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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냐 의전원이냐 

갈림길에 선 의학교육체제


이병두 인제의대 학장 

“학제 선택은 대학의 자율권”


*의전원 도입 당시 의료계의 반대가 매우 심했던 이유는 무엇인가?

 -정부가 의전원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이유로는 여러 가지가 있었으나 진짜 취지는 고교 입시 과열 완화 때문이었다. 그러나 의대나 의전원 모두 기본의학교육과정(Basic Medical Education,  BME)을 가르치는 곳으로서 이것은 어떤 체제를 유지하든 본질적으로 같다. 의대교육에 문제가 있어 바꾸는 것이 아니라 고교입시 과열 완화라는 이유 하나로 의대 체제를 바꾸려고 하는 것은 논리가 불충분하다. 그래서 정부가 의전원을 도입하려고 했을 때 41개 의과대학 학장이 모두 반대한 것이다. 그래서 정부가 교육지책으로 내건 것이 “BK21 지원금”과 정책적 지원이었고 이에 몇몇 대학들이 의전원으로 전환한 것이다. 


*현재 의학교육의 많은 문제점들이 있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의전원을 도입한 것은 아닌가?

-한국 의학교육의 문제점은 90년대 후반부터 꾸준히 제기되어왔던 것들이다. 방만한 예과교육제도, 각 학교가 마음대로 운영하고 있는 커리큘럼, 의과대학을 졸업했음에도 불구하고 부족한 진료능력, 부실한 의과대학원교육과 같은 많은 고쳐야 될 문제점들이 있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의전원을 도입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정말 의학교육과정을 개편하려면 의대 졸업 후 수련받는 인턴, 레지던트 교육과정과 남자의 경우 군의관제도가 같이 바뀌어야 해결될 수 있다. 이런 과정을 모두 개편하려면 교과부, 복지부, 국방부가 같이 논의해서 해결해야 할 문제지 교과부가 단독적으로 의전원만 바꾼다고 해서 해결될 수 없다. 


*의전원으로 바뀌면서 국가의 지원금이나 등록금이 늘어나 더 좋은 교육환경과 커리큘럼을 제공할 수 있지 않은가? 기존의, ‘2+4 제도’로도 충분히 좋은 교육환경과 커리큘럼을 제공할 수 있다. 지금 원래의 의과대학에서 했었어야 할 교육을 의전원으로 바뀌면서 돈이 늘어나 더 쉽게 할 수 있는 것뿐이다. 커리큘럼을 개편하고 OSCE나 PCPX를 시행하는 것 모두 의과대학에서도 시행할 수 있다. 만약 의대교육과정에 문제가 있다면 그것은 그 학교가 제대로 운영을 하지 않아서 생긴 문제지 의전원으로 바꾼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또 의전원에서 실제로 더 좋은 교육환경을 제공하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특히 의대와 의전원을 50대 50으로 운영하는 대학은 교육 원가는 같으면서 두 배의 등록금을 받고 있다.


*의전원이 의대에 비해 가지는 장점이나 긍정적인 면은 전혀 없는가?

의대생에 비해 의전원생은 들어올 때부터 목적의식이 뚜렷해 공부를 열심히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공부를 열심히 해서 의학적 지식이 많은 것은 표면역량에 불과하다. 좋은 의사란 의학적 지식이나 스킬이 뛰어난 의사가 아니라 기본적 인성을 갖추고 실력이 있어야 좋은 의사다. 고등학교만 마치고 온 학생과 대학을 마치고 온 사람에게 의료윤리를 가르치면 양쪽 다 윤리적 지식은 습득할 수 있으나 윤리적 감수성(sensitivity)은 고등학교만 마치고 온 학생이 더 뛰어나다. 의전원은 이미 다른 데서 인성교육이 된 학생만을 받아서 지식과 술기만을 가르치겠다는 뜻이다. 의학전교육과정(Premedical education,PME)에서 좋은 의사가 되는데 피룡한 자질과 역량을 교정할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의전원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정부가 고교 교육을 정상화하고 입시 과열을 막는다는 취지로 의전원을 도입했을지 몰라도 내가 보기엔 고요 입시에 4년이 추가되는 것 뿐이다. 사교육비만 늘어났고 이공계는 더 황폐화되었다. 의전원 입학생의 평균 GPA 점수가 3.95라는 통계가 있고 의전원생의 과반수가 소위 마라는 SKY대학 출신이다. 좋은 대학의 우수한 학생들이 모두 의전원으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이는 국가 전체적으로 생각해 봤을 때 엄청난 마이너스다. 또 지방의전원에는 그 지방출신 학생들이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수도권 학생들이 들어간다. 

