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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침없이 PK

100호 특집 링크 2014. 8. 28. 22:45 Posted by mednews

거침없이 PK 


10월의 어느 날 해가 뉘엿해지는 오후 4시, 신촌의 한 찻집에 현재 실습을 돌고 있는 본과 3학년 3명과 본1 1명, 예과 1학년 1명의 기자가 각자 실습생과 본과생, 예과생을 대표하는 막중한 임무를 띠고 하나 둘씩 모이기 시작했다. 반가움에 짧은 인사를 서로 나눈 뒤, 밤 10시까지 이어지는 기나긴 토크의 여정이 시작되었다.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최대한 살리고자한 기획의도에 따라 말투와 대화 내용에 거의 손대지 않은 채로 기사화하였음을 알린다. 

각자가 다니고 있는 학교와 병원이 모두 다르고, 실습을 돈 과와 그 과에서의 경험과 느낌 역시 상당한 개인차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하고, 이제 그럼 실습생들의 생생한 현장으로 출발해보자!


영웅본일:PK 생활 힘들다던데 정말 한 번 들어보고 싶네, 얼마나 힘든지..


선생본삼1:내 경우엔 병원에 일찍 가는 게 가장 힘들어. 내과나 외과 같은 경우에는 교수님들이 아침 7시부터 오시니깐. 특히 열정이 많아서 일찍 오시는 교수님들의 경우는 더 힘들지. 적어도 교수님들보다 30분은 일찍 와서 신환 파악도 해야 하니까. 새로운 환자가 어떻게 아프고 어떻게 왔는지 알아야 하거든. 


청춘예일:아 그런 것들을 PK가 하나 봐요?


선생본삼1:물론 레지던트 선생님들도 하지만 우리도 파악을 해야 하지. 그리고 어정쩡한 우리의 위치도 힘든 것 같아. 어디에 서 있든지 우린 걸리적거리는 존재인거지. ‘선생님 이 차트 꼭 지금 보셔야 되요?’ 이런 말도 숱하게 듣고, 포지셔닝이 참 힘들지. 어디서 있어야 될지, 어떤 자세로 있어야 할지.


선생본삼2:다리를 꼬고 앉는다거나... 


선생본삼1:응응 그런 것들. 별로 안 좋아하시니까


선생본삼2:포지셔닝 얘기가 나왔는데, 대학생이었다가 실습생이 된다는 게, 그 위치 잡는 게 힘든 것 같아. 우리 생각에는 우린 아직 학비를 내면서 다니는 학생으로서ㅡ 떳떳해야 하는데, 막상 병원에 들어가면 그 사회의 서열에 가장 아래에 있다는 느낌을 받으니까. 그게 옳지 않은 걸 알면서도 자연스럽게 그렇게 동화되는 것 같아. 앉을 때도 정자세로 앉아야 하고, 9시 회진이어도 7시 반까지 가서 대기해야 하고, 레지던트 선생님들 회진(Pre-rounding)도 다 봐야하는 과도 있고. 물론 학교에서는 우린 배우는 학생이니깐 하나라도 더 보고 배우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형식적인 측면도 있어. 학생들이 떳떳하게, 적극적으로 나서는 데에는 한계가 있거든. 교수님 회진에 방해가 되게 질문을 한다든지 하면 눈총을 받는다거나. 문제는 그런 모든 패턴들을 자득해야하는 거지. 적정한 수준이 어떤 것인가, 눈치를 봐야 돼. 병원마다, 과마다,교수님마다 그 패턴이 다 달라. 어떤 교수님은 ‘너희는 왜 이렇게 가만히 있냐, 적극적이지 못 하냐’하시고 또 어떤 교수님은 ‘학생은 나서지 말라’고 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수술실 들어갈 때 교수님과 나란히 손도 씻으면 안 되고. 사실 이런 것들이 학생들이 보고 배우는데 중요한 건 아니잖아. 그런데 너넨 어차피 병원에 들어올 사람들이니까 지금부터 알아서 미리미리 알아둬라 뭐 그런 의미인 것 같아. 


선생본삼1: 슬픈게, 과마다 인계장이 있거든? 그런데 내용의 80%가, ‘이 과에선 어떤 것들을 배웁니다’라기보다는, 이 교수님은 이런 것 싫어하십니다, 이 교수님은 회진 돌 때 앞서 가야 합니다, 뭐 그런 것들이니까. 그런 게 좀 어이없지.


