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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전문대학원, 예상했던 변화 현실로


요즘 의과대학의 대학원 체제로의 전환이 한창이다. 현 41개 의과대학 중 무려 20여개의 의대가 전문대학원 체제로 전환했거나 전환키로 결정했으며, 이미 2006~2007년도에 신입생을 뽑지 않기로 결정한 학교도 상당한 수이다. 서울대, 한양대 등 현재 교육부와 협의 중인 학교까지 고려한다면 수는 더 늘어난다. 


의학전문대학원(이하 의전대)의 입학 등록금이 고액인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2005학년도를 기준으로 의전대 등록금은 건국대가 874만여원, 경희대가 876만여원으로 비교적 900만원선 이상의 액수가 책정되고 있으며 가천의대가 제시한 913만원은 학부/전공을 막론하고 국내 모든 대학의 등록금 중 최고 액수임이 알려진 바 있다. 

 이러한 높은 액수의 등록금은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려진 의전대만의 특징이다. 하지만 의전대 고유의 특성이 그저 ‘비싼 수업료’에만 국한되어 있는 것일까. 물론 기존의 의과대학과 비교했을 때 의대생도 알지 못하는 의전대만의 획기적인 ‘무엇’은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의대와 의전대는 엄연히 다른 체제이니만큼 둘의 일반적인 차이는 비교적 쉽게 찾아볼 수 있다. 


1.학위의 차이 

의과대학 졸업자는 당연히 학사학위를 받게 된다. 하지만 의전대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의전대로의 입학은 애초부터 타 학부의 학사학위 취득자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의전대 졸업자가 받을 수 있는 학위는 ‘의무석사’이다. 기존의 의대 졸업자가 전공의 과정 중 취득하는 것이 일반적인 석사학위인 것과는 달리 의무석사학위는 의전대 졸업자 모두에게 수여된다는 점에서 보다 일률적이다. 의전대 졸업자는 수여받는 학위자체가 의대 졸업자와는 다르기 때문에 높은 등록금을 부담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강제로 떠맡겨진 학위수여로 인해 등록금이 상승하는 것은 학생의 동의를 구하지 않은 일”이라며 불만을 표현하는 학생들도 있다. “의사가 되는 것이 목표일 뿐, 굳이 석사학위는 원하지 않는다”는 그들의 주장. 의전대의 높은 등록금은 앞으로도 여러 가지 논란거리를 낳을 것으로 보인다. 


2.군복무 형태의 차이

 기존의 의대 졸업자는 군의관의 형태로 군복무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때에 따라서는 공중보건의로 근무하기도 한다. 의대생이 학창시절 도중 군대에 가는 것은 웬만해서는 찾아보기 힘든 경위다. 일반 사병보다는 군의관으로서 군에 입대하는 것이 더 대우가 좋고 자신의 전공도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전대의 경우는 다르다. 의전대 입학생들은 입학 전에 이미 군복무를 끝마친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의전대 졸업생으로부터 군의관 인력을 끌어내기란 상당히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옳다. 실제로 한W의대 관계자는 “전국 의과대학 중 반수 이상이 의전 체제로 전환하였으니 군의관 수도 상당히 줄어들게 될 것”이라 예상하였다. 또한 “정부가 모든 의과대학을 의전 체제로 전환시키고자 한다면 군의관의 적정 수요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고 그 공급이 부족해지지 않도록 조절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라 덧붙였다. 


3.선후배 간 서열체제의 누그러짐

 의과대학의 선후배간 서열 문화는 여러 긍정적, 부정적 요소를 낳으며 의대의 대표적인 특징 중 하나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의전대의 경우 이러한 문화가 다소 누그러진 모습이다. 입학생들의 나이가 기존의 학생들보다 많은 경우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최근에 의전대 신입생을 받은 K대의 한 본과생은 “아무리 자신이 선배라 할지라도 나이가 훨씬 많은 후배들을 함부로 대할 수는 없는 일”이라며 학교 분위기가 다소 유해졌다고 말한다. 

 하지만 또 다른 학생은 “지금은 의대와 의전대 학생이 섞여있지만, 시간이 흘러 의전대 입학자로만 학생이 구성된다면 서열문화는 다시 되살아날 것”이라 주장하기도 했다. 의전대가 미래에 어떠한 모습으로 변해갈지는 알 수 없지만, 기존의 서열문화를 유화시키는데 상당한 영향을 끼쳤음은 폭넓은 학생들의 동의를 얻고 있다. 


4.순수학문과의 연계성

 의전대 입학생들은 대부분 타 학부의 순수학문을 전공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의학과 타 순수학문 간의 접목이 증진될 것이란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한 의대 관계자는 “의전대 도입이 졸업생의 기초의학계로의 진출율을 높이는데 기여할 것”이라 예상하였다. 대부분 임상의사의 길을 선택하는 의대 졸업자와는 달리 의전대 졸업생은 기초의학에 대한 관심이 높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공대 졸업 후 현재 의전대 입학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수험생 김모씨(27)는 “의전대 입학생이 기초의학계로 진출할 것이란 생각은 허황된 것”이라며 “세상 물정에 밝은 의전대 졸업생이 오히려 임상의사의 길을 고집할 가능성이 많다”고 주장하였다. 과연 기초의학계로의 진출율이 높아질 것인지는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다양한 지식기반을 가진 의전대 졸업생이 실제 임상진료에서도 뛰어난 능력을 발휘할 것이란 기대는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의전대가 단지 고액의 등록금만 착취할 뿐 기존의 의과대학과 다른 점이 없다는 지적이 많다. 하지만 타 학부와의 연계성 증진이 의학계에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이란 주장도 지지를 얻고 있다. 과연 어느 쪽의 의견이 옳은 것일까. 그것을 정확히 예상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의전대의 발전가능성과 그 미래에 의료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의대와 의전대 체제가 공존하는 현 의료계의 모습. 한 체제를 향해 일방적인 부정적 인식을 가지기 보다는 서로의 체제가 보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 자세가 필요할 때이다. 


조정호 / 연세원주03

<zeseft@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