지금 부산의전원의 90%정도가 수도권 출신이다. 그들이 나중에 졸업하면 그 병원 인턴, 레지던트에 나지 않고 다시 수도권으로 돌아올 것이다. 의료 인력 수급이 전체적으로 불균형 해질 것이다. 


*교과부는 의전원을 도입하면서 2010년 재평가하여 의대 또는 의전원으로 의대교육 시스템을 단일 학제로 확정짓는 것을 공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전 세계적으로 의학교육을 단일학제로 운영하는 곳은 프랑스와 독일 밖에 없다. 이런 나라의 경우 의사가 되는데 드는 비용을 대부분 정부에서 제공하고 있다. 그 외 나라들은 의사 양성학제가 매우 다양하다. 미국의 경우 고교 졸업자든지 석박사든지 모두 의대에 입학할 수 있는 자격이 있다. 다양한 입학 자격을 주는 것이 대부분의 나라에서 운영하고 있는 방식이다. 

 또 지금 ‘2+4제도’와 ‘4+4제도’를 각각 비교하여 어느 학제로 갈지 결정한다고 하는데 이는 말이 되지 않는다. 제대로 된 학제 평가를 하려면 의전원을 졸업한 학생들이 사회에 나가 임상의로 활동하는 시기, 적어도 앞으로 15년은 있어야 한다. 현재는 그 시기도 맞지 않고 평가항목들도 부적절하다. 


*의전원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이 1만 명이 넘고 15개의 학교가 완전히 의전원으로 자리잡은 상황에서 다시 의대로 돌아가는 것은 어렵지 않겠는가?

 만일 의전원에서 의대로 다시 돌아가겠다고 결정을 한다면  발표 후 5년쯤 뒤에 다시 돌아가면 된다. 그리고 편입 비중을 지금보다 확대시키는 방안이 있다. 실제로 서울대는 원래 의대 정원의 30%를 편입으로 선발해왔다. ‘2+4제도’로 운영하면서 일반편입, 학사편입 비중을 확대하면 의전원을 하지 않고도 다양한 전공의 학생들을 선발할 수 있다. 


*의학교육이 어떤 방향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가? 

 영국처럼 ‘2+5제도’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본과 4학년을 마치고 예비면허를 주고 본과 5학년 때 제대로 된 실습을 하는 것이다. 지금처럼 말도 안 되는 인턴 과정은 없애고 졸업 후 바로 레지던트 과정으로 들어가야 한다. 또 지금보다 일반편입을 늘려 다양한 학생들이 의대에 들어올 수 있도록 해야 하고 군의관 복무연한은 27개월로 줄여야 한다. 그리고 인턴 선발시에 변별력 없는 의사국가고시 점수를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내신이나 PBL, CPX 성적을 더 반영해야 한다. 지금의 의사국가고시는 임상수행능력을 평가하기에 적절치 않다. 따라서 학제는 대학에 맡기고 정부는 입학정책과 수련과정을 개선하는데 적절한 지원을 하는 것이 옳다. 


정성광 경북대 의전원장 


*의전원에 대해 많은 의대학장들이 직/간접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처음부터 의료계의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채 제도가 도입됐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가 의사,약사,법률가와 같은 고급인력을 학사가 아닌 석사로 교육하도록 전반적인 교육체계를 바꾸어가는 중이다. 로스쿨 같은 경우에는 모든 법과대학의 학장들과 교수들의 동의와 적극적인 움직임이 있었지만 의전원은 그렇지 못했다. 이는 의대 교수들이 현재의 의대교육 체계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민의 다양한 기대에 부응하고 신뢰를 얻는 의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의학교육의 질을 높이고 앞으로 발전해나가야 한다. 따라서 해방 이후 50년 동안 똑같이 지속되어 온 의학교육체계를 변화시키려는 시도를 하는 것이다. 