선생본삼3: 또 안좋은 게 , 그렇게 인계를 받는데, 도는 과가 계속 바뀌니까 생활이 안정적이지 않아. 생활이 계속 바뀌잖아. 레지던트 선생님처럼 같은 과에 죽 오래 있으면 어느 정도 적응 할 텐데 실습돌 땐 그 과에 적응 할 만하면 또 다른 곳으로 가야 하니까... 게다가 수업 받을 때는, 몸이 힘들거나 그러면 안가면 되잖아? 하지만 실습은 참 그래. 안가기도 그렇고.


선생본삼2: 과마다 다르긴 하지만 보통 5~6시 되면 일과가 끝나는 게 원칙이라서, 본과 3학년 1학기나 2학기 때 수업 받는 것보다 일정이 더 많다고 볼 수 는 없어. 그런데 또 레지던트 선생님 스케줄이 갑자기 바뀐다거나 돌발상황이 생기면 스케줄이 쭉 밀리기도 하거든. 그런 불안정성 때문에 더 힘든 것 같아. 아침에 일찍 가는 것도 사실 학생이 특별히 할 일은 없고 얼굴을 비추는 것 말고는 의미가 없는데, 또 늦게 오면 찾고 혼내니까. 


선생본삼1:뭐든지 조로 하니까, sub조 짤 때 난리 나잖아. 같이 하기 싫은 애, 하고 싶은 애..


선생본삼2:우린 랜덤으로 조가 짜지는데, 조 짤 때 기도하는 사람들도 꽤 있어. ‘아 얘만은 같은 조가 안 됐으면...’ 


선생본삼3: 우린 이름 순으로 그냥 자르는데.


청춘예일:철저하게 조 별로 채점하나 봐요?


선생본삼2: 물론 실습이 끝나고 시험을 보기는 하지만, 선생님들도 누가 누군지 개인별로 잘 기억을 못하시니까. 그 때 돌았던 어떤 조 이렇게 기억하시거든. 태도점수 같은 경우도 딱히 기준이 있는 것도 아니구. 까칠한 치프 선생님들은 실수 좀 하면 ‘이러면 너네 조는 점수 안 좋게 나간다’  이렇게 말하기도 해.


선생본삼3: 뭔가 커리큘럼이 정형화 되어 있는 게 아니라, 우리가 대하는 선생님들의 성격이 어떠시냐에 따라 확실히 흔들리니까, 짜임새 있어보이진 않아. 


선생본삼2: 실습을 돌면서 책에서 봤던 내용들을 실제로 목격한다는 것도 있지만, 아.. 이런게 병원생활이구나 하고 느끼는 게 더 많은 거 같아. 같은 상황도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방식이 딸라. 미리 굽실대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어. 자신을 벌써 그 병원의 일부로 생각해 버리는 거지. 사실 우리는 병원인력이 아니라 교육을 받아야 할 학생인데. 


선생본삼1: 은근히 있는 거 같아. 점수는 레지던트 선생님이 매기는 거니까. 


선생본삼2: 그러니까. 어차피 교수님들은 우릴 기억 못할 거다 이렇게 생각하고. 


영웅본일:PK되면 혼나고 잡일도 많이 시키고 그렇잖아요. 그런데 돈을 내면서 다니잖아요, 적은 돈도 아니고... ‘내가 뭐하는 짓인가..’ 그런 생각도 들 것 같은데 그런 경우가 잦아요?


선생본삼1:요즘 같은 경우에는 논문 시즌이잖아. 레지던트가 전문의 시험 치려면 논문을 몇 편 이상 써야 된다더라구. 그런 자료 정리들, 우리가 다 하고. 교수님들 학회 전에 데이터 정리들.. 


선생본삼2:아.. 우린 그런 것들은 없는데...


선생본삼1: 우린 뒤에서 얘기가 있었어. 과차원에서 얘기해야하는 것 아닌가. PK가 무슨 비서도 아니고. 


<내가 꿈꾸는 레지던트 상은? >

선생본삼1:다들 솔직하게 어떤 스타일이 좋은 거 같아?우릴 그냥 내버려 두고 편하게 해주는 사람이랑, 어떻게는 불러서 가르쳐주고, 모자란 부분은 숙제 내 주는 사람이랑..


선생본삼2:나는.. 놔두는 게 좋은 거 같아.


선생본삼1:놔두면 공부는 해? 


선생본삼2: 놔두면 알아서 


선생본삼1:역시 이런데서 차이가 나. 


