 보건복지부의 역학조사에 따르면 범불안장애의 평생 유병률은 대략 1.9%로 나타났다. 이는 일생을 통틀어 생각했을 때 100명 중 2명 정도가 범불안장애를 경험한다는 말인데 낮은 수치라 보기는 힘들다. 또한 범불안장애 환자들의 경우는 그들의 증상이 신체장애의 일종이라 생각해서 정신건강의학과를 찾기보다는 주로 모호한 신체증상을 주소로 내과나 가정의학과를 찾아가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이 수치는 과소평가 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우리 주위에도 범불안장애를 비롯한 여러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을 것이라는 얘기이다.
 예전에는 연예인과 관련한 우울증과 자살사고가 기사화되어 알려졌던 반면 근래에는 공황장애 등의 불안장애를 방송을 통해 직접 호소하는 연예인들이 많아졌다. 정신과적 질환을 나만의 문제로 여기며 병원을 찾아가는 것조차 어려워했던 예전의 분위기와 인식이 조금씩은 변화되어 가는 중인 것 같다. 한편, 현대사회에서 정신과적 질환의 유병률은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스트레스 받지 말라는 얘기나 여유를 갖고 편하게 생각해야한다는 여러 좋은 말들이 막상 현실에서는 쉽게 적용되지 않는다. 근본적으로 내 자신을 좀 더 견고히 하고 즐거운 마음을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하겠지만, 스스로 헤쳐 나오기 힘든 상황이라면 주위 사람이나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주저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윤민 기자/건국
<tigerenerg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