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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의학(Military medicine)의 세계

107호/의료사회 2015. 10. 23. 15:07 Posted by mednews

군사의학(Military medicine)의 세계

 

 

 

지난 8월 4일, 경기 파주시 인근 비무장지대(DMZ)에서 북한이 심어놓은 목함지뢰에 우리 군 부사관 2명이 발목을 절단되는 등 크게 다친 사건이 있었다. 당시 이는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등의 문제 등으로 비화되는 등 정치적으로 큰 이슈가 되었다.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나라를 지키다 부상당한 장병들에 대한 보상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에 대한 것이 이슈가 되었고, 또 어떤 이들은 부상 장병들이 어떤 치료를 받게 되는지, 최선의 치료를 받게 되는지에 대한 의문을 표하기도 했다. 우리 군에서는 그들에게 의학적으로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었을까?


군대는 근본적으로 부상에 대한 위협을 내재하고 있는 집단이다. 총탄과 포탄이 오고가는 전쟁터에서 외상이 발생할 수도 있을 것이고, 부대 내에서의 생활은 진지 작업 등의 업무, 행군 등의 훈련, 축구 등의 취미생활까지 모든 면에서 다양한 안전사고의 위험을 수반하고 있다. 나아가 많은 인원이 높은 밀도로 집단생활을 하는 만큼, 전염병에 대한 위험도 또한 높은 편이다. 심지어 장병들은 부조리한 폭력에 의한 외상 위협에도 노출되어 있다.


이처럼 군대는 여러모로 의학적으로 주의 깊게 다뤄야 할 특수한 집단이며, 나라를 위해 봉사하는 군인들에게 국가는 마땅히 그들에게 맞는 맞춤형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이처럼 보건위생부터 외상까지 군대 안에서 벌어질 수 있는 여러 가지 의학적 상황에 대한 학문이 바로 군사의학(Military medicine)이다.

 

 

의학 발전의 역사, 군사의학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 어느 편에서는 항상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전쟁이 생소한 우리 세대들에게 군사의학이라는 개념은 다소 낯설게 여겨진다. 그러나 근대화와 군대, 그리고 의학의 발전은 사실 떼놓고 생각하기 어려울 만큼 복잡하게 얽혀 있다.


대표적인 예가 열병에 대한 진단과 치료의 발전이다. 군사력을 앞세운 식민지 건설이 횡행하던 근대화 제국주의 시대, 압도적인 열강의 침략을 가로막았던 것들 중 하나가 현지의 풍토병이다. 반대로 군인들이 가져온 전염병이 원주민들을 전멸시키는 일도 있었지만, 원인 모를 병으로 쓰러지던 병사들의 상황은 열강들에게 가장 큰 골칫거리였다. 19세기 후반, 세균학의 정립과 군사적 욕망의 결합은 전염병에 대한 인류의 이해도를 급속히 증가시켰다.


또한 제1차, 2차 세계대전 당시 수없이 쏟아지던 외상 부상병들에 대한 처치는 외과학을 급속히 발전시켰다. 현재 상식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외상에 대한 응급의학적 처치법, 정형외과 수술 술기, 수혈 기법은 그 당시에 급속도로 발전하여 현재와 큰 틀에서는 차이가 없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이다. 그 뿐만 아니라 지금은 미용이 차지하는 부분이 커진 성형외과학, 그리고 노인의 치료가 주가 된 재활의학의 발전 또한 전쟁이 없었다면 적어도 수십 년은 더 늦었을 것이라 예측할 정도이다.

 

 

북한 의대 본과 4학년은 통째로 군사의학 과정

 

군의관 수요의 대부분을 민간에서 수련받은 전문의의 의무복무로 채워내는 우리나라에서 군사의학은 다소 생소한 개념인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2,500만의 인구에 적어도 100만, 여러 기관의 추정치로는 120만 명이 군인이며 복무 기간이 10년에 달하는 북한이라면 어떨까? 군사의학은 북한뿐만 아니라 베트남 등 군사력으로 국가를 통제하는 공산주의 국가에서는 가장 중요한 의학의 갈래다.


북한의 의대 교육과정은 국가적으로 교육과정을 강력히 통제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다소 중구난방이다. 예과가 1년 반인 학교도, 2년인 학교도 있으며, 총 교육기간이 5년 6개월인 학교가 있는 반면 7년인 학교도 있다. 이처럼 다양하게 운영되는 북한의 11개 의과대학 교육과정에서 하나의 공통점을 찾는다면, 어느 학교라도 졸업 전 마지막 1년은 군사의학 교육과정이라는 점이다.


북한 군사의학의 자세한 교육과정에 대해서 알려진 바는 없다. 그러나 '사회주의 의학은 예방의학이다'라는 훈시와 군인들의 매우 불량한 영양상태, 콜레라와 결핵, 말라리아 등이 횡행하는 북한 군 부대의 실태를 생각해볼 때 부대 내의 보건위생과 질병 통제와 관련된 내용들이 주를 이룰 것이라 추측된다.

 

 

세계 7위 군사력에도 군사의학은 미흡한 수준

 

우리나라의 군사의학 수준은 어떠할까? 앞서 언급한 것처럼 우리나라의 경우 의무복무를 통해 군 내에 충분한 다양한 분과 전문의를 수급하고 있어 전체적인 수준에 있어서는 세계적으로도 높은 수준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작 비상상황에서 빛을 발해야 할 외상 치료에 대해서는 심각한 맹점들이 눈에 띈다.


과거 아덴만 여명 작전에서 총상을 입은 석해균 선장이 오만에서 긴급이송될 당시, 군에는 총상 치료를 할 수 있는 의사가 없다는 기사가 대서특필된 적이 있다. 결국 석 선장은 이국종 교수의 수술을 받아 의식을 회복하긴 했다. 의사의 잘못도 아니다. 그들은 총기 소유가 금지된 나라에서 종양이나 외상 환자를 맡아 몇 년이나 고생해 수련을 쌓은 뒤 나라의 부름을 받아 군대에 있었을 뿐이다.


그러나 그렇게나 떠들썩하고 넘어간 뒤 4년이나 지나 이번 목함지뢰 사건이 터졌을 때까지도 마땅한 대책이 없었다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 중앙일보의 9월 17일 보도에 따르면 발목 부상을 입은 하재헌 하사가 성남 국군수도병원으로 이송되었을 당시 특수외상 수술을 할 수 있는 전문의는 1명 뿐이었고, 폭발로 입은 상처에 신속히 재건성형술을 수행할 수 있는 의사는 아무도 없었다고 한다. 결국 국군수도병원은 환자를 분당 서울대병원으로 이송했다.


의무복무 국가에서 전문의를 차출해 군의관으로 활용하는 것은 괜찮다. 그러나 그 휴전중인 의무복무 국가에서 장병들에게 제대로 된 치료 하나 제공할 수 없는 것은 아쉬운 일이다. 의무라는 미명하에 차출된 군의관들에게 모든 것을 떠넘기려 하지 말고, 국방비를 제대로 활용해 이런 일이 있을 때 적절한 대처를 해낼 수 있는 전문의를 수급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요구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상황이다.


이준형 기자/가천
<bestofzon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