선생본삼2:Teaching(실습 중 학생 수업으로 전공의가 지도하는 이론교육시간)을 해주는 게 좋을 때도 있지. 그런데 그건 개인차가 있는 거라서. 나는 공부를 할 때도 그렇고 주어진 것보다는 내가 짜서 하는 걸 좋아하니깐 그런 거지. 또 교육을 의무감보다는 정말 학생을 생각한다는 느낌으로 해주는 경우에는 정말 좋아. 예를 들면 똑같은 질문을 해서 몰랐을 때, ‘이런 것도 몰라? 이건 족보잖아~’ 이런 식으로 한다 던지. 심한 경우엔 인격적으로 모멸감을 주는 사람도 있고, 어떤 이는 ‘아 이건 중요한데, 다음에 물어볼 테니까 꼭 공부해와’ 이렇게 대하는 사람도 있고. 이럴 때 느끼는 교육의 질은 확 다른 거지. 


청춘예일: 그럼 Teaching을 안하고 내버려두는 경우에는 각자 직접 눈으로 보면서 배워야 되는 거예요?


선생본삼2: 그렇지, 근데 Teaching이라는 게 의무적으로 커리큘럼에 포함되어 있어. 어떤 교수님들은 레지던트 선생님월급에 학생들 질문에 대답해주고, Teaching 하는 게 포함되어 있으니가 자유롭게 하라고 말씀해주시기도 해. 그런데 실상은 자유롭지 못한 게 사실이지. 


영웅본일:그럼, 레지던트 선생님한테 질문하는 게 편한 거 같아요, 본과 1,2학년 때 교수님한테 질문하는 게 편한거 같아요?


선생본삼3: 난 실습 돌 때보다는 학교에서 수업 들으면서 교수님께 질문했던 때가 더 편했던 것 같다. 


선생본삼2:훨씬 편했지. 왜냐면 학교에서는 우릴 가르치시는 저 교수님이 병원에서 어떤 권위를 가진 존재인지 전혀 감이 없었으니까. 교수님들도 우릴 시험하려는 의도는 없고 우리가 질문을 하면 기뻐하시고. 그런데 실습 때는 우리가 이미 한 번 배웠다는 게 전제가 되어있으니까. 사실 선생님들은 그 과에 대해서 빠삭하지만, 우린 한번 듣긴 했어도 그 기억이 꺼낼 수 없는 무의식 저 어딘가에 있는 경우가 많잖아. 시험하는 입장에서 물으시니깐 교수님의 질문이 두렵지. 그걸로 평가가 되기도 하고. 또 우리가 잘못하면 우리도 야단을 맞지만 레지던트 선생님들도 깨져.


선생본삼1:PK가 되면서 나와 교수님 사이에 ‘레지던트’라는 새로운 개체가 생긴 거지. 


<불합리한 현실을 고발하다>


청춘예일:그럼 질문 같은 것도 준비를 해 가야 하나요?


선생본삼3:질문을 꼭 해야 좋아하시는 교수님들이 있어. 


선생본삼2:그런 경우는 인계장에 써 있어. 


선생본삼1:골 때리는 경우는, 답을 알고 가야하는 교수님도 있어. 꼭 ‘자넨 어떻게 생각하나?’ 반문하시거든. 또 아는 대로 다 대답하면 아는 걸 왜 질문 하냐고 하시니까 80%정도 아는 척하고 나머지는 잘 모르겠다고 해야하지. 가끔 정말로 궁금한 걸 물었는데 교수님이 모르는 거면 일이 커지지. 


선생본삼2:교과서에 쓰여 있거나 너무 단순한 질문은 하면 안 되고. 


선생본삼1: 외과 돌 때인데.. 나는 내 스케줄이 정해져 있는데, 수술방 인력이 부족하면 언제든지 끌고 가는 거야. 나는 꼭 보고 싶은 특별한 케이스가 있는데, 예를 들면 10번도 넘게 본 맹장이라든지.. 항상 하는 수술에 assistant로 들어가라.. 그럴 때는 말 그대로 Teaching의 개념이 아닌 한낱 수술방 인력으로서 우리를 본다는 거잖아. 참 불합리한 거 같아. 


선생본삼2:그런 경우는 좀 그렇지. 학생들은 보고 싶은 특별한 케이스가 있을 수 있는데. 사실 학생들이 수술실에 들어가는 건 수술과정을 보고 공부를 위해서 들어가는 건데, 학생 손은 제일 하찮은 작업을 하는, 예를 들면 배를 열었을 때 고정(retraction)한다든지, 선생님 꿰맬(suture) 때 실을 자른다(cutting)던지.. 사실 그걸 잘한다고 좋은 의사가 되는 건 아닌데.


청춘예일:선배들 말 들어보면, 병원 내에서도 힘들지만 병원 밖에서 술자리 같은 것도 힘들다고 하시던데, 그런 건 없어요?


