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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배낭여행자들을 위한 은밀한 가이드

세계 클럽 탐방기


홀로 배낭 하나 짊어지고 목적지도, 일정도 없이 떠나는 여행. 고독한 사색가인연, 청춘을 태우는 음유시인인연 온갖 fecal 폼을 다 잡지만 달포만 넘어가면 대부분 절박한 외로움에 치를 떨기 마련이다.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생판 처음 간 곳. ‘세계를 헤맨다’나 ‘배낭여행 백배 틀리기’ 같은 시정잡서에서 추천하는 곳이라고는 거지생활을 하는 당신들을 위해 찾아 놓은 저렴한 음식점 밖에 없고, 그나마 그곳을 찾아가면 이미 외국인들에게는 따블을 요구하기 일쑤다. 절망한 당신은 대관령 양떼처럼 밀려오는 외로움의 쓰나미를 느끼게 되고, 이에 더욱더 임 만나 뽕따고 싶다는 생각만 간절해질 것이다. 미친 듯이 올라간 환율에도 비행기를 타고 물 건너갔다면 최소한 본전은 뽑아야할 것 아닌가? 이런 백성들을 어엿비 여긴 당 기자 온 몸으로 삽질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은밀한 가이드북을 편찬하여 여기 내놓는다.


[캄보디아, 프놈펜]


어디에 있나? 

벙깍호수 주변의 무허가 게스트하우스 밀집지대 


무엇이 있나? 

호수 주변의 수상가옥을 개조한 게스트하우스 중 유명한 곳들은 물 위에 둥둥 떠 있는 나름의 디스코텍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다 나무판자로 지은 것이라서 36년간 햄버거만 먹고 살아온 것만 같은 달인이 클럽으로 들어오는 순간 목숨의 위험을 느낄 수 있다. 또한 춤을 추다보면 나무판자 사이로 물이 스며들어오는 것을 볼 수 있으며, 조금 더 있으면 발목에 물이 차오른다. 물론 살짝 흥분한 상태에서 몸을 흔들다보면 호수에 빠질 수도 있다.


그런데 왜 이곳인가? 

드넓은 호수 뒤로 펼쳐지는 노을을 보면서 춤을 추다가 만취한 상태로 호수에 뛰어들 수 있는 클럽은 전 세계에서 이곳 밖에 없다. (물론 이 동네 호수는 맨 정신으로는 도저히 다이빙 할 수 없는 덩물이다.)


작업은 어떻게? 

서양인이 많기 때문에 선택폭이 넓지 않다. 당신이 다니엘 헤니가 아니라면 조신하게 동양인을 노리자.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어디에 있나? 

중앙광장과 광장 서쪽 편에 클럽 밀집지대가 있다.


무엇이 있나? 

특별하게 다른 점은 없다. 클럽마다 스트리퍼가 있는 것이 특징이라면 특징이고, 생각보다 보안검색도 까다로워 클럽 안에서 여러모로 행동의 제약이 많다.


그럼에도 왜 이곳인가? 

그렇다. 이곳은 그 유명한, 김태희가 밭을 갈고 전지현이 김을 매는 곳. 단 1그램의 과장도 덧붙이지 않고 스테이지에 올라간 지 10분 안에 당신 주변에서 알짱대는 김태희를 만날 수 있다. 자밀라나 구잘이 예쁘다는 것이 얼마나 어이없는 허상이었는 지 깨닫게 되는데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며, 이와 동시에 삶이란 얼마나 아름다운가, 그리고 세상이 왜 아직 살만한 것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하는 계기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작업은 어떻게? 

이병헌과 이영애에게 감사하라. ‘올인’과 ‘대장금’ 덕분에 대체로 한국인이라고 하면 호감을 표시한다. 안타깝게도 영어가 거의 통하지 않는 동네다. 하지만 우리와 같은 우랄알타이계 어족이기 때문에 전투용 우즈벡 단어만 알면 대화를 하는 건 크게 어렵지 않다. 다른 건 몰라도 ‘치로일리’라는 말은 알아두면 유용하다. ‘너 예뻐’란 뜻.


[스페인, 바르셀로나]


어디에 있나? 

바르셀로나의 대표적인 해변인 바르셀로네타


무엇이 있나? 

해변을 따라 수많은 클럽과 테마 바가 늘어서 있다. 한 번에 1000명까지 수용 가능한 초대형 클럽들이 많고, 고맙게도 입장료를 받지 않는다. 하지만 디자인의 도시라는 이름이 아깝지 않은 세련된 인테리어를 자랑하며, 세계정상급의 DJ들이 펼치는 디제잉 역시 동이 틀 때까지 계속된다. 그러니깐, 여기까지는 강남의 클럽들과 별반 다를 바 없다. 