*정부가 의전원 제도를 추진한 목적은 기초연구능력을 갖춘 의사와 다양한 배경을 가진 의사를 양성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이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이 많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의전원생의 70%가 생물학 전공 출신이라는 것을 나도 안다. 이것은 아무래도 의전원 입시제도 자체가 생물학과와 같은 자연계 전공 자에게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의전원생을 뽑을 때 100% MEET나 GPA 점수 등으로 학생을 선발하지 않고 다양한 전형을 통해 일부는 특기나 봉사, 그 학생이 가지고 있는 잠재력 등을 보고 선발해야 한다. 우리학교의 경우 정원의 약 10%가 문과나 다른 전공 출신이다. 또 기초 연구를 하려고 하는 학생들이 없다고들 하는데 내가 보기엔 그렇지 않다. 올해 우리 학교 학생 중에도 2명이나 기초를 하겠다고 나섰다. 과거에 비하면 큰 차이다. 


*의전원 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많은 사람들이 2배로 비싼 등록금에 대해 지적하고 있다.

 그것은 과거와 같은 교육을 제공하면서 더 많은 등록금을 받는 일부 대학의 문제이다. 우리학교의 경우 의전원으로 전환하면서 많은 커리큘럼과 학생편의시설을 바꾸었다. 심지어 임상실습에 필요한 도구, 가운이나 라이트, 펜, 해머까지도 제공해준다. 의학교육에는 분명 돈이 많이 들어간다. 효율적인 면으로 따지자면 이전의 싼 등록금으로 딱 필요한 만큼의 교육만 제공하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국제적 수준, 미국과 같은 의학교육을 제공하려면 돈이 많이 들어간다. 우리 같은 국립대의 경우 정부의 지원을 받아서 의과대학을 운영하기 때문에 과거와 같은 시스템으로는 좋은 의학교육을 학생들에게 제공하기에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의전원으로 바뀌면서 학생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크게 확대되었다. 


*의전원으로 전환되면서 군의관 부족이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이에 대한 대안이나 해결책은 없는지?

 이것은 의전원 전환 계획 당시부터 예측됐던 문제로 그 당시 국방부와 교과부가 입대 가능 연령을 높이고 복무기간을 단축하며 의전원생에게 군장학금을 주고 장학금을 받은 만큼 군대에 가서 군의관으로 복무하는 대안들이 논의됐었다. 그러나 현재 국방부가 미리 계획된 계획으로 가지 않고 새로 국방의전원을 세우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이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또 국방부가 너무 안일하게 군대의 의료를 갓 졸업한 의대생들로 해결하려고만 한다. 군대의 의료도 질이 높아져야 한다. 미국 같은 경우 현장에서는 위생병이 간단한 처치만 하고 치료는 민간 의사들이 고용된 좋은 국군 병원으로 이송해서 한다. 


*현재 많은 의과대학장들이 의학교육제도를 대학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학 자율에 맡기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교육이라는 것은 국가백년대계로 정부가 정책적으로 결정해야 할 사항이라고 생각한다. 교육제도를 각 대학에 일임하여 자유롭게 선택하는 것은 시장경쟁논리를 교육부문에 적용하는 것으로 매우 부적절하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은 인구가 밀집되어 있고 교육열이 높은 나라에서 지금처럼 복잡하게 의전원, 의대, 50대 50의 3가지 체제가 지속될 경우 다양한 입시제도에 따른 국가적 낭비와 의료계의 갈등만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또 의학교육제도를 대학 자율에 맡겨 만약 예전처럼 의대로 돌아가겠다고 하면 학교 입장에서는 쉬울지 몰라도 의전원 입시를 준비하고 있는 1만여 명의 학생들, 입시 관계자들, 학부모들을 모두 설득 할 수 있겠나 만일 예전처럼 엄청난 혼란과 저항에 부딪히게 될 것이다. 


한혜영 기자/이화

<hanf2v0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