선생본삼1: 아, 좋은 지적이다. 


선생본삼3:레지던트 선생님에 따라 이런 경우도 있어. 학생들 조 파티할 때 부르면 좋아하신다고 인계장에 써 있는 선생님이 있거든. 처음에는 몇몇 조가 그랬겠지만 그게 인계되어 내려오면 뒷 조들은 뭔가 강박적으로 조파티를 감행하고, 결국 우리끼리 술 먹을 때도 선생님을 꼭 부르게 되지. 


선생본삼1:회식 같은 거 할 때 여학생들은 교수님 옆에 앉으라고 하는 경우도 있어. 


선생본삼2:우리 학교같은 경우는 특정 과에서 여학생들 데리고 자주 회식하고.. 노래방가서 밤새기도 하고.. 그러니까 강의평가 때 불만이 제기된 거야.. 우린 학생인데.. 그래서 그런지 학생들이랑 같이 회식 가는 건 요즘 좀 자제된 거 같아. 


선생본삼3:반대 경우도 있어. 여자 선생님인데, 인계장에 여학생들이 질문하면 상당히 싫어하시고 샤방하게 생긴 남학생이 앞에 나서서 방긋방긋 웃으면서 말 잘하면 아주 좋아하신다고 적혀있어. 그래서 여자애들로만 된 조는 그 교수님 대하기가 그렇게 힘들대. 


선생본삼2:남자 선생님들 많은 과는 화장도 열심히 해야 되잖아. 


영웅본일:그런데 이런 건 아주 극단적인 경우죠?


선생본삼3:극단적이긴 하지만 초극단은 아니겠지. 


<실습이 좋아, 수업이 좋아?> 


영웅본일: 그럼, 실습을 해보니까 예과생들이나 본과1,2학년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얘기 같은 건 없을 까요?


선생본삼1: 솔직한 얘긴데, 예과 때는 본과생들이 멋있어 보이고, 근데 본1 되니깐 바쁘더라구. 그래서 본1때 보니까 본3들 멋있게 양복 입고 다니고 노는 거 같고, 뭐 있는 거 같고, 그런데 막상 되어 보니까 별 거 없어. 지금은 또 의사 되면 뭐 있을 것 같지만 그런 것도 아니고. 지금있는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서 즐겼으면 좋겠어. 공부든, 운동이든, 연애든. 나중에 뭐 어떻겠지 그건 아닌 거 같아. 


선생본삼2:연차가 늘어날수록 남들이 보기엔 화려하긴 하지. 하지만 당사자의 삶의 질은 그렇지 않은 것 같아. 집에도 잘 못 들어가고 가족이나 친구들도 잘 못 챙기고. 내 생활보다는 환자가 우선시 되니까 밖에서 보는 것처럼 그렇게 멋지지 않다는 걸 금세 알게 돼.


선생본삼3:나는 본과 2학년 때보다 지금이 훨씬 나은 거 같아. 앉아서 수업 듣고 공부하는 것보다, 돌아다니면서 보고 배우는게, 혼나기도 하지만 더 재밌는 것 같아. 솔직히 딱히 하는 일 없이 구경하는 거긴 하지만, 응급의학과 같은 거 돌 땐 되게 재밌었거든. 왠지 밤새는 것도 재밌고. 


선생본삼2:맞어. 왠지 재밌는 과나 시술 같은 게 있잖아. 


선생본삼3:나한테 뭘 시키면 은근히 재밌지. 요도관(Foley catheter) 삽입, 비위관을 통한 위세척(L-tube irrigation) 같은 거. 책으로만 봤지 실제로 해보는 건 처음이잖아. ABGA(Arterial Blood Gas Analysis: 동맥혈채취)한다던가... 그리고 응급실 분위기 같은 것도 되게 재밌었어. 어떨 때는 짜증도 나는데 뒤돌아서 생각해보면 그런 것도 다 경험이더라고.


영웅본일:이론을 적용시키는 재미가 있어요?


선생본삼2:책으로 봤을 때는 실감이 안 나잖아. 시술 과정이라든지 투약이라든지.. 실감이 안 나니깐 무작정 외우던 건데 병원에 가면 실제로 그걸 보니까. 내가 외웠던 약을 실제로 쓰고 있고 그런걸 보면 신기하고, 아 정말 실제로 이렇게 해서 환자가 낫는구나. 이런 느낌도 들고. 환자를 직접 대면하는 것도 신선하고, Physical exam(신체검진)을 했을 때 나오는 반응 같은 걸 봐도 그렇고, 이게 내가 의사라는 직업의 매력이구나. 그런 게 느껴지고.. 