그런데 왜 이곳인가? 

바르셀로나, 그 중에서도 바르셀로네타가 아니면 볼 수 없는 광경이 있다. 여자A와 브뷔브뷔 중이던 남자A가 갑자기 옆의 남자B에게 붙어 브뷔브뷔를 열정적으로 이어나가는 모습에 살짝 충격 받고 있다가 다시 여자A를 보면 여자B와 키스를 하고 있는 광경 말이다. 동성애자, 이성애자, 양성애자가 혼재되어 거리낌 없이 자유를 누리는 클럽문화는 다른 유럽 국가나 미국, 호주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작업은 어떻게? 

당신이 이성애자라면 성정체성을 바꾸는 편이 작업에 도움이 될 것이나, 그것이 여의치 않다면 게스트하우스에서 오픈 마인드를 지닌 호주인이나 동유럽인들을 상대로 선작업 후클럽하는 편이 좋다. 바르셀로나 클럽 안에서 표준적인 동양인은 병원 안의 예과생보다 하찮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캄보디아, 씨엠립]


어디에 있나? 

앙코르 왓의 도시로 알려져 있지만 막상 시가지는 좁다. 오토바이택시인 뚝뚝을 타고 ‘댄스댄스’라고 하면 알아서 데려간다. 적정가격은 1달러.


무엇이 있나? 

입구 양사이드로 퇴폐마사지 업소들이 즐비할 것이다. 이때 당신을 사로잡는 강렬한 유혹을 이겨내야만 한다. 지면 고국에 HIV와 함께 돌아갈 확률이 높다. 클럽 안으로 들어간다면 일단 이곳들을 추천한 당 기자의 목을 치고 싶을 만큼 허술한 시설들이 보일 것이다. 천정 장식들은 크리스마스트리 장식을 뜯어다가 재활용한 것들 같아 보이고, 조명은 노래방 사이키 몇 개가 뱅글뱅글 돌아가는 수준이다. 


그런데 왜 이곳인가?

바로 느닷없이 시작되는 전통춤 타임 때문이다. 압살라 댄스는 힌두경전을 춤으로 표현한 것인데 이 춤이 디스코 음악이 정신없이 나오던 클럽에서 딩기리둥땅딱거리면서 흘러나온다. 전문댄서들이 스테이지로 나와 공연을 할 것이라고 예상하기 쉬우나, 구석에서 껌 씹던 언니들을 포함해 클럽 안의 모든 현지 젊은이 나와 둥글게 모여 몸을 배배 꼰다. 캄보디아 중에서도 씨엠립에서만 이런 풍경을 볼 수 있다.


작업은 어떻게? 

그닥 클럽에서 작업하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을 것이다. 대신 씨엠립은 아직까지는 일본인 여행자가 많이 찾는 곳 중 하나다. 일본 게스트하우스로 가서 선작업 후클럽하는 것은 씨엠립을 찾는 한국열혈남아의 바이블이자 불문율이다.


[모로코, 셰프샤우엔]


어디에 있나? 

버스로 산을 올라가는 시간만 약 5시간인 리프벨리의 중심부


무엇이 있나? 

없다. 셰프샤우엔은 아프리카의 산토리니라고 불리는 작고 아름답기만 한 전형적인 이슬람 국가의 시골마을이다. 클럽은커녕 바도 없다.  


그런데 왜 이곳인가? 

이곳에서 유럽인들이 소비하는 마리화나 중 80%가 생산된다. 따라서 싼 값에 대마를 하기 위해 전 유럽의 히피들이 이곳으로 모인다. 당 기자처럼 거지같은 생활을 하는 배낭여행자들의 경우 숙소 옥상에 자릿세만 내고 침낭으로 버티는데 셰프샤우엔에서는 이것이 흔한 풍경이다. 고로 게스트하우스의 옥상은 밤만 되면 자연스럽게 해롱해롱한 이들이 넘실대는 클럽으로 변한다. (물론 여행자의 성향에 따라 아주 가끔씩, 철학 살롱이 될 때도 있다.) 단, 현지에서 술을 살 수 없기 때문에, 취하고 싶어 마리화나 피우고 한국 들어와 추가로 법무부 인증 장기휴가를 떠날 생각이 아니라면 인근의 큰 도시에서 위스키를 두 병 정도는 사오는 것을 추천한다.


작업은 어떻게? 

밤이 되면 백 명이면 백 명 다 정신줄을 놓는다. 들이대면 열에 아홉은 성공한다. 만취의 법칙.


[중국, 쿤밍]


어디에 있나? 

쿤밍의 중앙상가거리 초입에 있는 쿤루에 10여개의 클럽이 밀집해있다. 


무엇이 있나? 

클럽이지만 나이트클럽처럼 생겼다. 내부 인테리어가 그렇고, 웨이터도 있다. 하지만 부킹은 스스로 해야 한다. 테이블의 형태 역시 한국의 나이트클럽과 비슷해 건물 내부 가장자리 쪽의 원형 소파와 테이블에는 동네에서 칼부림 좀 한다하는 형님들이 앉아 계신다. 그래서 꼬붕들이 웃도리를 벗고 열심히 춤을 추는 광경은 매우 흔하다. 군바리들이 군복 입고 작업 거는 모습에서 이곳만의 구수함을 느낄 수 있다.   


그런데 왜 이곳인가? 

아직까지 혐한류의 영향이 미치지 않은 지역이다. 즉, 아직까지는 ‘워쓸한궈런(나 한국인이야)’이 작업의 보증수표가 되는 곳이다. 우리 모두 매너있는 작업으로 한국인의 이미지를 쇄신해보자.


작업은 어떻게? 

중국에서는 어딜 가든 가오가 중요하다. 한국에서 M2나 MASS 같은 클럽을 갈 때 입는 정도의 복장으로 들어가면, 들어가는 순간 영웅등극. 여기에 더해서 고급담배인 ‘쭝화中華’를 입에 문다면 당신은 그 날 밤 쿤밍 클럽계의 마오쩌둥이 될 것이다. 물론 촌동네인 만큼 영어가 통하지 않기 때문에 전투 중국어는 기본적으로 알고 있어야 한다. 주의할 점은 지나치게 있는 척 하다가 인 비보 상태로 장기적출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는 점이다.


[태국, 방콕]


어디에 있나? 

방콕물 좀 먹어본 사람들은 RCA, 나나, 빳뽕 등 유명한 클럽 밀집지대들을 이야기할 것이다. 하지만 선수들은 안다. 지금 방콕의 밤을 뜨겁게 달구는 곳은 에까마이 와 통로 지구에 있는 고급 클럽들이라는 것을. 


무엇이 있나? 

초보자들에게 유명한 빳뽕은 러이브쇼와 레이디보이라고 불리는 트랜스젠더들이 많기로 유명하다. 그래서 관광지의 성향이 짙다. 방콕에서 본격적으로 클럽을 가보고자 하는 사람들은 RCA의 루트66처럼 유서 깊고 수질이 어느 정도 검증된 곳으로 몰린다. 하지만 생각보다 정화조가 작동하지 않는 까닭에 여자인 척하는 트랜스젠더들에게 낚여 식겁을 하고 나면 이제 나나 지구의 베드서퍼클럽 같은 고급 클럽을 배회하거나 그냥 현지인에 대한 작업은 접고 카오산로드로 돌아와 외국인 관광객들이 몰리는 클럽으로 간다. 


그런데 왜 이곳인가?

RCA나 나나도 훌륭한 클럽이지만 수질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다른 곳에 초정리 광천수 솟아오르는 수맥이 뚫린 까닭이다. 지금까지 열거한 곳들은 워낙 외국인들에게 유명한 탓에 까올리(한국인)를 비롯한 외국인들만 많고 A급 현지인들은 모두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곳이 바로 에까마이와 통로의 고급클럽들이다. 요즘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클럽은 '제트'로 태국 연예인들을 구경하는 것은 물론 태국 상류사회의 젊은이들이 살아가는 방식을 엿볼 수 있다. 이 클럽에 오는 태국인들은 대체로 영어구사가 능통하기 때문에 의사소통에도 문제가 없다. 


작업은 어떻게? 

까올리에 대한 인식은 대체로 좋다. 문제는 상류층이 많이 모이는 클럽이기 때문에 까올리라는 사실만으로는 별다른 메리트가 없다는 것이다. 즉, 한국에서 이빨 까던 만큼의 노력이 필요하다. 물론, 힘들지만 고생 끝에 낙이 있다고 하지 않았나? 에비앙급 수맥인 만큼 뭄바이 연쇄폭탄 테러를 걱정할 필요는 전혀 없다는 점만으로도 갈만한 가치는 충분하다.


이현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