Cutting에 불과하더라도 시술에 참여한다는 게 굉장히 특권이고 멋진 경험이라 느꼈어. 그런데 의사라는 직업의 매력이 있는 것 같아. 


선생본삼1: 교수님들이 좋아하는 질문 중에, ‘책을 보면 이 경우엔 이 약을 맨 먼저 쓰게 되어있는데 왜 안 썼습니까?’ 이런 질문들을 좋아하시는데, 또 설명을 들어보면 책이랑 다 맞거든. 이 환자는 이 약을 쓴 기록이 있는데 잘 안 들었다거나, 약에 내성이 있다거나.. 그런 식으로 배우는 게 참 많이 남는 것 같아. 재미도 있고. 부작용 같은 것도 직접 보고. 


영웅본일:얘기 들어보니까 평일 같은 경우는 시간이 되게 불규칙적인 거 같은데 그럼 주말 같은 경우는 어때요?


선생본삼2: 평일 같은 경우엔 놀면 다음 날 내 몸이 힘드니깐 스케줄을 잡는 게 힘들고..


선생본삼1: 주말엔 아까 말헀 듯이 인계가 있는 주가 아니면 편하지만, 인계가 있는 주는 또 다음날 pre-test도 있고.. 일요일 반나절은 날아가는 거지. 


선생본삼2:학교마다 과마다 다르겠지만 post는 다 있고 pre-test도 있는 경우가 있어. 


<넌 무슨 과를 가고 싶니?>

영웅본일: 자 뭐 이런저런 얘기 다 한 것 같고... 마지막으로 실습을 돌면서 하고 싶었던 과가 생기거나 인식이 바뀌었던 경우가 있는지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죠.


선생본삼1:나 같은 경우엔 ‘딱 봐도 넌 surgeon(외과의)이야’라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돌다 보니까 확실히 외과가 맞는 것 같아. 

내과는 좀 안 맞는 것 같아. 맨날 검사수치에 뭐가 올랐네 떨어졌네 그거 보면서.. 안 맞더라고.(웃음)


선생본삼2:자기가 맞아서 과를 가는 것도 있지만 과 분위기가 사람을 만들어 가는 것도 있는 것 같아. 어떤 병원을 가든 같은 과 선생님들은 비슷비슷하시고..


선생본삼3:나는 사람들이 내과에 가게 생겼다고 자주 그러더라. 나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었는데 돌아보니까 은근히 나한테는 외과나 응급의학이 더 재미있더라고. 정형외과 같은 것도 재미있을 거 같아.(영웅본일: 목수 잖아 목수) 그런데 외과 쪽은 내가 능력적으로 잘할 거 같지는 않고 그냥 재미만 있어. 그래도 그냥 재미있는 거 하고 싶긴 한데... 그게 참 고민인거 같아. 자기가 잘할 수 있어 보이는 것과 재미있어 할 것 같은 것 중 어떤 걸 선택해야 하는지. 이걸 하면 더 성공할 것 같은데, 재미있는 건 이거고.


선생본삼2: 그런데 아직은 학생이니까. 처음 접하는 거니까 다 재밌게 느껴지는 거고. 또 내 생각에는 수술이 더 임팩트가 강한 것 같아. 서양의학의 꽃이 수술이라고 하듯이... 수술에 딱 들어갔을 때 그런 흥분이 있어. 급박하게 돌아가는 분위기나 교수님들이 수술하는 것 보면 경이감이 들고... 또 환자가 좋아지는 거 보면서... 그래서 외과 쪽으로 생각하게 되는 것도 있지 않을까? 반면 본인의 삶의 질 (Quality Of Life)을 중요하게 생각해서 마이너를 숭상하는 사람들도 있어. 자기 가치관에 따라 다른거지. 개인적인 삶을 무시할 수는 없으니까. 반대로 힘듦에도 불구하고 이 과가 매력 있다고 하면 또 그 과를 하는 거고. 


선생본삼1: 인턴 마지막 1주일까지도 결정못하는 경우도 있다는데 우리도 역시 앞으로 수십 번 바뀌겠지? 사람 일은 모르는 거니까. 


영웅본일: 이제 우리 이야기도 할 만큼 한 거 같은데 자리 옮겨서 저녁 먹으면서 더 할 이야기 있음 더 나누죠~


기획 : 유재호/성균관

참여 : 이진현/포천중문, 김이연/이화, 조정호/연세원주, 유재호/성균관, 김민재/순천향

정리 : 김민재/순천향, 이진현/포천중문